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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인간. 어떻게 보면 동떨어져 보이지만, 인간의 삶에 꿀벌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런 말도 있지요.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4년 이내 인간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이런 자료는 어떠세요?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꿀벌 등 꽃가루 매개인 곤충이 사라지면 매년 142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을 하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과일 생산량은 22.9%, 채소는 16.3%, 견과류는 22.3% 등 식량이 줄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급속히 늘 것이란 분석입니다.

 

- 2015년 8월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 내용 중에서

 

이렇게 인류의 삶에 깊숙이 연관된 꿀벌이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요.

요즘 들어 꿀벌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 수가 빠르게 줄고 있어, 자연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꿀벌이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농약 사용과 기생충, 질병, 서식지 감소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는데요. 특히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역시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2007년 이후 매년 겨울마다 미국의 꿀벌 떼가 평균 30%씩 폐사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선 2012년, 2013년 겨울을 거치며 꿀벌 떼가 29% 줄었고, 유럽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꿀벌의 20%가 사라졌습니다.

 

- 말라 스피박(Marla Spivak), 미네소타대 곤충학 교수, CNN 기고 내용 중-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꿀벌. 이대로 꿀벌이 사라지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죠.

여기, 도시와 꿀벌의 공존을 꿈꾸며 달콤한 도시를 만드는 30대 청년이 있습니다.

도시 양봉가, 어반비즈 서울의 박진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도시 남자, 도시 농부가 되다!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처음 그를 만났을 땐 깜짝 놀랐습니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세련된 말솜씨는 틀림없는 도시 남자인데요. 햇볕에 그은 피부와 건강미가 영락없이 농부였거든요.

 

스스로를 도시 농부라고 부르는 박진 대표. 그는 어떻게 꿀벌과 사랑에 빠진 걸까요?

지금부터 '어반비즈 서울(Urban Bees Seoul)'이 만들어진 그 시작점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어반비즈 서울(Urban Bees Seoul)'은?

서울 곳곳에서 꿀벌을 키우는 도시 양봉 사업을 운영합니다.

직접 꿀을 수확하는 것은 물론, 위탁양봉이나 양봉교육, 꿀벌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꿀벌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봉으로 생산된 꿀이나 천연 비누, 양초 등 가공상품을 함께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 https://urbanbeesseoul.com

 

 

어반비즈 서울을 시작하기 전부터 꿀벌에 관심이 많았었나요?

 

아니요.(웃음) 양봉을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도시 농부, 도시 농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도시에서 뭔가를 재배하고 싶어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대부분 이미 하고 있더군요. 그러던 중 외국 사례에서 도시 양봉을 알게 됐어요. 국내에서는 도시 양봉을 하는 사람이 없었죠. 남들이 다 하는 건 사업으로도, 일로도 매력이 없잖아요? 모험이라도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더 가치 있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양봉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이 반대하진 않았나요? 그 당시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제가 결혼을 일찍 해서 그 당시 가정이 있었어요. 도시 양봉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으셨는데, 아내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당시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고, 아내는 육아휴직 상태였거든요. 아마 막막하고 답답했겠죠.

 


아이까지 있었다면 회사를 그만두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요.


회사에 다니는 선배들이 즐거워 보이지 않았어요. 아마 제가 회사 생활이 즐겁지 않다 보니 그렇게 보였겠죠?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생활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무섭더라고요. 지금 아니면 도전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꿀벌도 그렇고, 양봉은 공부하면 할수록 매력적이더라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꿀벌과 양봉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다들 직접 꿀을 수확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거죠.

그런 사람들의 갈증을 파고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1년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양봉을 준비했고, 아내 몰래 사직서를 냈습니다.

물론 사직서 낸 지 일주일도 지나지 못해 아내에게 들켰죠. 여자의 촉은 무섭더라고요.(웃음) 아! 지금은 아내가 가장 든든한 지지자입니다!

 

 

  도시와 자연의 달콤한 공존!

 

 

처음 자리 잡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되려 도시가 벌들 살기에는 더 좋은 환경이에요.

 


더 좋다고요?

