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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 기자의 보험 칼럼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실손보험의 변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과 급여 항목 중에서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전 국민의 65%가량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이 실손보험에 여러 개 가입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중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 곳의 보험사 상품에 가입했다면 두 회사에서 절반씩 보험금을 받는다. 그런데도 중복으로 가입했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보험 무식자이거나 아니면 많이 소심하거나. 


이 소심 카테고리에 속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다. 명색이 보험 담당 기자인 나도 실손보험 중복가입자다. 이를 공개할 수 있는 건 나와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최소한 118만 명이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회사 등에서 가입한 단체실손보험과 개인실손보험 중복 가입자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428만 명)의 25%나 된다.

 



이런 일이 빚어진 것은 현재의 보험 제도가 촘촘하지 못한 탓이다. 회사의 단체실손은 퇴직을 하는 순간 나와는 무관한 것이 된다. 그때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 맞다.


하지만 인생에는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회사를 관두고 실손에 가입하려고 할 때 나이가 들거나 그동안의 병력으로 인해 개인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당할 수 있다. 무보험 상태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중대 질병이라도 걸리면 의료비 부담은 노후의 심각한 복병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그동안 소심한 나와 같은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불필요한 보험료를 부담하면서도 실손 중복가입을 택했다. 단체 실손만을 유지할 경우 퇴직 후 ‘무보험’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제도의 미비로 인한 보험의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나왔다. 올 하반기부터 단체실손보험 가입자가 은퇴하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이를 개인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개인 실손보험을 가지고 있다면 보험료 납입ㆍ보장 중지제도를 택해 불필요한 보험료 부담을 줄이면서 기존의 보험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애에서는 곤란한 ‘양다리 전략’이 가능해졌다.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당국과 업계의 시도 중 하나다.


뿐만 아니다. 보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은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4월 출시된 유병자 실손보험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 등을 앓는 사람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높았던 보험 가입의 문턱을 낮추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소비자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출시 열흘 만에 전체 판매건수가 2만1564건을 기록했다.


아쉬운 점은 유병자 실손보험의 판매와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은 보험사다. 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금융 당국이 밀어붙인 유병자 실손보험은 가입자의 발병률이 높은 탓에 위험률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품인 만큼 새로운 제도의 추진에 속도가 붙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선된 제도의 도입을 통해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첫걸음은 뗐다. 필요한 건 제도의 정착이다. 소비자의 호응과 관심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정책 당국의 의지와 보험사의 적극적인 참여다. 단순히 구호로만 그치는 선심성 혹은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그 혜택을 소비자가 누릴 있도록 해야 한다. 



글쓴이: 중앙일보 경제부 하현옥 기자. 은행과 보험 등 생활에 밀착한 금융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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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칼럼니스트의 자동차 칼럼

<전기차를 향한 현실적 발걸음, 하이브리드>



요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심상치 않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Kona Electric)은 사전 예약한 지 닷새 만에 무려 10,000명의 예약자가 몰렸고, 쉐보레 볼트 EV(Bolt EV)도 올해 생산량을 늘렸지만 단숨에 동이 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오백만 원이 넘는 전기차 보조금이 없었다면 이렇게 잘 팔렸을까요? 두 모델 모두 소형차치고는 매우 비싼 소비자 가격인 4500만 원 전후로 출시되었지만, 생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에 돌아가는 중간이윤은 의외로 크지 않습니다. 높은 출고가와 낮은 생산 중간이윤 탓에 전기차는 소비자들이나 자동차 회사 모두에게 아직은 ‘대세’라 하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이러한 고민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자동차 시장에 등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 기관 자동차와 순수 전기차 사이에 틈새를 메우는 절충안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역사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Lohner-Porsche의 ‘Mixte’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것처럼 하이브리드 자동차 또한 매우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한계점인 배터리를 보완하기 위해 엔진으로 발전기를 작동시켜서 연료를 해결하는, 이른바 직렬형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1889년, 미국의 ‘윌리엄 패튼(William H. Patton)’은 최초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여 시가전차와 기차에 적용했고, 그 명맥은 1900년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 박사가 제작한 ‘믹스테(Mixte)’라는 하이브리드 사륜구동 자동차로 이어집니다. 


