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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칼럼니스트의 자동차 칼럼

<전기차를 향한 현실적 발걸음, 하이브리드>



요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심상치 않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인 코나 일렉트릭(Kona Electric)은 사전 예약한 지 닷새 만에 무려 10,000명의 예약자가 몰렸고, 쉐보레 볼트 EV(Bolt EV)도 올해 생산량을 늘렸지만 단숨에 동이 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오백만 원이 넘는 전기차 보조금이 없었다면 이렇게 잘 팔렸을까요? 두 모델 모두 소형차치고는 매우 비싼 소비자 가격인 4500만 원 전후로 출시되었지만, 생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에 돌아가는 중간이윤은 의외로 크지 않습니다. 높은 출고가와 낮은 생산 중간이윤 탓에 전기차는 소비자들이나 자동차 회사 모두에게 아직은 ‘대세’라 하기엔 부족해 보입니다. 


이러한 고민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자동차 시장에 등장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 기관 자동차와 순수 전기차 사이에 틈새를 메우는 절충안으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역사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Lohner-Porsche의 ‘Mixte’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것처럼 하이브리드 자동차 또한 매우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한계점인 배터리를 보완하기 위해 엔진으로 발전기를 작동시켜서 연료를 해결하는, 이른바 직렬형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1889년, 미국의 ‘윌리엄 패튼(William H. Patton)’은 최초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여 시가전차와 기차에 적용했고, 그 명맥은 1900년 ‘페르디난트 포르쉐(Ferdinand Porsche)’ 박사가 제작한 ‘믹스테(Mixte)’라는 하이브리드 사륜구동 자동차로 이어집니다. 


이후 잠시 전기차의 명맥이 끊기고 엔진이 자동차의 심장을 독점했던 것처럼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동발 석유 파동이 터지며 더욱 효율적인 동력 기관이 요구되었고, 그 가운데 하나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여러 브랜드의 실험적 모델들을 거친 뒤 1997년 일본 시장에 ‘토요타 프리우스(TOYOTA Prius)’가 등장하며 현대적 개념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오랜 세월과 기술적 발전만큼이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그 종류를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은 ①전기가 자동차의 구동 장치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지, ②구동 방식은 무엇인지, ③배터리를 어떻게 충전하는지에 따라 나눌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BMW의 ISG 버튼. 이 버튼이 있는 차는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일 확률이 매우 높다


‘마이크로 하이브리드(Micro Hybrid)’는 전기의 힘이 직접 바퀴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종류 중 전기가 담당하는 일이 가장 낮습니다. 따라서 제조사에서 부담하는 원가도 약 50만 원 미만에 불과해 기존 내연 기관 자동차 모델에 적용하기 쉽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차량의 속도를 줄일 때 발전기를 움직이는 부담을 줄이는 ‘회생 제동(Regenerative Braking)’은 내연 기관 엔진의 힘 일부를 전기에서 나오는 힘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마이크로 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이 기능은 차량이 일시 정지하면 엔진을 끄는 ‘스타트 스톱’이나 ‘ISG(Idling Stop & Go)’ 등 자동차 제조사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마일드 하이브리드


▲메르세데스 벤츠 M256 엔진. 출처 – 메르세데스 벤츠


‘마일드 하이브리드(Mild Hybrid)’는 바퀴를 움직이는 데 전기 모터가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입니다. 대표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48V 시스템은 지금까지 엔진을 통해 작동하던 거의 모든 장치, 즉 냉각수 펌프, 오일펌프, 에어컨 컴프레서, 그리고 ‘슈퍼차저(Supercharger)’ 등을 모두 전기로 구동합니다. 즉, 엔진이 부수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바퀴를 굴리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초기부터 48V 시스템에 맞춰 개발한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의 직렬 6기통 M256 엔진은 전기 모터가 작동시키기 때문에 엔진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습니다. 일반 엔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벨트 구동부가 아예 없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여기에 적용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바퀴를 굴리기 위한 별도의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대신, 회생 제동 시에 발전기로 사용하는 발전기를 반대로 구동력을 보조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명 ‘모터-제너레이터’로 활용됩니다.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비 30%의 에너지로 70%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주목받는 시스템입니다.