 

아이러니하게도 도시는 고온건조해서 꿀벌이 활동하기 좋은 기후예요. 무엇보다 농약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요. 우리는 벌들이 꿀을 모을 수 있도록 정원만 만들어주면 되는 거죠.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꿀벌통을 관찰하며 살피면 됩니다.


 

 

'어반비즈 서울'은 도시의 건물 옥상을 빌려 그곳에서 양봉을 합니다. 건물 옥상 혹은 그 주변에 꿀벌이 좋아하는 식물을 심어 작은 생태공원도 조성하지요. 덕분에 '어반비즈 서울'은 도시 양봉을 하며 주변의 녹지까지 넓혀줍니다. 이런 이유로 '어반비즈 서울'은 산림청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습니다.

 

'어반비즈 서울'만의 양봉법이 있나요?

 

참 쉬운 건데요. 그냥 꿀벌이 하는 대로 두는 겁니다.

많은 양봉 농가가 최대한 이른 시일에 많은 양의 꿀을 수확하려고 무리를 하게 됩니다. 꿀벌에게 설탕물을 먹이기도 하고 숙성되지 않은 꿀을 수확해 가공처리도 하죠.

'어반비즈 서울'은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려고 해요. 농약과 항생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요. 물론 꿀벌에게 설탕물을 먹이지도 않아요. 45일에서 60일 동안 기다려 자연스럽게 숙성된 꿀을 수확합니다. 

그래서 처음 '어반비즈 서울'을 시작할 때,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친환경적인 양봉가를 찾는 일이었어요. 수소문해서 1년 만에 만났는데, 흔쾌히 친환경 양봉법을 알려주셔서 지금의 '어반비즈 서울'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럼 꿀의 수확량은 많지 않겠어요. 

 

네, 그렇지요. 수요는 꽤 많은 편이지만 친환경 양봉을 고집하다 보니, 수확량이 적어요. 그래서 정기적인 꿀 판매는 어렵습니다. 일정 기간마다 판매하고 있어요. 혹은 허니뱅크로 위탁해서 양봉을 운영하기도 하고요. 그 대신 가공품이나 교육 등 꿀과 꿀벌을 활용한 부가적인 사업도 함께 운영하지요.

 


 

허니뱅크란? 

25천 원에서 55천 원까지 투자하면 그 투자금을 벌통 운영에 사용합니다. 이후 투자한 분에게 수확한 꿀을 보내줍니다. 현재 817일, 24일, 31일 '어반비즈 서울' 홈페이지(https://urbanbeesseoul.com)에서 허니뱅크를 모집할 예정입니다.

 

'어반비즈 서울'은 '허니뱅크' 외에도 교육, 꿀벌 체험 프로그램 등 시민들이 꿀벌에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귀하다고 하니, '어반비즈 서울'의 꿀이 더욱 궁금해지네요. 초기에는 어려운 점이 없었나요?

 

양봉을 잘 몰라서 꿀벌을 모두 잃었던 적이 있어요. 말벌의 여왕벌이 알을 낳기 시작할 때면 영양분을 채우기 위해 벌통에 다가옵니다. 애벌레든, 벌통 속 꿀이든 다 가져가요. 빈 벌통을 발견했을 때는 허탈했죠. 

또 나방이 벌통 안에 알을 낳는 바람에 나방 애벌레가 벌통을 다 먹어치운 일도 있고요.

그런가 하면 여왕벌이 꿀벌들을 데리고 분봉(따로 벌집을 만드는 일)을 할 때도 있어요. 그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예요. 저희가 모르는 다른 곳에 벌집을 만들면 관리할 수 없으니까요.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서 사전에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결하죠.

 


도시인데도 말벌이나 나방 등 곤충 습격이 많은가 봐요?

 

보통 도시에서 양봉한다면 곤충들의 생존 전쟁처럼 자연이 주는 어려움은 없을 것 같은데요. 생각을 바꿔보면, 도시라고 해도 원래 자연이었던 곳에 건물이 생겨났을 뿐이랍니다. 여전히 곤충들은 도시에 살고 있고,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꿀벌을 키우면 꽃가루를 옮겨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꽃이 잘 피어나게 되고 식물 서식지가 늘어나요. 그러면 곤충과 새들이 유입되지요. 결국 곤충이 잘 살 수 있는 곳이 인간도 잘 살 수 있는 곳이에요.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사라진다'는 말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몇 년 전부터는 꿀벌 개체 수 감소가 심각해서, 미국의 백악관도 꿀벌 살리기에 나서고 있으니까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5년 5월 '꿀벌 등 꽃가루 매개자 보호를 위한 국가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백악관 전략은 10년 내 꿀벌 떼의 폐사율을 15%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것인데요. 