이후 잠시 전기차의 명맥이 끊기고 엔진이 자동차의 심장을 독점했던 것처럼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동발 석유 파동이 터지며 더욱 효율적인 동력 기관이 요구되었고, 그 가운데 하나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여러 브랜드의 실험적 모델들을 거친 뒤 1997년 일본 시장에 ‘토요타 프리우스(TOYOTA Prius)’가 등장하며 현대적 개념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오랜 세월과 기술적 발전만큼이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그 종류를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은 ①전기가 자동차의 구동 장치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지, ②구동 방식은 무엇인지, ③배터리를 어떻게 충전하는지에 따라 나눌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BMW의 ISG 버튼. 이 버튼이 있는 차는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일 확률이 매우 높다


‘마이크로 하이브리드(Micro Hybrid)’는 전기의 힘이 직접 바퀴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종류 중 전기가 담당하는 일이 가장 낮습니다. 따라서 제조사에서 부담하는 원가도 약 50만 원 미만에 불과해 기존 내연 기관 자동차 모델에 적용하기 쉽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차량의 속도를 줄일 때 발전기를 움직이는 부담을 줄이는 ‘회생 제동(Regenerative Braking)’은 내연 기관 엔진의 힘 일부를 전기에서 나오는 힘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마이크로 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이 기능은 차량이 일시 정지하면 엔진을 끄는 ‘스타트 스톱’이나 ‘ISG(Idling Stop & Go)’ 등 자동차 제조사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마일드 하이브리드


▲메르세데스 벤츠 M256 엔진. 출처 – 메르세데스 벤츠


‘마일드 하이브리드(Mild Hybrid)’는 바퀴를 움직이는 데 전기 모터가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입니다. 대표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48V 시스템은 지금까지 엔진을 통해 작동하던 거의 모든 장치, 즉 냉각수 펌프, 오일펌프, 에어컨 컴프레서, 그리고 ‘슈퍼차저(Supercharger)’ 등을 모두 전기로 구동합니다. 즉, 엔진이 부수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바퀴를 굴리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초기부터 48V 시스템에 맞춰 개발한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의 직렬 6기통 M256 엔진은 전기 모터가 작동시키기 때문에 엔진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습니다. 일반 엔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벨트 구동부가 아예 없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여기에 적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바퀴를 굴리기 위한 별도의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대신, 회생 제동 시에 발전기로 사용하는 발전기를 반대로 구동력을 보조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명 ‘모터-제너레이터’로 활용됩니다.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비 30%의 에너지로 70%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시스템입니다.



▶하이브리드 그 자체, 풀 하이브리드!

▲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명사, ‘토요타 프리우스(TOYOTA Prius)’


우리가 보통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말하는 종류는 전기 모터가 바퀴를 움직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풀 하이브리드(Full Hybrid)’입니다. 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을 끄고 전기 모터만으로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데다 주행 속도가 낮고 출발과 정지가 잦은 시내에서는 저속 토크가 큰 모터를 사용하며 순수 전기차처럼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약 2kWh 전후의 작은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 모드로만 주행할 때의 속력과 거리는 장거리 운전 상황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대용량 배터리와 고출력 모터를 장착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 회생 제동만으로는 배터리를 넉넉하게 충전하기가 어렵습니다. 모터의 출력과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고 전기차처럼 외부에서 충전할 수 있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등장은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는 단비로 다가왔습니다.


엔진과 모터가 모두 바퀴를 굴리는 데에 직접 관여하는 방식은 대부분 병렬형 하이브리드입니다. 이와 대조되는 방식은 엔진은 전기를 만들고 모터가 구동을 책임지는 직렬형입니다. 이 두 가지 방식을 혼합된 직병렬 방식도 존재하는데,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동력장치의 효율과 주행의 질감이 향상되고 전기 모드에서는 진동과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며 승차감이 우수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설계 시스템의 복잡함과 높은 원가 덕에 보급률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엔진과 전기 모터가 각자 또는 함께 차량을 구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기어와 클러치로 구성되는 복잡한 변속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술 개발로 배터리의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풀 하이브리드 방식의 가격 인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러한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겠지만요.



