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화재 고객 이oo님 (아이디 환절기)
“환절기만 오면 행사처럼 감기에 걸려요. 저는 왜 유독 감기에 자주 걸리는지.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과 빨리 낫는 방법이 있을까요?”
환절기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가 뭘까요?
감기는 차가운 기운에 노출되면 생기기 쉬워요. 동의보감에서는 감기를 “상한”이라 하는데 “차가운 기운이 몸에 침범하여서 병이 생기는 것을 상한이라고 부른다”라고 했거든요. 또한 “폐는 차가운 기운을 싫어한다”고도 기록돼 있어요. 날씨가 바뀌어 추위가 찾아오고 건조해지면 감기 바이러스는 신이 나서 활발히 활동하고, 반대로 인체의 대사와 면역 기능은 떨어져 바이러스에 감염되기가 쉬워지는 것이죠.
‘상한’이라… 조선시대에도 감기가 흔했나요?
감기는 조선시대에도 흔한 병이었어요. 구분은 힘들었겠지만 감기와 비슷한 독감(인플루엔자)도 유행했을 거고요. 감기는 치질, 중풍, 역병 등과 더불어 조선시대 백성들이 가장 많이 걸렸던 질병 중 하나였는데요, 세종실록에는 한 정부관리가 왕과의 회의 자리에서 아들의 감기치료를 위해 어의를 급파해 달라고 청탁을 넣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임금이 인정전에 나아가 조회를 받고 편전에서 정사를 보았다. 김점이 갑자기 자리를 떠나 땅에 엎드려 말했다. 신에게 자식 하나가 있는데 지금 감기를 앓고 있습니다. 내약방(內藥房)에 입직한 의원 조청(曺聽)에게 진료받게 하여 주시옵소서." <세종 1년 12월 11일>
이에 세종대왕은 나랏일을 상의하는 자리에서 사사로운 청을 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질책했지요. 조선 시대 어의는 궁궐에서 임금과 왕실 가족을 치료하는 의원이고 때때로 임금이 특별히 어의를 파견하는 은혜를 내리긴 하지만 신하가 임금에게 어의 파견을 요청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건국 공신 김점이 왕위에 갓 오른 세종을 테스트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만, 어의를 부탁할 정도였다면 감기가 아니라 독감이나 증상이 비슷한 다른 더 큰 병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인 거죠.
조선의 왕들 중 영조는 면역력이 약해 감기를 달고 살았다는 기록도 있어요. 어의는 영조가 옷을 얇게 입어 감기에 잘 걸리니 두꺼운 옷을 입으라 권하고 영조의 차가운 체질을 극복하기 위해 인삼, 생강, 계피 등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초를 써서 감기를 치료했다고 해요.
감기에 걸리면 최대한 빨리 종합 감기약을 먹어요.
잘하고 있는 거 맞나요?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질환으로 사실상 특효약이 없어요. 보통 복용하는 감기약은 기침, 콧물, 인후통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먹는 것이지 일찍 먹는다고 감기가 더 빨리 낫는 것은 아니고요.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나는 것은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예요. 열이 나는 건 자연스런 면역 과정이니 미열이 난다고 바로 해열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약을 먹어 억지로 체온을 떨어뜨리면 열은 내리지만 면역세포까지 약화시킬 수 있거든요. 그러나 주의할 점은 고열이 계속될 때인데, 이때는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해요. 이 경우 우리 몸의 체온 조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저혈압으로 쓰러지거나 뇌 기능까지 망가질 수도 있으니까요.
콧물과 기침, 가래는 몸 안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며 생기는 분비물을 배설해 몸을 정화하는 작용을 하는데 이런 증상들은 감기를 빨리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약으로 콧물이나 가래를 억제하면 당장은 좀 편해지겠지만 가래가 폐나 콧속에 계속 남아있게 돼 오히려 회복이 늦어질 수도 있어요. 물론, 너무 심할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서 약을 복용해야 하겠지요.
