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아빠, 스티브 잡스의 아빠
빌 게이츠가 컴퓨터와 마주한 시기는 우리 기준으로 중학생 무렵이었다.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게이츠는 밤새 컴퓨터만 다루며 공부를 소홀히 했다고 한다. 이때 그의 아빠는 강압적으로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대신 주간 복습 계획표, 주간 식사 계획표 등을 짜 아들이 계획적인 생활을 하도록 했다. 하나에 몰입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의 단점을 아빠가 보완해준 것이다. 그때의 영향 때문일까. 빌 게이츠는 지금도 일할 때든, 쉴 때든 시간 낭비를 하기 싫어한다.
빌 게이츠의 아빠는 아들이 미국의 명문대학인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설립했을 때도 아들의 결정을 존중했다. 빌 게이츠가 자신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자신의 아빠’를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빠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독서광이 될 수 있었으며, 그것이 진로를 결정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머리는 좋지만 기질이 산만하고 까다로웠다. 초등학교 내내 공부는 바닥이었으며, 그의 양부모는 아들의 돌발행동으로 늘 학교에 불려다녀야 했다. 한번은 교사가 ‘아이가 공부에 너무나 흥미가 없다’라며 부모 면담을 신청했다. 면담에서 돌아온 그의 아빠는 잡스에게 ‘공부에 호기심을 갖지 못한 것은 바보 같은 내용만 달달 외우게 하는 학교의 책임이지, 너의 책임이 아니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의 아빠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전자회로에 많은 관심을 보이자 함께 중고 부품상을 돌아다니며 아들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구해주었다고 한다. 잡스는 자동차 수리 공구가 가득한 아빠 차고에서 부수고 조립하는 일을 계속하였다. 라디오와 전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부모는 이웃에 사는 엔지니어에게 어린 잡스를 데려가 마이크와 스피커가 작동하는 원리 등 전자공학의 기초를 배우게 했다.
결국, 그가 놀라운 성공을 할 수 있었던 건 어린 시절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부모에게 그것에 대한 인정을 받았으며, 그 방향을 향해서 열심히 달려갔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개념으로,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을 말한다.
MIT 공과대학 매카피 교수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소득 전문직종이 수행하는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거라고 한다. 지금 자녀를 고소득 전문직으로 만들기 위해 부모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더라도 자녀가 취업할 무렵이면 그들의 일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므로 취업률이 더욱 낮아지고 배운 것을 활용할 일 또한 적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매카피 교수는 고소득 전문직종보다 감정노동과 잡무가 많은 직업의 영속성이 더 길 거라 전망했다. 인간미와 감정노동이 필요한 서비스 분야, 독창성과 신체적 극복이 중요한 예체능, 손은 많이 가지만 수익성은 적은 농업과 공예 분야 등이 인공지능으로부터 가장 늦게 대체될 직업군이라는 의미이다.
이제는 대학에 진학해 지식을 쌓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발견, 숙련하여 그 분야의 고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취미를 개발하고 문화 예술과 여행을 즐기면서 자신의 취미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이때의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길이다.
▶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
1) 정보 활용 능력
전편에서 아빠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어떤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 이야기했다. 하지만 자녀의 성장에 따라 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자녀들이 성장할수록 그림책이 아닌 디지털 기기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코딩 교육으로 돌려보는 건 어떨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부분의 일이 컴퓨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코딩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일반적으로 코딩은 연산과 같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좌뇌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이들이 익혀야 할 코딩은 코드를 만지는 기술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를 돕는 언어이다. 유아의 경우에도 설명서에 적힌대로 블록을 차례대로 조립하는 과정에서 논리력과 사고력, 문제 해결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여기서 아빠가 나설 차례다. 아빠들은 두정엽이 발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걸 좋아하며 시공간적인 감각이 뛰어나다. 따라서 블록이나, 로봇, 미로찾기, 보드게임, 디지털기기의 각종 앱 등 다양한 방식의 코딩을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
2) 창의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아이들은 인공지능이나 로봇과 경쟁해서 이겨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의욕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고도의 기술에 도전하며, 역경을 넘어서는 끈기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획일화된 교육보다는 많은 체험과 다양한 친구들과 만남,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키워주는 멘토와의 소통이 더 필요하다. 또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오감을 자극하는 자연 친화 교육과 아이의 영재성을 찾아주는 예체능 교육을 결합하고, 발명과 디자인과 창업을 일찍부터 경험하게 하는 창의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아빠는 엄마에 비하여 신체놀이를 많이 하고 자연체험이나 도구사용에 있어서도 적극적이므로, 각종 매체를 활용한 간접경험이 아닌 도제식의 직접적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 아이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게 좋다.
3) 직관력
숙련된 소방수는 불이 나는 건물에서 누구를 어떤 순서로 구출할지 즉석에서 판단한다. 노련한 양궁선수는 바람 등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표적 중앙을 맞힌다. 이들은 물질과 사람의 내면과 소통하며 환경과 공간의 상황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일명 ‘동물적 감각’이다. 다른 말로 ‘직관력’이라고도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감각’, 다시 말해 ‘직관력’이다. 자기만의 특기를 살리거나 자기만의 생각을 키우고 몰입하여 해당 분야의 고수로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깊이 있는 직관력이 키워진다.
인간이 인공지능으로부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감각’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딥러닝을 하고, 정교하게 신체를 조작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문제 해결력까지 갖춘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특히 하워드 가드너가 말한 다중지능 중 ‘논리 수학 지능’과 ‘언어 지능’은 인공지능이 가장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인공지능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언어화와 수치화가 힘든 감각을 키워 정서 지능이 높고 경험과 무의식적 기억이 발달한 인재로 자라야 한다.
시공간 감각은 창의력과 직관력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아이의 뇌는 7세 이전까지 우뇌가 발달하여 시공간 감각이 급속하게 발달한다. 영유아 아이들에게 한글 떼기나 알파벳 익히기처럼 글자를 익히기보다는 그림이나 블록 놀이가 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자연체험을 중요시하고 손수건으로 인형을 만들어서 노는 것도 시공간 감각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빠와의 신체놀이나 자연체험은 직관력을 효과적으로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4) 콜라보레이션 능력
아이가 성장해서 직장인이 되면 콜라보레이션 능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한 사회라 하더라도 동료와의 협업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아이의 경우 집단 지성 역시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당 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빠와 함께 블록 놀이를 즐기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레 협동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감정조절이나 남을 배려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게 되므로 사회성 또한 커지게 된다. 아빠는 팀 활동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팀 정신을 잘 알고 협력하는 방법도 경험하여 왔다. 아빠가 이러한 경험을 살려 아이와 함께 공동프로젝트를 세우고 협력하는 역할 놀이를 진행하면 아이의 콜라보레이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융통성과 숲을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상상력은 아빠와 함께 하는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아빠와 함께 세상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여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고, 이 과정에서 올 수 있는 갈등을 풀어나가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아이의 콜라보레이션 역량은 쑥쑥 확장될 것이다.
혼자서 공부하여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각자의 역량을 한데 모아서 인류에 공헌하는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아빠와 아이가 캠핑이나 과학 프로젝트 수행 등 다양한 놀이와 과제를 함께 수행하다 보면, 머지않아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필수 과제인 ‘협업’과 ‘집단지성’에 익숙한 꿈나무가 탄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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