▶궁극의 하이브리드, ‘EREV’


▲ 대표적인 EREV, 닛산 노트 e-파워


순수 전기차로 가기 전에 한 단계의 하이브리드 방식이 더 있습니다.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 혹은 ‘시리얼 하이브리드’라고 이름 붙은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입니다. 구조적으로 바퀴를 굴리는 것은 전기 모터가 담당하고 엔진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을 맡는 형태의 순수 전기차라고 볼 수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이 방식을 사용하는 차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방식을 채용하는 차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닛산(Nissan)’ 노트 e-파워 모델과 같이 풀 하이브리드 수준의 작은 배터리를 사용하여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실용적인 모델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가격이 낮아지면 도로를 달리는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전기차로 가는 가교로 자리 잡은 하이브리드! 향후 모든 차량의 기본 옵션으로 될 가능성이 높은 마이크로 하이브리드부터 전기차의 제한을 넘어서는 EREV까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영역은 매우 넓습니다. 차량 구매를 계획한 분이라면 꼭 한 번 고민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 본 콘텐츠는 집필가의 의견으로, 삼성화재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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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하루하루 참고 이겨내야 하는 일들이 참 많죠? 그러나 가끔은 이렇게 묵묵히 버티는 것이 맞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일까요?







  지난 연말 종영된 드라마, <미생>은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긴 여운을 남겼습니다. 극 중,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다'란 대사 기억하시나요? 삶의 긴 여정에서 그저 버티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죠. 그러나 실은 '그저 버틴다'고 표현하기엔, 그 과정이 매우 치열해서 숙연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버티는 데는 굉장한 힘이 필요하며, 역으로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 될 수 밖에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도 유명한 다르덴 형제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버티기'의 과정을 현실감있게 보여 줍니다. 우울증 치료 후 복직을 준비하고 있던 산드라는 갑작스런 동료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회사가 산드라의 복직과 보너스를 두고 투표를 했고 절반 이상의 직원이 보너스를 선택했다는 내용이었죠. 하루 아침에 실직하게 된 그녀는 절망에 빠져 무기력해집니다. 그러나 그녀를 달래는 남편과 친한 동료의 도움으로 재투표를 추진하고, 직원들을 만나 설득에 나섭니다. 우울증 치료가 끝나가던 그녀는 다시금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되고 여러 번 좌절하지만, 위기의 순간을 넘겨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우울증은 감기와도 같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되었죠. 여전히 정신과 치료와 심리상담을 꺼려하는 분위기이지만 우울증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하였습니다. 우울증에 약물복용과 더불어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법은 '인지치료'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건 때문에 우울하거나 불안한 것 같지만, 문제는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출근길에 만난 상사가 인사를 받지 않았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순간 불안했다면, '내가 뭘 잘못했나?'란 생각이 스쳤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우울해졌다면 '내가 늘 그렇지.. 난 못난 인간이야'란 생각이 포함되었을 수 있죠. 만일, '상사가 날 못 봤나 보다'라고 해석했다면, 불안하거나 우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인지치료에서는 이렇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신념'들을 찾아내고 수정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합니다.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주인공 '산드라'는 여러 번 위기에 처합니다. 첫 번째로 사장을 만나 "과반수의 직원들이 보너스를 선택했다"란 말을 직접 들은 그녀는 크게 실망합니다. "난 존재하지 않는 거야. 아무 것도 아니야!"라며 울먹이는 그녀를 붙잡고 '마누'(남편)는 이야기하죠. "당신 여기 있잖아! 사랑해." 이 장면에서 산드라의 부정적인 신념은 성급한 일반화와 독심술의 오류에서 비롯됩니다. 과반수의 직원들이 보너스를 선택했다고 해서 모두가 그녀의 사정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 이전에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산드라를 위험한 상상에서 현재로 불러들인 마누는 재투표 전에 모든 동료를 한 명씩 만나 보도록 권합니다. 