▶하이브리드 그 자체, 풀 하이브리드!

▲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명사, ‘토요타 프리우스(TOYOTA Prius)’


우리가 보통 하이브리드 자동차라고 말하는 종류는 전기 모터가 바퀴를 움직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풀 하이브리드(Full Hybrid)’입니다. 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을 끄고 전기 모터만으로 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데다 주행 속도가 낮고 출발과 정지가 잦은 시내에서는 저속 토크가 큰 모터를 사용하며 순수 전기차처럼 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약 2kWh 전후의 작은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 모드로만 주행할 때의 속력과 거리는 장거리 운전 상황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대용량 배터리와 고출력 모터를 장착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 회생 제동만으로는 배터리를 넉넉하게 충전하기가 어렵습니다. 모터의 출력과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고 전기차처럼 외부에서 충전할 수 있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의 등장은 이러한 갈증을 해소하는 단비로 다가왔습니다.


엔진과 모터가 모두 바퀴를 굴리는 데에 직접 관여하는 방식은 대부분 병렬형 하이브리드입니다. 이와 대조되는 방식은 엔진은 전기를 만들고 모터가 구동을 책임지는 직렬형입니다. 이 두 가지 방식을 혼합된 직병렬 방식도 존재하는데,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동력장치의 효율과 주행의 질감이 향상되고 전기 모드에서는 진동과 소음이 획기적으로 줄어들며 승차감이 우수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설계 시스템의 복잡함과 높은 원가 덕에 보급률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엔진과 전기 모터가 각자 또는 함께 차량을 구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기어와 클러치로 구성되는 복잡한 변속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술 개발로 배터리의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풀 하이브리드 방식의 가격 인하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이러한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겠지만요.



▶궁극의 하이브리드, ‘EREV’


▲ 대표적인 EREV, 닛산 노트 e-파워


순수 전기차로 가기 전에 한 단계의 하이브리드 방식이 더 있습니다.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 혹은 ‘시리얼 하이브리드’라고 이름 붙은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입니다. 구조적으로 바퀴를 굴리는 것은 전기 모터가 담당하고 엔진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을 맡는 형태의 순수 전기차라고 볼 수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이 방식을 사용하는 차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방식을 채용하는 차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닛산(Nissan)’ 노트 e-파워 모델과 같이 풀 하이브리드 수준의 작은 배터리를 사용하여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실용적인 모델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가격이 낮아지면 도로를 달리는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차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전기차로 가는 가교로 자리 잡은 하이브리드! 향후 모든 차량의 기본 옵션으로 될 가능성이 높은 마이크로 하이브리드부터 전기차의 제한을 넘어서는 EREV까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영역은 매우 넓습니다. 차량 구매를 계획한 분이라면 꼭 한 번 고민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 본 콘텐츠는 집필가의 의견으로, 삼성화재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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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일 기자의 자동차 칼럼

<올림픽과 모터스포츠 포뮬러 E>



때는 바야흐로 18세기가 끝나는 마지막 연도인 1900년, 독일 뮌헨(München, Germany)에서는 유럽 최고의 축구클럽 중 하나인 FC 바이에른 뮌헨(Fußball-Club Bayern München)이 창단되었고 반대편 서울 종로에서는 처음으로 민간 가로등이 등장했다. 그해 5월 14일에는 프랑스 파리(Paris, France)에서 제2회 하계 올림픽이 열렸다. 무려 5개월이라는 대장정 동안 진행된 파리 올림픽에는 독특한 번외경기가 숨어 있었으니…


비공식 종목으로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모터레이싱! 21세기, 현재 남아있는 기록으로는 선수도, 대부분의 출전 차량 종류도 알 수 없는, 여러모로 베일에 싸인 경기지만 금, 은, 동메달 모두 개최국 프랑스에서 휩쓸었다. 우리나라에서 고종 황제가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린 것이 1903년이니 이보다 무려 3년 전에 올림픽에서 모터레이싱 종목이 열렸던 셈이다.




