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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구로구 경인국도를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되면서, 이 일대에 시장이 만들어집니다.  그중 '구로시장'은 구로구에서 가장 먼저 터를 잡은 전통시장인데요. 

이 구로시장 안에 이색적인 공간이 생겨났습니다. 젊은이들의 활기가 넘쳐나는 곳, 바로 '청년상인몰 영프라쟈'인데요. 이렇게 전통시장에 가게를 마련한 청년 사장들은 보통 음식점이나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데.. 생뚱맞게 참기름을 파는 젊은이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참기름 소믈리에'라고 부르는 '청춘주유소'의 이희준 대표.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구로시장에 자리 잡은 '청년상인몰 영플라쟈'입니다. 

알록달록한 보도블록과 아기자기한 벽화가 재기발랄하죠? 이곳 어디쯤에 참기름 냄새가 솔솔~ 풍기는 곳이 있을 텐데요. 어디 보자~


 

 

찾았습니다!

구로시장의 명물 '청춘주유소'! 

실례합니다~ 주인장 계십니까?


 

 

가게 안에서 뭔가를 바쁘게 포장하는 열혈청춘! 

바로 오늘 만날 주인공 '청춘주유소'의 이희준 대표입니다.



 

뭐가 그리 바쁜가 하고 살펴봤더니! 소비자가 구매한 참기름을 예쁘게 포장하고 있더라고요.

겉보기부터 참기름에 들인 정성이 보이죠? 

이희준 대표는 어쩌다가 스스로를 국내1호 참기름 소믈리에라고 부르게 된 걸까요?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볼게요!

 

 

 

'청춘주유소'는 어떤 가게인가요?

 

여기 세 병의 참기름을 보면 색깔이 다 다르죠? 하나는 경주 안강시장에서, 다른 하나는 부산 부평깡통시장에서, 또 하나는 서울 중곡제일시장에서 대를 이어 방앗간을 운영해 온 장인들이 짠 참기름이에요.

저는 그 장인들이 짠 참기름을 모아서 판매하는데요. 일종의 참기름 편집숍 같은 곳이죠.

그래서 병을 자세히 보면 참깨의 원산지, 착유지, 유통기한 등이 적혀 있습니다. 참! 참깨 농사는 제가 지었습니다.

 


우와~ 그럼 참기름 장인을 찾기 위해, 전국의 전통시장을 모두 다녔다는 이야기네요?

 

그렇죠! 사실, 참기름 소믈리에로 활동하기 전에는 전통시장 도슨트의 역할을 했어요. 회계학을 전공했는데요. 시장의 원리를 알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23살 때는 며칠 동안 시장에서 먹고 잔 적이 있었죠. 

그때 전통시장의 새벽 시간도 처음 경험했어요. 새벽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젊은 사람들 10명 중 9명은 요리사더라고요.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눈으로 보면서 구매하면 A급 요리가 만들어진다는 거죠. 그때 눈이 번쩍 뜨이더라고요. 그래서 셰프들의 레시피를 받아서 전통시장 식재료와 함께 배송하는 사업을 시작했죠. 그러면서 전통시장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희준 대표는 2013년부터 직접 시장을 취재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에 전통시장 관련된 글을 연재하면서 '전통시장 도슨트'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는데요.

2015년에는 자신이 직접 찾아다닌 전통 시장 중 44곳을 소개하는 책 <시장이 두근두근1>과 <시장이 두근두근2>를 썼습니다.

 

전통시장 도슨트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유가 뭔가요?

 

좋은 식재료를 찾으러 다니다 보니 저절로 시장의 특성이 눈에 들어 왔어요. 단양 구경시장은 마늘이 좋고, 청송 중앙시장은 파프리카가 좋고… 그런 과정에서 시장의 역사, 특성이 궁금하더라고요. 

전국 820곳의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을 살펴봤죠. 상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었고요. 그런데 시장에 대해 제대로 된 기록물이 거의 없는 거예요. 서민들의 생활터전이며 한국경제가 시작된 곳이 전통시장인데도 불과하고, 문헌을 물론이고 전통시장에 관련된 책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전통시장을 기록하고 도슨트로 안내하면서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기 바랐죠.

 

 

그런데 판매 물품 중에 어떤 이유로 참기름을 고르게 됐나요? 식재료를 판매하면 더 사업 수완이 좋을 것 같은데요.

