증상으로 알아보는 질병 상식
‘설사를 해요.’
더위에 상한 음식을 먹고 설사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지요. 찬 것을 많이 먹어 배탈이 난 경우도 있고요. 해외에 갔다가 배 아프고 설사를 해서 여행을 망친 사람도 있습니다. 종종 겪는 증상인 설사를 일으키는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설사가 시작된 지 얼마나 되었나요?
응급실을 찾는 사람의 5%,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의 1.5%가 설사 때문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하늘이 노래집니다.
의학적으로 대변의 양이 하루에 200g을 넘거나 하루 3번 이상 대변을 보면 설사라고 합니다. 대변이 묽거나 물 같은 경우도 설사지요. 이러한 설사가 시작한 지 보름이 안 되었으면 급성 설사, 한 달이 넘게 지속되면 만성 설사라고 합니다. 급성 설사는 물 또는 음식처럼 무언가 잘못 먹은 게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만성 설사는 어떤 병이 숨어있는 것일 수 있어요.
2. 설사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요?
설사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면 우선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원인인 감염성 설사를 의심하게 됩니다. 요즈음 같은 날씨에 음식을 냉장고 밖에 오래 두면 상하기 십상이죠. 이 음식을 상한지도 모르고 먹으면 토하고 설사할 수 있어요. 결혼식 피로연 등에 다녀온 뒤 증상이 생겼다면 함께 간 사람도 혹시 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했는지 물어보세요. 식중독일 수 있거든요.
겨울철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어요. 몇 해 전 겨울에 맹위를 떨친 노로바이러스처럼 추운 날씨에도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잘 버팁니다. 무더운 동남아에 갔다가 세균에 노출되어 설사를 하는 ‘여행자 설사’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꼭 세균이나 바이러스만 급성 설사를 일으키지는 않아요. 나에게 평소와 달라진 게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평소 잘 안 먹던 음식을 먹었는지, 새로 먹기 시작한 약이 있는지 돌아보세요. 속이 쓰려서 복용한 위 보호제(제산제) 중에서 마그네슘 성분이 들어있으면 설사를 할 수 있어요.
목이 아파서, 염증이 생겨서 등의 이유로 항생제를 먹기 시작한 뒤 배가 아프고 설사를 했다면 ‘항생제 연관 설사’일 수 있어요. 이때는 바로 의사와 상의하세요. 일부 당뇨병약 등 어떤 약물에 예민한 사람은 배가 사르르 아프면서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항암치료 후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변비 치료제를 먹어도 설사를 할 수 있지요.
▶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 음식을 먹고 그런 것 같나요? 혹시 음식이 상한 것 같나요?
→식중독일 수도 있어요. 같은 음식을 먹은 사람이 있으면 확인해 보세요.
□ 더운 나라 여행을 다녀왔나요?
→여행자 설사에 걸릴 수 있답니다.
□ 최근에 약을 먹기 시작했나요?
→제산제, 항생제, 항암제, 당뇨병 치료제 등 일부 약물이 설사를 일으킬 수 있어요.
3. 설사를 할 때는 지사제를 먹어야 하나요, 항생제를 먹어야 하나요?
시작한 지 보름이 안 된 급성 설사의 대부분은 감염성 설사지요. 울렁거리고 구토도 한다면 가능성이 더 높아요. 우리나라에서 감염성 설사는 6월부터 9월까지가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음식점, 급식 장소 등이 발생 장소의 80%를 차지한다는 통계가 있어요. 주로 어패류, 물, 육류(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계란, 채소, 과일 등이 원인입니다. 식재료의 보관 상태가 좋지 않거나 잘 씻지 않은 경우, 충분히 익히지 않거나 조리 과정이 깨끗하지 않은 경우 등입니다.
설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탈수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입이 마르지 않도록 충분히 물을 마시세요. 설사 초기에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고 증상이 좋아지면 서서히 단백질, 지방 성분을 보충하는 게 좋아요. 예를 들어 설사 초기에는 끓인 죽, 수프를 먹거나 감자, 쌀, 밀, 보리 등으로 만든 곡류에 소금을 약간 넣을 수 있고요. 짭짤한 과자를 함께 먹어 염분을 보충하는 것도 좋아요. 야채죽, 토마토, 바나나, 주스도 괜찮습니다. 변이 정상에 가까워지면 정상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설사를 하는 동안에는 우유 등 유제품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젖먹이 아이는 탈수가 되면 안 되므로 모유 수유 등을 계속해야겠지요.
식중독은 대개 하루 이틀 지나면 좋아지고요. 대부분의 급성 설사도 수분 섭취만 잘 하면 좋아집니다. 꼭 항생제나 지사제가 필요하지는 않지요. 설사를 멎게 하는 지사제를 함부로 사용하면 세균이나 독소가 빠져나가지 못해 더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열이 심하거나 대변에 피가 섞이고 배가 심하게 아플 때 함부로 지사제를 쓰면 안 돼요. 물론 설사를 하는 사람은 화장실에 다녀온 뒤 꼭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4. 급성 설사인 것 같아요. 언제 병·의원에 가야 하나요?