▲ 파리 올림픽 입장권


파리 대회에서는 선수의 이름보다 자동차 회사 브랜드 이름으로 엔트리를 작성했기 때문에, 참가 선수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지만, 세부 종목은 의외로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종목인 400kg 이하의 2인승 자동차는 A, B 클래스로 나눠 달렸고 오늘날 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4인승, 6인승 심지어 7인승 자동차를 넘어 택시, 화물차, 트럭 경주도 있었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전기차 부문이 있다는 것! 택시와 배달용 화물차는 종목이 각각 휘발유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로 나누어서 열렸고 자그마치 300km를 주행했다. 18세기에도 과연 전기차가 있었을까 싶지만 사실 19세기의 마지막 해인 1900년 유럽의 도로에는 휘발유 차량보다 증기나 전기 차량이 더 많았다. ‘포르쉐(Porsche)’의 창업자인 ‘퍼디난드 포르쉐(Ferdinand Porsche)’ 박사는 1898년에 전기차 P1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믹스테(Mixte)’도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 파나르 르바소(Panhard-Levassor)의 ‘Circa’ 모델


1900년 당시 기록으로는 모든 종목에서 프랑스가 메달을 획득했고 독일의 ‘카를 보이트(Carl Voight)가 파리-툴루즈-파리 구간의 대형차 경주에서 프랑스 브랜드인 ‘파나르 르바소(Panhard-Levassor)’의 자동차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브랜드는 뒷바퀴 굴림 방식의 자동차로 특히 대형차, 화물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파리 올림픽 당시 비둘기 사격 장면


올림픽이라는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수여했는데 어떻게 참가 선수의 이름조차 남지 않았는지 의아한 일이지만 당시의 올림픽 분위기를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모터레이싱이 속한 파리 올림픽 번외 경기에는 요즘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기상천외한 종목이 들어있다. 벨기에의 ‘레옹 드 륀든(Léon de Lunden)’이 21마리를 쏘며 금메달을 딴 ‘비둘기 사격’에서는 무려 300마리의 비둘기가 대회 동안 희생되었다. 이외에도 ‘비둘기 레이싱’ ‘대포 쏘기’, ‘불 싸움’, ‘연날리기’ 등이 있었던 걸 보면 모터레이싱에 택시가 등장했던 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 포뮬러 E 경기의 한 장면


한 세기가 훌쩍 흘렀지만, 모터스포츠는 아직 올림픽 종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IOC(국제올림픽연맹)’에서 모터스포츠의 한 부류인 ‘포뮬러 E(Formula E)’를 정식 종목에 넣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F1과 비슷한 경기인 포뮬러 E는 ‘F1(Formula 1) 머신처럼 바퀴가 차체 밖으로 나오지만, 내연기관 대신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을 이용한다. ‘FIA(국제자동차연맹)’의 주관으로 2014년부터 연간 10회 정도 경기가 열리는 포뮬러 E는 IOC가 FIA를 정식 스포츠 경기로 인정하면서 올림픽 종목 채택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는 주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아직 기술 차별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회사 간의 경쟁 여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포뮬러 레이스 특성상 참가하는 모든 팀이 공통된 특정 규정에 따라 머신을 제작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조종에 따라 경기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덧붙여, F1이 굉음과 엄청난 연료 소모 그리고 타이어 분진과 같은 환경에 해로운 요소를 갖춰서 환경 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포뮬러 E는 상대적으로 친환경 경기라는 점도 올림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요소 중 하나다.




▲ ‘재규어(Jaguar)’의 포뮬러 E 머신


이외에도 포뮬러 E는 F1 모나코 경기처럼 전용 서킷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도로 혹은 특정 조건을 갖춘 전용도로에서 대결을 펼치고 경기 소요 시간이 약 1시간 정도로 다른 모터스포츠와 비교하면 짧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마치 게임과 같이 운전자가 배터리가 다 된 차량을 바꿔 타기도 하고 인기투표를 통해 선두 3위 까지만, 일종의 가속 부스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등 포뮬러 E만의 재미 요소가 담겨 있기에 때문에 인기몰이도 가능하리라 전망한다.