 

전통시장 도슨트로 활동할 때 '전통시장의 중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전통시장에 편의시설도 마련해야 하고, 보기 좋게 디자인을 예쁘게 꾸미기도 해야 한다는데요. 그 말도 모두 맞아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전통시장 안에서 가게들이 바로 서는 거예요.

사라지는 시장을 기록하다 보니,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가게 10곳 중 8곳은 방앗간이더군요. 전통시장이 생겨나는 초장기의 가게들을 살펴보면 방앗간은 꼭 있어요. 지금 '청춘주유소'가 들어서 있는 이 구로시장에서도 제일 처음 생긴 가게는 '달성기름집'이라는 방앗간이에요. 그래서 저는 전통시장의 중심을 방앗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전통시장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진 것도 그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장의 중심축인 방앗간의 참기름으로 신뢰를 다시 쌓아보고자 '청춘주유소'를 운영하게 된 것입니다.

 

 

 

전국 전통시장을 꿰뚫고 있는데요. 많은 전통시장 중에서 구로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즘 전통시장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많은 청년이 가게를 꾸려가고 있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에 구로시장 청년 상인들이 건전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곳이 기존 상인과 청년 상인들 사이에서 세대 차이를 겪고 있는데요. 구로시장 청년 상인들은 기존 상인들과 원활하게 소통을 하고 있죠.

기존 상인들 역시 청년 상인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그 예가 저입니다!(웃음) 어르신들이 저를 안타깝게 생각하세요. 젊은 친구가 참기름을 판다는데 그렇게 장사가 잘되는 것 같지 않거든요. 밥이라도 사주려고 하시고, 구로시장 대표님은 신발가게를 하시는데 자신의 가게에 참기름을 놓고 팔라고도 하세요.(웃음)

 

 

시장 상인들이 걱정한 정도라면… 실제로 참기름 판매는 어떤가요? 

 

원래 계획은 지난해에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참깨 농사가 생각보다 잘 안 되었어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질 좋은 참깨를 얻기 위해 시간을 들이느라 가게를 여는 게 1년 정도 늦어졌어요. 그동안 저를 기다려주신 분들이 있을 정도로 많은 분이 '청춘주유소'의 참기름을 찾으세요. 저는 대부분 상품을 택배로 보내는데요. 시장 상인분들은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없으니까,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웃음)

 

 

 

'청춘주유소'의 참기름은 각 병마다 참깨 원산지, 착유지, 착유한 장인 그리고 참기름 특징에 대해 손글씨로 자세히 적혀져 있습니다. 한 병, 한 병마다 이희준 대표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참기름 장인을 설득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신의 참기름이 전국적으로 판매된다고 하니 자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대를 이어서 그 기술을 보존하는 분은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본 장인들의 경우 대대로 집안의 기술을 이어가면서 기록도 함께 이어가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장인들이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해 아쉽고, 또 그 명맥이 쉽게 끊어지니까 안타까워요. 실제 장인들도 자신들의 지식과 기술이 단절되는 걸 원하지 않거든요.


 

참기름 소믈리에로 가장 맛있게 참기름을 먹는 방법을 소개한다면요?

 

질문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참기름은 음식처럼 먹는 게 아니라, 그 음식의 향과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제 지식을 나눠드리면요.

통영 중앙시장 참기름은 도미에 발라서 구워 먹을 때 천상의 맛이 납니다. 경주에서 착유한 참기름은 잔치국수에 한 방울 넣었을 때 최고의 맛을 내고요. 정선 참기름은 나물에 넣어 먹을 때 가장 맛있더라고요.

 

 

 

앞으로 목표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청춘주유소'를 시작한 건 전국 전통시장에 있는 방앗간을 알리고 싶어서였어요. 전국 방앗간 200여 곳의 참기름을 소개하는 게 저의 첫 번째 목표예요. 힘들게 명맥을 이어가는 곳이 문을 닫으면 아깝잖아요. 장인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인수해서 장인들이 직접 청년 상인들에게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 같아요. '청춘주유소'를 중심으로 전국에 '방앗간 플랫폼 모델'을 만들고, 사라져가는 전통시장 장인들의 기술을 되살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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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만들어가는 '청춘주유소'의 이희준 대표.  구로시장만이 아니라, 전국 시장에서 '청춘주유소'를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청춘주유소'의 참기름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gosohada.com)에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참기름 한 병(320ml) 가격은 3만 원∼3만5,000원 선입니다.

 

그럼, 오지라퍼는 다음에도 열정 넘치는 청년의 이야기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