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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도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나 혼자 하는 작품 활동에는 의미가 없다.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품이 결국 인정받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 칸 작업실에서 오로지 작품 활동만 했던 한 남자가 과감하게 세상 밖으로 자신을 던졌습니다. 봉제 골목이라 불리는 '창신동'에서 골목의 공장들과 함께 호흡하며 작품이자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특별한 아이디어로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사회적기업 '000간(공공공간)'의 공동대표, 홍성재 씨를 만나 보겠습니다.

 

 

  사회적기업, '000간'의 시작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홍성재 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가 열리고 있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였습니다. 축제가 시작된 첫날, 많은 사람이 각 부스를 방문해 다양한 제품을 세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중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한 부스~ 

바로 오늘의 주인공, 홍성재 씨가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000간'입니다.


 

사회적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 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 제1호).

 

출처 : <두산백과사전>

 

 

 

줄자 스트랩부터 '가방이 앞치마로', '앞치마가 다시 가방으로' 변신하는 제품까지.

작은 디테일에도 '공공공간'의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납니다.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샘 솟는 청년, 홍성재 씨.

예술가를 꿈꾸던 그가 어떻게 사업가로 변신하게 된 것일까요?

 

 

  사회적기업 '000간'! 첫 발걸음은 '소통'

 

 

'000간(공공공간)'이라는 기업의 이름이 참 특이해요. 특별한 뜻이 있나요?

 

공(0)마다 의미가 있어요. 공감, 공유, 공생을 의미하고요. 우리 기업의 모토이기도 해요.


000간(공공공간)은요!

 

사회적기업 '000간(공공공간)'은 지역재생, 커뮤니티 디자인, 공공디자인, 로컬브랜드 개발 디자인 교육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창신동에서 문화 예술 활동을 기반으로 참여와 협업을 통해 공공성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는 기업입니다.


 

'000간(공공공간)'이 펼친 활동 중 지역재생을 위한 활동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창신동은 의류산업의 중심지였어요. 이곳 봉제공장에서 의류를 만들고 동대문에 납품하는 시스템이었죠. 그런데 해외 중저가 브랜드 상품이 국내에 인기를 얻고, 또 동남아로 일감이 분산되면서 창신동은 침체기를 겪게 됐죠. '000간(공공공간)'은 지역 소공인들에게 제작을 맡겨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어요. 그리고 창신동만의 로컬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있고요.


 

그럼, 창신동 봉제공장과 협업해서 작업하나요?

 

그렇죠. '000간(공공공간)'에 아이디어가 있어도, 창신동의 봉제공장이 없었으면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을 거예요.

'000간(공공공간)'의 모토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예요. 옷을 만들다 보면 옷감의 20%는 버려진다는 거예요. 이를 5% 줄이는 디자인을 개발했는데… 베테랑인 봉제공장의 기술력이 없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프로젝트죠.

 

 

'자투리 방석'은 '000간(공공공간)'과 봉제공장들의 첫 합작품입니다. 창신동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천을 반투명 봉지에 가득 채워 '메이드 인 창신동'만의 쿠션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000간(공공공간)'을 견제했던 창신동 봉제공장도 쿠션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000간(공공공간)'을 신뢰한다고 하네요.

 

개인전도 열고 예술가를 꿈꾸던 분이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게 됐나요?

 

사실, 미대에서 회화를 전공했어요. 경영이랑은 거리가 멀죠?(웃음)

어렸을 때부터 미술계만 바라봤어요.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고, 개인전 열고 작품으로 인정받고… 그런 것만이 예술이라고 생각했지요.

제 나름대로는 그 길을 충실하게 잘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젊은 작가로 지원을 받아서 1년 동안 준비한 끝에 코엑스에서 전시도 했고요. 

그런데 열심히 준비했던 그 전시가 제 생각을 바꿔놓았어요. 전시에는 딱 제 친구들만 오는 거예요. 제가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거장도 아니고, 친구가 아닌 이상 제 그림을 보러 오기는 힘들었지요. 

