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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은 첫사랑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저 오지라퍼는 가끔 그때의 '흑역사'를 떠올리며 이불을 뻥뻥 차곤 하는데요^^; 그만큼 솔직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흔적이구나~ 라는 생각에 가끔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20대 초반 여성 감독들이 이야기하는 첫사랑의 이야기입니다. 함께 보시죠!






  며칠 전, 강릉 신영극장에서 열린 <애송이들의 브래지어>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20대 초반의 세 여자 감독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다큐 영화입니다. 사랑을 말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라 ‘애송이’란 제목을 붙였다고 하네요. ‘브래지어’는 여성에게 제약이자 특권이기도 한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같은 여자로서, 20대의 질척한 연애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사랑의 상처와 기쁨들을 빼거나 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 용기에 감탄하게 되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각자의 20대를 떠올리는 분들의 소감이 이어졌습니다. 저 역시 지난 시절이 떠올라 가슴 한 켠이 아리기도 하더군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에서 이토록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영화란 매체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나는 너를 잊을 수가 없다’며 헤어진 남자친구를 그리워하고 마음에서 떠나 보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이별은 언제나 아픔을 동반합니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하죠. 관계의 단절이라는 게 매듭을 풀 듯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니니, 걷잡을 수 없는 추측이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안 하려고 애쓸수록 생각은 더욱 커지죠. 영화 속에서도 기억을 기록하고 불태우는 의식을 치르고 여행을 떠나고 다른 사람을 만나보는 등.. 새로 거듭나려 애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가 다시 돌아오는 것만이 정답인 것 같았다’는 내레이션은 그저 슬픕니다. 상담에서도 수단에 집착하는 것을 지적하며 내 소중한 욕구를 위한 다른 대안들을 찾아보도록, 보다 넓은 시야로 주위를 살피도록 권유하기도 합니다. 결국 내가 사랑 받고 사랑했던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지, 상대가 정답은 아니라는 걸 인식시키죠. 그러나 사랑만큼은 꼭 그와 함께여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놓아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다행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전 남자친구에게 평온한 상태로 연락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나온 사랑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기뻐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진 그녀는, 더 예뻐졌습니다.





  두 번째는 ‘남자 없이 살 수 있다’고 선언하는 감독의 연애이야기입니다. 오해와 실망으로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떨치기 어려웠던 그녀의 고백이 담담히 전해집니다. 상대의 반응이 무서워 확인도 전에 눈물을 흘리고, 그럼에도 조금씩 용기를 내보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죠. 어렵게 연애를 시작한 남자친구에게 습관처럼 ‘헤어지자’고 말하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제안을 수용하는 남자친구의 태도를 통해 중요한 것을 깨닫습니다. ‘나의 두려움 때문에 상대의 마음은 무시했다는 것을 알았다.’라는 고백에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후회하는 대부분의 상황은 두려움이 삼켜버린 기회들입니다.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두려움 따위 맞서 싸울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행복했을까요? 다행히 그 실체를 바로 알아차린다면, 또 다른 기회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영화에서처럼 말이죠. 



  마지막으로,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이야기. 원치 않는 첫경험을 밝히기가 부끄러워 내가 원하는 것을 바꾸고 포장하며 무감각하게 관계를 맺는 과정들을 보며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속상하고 억울한 심정이 전해진 것이겠죠. 상담에서도 ‘원하는 것’을 묻고 그것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말하지만, 현실에서 늘 원하는 것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또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습니다.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는 어쩌면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우리는 때로 실수도 하고, 끌려 다니기도 하며, 의존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나를 아는 것입니다. 실수한 나를, 흔들린 나를, 그리고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있는 나를 말입니다. 그 모습이 맘에 들지 않고 그로 인해 나의 다른 욕구들이 희생되고 있다면 새로운 선택을 해보면 됩니다. 지난 일은 그저 지난 일일 뿐입니다. 그녀의 결말은 아픔의 과정을 보여주지만 그 자체로 희망적입니다. 그림을 그리며 나를 알아가고, 나를 사랑하는 기회들을 만드는 모습이 보여 기뻤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다 보면, 사랑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짧은 자극으로 담아낼 수 없는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자연스레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사랑하고 헤어지며 내 약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던 20대, 그 시절이 문득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 치열한 싸움을 동료와 함께 나누며 작품으로 만들어낸 세 명의 감독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문제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은 운 좋게 해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삶의 일부가 됩니다. 이왕 내 삶으로 들어왔으니, 피하려 애쓰기보다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사랑의 상처가 한 편의 영화가 되기도 하니까요.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23편.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