 


  한 명 한 명의 동료를 만나는 장면들이 모두 인상적입니다. 쉽게 거절하는 사람이나 오랫동안 고민하는 친구나 하나같이 돌아서는 그녀를 불러 세웁니다. '미안해','너를 선택할게','다시 찾아와 줘' 혹은 '그렇다고 널 뽑을 것 같아?'라는 말이라 할지라도, 그녀를 그대로 보내지는 못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산드라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자신의 말 한마디로 부모 자식 간, 부부 간의 다툼을 목격한 산드라는 집에 돌아와 남은 약을 모두 삼키고 자리에 눕죠. 또다시 그녀의 자동적 신념이 작동합니다. '나는 가정 불화의 원인 된 쓸모없는 인간이야.', '내가 죽는 게 여러 사람을 위한 일이야'. 죽을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한 것은 바로 '희망'이었습니다. 남편의 강요로 보너스를 선택하기로 한 '안느'가 집을 나와 그녀의 싸움에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마누와 안느가 전하는 희망 앞에서 그녀의 절망은 힘을 잃습니다. 병원에서 응급 처치로 목숨을 구한 산드라는 묻거나 따지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 주는 남편에게 꼭 안깁니다. 자기를 진심으로 아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는 치료의 시점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그녀의 복직은 좌절됐지만, 많은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상대를 공감하게 되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너그러워집니다. 영화의 후반부, 계약직 직원을 자르고 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사장의 말에 당당하게 거절하는 모습은 감동적입니다. 마누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잘 싸웠지? 나 행복해!"라며 웃는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 보다 생기 넘치고 행복해 보입니다. 산드라의 힘겨운 여정은 자동적 신념을 수정하고 인지적인 개입을 통해 우울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치료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산드라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마누의 강인함과 스스로의 선택을 책임지려는 안느의 용기는 큰 몫을 합니다. 더불어 각자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픔을 공감한 동료들의 반응은 산드라가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동기가 됩니다. 


 


  오늘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계신가요? 화가 나거나 우울할 땐 잠시 멈춰 심호흡하고 '나의 어떤 생각이 현재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 살펴보세요. 우선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온 그 순간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때의 생각과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떠올려야 합니다. 나의 진심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여유를 찾고 객관적인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나아가 중요한 것은, 그 어느 누구도 혼자서 무작정 버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변화와 성장이 따라옵니다. 심리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하는 것처럼 말이죠.




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올 한해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번 주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후회하지 않아'를 통해 한 해를 되돌아 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 보세요! 

 

  2014년도 여지없이 저물어 갑니다. 돌아보면, 괜스레 애쓰며 힘을 뺀 적도 있었고 그저 담담히 걷다 보니 훌쩍 계절을 지나쳐버린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시간을 너그럽게 품으며, '그래 애썼다. 내년에도 화이팅!'...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어떤 날은 어느 한 장면에 꽂혀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대개는 현재의 불만으로 인해 과거를 왜곡시켜 바라보기도 하지만, 과거의 고통이 고스란히 이어져 후회와 자책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면, 일단 멈추고 돌아보아야 합니다. 


  

2007년 겨울, 시내의 작은 극장에서 <라 비 앙 로즈>란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다지 추운 날씨도 아니었는데 스크린 곳곳에 숨은 온기를 찾느라 분주했던 것 같고, 그 덕인지 영화의 후반부에는 몸과 마음이 뜨거워졌었죠. 겨울만 되면 이 영화가 그리운 이유입니다. '장밋빛 인생'을 뜻하는 '라 비 앙 로즈(La vie en Rose)'의 원제는 <La Mome>로, 프랑스의 가수 '에디트 삐아프(Edith Piaf)'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어린 소녀가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머니와 사창가에서 지내던 시절, 서커스 단을 나온 아버지와 거리를 헤매며 노래로 푼돈을 벌고, 술과 약물에 취한 나날들. 행운을 잡았다가 곧 놓쳐 버리는 안타까운 역사 속에서 우리는 참담한 기분마저 느끼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노래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그녀는, 그녀의 열정과 슬픔을 우리는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교차 편집을 통해 에디트 삐아프의 고통과 환희를 동시에 보여 줍니다. 누더기 옷차림에 방치된 소녀 에디트와 가수로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그녀를,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가수 에디트와 죽음을 앞 둔 외로운 그녀의 모습을 나란히 배치하여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듭니다. 이같은 영화적 기법을 통해 어쩌면 우리는, 슬픔에도 기쁨에도 충분히 머무를 수 없었던 그녀의 삶을 간접 체험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노래 뿐이었는지요. 