그즈음 창신동에 가게 됐어요. 지역아동센터에서 예술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수업하며 소통했고, 창신동에 가보니 그 지역의 문제점도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아이들과 동네의 더러운 벽을 조사해서 칠하기도 하고 풍선을 달아서 하고 싶은 말을 적는 활동도 했고, '뭐든지 도서관'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 작업을 하면서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것도 혼자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지역 주민들,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지역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작품이요.

 

 

 

그래도 기업이라는 건 이익을 내야 하는데요.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제일 힘든 건 순수예술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는 자괴감이었어요. 저 스스로 '난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한계를 지어버린 거죠.

'예술가란 (돈에 의해 움직이는)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다'하는 제 편견을 깨기가 가장 어려웠어요. 작품 활동을 못 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밀려왔죠. 그런데 지금은 정리가 됐습니다. 

예술가도 1인 기업이라고 여기고 사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들과 다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요. 예술가 역시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으면 작품이 아무리 멋지다고 해도 언젠가는 사라져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작품을 이끌고 가는 것이 바로 운영이고 경영인 거죠.

 

 

자금 때문에 힘들진 않았나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어느새 식구가 늘었어요. 초반에 자금 때문에 3개월 동안 공동대표들은 월급도 못 받았어요. 그때는 자금만 충분하면 행복할 줄 알았죠. 

지금은 회사의 가치가 약 20억 정도로 평가받고 있어요. 그래서 약 2억을 투자받아 제품을 개발했는데요. 또 다른 고민이 생기더군요. 회사가 커지는 만큼 부담감과 책임감이 커졌어요. 이제 '000간(공공공간)은 개인의 회사가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예술가인 홍성재와 사업가인 홍성재는 어떻게 다른가요?

 

사회를 생각하는 폭이 달라졌어요. 대학생일 때는 졸업 직후에도 만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아티스트들이었죠. 모두 제작자들인 거죠. 

그런데 지금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요. 유통업계 사람, 홍보업계 사람, 다른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인권변호사…. 역량이 다르고, 그러다 보니 서로를 도와줄 수 있어요. 이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 그들을 통해서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지더군요.

 

 

 

 

기업을 운영하면서 꼭 지키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창업할 때부터 세 가지 원칙은 꼭 지키려고 해요.

첫 번째는 낭비 없는 제품, 그게 바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제품이고요.

두 번째는 지역 생산을 원칙으로 합니다. 내가 발 딛고 선 지역을 기반으로 이웃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순환, 환원이죠.

마지막 원칙은 고객 관점에서 롱 라이프 디자인을 만드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곁에서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이요. 그 세 가지 원칙이 '000간(공공공간)'을 창업한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사회적기업을 시작하면서 또 다른 사회적기업들을 만나서 소셜메이커라는 걸 시작했어요. 사회적기업들이 소규모다 보니 매장을 얻기가 힘들죠. 그래서 뭉쳤어요. 사회적기업 4군데가 뭉쳐서 '윙윙마켓-드로잉(drawing)과 소잉(sawing)에서 뒷글자인 윙(wing)을 따서 지음-'을 만들었는데요. 

부산의 한 백화점에 입점해서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사회적기업이 뭉쳐서 매장을 내고, 거기서 얻은 이익금 중 일부는 적립해서 그 적립금으로 매장이나 창고도 만들 계획이에요. 

저희 목표는 봉제공장에 일감을 조금 드리는 게 아니에요. 도심을 기반으로 한 봉제공장의 메이커들이 10년이나 15년, 20년 뒤에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도시의 아이덴디티를 만들고 지역 경제와 상생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어요. 그 첫 발걸음이 '윙윙마켓'이라 생각하고 올해는 '윙윙마켓'에 매진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20대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뭐든지 완벽한 상태를 기다리면 기회는 오지 않는 것 같아요. 덜 준비됐지만 일단 시작하면서 자신을 만들어가도 됩니다. 저도 경영은 저랑 멀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000간(공공공간)을 준비하면서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또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배우는 게 컸습니다. 

자잘한 이슈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유행하는 걸 좇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놓칠 수 있습니다. 성장 원동력은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을 찾는 것부터입니다.



단단한 홍성재 씨의 말 속에 '000간(공공공간)'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네요.

앞으로도 창신동에서 즐거운 일을 많이 펼쳐주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