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권다현이 추천하는

전국 장터 여행


시장은 언제나 흥미로운 여행지다. 유적지나 박물관이 그 도시의 지나간 시간들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면, 시장은 그네들의 평범한 일상과 꾸미지 않은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최근에는 지역 젊은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참신한 개성을 덧입은 전통시장들이 등장하며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다. 그래서 여기, 따스한 봄날에 떠나기 좋은 전국의 개성 넘치는 시장들을 모아보았다.



▶ ‘시장뷔페’를 아시나요? 서울 통인시장

 


경복궁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고 하여 이름 붙은 서촌은 서울의 아기자기한 옛 골목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몇 안되는 동네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부터 이곳 서촌 한편에 자리잡은 통인시장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도 오랜 세월 지역 주민들의 생활 가장 가까이에 자리한 전통시장이었다. 비교적 도심과 근접한 시장이다 보니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나 반찬가게가 주를 이루는 이곳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소한 부침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특히 커다란 솥뚜껑 위에서 볶아내는 독특한 식감의 기름떡볶이는 통인시장의 오랜 명물로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통인시장 2층에 ‘도시락카페’란 독특한 공간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엽전을 구입하면 시장에서 팔고 있는 갖가지 반찬과 먹거리를 500원 단위로 도시락에 담을 수 있다. 이렇게 입맛에 따라 음식들을 골라 담은 도시락은 카페에서 밥과 국을 구입해 한끼 식사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전국 최초로 시도한 이 기발한 시스템은 일명 ‘시장뷔페’로 불리며 근처 직장인들은 물론 젊은 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입소문을 들은 외국인 여행자들까지 일부러 찾아올 만큼 서촌의 새로운 명소로 관심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통인시장 주변으로 작은 공방과 아트숍, 소규모 갤러리들이 속속 들어서며 볼거리를 더하고 있어 가벼운 봄나들이 장소로 그만이다.    


▷ info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 02-722-0911     



▶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

 


전주를 대표하는 여행지인 한옥마을과 도로 하나를 마주 보고 자리한 남부시장은 전주성 남문 바깥에서 열리는 시장이라 하여 본래 남문장으로 불렸다. 서문장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오일장으로 번성했던 남문장은 해방 이후 현대적인 시설까지 갖추며 일년에 수백만명이 찾아오는 상설시장으로 번창했다. 그러나 다른 전통시장들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점차 쇠퇴기에 접어든 이곳은 100년 역사가 무색할 만큼 낡고 한적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특히 접근성이 떨어지는 2층 상가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떠나면서 텅 빈 가게와 각종 비품, 쓰레기 등이 뒤섞인 을씨년스러운 공간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창업을 고민 중이던 지역의 젊은이들이 바로 이곳에 주목했다. 인기여행지인 한옥마을과 인접할 뿐 아니라 임대료도 저렴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난 2011년, 남부시장 2층에 '청년몰'이란 이름의 흥미로운 공간이 문을 열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재치 넘치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곳에선 젊은 예술가들이 직접 디자인하거나 제작한 핸드메이드 제품이라든지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 등 일반적인 전통시장들에서 보기 어려운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이는 기존 상인들과의 경쟁 대신 조화와 상생을 선택한 결과다. 덕분에 남부시장은 청년몰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조용했던 시장도 전국에서 찾아온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활기 넘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을 이용해 야시장도 열리고, 매월 넷째주 목요일에는 청년몰 라운지에서 지역 뮤지션들의 공연도 펼쳐진다.   


▷ info :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3 남부시장 2층, 063-288-1344



▶ 먹다가 지쳐 쓰러질 이름, 대구 서문시장

 