 

  자기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유아는 취약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대상(selfobject)'을 필요로 합니다. 이는 아이의 행동을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 반영해주고, 이상화된 가치를 제시하며 발달의 기회를 제공하는 대상을 말합니다. 성가신 물건처럼 이 곳 저 곳에 맡겨졌던 에디트는 누구 하나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여 주는 이 없이, '자기대상'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못한 채 어른이 됩니다. 그녀가 유일하게 관심을 받는 일은 노래를 하는 것뿐이었죠. 훗날 인터뷰에서 고백하는 것처럼, 노래하지 않는 삶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며 무대 위에 올라 조명이 켜질 때의 짜릿함은 그녀가 아기일 때부터 그토록 원하던, 그러나 한 번도 온전히 주어지지 않았던 누군가의 '관심'이었을 것입니다. 관객들의 시선에서 희망을 찾은 그녀는 무대 위의 커튼이 닫히는 그 순간부터 공허함을 견딜 수 없어 술과 약물에 의존하게 됩니다. 

 


  평소 성공이나 성취에 대한 압박이 큰 사람은, 이와 비슷한 구조일 수 있습니다. 칭찬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어떤 결과물을 끊임없이 내야하고, 그렇지 못할 때 심한 무력감에 빠집니다. 스스로 만족하거나 위로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확인을 받고 싶어 합니다. 소수의 부정적 평가에 매달려 괴로워하고 있다면, 술이나 쇼핑, 관계 등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다면 내 안에 상처받아 웅크리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 말을 걸어 보세요. '누군가가 필요했던 그 시절, 너 참 많이 외로웠겠구나.' 라고 말입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죽기 직전의 에디트 삐아프는 충격적인 고백을 합니다. 아이가 있었다고 말이죠. '마르셀'이라는 아이의 이름을 외치며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거리에서, 술집에서 방탕하게 살던 젊은 시절, 그녀는 여자 아이를 낳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보았던 어린 소녀 에디트처럼 작고 귀여운, 어딘가 슬픔에 잠긴 듯한 아이, '마르셀'은 뇌수막염으로 죽게 됩니다. 제대로 먹이지도 보호해주지도 못했던 아이에 대한 감정은 이후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의 이름 역시 '마르셀'이었다는 것도 우연이 아닐지 모르죠. 에디트의 죄책감과 후회는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한 자신을 버리고, 그와 같은 방식으로 딸을 버렸으며, 사랑하는 사람도 지키지 못했다(애인이었던 마르셀은 에디트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가 사고로 사망합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그녀의 탓은 아닙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난 것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한 것도, 비행기 사고를 막을 수 없었던 것 모두가 그녀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내가 그런 선택만 하지 않았어도...'란 생각을 깔고 있습니다. 나아가 내가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다며 자책합니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선택은 내가 하지만, 그에 대한 결과까지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또 열심히 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면 된다'란 구호는 자칫 세상 모든 일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키워, 좌절의 상황에서 심한 우울감에 빠질 수 있는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된다'에 꽂혀 하는 것 자체를 미루기보다는 '그냥 한다'가 낫습니다. 또 때론 환경을 탓할 수도 있어야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가난, 폭력 등의 사회 문제를 개인의 과실로 돌리는 것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억압된 억울함과 외로움을 심어 주어 우울증의 발병률을 높이는 지도 모릅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에디트 삐아프는 말년에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 Rien)'란 곡을 노래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곡을 온 몸으로 연주하는 그녀는 비로소 과거와 화해하고 상실을 애도하는, 성숙한 어른으로 등장합니다. 그 모든 것이 나의 탓은 아닙니다. 그러니 더 이상 후회하지 않습니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시간,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혹 진심을 다하지 못한 일이 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주세요.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참 많이 애썼다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또다시 길을 가보자고 말입니다.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17편. 음악이 주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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