포뮬러-E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굉음을 울리는 엔진도 없는 모터스포츠가 과연 흥행을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호가 늘 따라붙었지만 실제 경기를 열고 보니 전기차만의 매력이 삼삼오오 드러나고 있다. 특성상 강한 토크를 순식간에 내뿜기 때문에 F1 머신의 주행 패턴과는 다른 데다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의 보급, 연구를 위해 앞다투어 포뮬러 E의 참가를 선언하거나 고려한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19세기 마지막에 열린 올림픽에 등장한 전기자동차! 21세기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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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칼럼니스트의 자동차 칼럼

<자동차의 심장, 엔진의 발자취>



요즘 전기차가 화제입니다. 이제는 한 번 충전으로 300km를 넘게 달릴 수 있는 모델도 있고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가격도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유지비는 다른 자동차들보다 훨씬 적게 드는데 그래서인지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보조금을 받기 위하여 밤새도록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답니다.


전기차가 이전에 비해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본격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보조금이 없으면 비싼 가격과 번거로운 충전으로 일반 자동차에 비해 큰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죠.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하여 배터리를 미리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의 작년 세계 판매량은 77만5천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는 이보다 점유율이 더 낮아서 0.3% 수준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 – 그리고 앞으로도 최소한 십 년 이상은 – 내연 기관이 이끄는 자동차의 세상을 살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내연 기관은 매력적이고 효율적이며 실용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내연 기관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좋았을 리는 만무합니다. 지난 20세기 내내 자동차와 함께 내연 기관은 꾸준히, 그리고 동시에 빠르게 발전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20세기를 자동차의 세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IT의 시대라고 하는 21세기에도 내연 기관의 지위는 여전히 굳건합니다.

 

▲ 내연 기관의 원리


내연 기관이란 내연(內燃)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엔진은 엔진 안에서 연료를 태워서 힘을 얻는 방식입니다. 내연이 있으면 외연(外燃) 도 있겠지요? 외연 기관은 엔진 바깥에서 연료를 태우고 그 열기를 이용하여 엔진을 굴리는 방식을 말하며, 대표적인 외연 기관으로는 증기 기관과 증기 터번 등이 있습니다. 증기 기관은 보일러에서 석탄을 태워서 얻은 열로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든 다음 그 증기로 피스톤을 밀어내면서 힘을 얻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증기 터빈도 외연 기관입니다. 이에 비하여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 같은 내연 기관은 연소실에서 직접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직접 피스톤을 아래로 밀어내면서 힘을 얻습니다. 


  


증기 기관은 18세기 말과 19세기에 증기 기관차와 공장 등지에 사용되면서 이미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최초의 자동차가 증기 기관을 사용했던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로에서의 자유롭게 움직여야 할 자동차는 기차보다 훨씬 작아야 하지만 증기 기관은 보일러와 물탱크, 석탄 저장고 등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동차에 비하여 부피가 너무 크고 컸습니다. 하지만 증기 기관 이외에는 마땅한 동력 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증기 기관을 자동차에 사용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었고 19세기에는 증기 자동차가 버스 크기의 자동차에서는 꽤 실용적인 수준까지 발전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내연 기관이 이미 실용적인 수준으로 발달한 1920년대에 소형화된 증기 기관을 사용하여 당시의 내연 기관 승용차와 겉모습에서는 거의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발달한 증기 기관 승용차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 1924년식 Doble Model E 증기 자동차