조선시대 3대 시장의 하나로 꼽힐 만큼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대구 서문시장은 대구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자 주말이면 무려 10만여명의 시민들이 찾을 만큼 일년 내내 활기가 넘치는 공간이다. 그도 그럴 것이 9개 지구 5천여개에 이르는 상점에서 각종 원단과 의류, 채소와 건어물 등 없는 물건을 찾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어 오히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보다 선택권이 넓다. 여기에 최근에는 야시장의 인기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저녁 7시가 되면 건어물 상가가 자리한 2지구에서 새로운 시장이 문을 연다. 낮 동안의 북적거림과는 또 다른 야시장만의 활기와 갖가지 음식이 눈과 입을 사로잡는 이곳엔 80개 팀의 청년 셀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감자튀김과 스테이크, 막창 등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는데 서로 경쟁을 피하기 위해 메뉴를 다양화하고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레시피를 선보이고 있어 입맛대로 하나씩 맛만 보아도 하루 저녁이 부족할 지경이다. 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마이크와 스트리트댄스, 버스킹 공연도 자유롭게 이뤄져 야시장이 문을 닫는 자정까지 그야말로 불야성을 이룬다.


▷ info : 대구 중구 큰장로26길 45, 053-256-6341



▶ 살아 움직이는 생활사 박물관, 제주 민속오일시장

 


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자리한 민속오일시장은 매 2, 7일에 열리는 제주에서 가장 큰 오일시장이다. 2만여 평의 부지에 점포 수만 1,000개에 이르다 보니 취급하는 품목도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여기에 갖가지 농기구를 벼리는 대장간부터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가축시장, ‘뻥’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추억의 뻥튀기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추억의 만물시장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대장간은 도시의 시장에선 만나기 어려운 볼거리다. 때문에 가게 한편에서 불꽃을 튀기며 쇠를 다듬는 젊은 대장장이의 모습은 낯설기까지 하다. 기계로 뽑아낸 기구들에 비하면 조금 투박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대장장이의 정성과 손길이 그대로 느껴져 찾는 이들이 많다.

  



제주에서 열리는 오일시장 중 유일하게 이곳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장터가 있으니 바로 ‘할머니장터’다. 예부터 제주 여인들은 생활력뿐 아니라 자립심 또한 남달라서 나이가 들어도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의지하기보단 조금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돈을 벌고 살림을 꾸렸다. 때문에 어느 장터를 가든 백발성성한 할머니들이 이른 새벽부터 자리를 잡고 앉아 나물이나 채소 따위를 파는 모습은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민속오일시장에선 아예 이 같은 제주의 어머니들을 위해 자릿세도 받지 않고 공간을 내어줬다. 이곳에서 파는 것들이란 대부분 텃밭에서 키웠음 직한 고추와 호박, 가지, 부추 같은 소박한 채소들에 봄이나 가을엔 산과 들에서 캔 갖가지 나물과 말린 고사리, 버섯 등이 추가된다. 제주의 자연과 제주 여인의 삶이 오롯이 담긴 공간인 만큼 이곳에서 만큼은 흥정 없이 제 값 주고 장을 보아도 마음은 오히려 넉넉해진다.


▷ info :  제주 제주시 오일장서길 26, 064-743-5985



* 여행작가 권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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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7.04.24 1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여기서 추천해 준 시장들 서문시장 말고는 가보긴 했네요. 그래도 이렇게 구석구석 보진 못해서..또 가보고 싶습니다.

  2. 춤추는 청도 부야한의원 2017.04.24 2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얼마전 서문시장 야시장을 다녀왔는데 입이 즐거운 곳이더군요^^

안녕하세요, 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오지라퍼입니다.

오지라퍼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을 묻는다면 전 당당히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뷔페집이요!!"

왜냐?? 다양하게 골라먹는 재미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시장이 있다고 하네요. 그것도 엽전으로 반찬을 살 수 있다고요?

이게 당췌 무슨 소리인가 싶죠.. 지금 당장 '통인시장'으로 가 보시죠!!

 

 

요즘 재래시장의 특징이죠. 비가 올 때도 눈이 올 때도 바람이 불 때도 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렇게~ 지붕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비 오는 오늘같은 날 방문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답니다. ^^

 

입구에서 특이한 걸 발견했어요.

'통인시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따뜻한 메시지가 여기저기 새겨져 있었는데요.

이걸 살포시 즈려 밟고 들어갑니다. 역시...... 시장답게 시작부터 사람 냄새 물씬~ 풍기고 정겹네요.

 


 


 

 

오지라퍼의 목표인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를 찾아가려면 시장 안쪽까지 쭉~ 들어가야 합니다.

