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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니?“

 

어디서 많이 봤던 대사이지요? 네, 백설공주예요. 종일 거울을 들여다보던 왕비가 했던 말입니다. 왕비는 거울에게서 백설공주가 왕비보다 훨씬 예쁘다는 얘기를 듣고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합니다.  이 동화에 빠져있는 5살 제 딸 아이는 왕비가 너무 무섭다고, 나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어느 순간 왕비의 마음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아, 왕비는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구나, 그래서 자꾸만 거울을 통해 확인하려 했다는 것을. 아마 왕비가 요즘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특별함을 입증하기 위해 거울이 아닌 또 다른 도구를 사용했을 거예요. 열심히 쇼핑을 하거나 열심히 자기개발을 하거나 등등.

 

 

▣ 한정판의 마법이 통하는 이유 

 

 

해마다 11, 12월이 되면 블랙 프라이데이를 비롯한 각종 연말연시 세일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엄연히 말하면 ‘우리’가 아니라 우리의 ‘카드’겠지만) 그러면 하나라도 더 판매하여 올해 재고를 없애야 하는 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쓸까요? 네, 이때 나오는 비장의 무기가 바로 ‘시즌 한정’ 마케팅입니다. 기존의 색조 화장품이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고급 케이스에 담겨 한정판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고급진 각종 향수 역시 시즌 한정판으로 출시되어 우리를 유혹합니다. 자주 들르는 커피 전문점에서는 시즌 한정 음료와 기념품으로 우리의 취향을 저격하기도 하고요. 그럼, 이러한 한정판의 마법은 왜, 언제나, 예외 없이 잘 통할까요?

 

심리학자 브램(Brehm)에 의하면, 우리는 어떤 대상이 희귀해지고 한계가 생기면 그 대상을 더욱 갖고 싶어한다고 해요. 굳이 심리학자의 설명이 없어도 우리는 본능적으로 무엇인가 한정되어 있으면 더 큰 매력을 느끼곤 합니다. 휴가 마지막 날의 하루가 그렇게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 바로 한계가 주는 매력이라 할 수 있지요.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계가 있기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거예요. 이러한 심리를 잘 아는 홈쇼핑 쇼호스트들은 방송 말미에 확실한 클로징 멘트를 던집니다. ‘한정 수량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가 그것입니다. 한정판 마케팅은 수량이나 기간을 한정하여 상품의 희소성을 높이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에 우리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곤 합니다.

 

 

▣ 특별하고 싶은 나, 한정판을 만나다

 

 

 

이 한정판 마케팅에 우리 내면의 심리가 포개어집니다. ‘나는 특별해’를 드러내고 싶은 심리이지요. 사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가 맞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배우자, 친구에게서 우리의 이 특별함에 대한 깊은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넘칠 만큼 ‘많이’ 말이에요. 마치 스폰지가 물을 흠뻑 머금어서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모습처럼 말이지요. 허나 요즘같이 살기 팍팍해진 시대에 각자의 존재가 충분히 집중 받고 주목받기가 어디 쉽나요. 다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기에도 정신 없어요. 우리의 마음엔 그만큼의 허기가 생기기 마련이고요. 누군가는 이를 지식으로 메우고,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으로, 멋진 옷으로 메웁니다. 이 허기에 지치고 지쳐 그 옛날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왕비는 그렇게 거울을 붙잡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갈구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점점 소멸되어 가는 이때, 정말 스페셜해 보이는 한정판 상품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네, 그렇습니다. 남보다 특별해지고 싶은 우리의 심리가 완벽하게 충족되는 것이지요. 갈수록 커지는 마음의 허기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메워지는 거예요. 마치 특효약인 셈이지요. 최근 인기 연예인과의 디자인 협업으로 20만원대의 한정판 운동화가 불티나게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는 나만의 아이템으로 ‘인싸’가 되는 특별함을 누릴 수 있고, 판매자는 특별함으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그야말로 쌍방에게 좋은 케미가 탄생한 것이지요.

 

 

▣ 소비 뒤에 숨어 있는 나의 아픈 마음

 

 

맞아요. 한정판이 주는 쏠쏠한 재미가 있어요. 특별해 보이는 한정판을 손에 쥔 순간, 현실에 없던 또 다른 내가 된 듯한 착각을 하게 되잖아요. 이때의 감정은 사실 매우 강력합니다. 내가 구입한 아이템 자체를 SNS에 올린 순간 그 물건이 마치 나의 자존심, 자존감인 양 착각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나아가 심리적인 부작용도 있습니다. 남들의 특별하고 화려한 모습과 내 현실이 대조될 때 무기력함을 경험하는 ‘카페인 우울증’이 대표적이지요.(카페인 우울증 :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로, 습관처럼 SNS를 보면서 타인의 일상이 부럽고 본인은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면서 우울함을 겪는 것.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평범한 나 자신에 대해 우울해지는 것입니다.

 

물론 가격 부담이 없는 선에서 연말연시 기분도 즐길 겸 시즌 한정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우리 삶에 신선한 재미를 줍니다. 다만 나의 기존의 소비패턴에 비해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면, 이때는 내면의 나에게 말을 걸어주어야 합니다. “ooo야, 너 요즘 괜찮니?, 마음도 괜찮니?”라고 말이지요. 누구나 바쁘게 살다 보면 마음에 스크래칭, 즉 심리적 연약함이 생기곤 하거든요. 성별이나 연령, 돈을 많이 버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관계없어요.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를 쇼핑의 특별함으로 덮어 버리게 되면 정작 보듬어 주어야 할 마음은 점차 더 병들고 아파지겠지요.

자, 이제 기나긴 겨울이 시작되겠네요.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기 위해 겹겹이 두꺼운 옷을 껴입을 테지요. 하지만 내 마음만큼은 꽁꽁 숨겨놓지 마세요. 그러면 어느 순간 폭발해서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왕비처럼 애먼 거울 탓만 하게 될지도 몰라요.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 같아 허기진 마음이 느껴지면 자신만의 행복지수 올리기 방법을 꼭 실행해 보세요. 마음도 챙기고 재미있는 시즌 한정판도 적절히 즐기는 뜻깊은 연말연시가 되길 바랍니다.

 
<행복지수를 올리기 위한 나만의 리스트 완성하기>
 

1.목욕하기 

2. 청소하기 

3. 좋아하는 책 사기 

4. 1일 만보 걷기 

5. 요가 

6. 음악듣기 

7. 헬스하기 

8. 인테리어 바꿔 보기 

9. 고장 난 물건 고치기 

10. 연극이나 콘서트 가기 

11. 충분히 자기 

12. 물 많이 마시기 

13. 그림 그리기 

14. 사진찍기 

15. 감사일기 쓰기 

16. 친구랑 통화하기 

17. 자녀의 어릴 적 사진 보기 

18. 여행하기 

19. ? 

20. ? 

 

 

 

 
※ 본 콘텐츠는 집필가의 의견으로, 삼성화재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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