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업을 원하십니까?
엉덩이는 몸의 중심에 위치하는 중요한 부위이지만 아무래도 뒷면에 있다 보니 가슴이나 어깨처럼 시선에 확 들어오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힙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힙 운동에 주력하는 사람은 남녀 모두 드물었다. 힙 부위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몸에 붙는 옷이 유행을 타면서라고 할 수 있는데, 타이트한 의상이 힙업을 강조해주면 몸매가 탄탄해 보일 뿐만 아니라 하체가 길어 보이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좀 한 사람에게 있어 엉덩이는 [운동 제대로 한 몸과 아닌 몸]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힙업’하면 여성만 생각하기 쉽지만, 서구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남성에게서 가장 섹시한 부위]를 꼽으라고 했을 때 어깨와 함께 1, 2위를 다투는 것이 탄탄한 엉덩이라는 걸 생각하면 남성들도 축 처진 엉덩이를 마냥 마음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온라인에는 수많은 엉짱 남녀들이 넘쳐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몸매가 좋으면서 엉덩이도 좋은 사람은 정말 보기 어렵다. 마른 여성들은 하이힐을 신거나 허리를 뒤로 잔뜩 꺾어 엉덩이가 올라간 것처럼 카메라 앵글을 조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히 마른 남성들은 십중팔구 엉덩이도 납작하다. 얄궂게도 차라리 약간 살집이 있는 사람들이 힙이 발달한 경우가 더 많다. 식스팩 복근보다 둥근 힙 보기가 더 힘들다. 엉덩이가 발달한 사람은 왜 이렇게 드문 것일까?
1. 일상에서 엉덩이 근육을 쓸 일이 얼마나 있을까?
▲ 엉덩이 부근의 근육
엉덩이 근육, 그중에서도 가장 큰 대둔근은 원래 네발짐승이 달릴 때 뒷다리를 뒤로 밀어내는 핵심 근육이다. 한마디로 몸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근육이다. 다큐멘터리 등에서 달아나던 얼룩말의 뒷발 차기에 포식자인 사자가 나뒹구는 대역전극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 여기에 벌린 다리를 모으는 기능도 수행한다.
인간의 대둔근은 이족보행으로 진화하면서 용도가 조금 달라졌다. 인간은 평상시 서 있을 때나 걸을 때의 역할 대부분을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이 수행한다. (그래서 인간은 나쁜 놈에게 뒤차기 할 것이 아니라 앞차기를 해야 한다) 대신 인간의 대둔근은 아래의 상황에서 역할을 한다.
1) 재래식 화장실 자세로 완전히 푹~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기
2) 두 발을 넓게 벌려 디딘 상태에서 일어나기
3) 전력으로 달리기
4) 암벽등반처럼 아주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
5) (태권도를 한다면) 뒤차기, 혹은 돌려차기
6) 골반 댄스(???)
이 중 본인이 일상에서 자주 하는 동작을 꼽아보자. 모르긴 몰라도 하나도 없을 공산이 크다. 좌식생활을 한다면 그나마 1번 정도인데, 이것도 앉았다가 [상체를 세운 상태를 내내 유지하고, 아무것도 짚지 않고]라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현실에서는 우리가 바닥에서 어떻게 일어나나 보자.
- 바닥을 짚고 일어나기: 이건 팔 동작
- 엉덩이부터 올린 후에 허리를 펴기: 이건 대퇴사두근의 동작
- 그것도 힘들면 손으로 무릎을 짚고: 팔과 대퇴사두근 모두의 동작
특히 나이 든 어르신이 일어날 때 이런 모습을 자주 본다. 이는 엉덩이 근육의 퇴화로 둔근이 제힘을 못 내기 때문. 힘을 못 내서 더 안 쓰고, 더 퇴화하는 악순환이 된다.
2. 걸을 때는 엉덩이를 안 쓰나요?
결론부터 적자면 ‘거의’ 안 쓴다. 믿기지 않으면 대둔근 방향으로 테이프를 붙여 놓고 걸어보자. 아마 거의 접히지도, 당겨지지도 않을 것이다. 걷기는 대퇴사두근으로 다리를 앞으로 뻗고, 체중을 앞으로 기울여 몸을 시계추처럼 이동한 후 다시 다음 발을 앞으로 내딛는 동작의 반복이다. 대퇴사두근과 종아리 근육이 이 움직임을 주도하고,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대둔근은 상체 중심을 잡는 보조역할이 고작이다.
인간의 대둔근은 몸의 큰 근육 중 덩치 대비로는 가장 게으르다. 걷기에도, 줄넘기에도, 다리를 조금 굽혔다 펴는 정도의 동작에도 별로 하는 일이 없다. 보조적으로 밸런스를 잡는 역할 정도는 하니 안 한다고 하면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큰 덩치에 비하면 ‘덩칫값 못 한다’는 소리 듣기 딱 좋은 녀석이다.
하는 일이 적으니 운동 없이 무작정 굶어 살을 뺐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걷기, 줄넘기 같은 가벼운 운동만 하거나, 운동에 조금만 소홀해도 바로 티가 나는 부분이 엉덩이다. 가슴은 불룩하지만 엉덩이는 밋밋한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3. 게으른 엉덩이 근육이 그렇게까지 큰 이유
하지만 엉덩이 근육이 아직까지 퇴화하지 않고 여전히 큼직하게(!) 남아있는 건 분명 이유가 있다. 두 가지의, 그것도 생존과 직결된 궁극의 임무 때문이다.