시장은 일자로 되어 있으니까 헤매진 않으실 거예요.

 

시장 구석구석마다 보이는 푯말입니다. 

 

시장 골목 가운데 떡하니 서 있는 '고객만족센터' 입니다.

이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요,

 

이렇게 작은 카페가 있습니다. 자.. 그럼 이 카페를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살펴 볼게요.

 

 

첫째. 1개당 500원인 엽전을 10개 구입합니다. 그럼..총 5,000원인거죠?

둘째. 도시락 카페 가맹점에서 엽전과 음식을 교환합니다.

셋째. 도시락 카페에서 밥과 국을 '엽전 2개'로 산 후 식사합니다.

참고. 도시락 카페 운영시간 : 월요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

한마디로 5,000원으로 즐기는 시장 카페테리아인 거죠.

 

5,000원을 주니 엽전 10냥과 이렇게 도시락 박스를 줍니다.

 

엽전으로 음식을 산다. 참 재밌는 아이디어죠.

자~ 지금부터 통인시장 '엽전 맛' 좀 볼까요?

 

시장 구석 구석에서 눈 도장 찍었던 푯말 기억 나시죠?

 

바로 이거 말입니다.  가맹점 가입 푯말이 있는 집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르기만 하며 되는 건데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쓰윽~ 손이 싸악~

하지만 초반에 너무 지르면 금새 엽전이 뚝.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발견한 맛난 반찬에 땅을 칠 수 있다는 거... 오지라퍼는 그랬거든요. ㅠㅜ (물론 엽전 1개 값인 500원을 주고 살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시장 상인들이 그날 즉석에서 만든 것이라 믿을 수 있다는 건데요.

 

통인시장에서 '엽전 한 닢'의 힘은 대단한데요. ^^

 

오지라퍼,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 TIP을 드리면요,

일.  한 바퀴 천천히 돌아 본 후 산다.

둘.  일행이 있으면 한 사람 먼저 다 산 후 나머지 부족한 부분을 산다. (같이 먹는지라)

셋.  시장 인심 통하니 애교 작전으로 조금 더 득템한다.

 

오지라퍼가 고른 반찬 한 번 구경 해 보실래요?

 

오지라퍼 첫 번째 선택은 시장표 말랑 말랑 떡볶이 입니다. 쓰압! 지금 봐도 군침이....

 

그리고 연이어..

 

매콤달콤한 닭강정까지 추가했습니다.

 

점심시간이 훨~ 지났고 또 비가 왔는데도 '도시락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상인들 말로 토요일엔 정말 줄을 선답니다.

 

참!! 참고로 일요일엔 쉽니다. 일요일에 가서 헛발걸음 하지 마세요!!

 


빈 도시락이 가득가득 찼습니다. 이렇게 모두 3,000원입니다.

어디가서 3,000원 도시락을 이렇게 사겠습니까?!

게다가.. 보이시죠 두부와 연근은 덤으로 넣어 주셨어요. (물론 한 집에서 다 사서 그런 것 같지만..)

두부 한 모, 연근 두 개 별 거 아니라지만 기분은 푸짐하게 받은 것 같네요.

 

카페로 다시 돌아 와, 밥과 국을 각각 엽전 두냥으로 산 다음,

자리에 착석!!!

 

이제 먹기만 하면 됩니다.

 

헤헤헤.. 푸짐해 보이죠?

이거 뚜껑만 닫아서 포장도 되는데요.  요즘 봄날이라서 그런가? 도시락 포장하시는 분도 많답니다.

오지라퍼 간 날에도 여성 한 분이 도시락 5개를 포장해서 가져 가시더라고요.

 

재밌고 배부르고 기분 좋은~ 식도락 여행이었어요.

'통인시장'이 오지라퍼 집에서 가까웠다면 매일 매일 이용했을텐데... 아쉽더라고요.

 

토요일 점심 때 한번 찾아가보세요. 이색적인 식도락 봄나들이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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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구혜 2013.05.30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재미있는 먹거리~

  2. 최수지 2014.05.05 2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기당한느낌...다시는가고싶지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