내연 기관의 이론적인 기틀도 18세기 말부터 서서히 갖추어집니다. 하지만 내연 기관이 자동차에 적용되는 데에는 거의 100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연료였습니다. 내연 기관은 엔진 안에서 연료를 태웁니다. 따라서 증기 기관처럼 석탄을 태우고 재를 걷어내는 방식은 불가능합니다. 즉 타고 남은 다음에 기체가 되어 사라지고 아무런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연료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원유를 정제해서 휘발유나 경유와 같은 연료를 만드는 기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의 내연 기관들은 수소와 같은 기체 연료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기체를 액체 상태로 압축하여 저장하는 기술이 없었던 당시에는 한 번에 싣고 다닐 수 있는 기체 연료의 양은 아주 적을 수 밖에 없었고 주행할 수 있는 거리도 제한적이었습니다. 1860년 벨기에의 에띠엔 르누아르(Etienne Lenoir)가 고안한 가스 엔진이 세계 최초로 제품화된 내연 기관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에띠엔 르누아르(Etienne Lenoir)의 가스 엔진


내연 기관의 역사에도 자동차의 아버지인 벤츠는 역시 빠지지 않습니다. 바로 오늘날 우리가 타는 자동차처럼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 기관을 최초로 사용한 자동차가 벤츠가 만든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의 자동차인 파텐트모터바겐(Der Patentmotorwagen, 특허자동차)이기 때문이죠. 1886년에 특허를 획득한 이 차에 실린 엔진은 4행정 휘발유 엔진이었습니다. 이 탄생하기까지 칼 벤츠는 휘발유 엔진의 원리를 발명한 니콜라스 오토 Nikolaus Otto, 동업자였던 고트리프 다임러 Gottlieb Daimler, 그리고 빌헬름 마이바흐 Wilhelm Maybach 등과 함께 약 20여 년에 걸쳐 가솔린 엔진의 이론적 배경과 특허, 시제품들을 개발해왔습니다. 

 


▲ 벤츠의 파텐트 모터바겐


이외에도 디젤 엔진, 슈퍼 챠저, 터보 챠저 연료 공급용 캬부레터, 점화 장치 등 내연 기관과 관련된 핵심 기술들은 20세기의 여명기 이전에 이론적 바탕이 거의 완성됩니다. 심지어는 요즘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함께 각광을 받는 고효율 가솔린 엔진의 원리인 앳킨슨 사이클도 이미 1882년에 확립된 것입니다. 자동차 기술의 공룡인 로버트 보쉬도 1897년 자석 유도식 점화 장치를 개발하는 것으로 지금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렇듯 내연 기관은 19세기 후반에 정립되어 20세기에서 꽃을 피웁니다. 내연 기관의 비약적 발전에는 크게 세 가지의 동기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자동차 레이스입니다. 192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자동차 레이스는 지금까지도 자동차 성능 향상의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승리를 위해서는 고성능 엔진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죠. 또한 레이스 전체를 견디어야 하는 내구성, 연료 보급을 최소화하여 시간과 무게를 줄여야 승리할 수 있다는 효율성 등 자동차 엔진의 발전과 레이스는 동반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의 존재입니다.


두 번째는 전쟁입니다. 세계 대전은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는 철마의 수송 능력과 무거운 장갑을 덮고 전장을 누비는 육중한 전차, 하늘을 지배하는 비행기 등 내연 기관의 전천후 성능과 고성능에 집중하였습니다. 전쟁이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의 강력한 동기였듯이 내연 기관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비용보다는 성능이 중요한 군사용으로 개발된 기술이 향후 상품성을 갖추면서 일반 대중에게 전파된 예는 무수하듯이 말입니다.


 


세 번째는 1970년대 이후의 오일 쇼크와 환경 오염 문제입니다.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연료 소모율이 중요해졌고, 이산화탄소 온실효과와 대도시의 광학스모그, 미세먼지 등의 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엔진의 배출가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0세기 말부터 지구 온난화, 그리고 재작년의 디젤 게이트 등으로 내연 기관들은 이전에 없던 강력한 기준으로 관리 대상이 되었습니다.