* 바닥에서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때
무거운 물건을 어떻게 들어 올리는지 생각해 보자. 허리를 앞으로 둥글게 굽힌 상태에서 들면 잘 안 들리는 건 둘째 치고 허리 다치기에 십상이다. 이때 주로 쓰는 건 등과 척추의 주변 근육들인데, 덩치 큰 엉덩이나 하체 근육에 비하면 한참 졸개들이니 당연하다.
그럼 자세를 바꿔보자.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상체를 최대한 세운 후 들어 올리면 쓰는 근육이 달라진다. 이때 허리는 돕기만 하고, 그동안 펑펑 놀던 엉덩이 근육과 강한 하체 근육이 등장해 자신의 체중을 능가하는 엄청난 무게까지 감당하게 된다.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는 [스모 데드리프트]가 이 동작에 해당한다.
* 전력 달리기
학창시절 100미터 달리기처럼 기를 쓰고 달리는 전력달리기에서 추진력을 내는 힘이 뒤차기다. 당연히 둔근과 허벅지 뒤쪽의 햄스트링이 주가 된다. 걷거나 천천히 달릴 때는 이와 메커니즘이 달라서 허벅지 앞쪽과 종아리를 많이 쓴다. 채집 수렵민이었던 먼 조상들이라면 몰라도 현대인이 뒤차기로 사자를 걷어찰 일은 생기지 않을 테지만 최소한 밤길에서 강도를 만났을 때, 밤늦게 막차를 타야 할 때 전력으로 뛸 수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둔근이 여전히 중요하다.
4. 엉덩이를 단련하는 운동을 찾아보자.
엉덩이를 단련하는, 소위 힙업 운동을 찾자면 이미 앞에서 답을 절반은 알려준 셈이다. 지금부터 적을 내용은 엉덩이가 많이 관여하는 전신 운동이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몸 전반의 균형적인 발달을 원한다면 이런 운동 위주로 엉덩이를 단련하자. 굳이 헬스장을 가지 않아도 야외 운동장이나, 가정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운동들로 뽑아 봤다.
▲ 덤벨 스모 데드리프트
1) 발 간격을 넓게 둔 데드리프트(일명 스모 데드리프트), 스쿼트, 런지
데드리프트와 스쿼트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특히 데드리프트는 엉덩이 운동에서는 단연 톱이다. 여기서 엉덩이에 좀 더 중심을 두려면 두 발의 간격을 위의 그림처럼 넓게 디디고 다리 사이로 중량을 들어 올리는 스모 데드리프트가 유리하다. 맨몸으로 하기보다는 중량을 조금이라도 더하는 게 낫다. 케틀벨이나 덤벨(아령)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벽돌, 물이 가득 든 주전자, 솥이나 책 한 무더기 등 무거운 물건이라면 아무것이나 들고 해도 무방하다. 이때 허리는 곧게 펴고, 상체는 최대한 세운 상태를 유지한다. 이 자세에서 몸이 내는 힘은 생각 외로 크므로, 꽤 무거운 것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2) 전력 달리기
유산소 운동을 하며 중간중간 100미터쯤 힘껏 뛰어 주면 된다. 인터벌 트레이닝의 효과로 살을 빼는 데도 도움이 되므로 일거양득.
▲ 킥백(뒤차기)
3) 킥백(뒤차기)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쉬운 엉덩이 운동이다. 엎드린 상태, 혹은 서서 무언가를 붙든 후, 다리를 뒤로 최대한 올려준다. 허리가 좋지 않거나 무리해서 너무 뒤로 쳐들면 허리에 과신전이 일어나(허리의 S라인이 너무 과해져서) 통증이 올 수도 있으니 뒤로 무리해서 높이 쳐들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다리를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로 든 상태로 엉덩이에 힘을 주고 1초간 버틴 후 내리는 편이 유용하다. 무릎을 굽히지 않고 곧게 뻗고 하거나, 발목에 모래주머니 등을 매달아 강도를 높일 수도 있다.
위의 스모 데드리프트가 둔근의 ‘다리를 모으는 기능’에 주력하는 것이라면 이 운동은 뒤로 차는 것에 주력한 동작이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좋다.
▲ 케틀벨 스윙
4) 케틀벨 스윙
엉덩이뿐만 아니라 등과 허리 등 전신을 단련하면서 동시에 달리기에 육박할 만큼 많은 열량을 소모하는 좋은 운동이다. 엉덩이를 빼 케틀벨을 다리 사이로 넣은 후, 엉덩이의 탄력으로 케틀벨을 힘차게 앞으로 스윙을 해 올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스쿼트처럼 무릎을 굽혔다 펴거나 팔로 들어 올려서는 안 되며, 엉덩이가 주된 힘을 내는 게 핵심이다. 허리가 말리면 다칠 수도 있으니 주의한다. 가벼운 중량으로 오랫동안 연속으로 여러 횟수를 하기보다는 약간 묵직하다 싶은 중량을 택해 세트당 10~20회 이내로, 대신 30초 정도의 짧은 휴식을 두고 끊어서 실시하는 편이 근력 단련이나 체력 향상 모두에 유리하다.
* 일러스트: 박초은 (bakchoo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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