이 전략은 화재로 손실된 숲을 다시 되살리는 등 생태계를 재건하고, 꿀벌과 나비 등의 서식지를 보존하는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인간과 곤충은 공존해야 합니다. 우리가 산을 깎고 높은 빌딩을 세우면서, 자연 속에 또 곤충의 세계에 무단침입한 것이지, 곤충이 인간이 사는 곳을 습격한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꿀벌을 비롯한 여러 곤충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시를 가꾸는 일이 인간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건 '어반비즈 서울'이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대여, 꿀벌처럼 일해라!

 

 

7월 초 '어반비즈 서울'의 박진 대표를 만난 날. 박진 대표는 여의도 스카웃연맹 건물 옥상에 도심 속 양봉장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꿀벌이 가장 바쁠 때 '어반비즈 서울' 역시 쉴 틈이 없다고 합니다.

 

꿀벌처럼 부지런하게 일하시네요.

 

'어반비즈 서울'의 신념이 '꿀벌처럼 일하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꿀벌이 365일 일만 하는 줄 알아요. 하지만 겨울에는 꿀벌도 비축해둔 꿀을 먹으며 벌통에서 지내요.

저희도 그래요. 봄과 여름에는 정말 바쁘게 일해도 겨울에는 쉬어요. 겨울에는 할 일이 없거든요.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일하고 일이 없을 땐 편안한 마음으로 쉬는 거죠. 365일 일에만 매달려 있는 사람보다 꿀벌이 더 합리적인 것 같아요(웃음).  쉬어야 또 열심히 일하니까요.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줄까 해요. 겨울에 일도 없는데, 사무실에 나올 필요는 없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지금 열심히 일해야죠.

 


 

오지라퍼는 봄, 여름 바짝 일하고 겨울에는 벌통에서 지낸다는 꿀벌이 부럽습니다. 

꿀벌,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곤충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반비즈 서울'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7월 17일부터 서울시와 함께 한강 주변에 6,000평 정도 꿀벌 숲을 조성할 예정이에요. 그럼 서울에서는 어느 정도 '어반비즈 서울'이 정착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영국이나 일본 같은 외국에서는 도시 양봉이 꽤 활성화됐어요. 우리나라도 곤충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가 늘어나면 좋겠어요. 

장기적으로는 서울을 넘어 전국의 도시에서 양봉을 시작해, 녹지를 점차 늘리고 싶어요. 더 크게는 아시아 및 세계 곳곳의 주요 도시까지 나아가고 싶고요. 그러려면 꿀벌보다 더 부지런해야 할 것 같네요.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접할 청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사업이나 일을 새롭게 시작한다면 유행에 따라가면 안 된다고 전하고 싶어요. 유행이라는 건 이미 많은 사람이 하는 사업이고, 일이라는 거지요. 그리고 폭넓게 잡는 것보다 집중해서 한 가지를 파고들라고 전하고 싶네요.

저는 도시 농부에 관심이 많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또 한 가지 더,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찾았다면 발품을 파세요. 인터넷 정보만 찾지 말고 직접 현장에서 가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세요.

저 역시, 꿀벌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사람입니다. 양봉업자, 곤충박사를 닥치는 대로 만나고 다녔더니 조금씩 길이 보이더라고요.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꿀벌처럼 부지런히 다니세요. 꿀벌도 꿀이 많은 꽃을 찾기 위해 수천 가지 꽃을 스쳐 지나가고, 수십 킬로미터를 비행합니다. ^^*

달콤한 꽃은 생각보다 많아요. 꽃을 찾아가기까지 부딪히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올여름, 도시 양봉장 확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어반비즈 서울' 박진 대표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어쩐지 그와 꿀벌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을 넘어 전국 다양한 곳에서 달콤한 도시를 만들어 갈 '어반비즈 서울'의 행보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