요즈음의 전기 모터는 내연 기관을 대체할 만큼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연료에 있습니다. 내연 기관은 연료 탱크 하나로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고 단 몇 분만에 재보급이 가능하지만 전기 모터의 연료 탱크인 배터리는 아직은 훨씬 무겁고 비싸며 충전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실용적이지 못하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교환식 배터리나 수소 연료 전지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역사적 전환기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짧게는 몇 세기, 길게는 수천 년마다 일어나는 동력 기관의 전환기가 우리 인생에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는 미래이고 현실은 내연 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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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기 기자의 자동차 칼럼

<포뮬러E, 이젠 자동차 경주도 전기차로!>



전기차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제 도로에서 전기모터를 품은 자동차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자동차 경주도 마찬가지다. 시끄러운 배기음과 퀴퀴한 매연을 뿜는 경주용 차량 대신 조용하고 친환경적인 전기 경주용 차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포뮬러 E다. 포뮬러 E는 FIA(국제자동차연맹)가 주관하는 전기자동차들의 경주 대회로 지난 2014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이후 현재 시즌 3에 접어들었다. 런던과 뉴욕, 베를린, 파리 등 도심에서 경기를 치르는 게 특징이다.

 



아시아에선 홍콩 대회가 유일하다. 지난 시즌까지 아시아 경기장은 중국 베이징이 유일했지만, 이제 홍콩에 바톤을 넘겨주었다. 홍콩은 여느 서킷과는 달리 직선 구간이 굉장히 길다. 코너는 불과 9개밖에 없다. 그중 7개가 90°, 1개가 180°로 급격하게 꺾인다. 따라서 선수들은 직선에서 최고 속도를 유지한 다음, 코너에서 브레이킹 싸움을 해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시점, 페달의 조작 정도, 타이어의 마모도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코스다.

 



포뮬러 E에는 총 10개의 팀이 있고 각 팀당 2명의 드라이버가 출전한다. 서킷의 길이는 2~4km. 경기 당일 오전에 두 번의 연습주행을 거친다. 45분간 주행하고 30분 동안 추가로 달린다. 드라이버들은 각각 두 개의 머신을 갖는데, 최고출력은 200㎾다. 킬로와트로 경주차를 설명하니 생소하다. 참고로 1㎾는 1.34마력과 같다. 따라서 마력으로 환산하면 268마력 정도의 힘을 갖는다. 

 



경주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을 3초에 마치고, 최고속도는 시속 225㎞다. 전기자동차의 특성상 소리가 없기 때문에, 80㏈(데시벨)까지 소음이 나도록 설계했다. 발전기는 배터리를 재충전하는데 쓰는데, 글리세린을 동력으로 삼아 움직인다. 때문에 포뮬러 E 경기는 ‘쩌렁 쩌렁’ 울리는 엔진 소리 대신, ‘위이이이잉’ 하는 전기 모터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예선은 정오에 시작해 한 시간 동안 치른다. 먼저 드라이버들을 4~5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6분을 준다. 이 시간 동안 최고 구간 기록을 측정한다. 이때 운전자는 한 대의 머신만 몰 수 있다. 타이어 그립이 살아있고 전기 충전량이 충분할 때 기록을 내야 한다. 그다음, 가장 빠른 기록을 낸 5명의 드라이버를 따로 모아 한 번 더 기록을 잰다. 순위별로 5개의 그리드 포지션을 배정한다. 


레이스 본선 경기는 50분간 한다. 그런데 예선과 달리 머신의 출력을 170㎾로 제한한다. 또한, 포뮬러 E에는 독특한 규정이 있다. 드라이버들은 의무적으로 피트에 들어와 차를 교체해야 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내연기관 경주차는 피트에 들어와 순식간에 기름을 채운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는 단시간에 충전하기 힘들다. 따라서 여분의 차를 두고 그 차로 갈아탄다. 다만 아직 전기가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트에 들어왔을 때는 타이어를 교체할 수 없다. 

 



포뮬러 E는 사람-사물 간의 연결성, 그리고 전기 기술에 더 의존한다. 이와 관련된 재밌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바로 팬 부스트(Fanboost)다.

팬들은 포뮬러 E 홈페이지(http://www.fiaformulae.com/en)를 통해 좋아하는 드라이버에게 투표한다. 이를 통해 선정된 3명의 드라이버는 경기 중 출력을 순간적으로 높이는 부스트(100킬로줄)를 쓸 수 있다. 따라서 운전만큼 팬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포뮬러 E 공식 홈페이지 위쪽의 ‘팬부스트’ 메뉴를 들어가면 참가 선수의 목록이 뜬다. 응원하는 드라이버를 누르고 ‘VOTE(투표하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소중한 투표권의 행사가 실제 드라이버의 기록으로 연결될 수 있어 흥미롭다. 