물론 설사가 좋아지지 않고 더 심해지면 병·의원에 가야 합니다. 잘 못 먹어서 탈수되는 경우에도 가야 해요.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는 탈수가 되는데도 잘 모를 수 있으니 바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탈수가 심하면 나타나는 현상은 다음과 같아요.
열이 나거나 대변에 피가 섞여도 진료를 받아야 해요. 특히 최근 해외에 다녀왔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여행자 설사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 국가는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었고요. 더 심한 세균성 이질의 경우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을 다녀온 뒤에, 장티푸스/파라티푸스는 인도,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뒤에, 콜레라는 필리핀, 미얀마를 다녀온 뒤에 걸린 보고가 있어요. 밥을 할 때 생쌀을 씻으면 뿌옇게 되는 물을 쌀뜨물이라고 하지요. 쌀뜨물 같은 설사를 한다면 꼭 진료를 받아야 해요. 콜레라일 수도 있거든요.
아직도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는데요. 덜 익은 조개나 생선을 먹고 생기는 비브리오 패혈증에서도 열이 나고 배가 아프면서 구토와 설사를 할 수 있어요. 9월까지는 바닷물 온도가 높아 비브리오 균이 번식하기 좋아요.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리면 바다에 다녀온 뒤 다리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매우 위험해질 수 있어요. 어패류는 꼭 익혀 먹고 혹시라도 설사가 심하면 바로 진료를 받으세요. 특히 평소에 간이나 콩팥이 안 좋은 사람,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당뇨병 환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등은 면역력이 약해서 비브리오 패혈증에 취약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은어, 붕어 등 물고기를 날로 먹거나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어도 기생충이 들어와서 설사를 일으킬 수 있어요. 기생충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구충제로는 회충, 구충, 편충 등 일부 기생충만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급성 설사에서 진료를 꼭 받아야 하는 경우
- 이틀이 지나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요.
- 하루에 화장실을 6번 이상 갔어요. 물설사를 해요. 쌀뜨물 같은 설사를 해요.
- 대변에 피가 섞여 나와요. 대변에 코처럼 끈적한 게 묻어 나와요.
- 열이 심해요. 배가 심하게 아파요.
- 나이가 많아요. 면역억제제를 먹고 있어요.
- 탈수가 되나 봐요. (아주 피곤해요. 갈증이 나요. 입안과 혀가 말라요. 근육에 경련이 생겨요. 앉았다 일어날 때 더 어지러워요. 정신이 흐릿하고 몽롱해요. 소변 색깔이 진해요. 소변량이 줄었어요. 맥박이 빨라요.)
5. 전부터 설사를 자주 하는 편인데 괜찮을까요?
설사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어서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요? 한 달 이상 설사를 하면 만성 설사라고 했지요. 물론 설사의 원인을 자기 자신이 더 잘 아는 경우도 있어요. 나는 우유만 먹으면 설사를 한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만 먹으면 꼭 설사를 한다, 찬물이나 찬 음식만 먹으면 설사를 한다, 아니면 시험 날이나 면접만 앞두면 긴장해서 설사를 한다 등등. 맞아요, 그럴 수 있죠. 유당분해효소가 부족할 수도 있고 음식 알레르기일 수도 있고 과민성 장 증후군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대부분 심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유명 연예인이 방송에서 자신도 겪고 있다고 얘기한 염증성 장질환에서도 설사를 할 수 있거든요.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배가 아프고 피 섞인 설사를 하는 궤양성 대장염과 배가 아프고 설사를 반복하는 크론병으로 나눕니다. 젊은 사람도 복통과 설사가 잦으면 꼭 병·의원에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늦게 진단할수록 치료가 더 까다롭습니다.
간혹 장에도 결핵이 걸립니다. 장결핵 또는 결핵성 대장염이라고 하는데 폐결핵에 걸리지 않고도 생길 수 있어요. 열이 나고 체중이 빠지면서 설사를 한다면 꼭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갑상선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져 나오는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는 장운동이 활발해 설사를 할 수 있고요. 당뇨병에서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면 장 신경이 무뎌져 설사를 할 수 있어요. 거의 매일 술을 많이 마셔 췌장에 탈이 난 급성 췌장염이 반복되면 결국 만성 췌장염이 되는데요. 이때는 지방분해효소가 부족해져 지방이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대변으로 나오기 때문에 변기 물을 내려도 기름이 둥둥 뜨는 설사를 하게 됩니다.
▶만성 설사에서 진료를 꼭 받아야 하는 경우
- 3개월 이상 배가 아파요.
- 열이 나요.
- 체중이 빠져요.
- 밤에도 자다 깨서 설사를 해요.
- 대변에 피가 섞여 나와요. 대변에 코처럼 끈적한 게 묻어 나와요.
- 화장실을 막 다녀왔는데도 뒤가 묵직하고 대변을 덜 본 느낌이 들어요.
- 자주 갑자기 대변이 마려워요.
- 항문 주위가 아파요.
- 항문에 치루 수술, 농양 수술을 받았는데 잘 안 나아요.
- 관절이 아파요. 피부에 뭐가 났어요.
- 더위를 많이 타요.
- 당뇨병 환자인데 혈당 조절이 잘 안 돼요.
이처럼 설사는 흔히 겪는 증상이지만 위중한 경우도 있고 오래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숨어있을 수도 있으니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꼭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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