인후통이나 몸살이 너무 심해서 약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싶다면 종합 감기약 대신 증상에 맞는 약만을 먹는 것이 좋아요. 한두 가지 증상이 있을 때 종합감기약을 먹으면 필요 없는 약까지 덤으로 먹는 셈이 되거든요. 예를 들어 가래가 많을 때 종합감기약을 복용하면 기침 억제 성분이 가래의 배출을 막아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어요.
그럼 약을 먹지 않고 빨리 낫는 방법이 있을까요?
감기에 걸리면 따뜻하고 촉촉하게 해줘야 합니다. 물은 반드시 따뜻한 물을 마시되 자주 마실수록 좋아요. 물 대신 감기에 좋은 따뜻한 차를 마시면 더 좋고요. 또 호흡기를 촉촉하게 해줘야 하는데 폐는 차가운 것도 싫어하지만 건조한 것도 싫어해요. 코에서 폐까지 이르는 호흡기가 촉촉해야만 감기 바이러스를 콧물과 가래에 실어 배출할 수 있거든요. 가습기를 쓸 수도 있지만 뜨거운 물을 컵에 받아 수증기를 코로 흡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동의보감에서 감기치료를 위해 제시한 기간은 일주일이에요. “6일째가 되어 경락을 다 돌고 나면 7일째에 마땅히 풀린다”라고 했어요. 동의보감의 감기 처방은 땀을 ‘살짝’ 내는 것인데요. 감기로 열이 나면 뜨거운 물이나 한약차, 한약을 마신 후 이불을 덮고 편히 쉬면서 살짝 땀을 내면 좋아요. 땀이 뻘뻘 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이불을 덮고 편히 쉬면서 살짝 땀을 내는 거예요.
감기에 걸렸을 때 좋은 음식이 있나요?
감기에 걸리면 수족구(手足口)를 쉬게 해주는 게 좋아요. 구(口)를 쉬게 해준다는 건 보양식을 먹어 입을 고단하게 하지 말자는 뜻인데요, 든든하게 먹어야 감기를 이긴다는 생각에 기름진 음식을 먹는 건 소화계에 부담을 주어서 좋지 않아요. 감기에 걸리면 입맛이 떨어지잖아요. 이럴 때 억지로 먹지 말고 최소한의 양으로 담백하게 먹는 것이 좋아요. 소화가 잘되는 따뜻한 죽 종류를 드시면 좋겠네요. 만약 죽도 먹기 싫으면 그냥 자는 것도 괜찮아요. 수족(手足)을 쉬라는 것은 손과 발을 고단하게 하지 말고 푹 쉬라는 뜻이고요.
주변을 보면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정말로 효과적으로 감기를 예방하고 싶다면 효과 빠르고 잘 듣는 약을 찾는 것보다 기본적인 가습, 수분 섭취, 청결한 환경 등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찾아보고 바꿔야 할 습관이 있다면 그것부터 먼저 고치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감기 예방을 위한 일상의 건강 실천
● 손을 자주 씻어요.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습관도 좋지 않아요.
● 컴퓨터와 책상, 핸드폰을 소독 성분이 있는 것으로 잘 닦도록 해요.
● 환절기에는 특히 실내 습도를 유지해 주세요. 코와 목의 점막, 폐까지 촉촉하도록요.
● 따뜻한 물을 자주 마셔요. 따뜻한 차도 좋아요. 특히 환절기가 오면 차가운 물이나 청량음료는 멀리하고, 따뜻한 생강차나 물을 가까이 두세요.
● 과자나 사탕류 대신 과일과 견과류를 챙기세요.
● 가디건이나 따뜻한 겉옷을 챙겨 다니면서 항상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 주세요.
●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휴식으로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세요.
감수 : 방성혜
서울대학교 영문학 학사, 경희대학교 한의학 학사/석사/박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MBC 창사특집 드라마 <마의> 한의학 자문.
오랫동안 동의보감을 연구하여 현대적 관점에서 치료에 접목하고 있는 동의보감 전문 한의사.
- 저서 -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 『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 1, 2』,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엄마가 읽는 동의보감』, 『동의보감 디톡스』 『용포속의 비밀, 미치도록 가렵도다』,『동의보감 지식 체계와 동아시아 의과학』 (공저) 『아토피, 반드시 나을 수 있다』, 『조선왕조 건강실록』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