 

이처럼 포뮬러 E는 기존의 내연기관 경주와 다르다. 시대를 압도하고 트렌드를 이끄는 ‘게임 체인저’ 이다. 경기에서의 성과가 실제 양산 차의 제작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가 포뮬러 E에 뛰어들 전망이다. 현재 르노와 재규어, DS, 마힌드라, 패러데이 퓨처 등이 참가하고 있고, 아우디,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참전을 선언했다. 



* 포뮬러 E 시즌 3 경기 스케줄


날짜

경기 장소

7월 1일 (토)

브뤼셀 (벨기에)

7월 15일 (토)

뉴욕 (미국)

7월 16일 (일)

뉴욕 (미국)

7월 29일 (토)

몬트리올 (캐나다)

7월 30일 (일)

몬트리올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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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 칼럼니스트의 자동차 칼럼

<전기차, 사실은 리턴 매치>



예 맞습니다. 요즘 가까운 미래의 자동차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전기차. 우리가 이제 맞아들이려 하는 전기차가 사실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전기차가 내연기관자동차보다 역사가 더 오래 되었고 자동차의 주류였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오늘은 전기차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창립자 가운데 한명인 칼 벤츠(Karl Benz)가 1885년에 만든 ‘파텐트 모터바겐 (Patent-Motorwagen)’을 세계 최초의 자동차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확한 대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파텐트 모터바겐은 이름이 설명하듯이 동력 기관을 사용하여 달리도록 처음부터 고안되어 특허를 취득한 최초의 자동차를 뜻합니다. 보다 정확하게 이 모델의 중요성을 표현한다면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을 사용하여 작동한 오늘날의 자동차의 선조가 되는 자동차’가 되겠습니다. 


제가 세계 최초의 자동차라고 단순하게 표현하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내연기관이 아닌 다른 동력 기관을 사용한 자동차들이 이 파텐트 모터바겐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려 120년이나 앞선 1769년에 프랑스의 니콜라스 조셉 퀴뇨(Nicolas-Joseph Cugnot)가 프랑스군이 대포를 견인하기 위하여 만들었던 증기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차, 즉 자동차의 시효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전기차입니다.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앤더슨(Robert Anderson)이 배터리를 이용하여 움직이는 최초의 전기차를 만든 것이 1830년대니까 파텐트 모터바겐보다 대략 50년이나 앞선 셈입니다. 단, 이 최초의 전기차는 한 번 방전되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점이 한계였습니다. 


즉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 갖고 노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고 아직은 본격적인 교통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충전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2차 전지가 1859년에 발명되자 비로소 전기차가 쓸모 있는 교통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요즘의 순수 전기차와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의 충전식 전기차가 등장한 것은 파텐트 모터바겐보다 2년 늦은 1887년 이었습니다. 미국인 화학자 윌리엄 모리슨(William Morrison)이 만든 이 충전식 전기차는 1888년 그가 살던 아이오와 주 데스 모이네스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대중들에게 첫 선을 보였습니다. 1890년 그는 4마력 모터와 24 배터리 셀을 갖춘 신형 모델로 특허를 출원합니다. 이 모델은 최고 속도가 시속 약 20km, 1회 충전으로 무려 100마일, 즉 160km 이상도 달릴 수 있는 본격적인 모델이었고 189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에서 스터지스(Sturgis)와 손잡고 만든 새로운 모델을 전시하여 전기차와 배터리의 실용성을 홍보하였습니다. 모리슨의 전기차는 이후 전기차가 20세기 초의 대세가 되는 데에 중요한 초석이 되었습니다.


