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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삼성화재 블로그 '사랑의 기술'의 외부필진 라라윈입니다.
요즘 잦은 비로 날씨도 꾸물꾸물하고, 비가 그쳐도 습도가 높아 짜증지수가 쉽게 올라갑니다. 이런 날이면 연인, 부부간에도 대수롭지 않은 말 한 마디 때문에 가뜩이나 더운 날 더 더워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한 가게에서 물건을 보고 있는데, 여자분인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마도 남편이셨나 봅니다.
"나 지금 손님이랑 있어. 일하고 있잖아... 지금 못 들어가. 조금 기다리던가 오늘은 좀 알아서 챙겨 먹어."
라더니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전화를 끊습니다.
아침에 국을 끓여놓고 나왔는데, 후덥지근한 날씨에 그 사이 국이 쉬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러자 남편이 반찬 없다며 저녁차리라고 전화하셨다고 합니다. ^^;;

정성껏 반찬 만들어 놓고 나온 입장에서도, 남편 먹으라고 끓여둔 국이 쉬어버렸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미안하고 속상한 일일 테지요. 그런데 그걸 가지고 또 남편이 전화해서는 '국이 쉬었네~' 하며 짜증을 내고, 심지어는 일하는 중에  집으로 들어와서 밥 차리라고 하는 것도 참 짜증나는 일일 듯 합니다.

손님 앞이라 그러셨는데 '국 없다고 밥 못먹나, 나 참 일하는데..' 라면서 가볍게(?) 한마디 하고 넘어가셨지만, 주위에서도 이런 이야기들은 단골 푸념거리 1순위가 되곤 합니다.

아내들이 많이 겪는 일로는, 자신도 일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와서는 양말이 어디있는지 못 찾겠다, 일주일 전에 먹던 그 반찬은 어디 있냐, 등등... 무엇 하나 자기 힘으로 못하고 징징대는 것이 많이 속상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내들만 이런 푸념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남편 역시 일하는데 직장으로 전화해서는 집에 벌레 나왔다, 형광등이 나갔다며 당장 급한 일도 아닌 문제로 닦달하는데 속상해진다고 합니다.

밖에서 전화로만 하면 다행이게요.
서로의 일을 끝내고 퇴근한 후에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푸념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퇴근하자 마자, 부인이 보더니 하는 첫 마디가
"공과금 밀렸어. 돈 줘."
퇴근하자 마자, 남편이 하는 첫 마디가
"왜 이제와? 배고파, 밥줘."
라고.
속상해죽겠다며, 결혼하고 싶은 미혼녀인 저를 붙잡고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을 퍽퍽 깨주곤 합니다. ㅠㅠ
(그르지 마세요.. 전 그래도 결혼하고 싶어요..)


결혼 전 연애할 때는, 용건도 없는 뻔한 이야기들이 귀찮기도 했다고 합니다.
"밥은 먹었어?"
"피곤하겠다.. 얼른 쉬어."
"출근 잘 했어?"
"오늘은 어땠어?"
와 같은 말들..
그리고 "우리 자기 오늘도 힘내!" 와 같은 이야기들이죠.
매번 같은 이야기들에 답장할 말도 마땅치 않고, 밥 먹은거 뻔히 알면서 왜 물어보는지, 연인 사이에 이런 의례적인 이야기를 왜 하나 싶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는 너무 의례적인 이야기가 싹~! 빠져버리고, 본인이 필요한 실속있는 '용건만 곧바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오히려 연애시절에는 쓸데없다 느꼈던 안부 말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아내가 피곤했는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위는 관심도 없고,
아내 역시 퇴근하고 와서 배고프고 힘든데, 자기만 배고프다는 듯이
"왜 이제와? 배고파, 밥줘."
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얄밉다고 하네요.
원래 미혼녀에게 남편 흉을 볼 때는 모든 정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남편이 정말 나쁜 사람인듯 더 부풀려서 얘기하는 면도 있기에, 듣는 제 입장에서도 남편이 참 얄미울 것 같긴 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가 빨리 저녁상을 차리게 만들려면,
'용건만 곧바로' 말하기보다는
"힘들었지? 우선 좀 쉬어. 배고프겠네.."
라는 말 한 마디가 오히려 아내의 피곤에 쩔은 마음을 녹여 빨리 저녁준비를 하고 싶게 만드는 말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 사귈수록, 말하지 않아도 안다고 여기게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밥 먹은거 알고, 피곤한거 알고, 회사에서 다른 사람이랑 사이가 어떤지도 알기 때문에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그리고 연애 초반 달콤했던 힘내라는 말, 사랑한다는 말, 보고싶다는 말 같은 것은 오글거리기도 하고, 굳이 말 안해도 마음을 뻔히 알테니 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의례적일 수도 있지만, 그런 마음을 토닥이는 말들은 상대가 알거라 생각하고 생략해 버린채,
"그거 어딨냐?" "밥 줘" "돈 내야 되는데 모자라."
이런 실속대화만 곧바로 튀어나와 버리나 봅니다.


연인간, 부부간 대화가 어느덧 너무나 실속있는 알맹이만 남았다면....
다시금 장식 좀 붙인 의례적인 안부부터 한 번 물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일에서도 해당되지만,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상대에게 급하게 필요한 것이 있을수록
바로 내가 필요한 것만 이야기하며 실용대화를 시도하기 보다,
상대의 마음부터 생각하는 '돌아가는 말' 한 마디로 시작하면 더 예쁨받을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