시속 100km의 벽을 처음으로 허문 자동차도 전기차였습니다. 초기의 자동차가 사람이 걷는 속도인 시속 4km, 칼 벤츠의 파텐트 모터바겐이 시속10km, 그리고 모리슨의 전기차도 사람이 빠르게 달리면 잡을 수 있는 시속 20km 정도였고 당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던 말도 평균 시속 50km, 최고 속도 80km/h 전후였습니다.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들의 극소수만이 유일하게 시속 100km의 벽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비포장 도로를 흙먼지 가득 일으키며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는 엄청난 충격이었을 겁니다. 시속 100km를 최초로 기록한 자동차는 프랑스의 ‘La Jamais Contente’입니다. 프랑스어라서 발음은 힘들지만 뜻은 아주 명쾌합니다. 그 뜻은 바로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Never satisfied)’. 두 개의 68마력짜리 모터로 바퀴를 직접 구동하는 어뢰를 닮은 유선형 차체가 인상적인 이 전기차는 20세기가 오기 직전인 1899년 4월 29일 파리 근교에서 사상 최초로 시속 100km의 벽을 뛰어넘었습니다. 이것은 한 달 전에 가솔린 엔진을 단 자동차가 세운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기차의 우세를 확고히 한 전기가 되었습니다.


20세기 초에도 전기차의 우세는 이어집니다. 그 이유는 첫째 전기차의 단순한 구조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기차는 엔진처럼 ‘시동’이라는 개념이 없고 전기를 모터에 전달하면 바퀴가 굴러갑니다. 따라서 엔진은 시동되어 있지만 달리지 않을 때를 위하여 엔진과 바퀴의 연결을 끊어주는 클러치가 필요 없습니다. 또한 초창기의 엔진은 회전수에 따라 점화 시기를 운전자가 직접 조절해야 하는 등 조작하기가 매우 복잡합니다. 걸핏하면 망가지고 사람이 기름범벅이 되기 십상인 엔진의 신뢰성도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는 시동입니다. 당시의 엔진에는 지금과 같은 전기식 시동 모터가 없고 사람이 크랭크 축에 손잡이를 꽂아서 돌려서 시동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지간한 남자에게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여러모로 엔진 자동차는 깔끔하고 조용한 전기차에 비하여 성가시고 불편한 물건이었던 것입니다. 당대의 발명왕이자 재산가였던 토머스 에디슨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전기차는 미래가 밝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기차가 1920년대에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가격입니다. 지금의 전기차도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가격 경쟁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헨리 포드가 모델 T로 생산 라인의 개념을 도입하면서 엔진 자동차는 품질은 향상되고 가격은 훨씬 저렴해졌습니다. 1912년 기준으로 전기차의 가격이 1750 달러였던 것에 비하여 포드 모델 T의 가격은 단 650 달러였습니다. 그리고 전기식 시동 모터가 발명되면서 엔진을 시동하는 것이 손쉬워졌습니다.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짧고 충전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전기차의 한계가 더욱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휘발유도 구하기 쉬워졌습니다. 마침내 전기차는 실질적으로 퇴장합니다.


20세기의 시작을 희망차게 함께 했던 전기차가 20세기를 마무리하기 직전에 다시 돌아왔었습니다. 1996년에 만들어진 제너럴 모터스의 EV1이라는 전기차입니다. EV1은 배출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차를 의무적으로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캘리포니아 주의 환경보호법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전기차 판매의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리스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던 시범 사업이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전반적으로 호의적이었고 전기차가 실용적일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어가던 중, 1999년 제너럴 모터스는 EV1 전체를 수거하여 거의 대부분을 폐차함으로써 갑자기 종료되었습니다. 정유 업계의 로비설 등 수많은 의혹을 불러일으켰고 이와 관련된 다큐멘터리인 ‘Who Killed the Electric Car?’가 제작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잊혀져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전기차가 다시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듯합니다. 이전에는 신기한 장난감, 상대적으로 편리한 도구, 혹은 미래를 가늠하는 제한적 실험이었다면, 이번에 돌아온 전기차는 ‘달리는 스마트 폰’이라는 말이 설명하듯 IT와 자동차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종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일백년 만에 벌어지는 전기차의 리턴매치. 이번에는 결과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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