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꾸밈 요소


드라마 <미생>,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까지, 2014년부터 화제인 키워드! 

바로 '바둑'입니다.

'바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무엇보다 머리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의 문화였던 '바둑'이 20~30대 젊은층까지 확산되고 있지요. 

그 중심엔 아름다운 미녀 프로 바둑기사들이 이끄는 '꽃보다 바둑센터'가 자리 잡고 있답니다.

 

바둑 대중화를 위한 '묘수', '꽃보다 바둑센터'의 '이다혜 프로 바둑기사'와 '배윤진 프로 바둑기사'를 만나고 왔습니다.

 

 

  인생에서 바둑을 만난 건, '신의 한 수'

  


이다혜 4단을 만났을 때, 오지라퍼는 저분을 어디선가 봤는데… 하고 생각했답니다.

바로 그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세기의 바둑 대결, '이세돌VS알파고'!

온 세계가 집중했던 바둑 경기에서 마지막 5번째 대국의 심판을 봤던 프로 바둑기사가 이다혜 4단이었습니다. 

여자 최초 프로 바둑기사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이다혜 4단'!

그녀는 인생에서 어떻게 '바둑'을 만나게 된 걸까요?



 

이다혜 :  대부분이 아버지 손을 잡고 기원에 가면서부터 바둑을 만나기 시작해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버님이 바둑을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주말엔 친구들과 바둑 두시느라 기원에서 온종일 지내셨지요. 어머니는 그런 점이 속상하셨나 봐요. '주말에 딸과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저를 아버지 곁에 밀어 넣으신 거예요. 

 

그럼, '아버지와 딸이 오붓하게 바둑을 두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신 거죠.

딸도 주말을 알차게 보낼 수 있고, 아버지도 저랑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요.

혹은 딸을 데리고 기원에 가는 게 귀찮아지면 아버지가 바둑을 그만둘 수도 있고요.(웃음) 

어머니대로 '꼼수'를 두신 거죠!

 

그런데 제가 기원에 따라다닌 지 1년 만에 아버지를 이긴 거예요.

아버지도 어지간히 놀라셨나 봐요. 

그때부터 제 인생에 본격적으로 '바둑'이 들어왔죠.

재능이 보여 큰 기원에 갔는데… '바둑' 좀 둬 봤다는 아이들이 모두 모인 거예요.

그때부터 취미였던 바둑이 인생의 전부가 됐습니다.

연구생으로 생활하다가 프로 바둑기사 선발전을 통해 프로 바둑기사로 입단하게 된 겁니다.


프로 바둑기사 입단 과정은?

프로 바둑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과정을 거쳐야 해요. 그 다음에 한국 기원에서 주최하는 프로 바둑기사 선발전을 통해 입단할 수 있는데요. 선발전을 거친 바둑기사는 한국기원에 소속된답니다. 프로 바둑기사는 초단부터 시작해 9단까지 오를 수 있어요.

참조 : 『두산백과』

 


이다혜 4단과 함께 '꽃보다 바둑센터'를 운영하는 배윤진 3단은 2000년에 입단했습니다.

국내 몇 안 되는 여자 프로 바둑기사 중 한 명입니다. 바둑TV 진행, 해설 그리고 강의를 통해 바둑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그녀 역시 아버지 권유로 7살 때 바둑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배윤진 : 제가 무척 산만한 아이였어요. 엉덩이가 가볍다고 할까요? 

아버지가 그런 제 성격을 고치고 싶으셨나 봐요. 지금도 많은 부모님이 아이에게 바둑을 시키는 이유가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서거나 산만한 성격을 고치고 싶어서인데요. 

제가 그 케이스죠. ^^*

가벼운 마음으로 바둑을 시켰는데, 제가 바둑에 푹 빠져드니 부모님도 말릴 수 없게 된 거죠.


저는 15살에 입단을 했어요. 운이 좋은 편이었죠.

바둑 같은 경우는 워낙 깊게 공부를 해야 하는 시합이기에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5년은 해야 프로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어요. 연구생이 되면 하루 중에 밥 먹는 시간만 빼고 바둑에만 집중해야 해요.

고시 공부하듯 10년 넘게 하루 12시간씩 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프로 바둑기사로 입단하면 '사범'이라는 칭호가 붙어요. 존중의 의미가 담겨 있죠.

 


우와, <응답하라 1988>의 '최택' 사범이 생각나네요.

 

배윤지 : 하하~ 예, 맞아요.


이다혜 : <응답하라 1988>에서 최택 사범이 두통약 먹으면서 밤새 바둑판 앞에서 씨름하잖아요. 그 장면을 보는데 저는 짠했어요. 드라마 속 인물을 보는 것 같지 않고, 주변 선배들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중국과 대국할 때 최택 사범이 중압감에 물도 한 모금 못 마시는 장면도 그렇고요. 

라면도 못 끓이고 길도 잘 못 찾는 '생활치'인 면도 그렇고요.

물론 연애를 '최택'만큼 잘하는 기사들을 보진 못했지만~(웃음)

 

배윤지 : 맞아요. 저도 드라마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둑 대국은 일반 스포츠와 달라요.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는 동료가 있고 혼자가 아니니 중압감이나 부담감을 서로 나눌 수 있어요. 

그런데 바둑은 오로지 혼자 대국을 하는 거니 경기에 대한 책임감이나 중압감이, 대중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커요. 

이번에 경기 펼친 '이세돌 사범' 역시 무척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5국을 다 마쳤을 때 살이 7kg 정도 빠졌다고 하니 말 다했죠.

 


맞다! 이세돌 사범과 알파고 마지막 대국에서 이다혜 사범이 심판을 맡았죠?

그때 분위기가 어땠나요?

 

이다혜 : 텔레비전과 참 많이 달라요. 제가 오랫동안 이세돌 사범과 알고 지냈는데요. (이세돌 사범 부인과 친하기도 하고요.) 

그토록 긴장하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아요. 대국 내내 긴장감 때문에 화장실을 못 갈 정도였으니까요. 

집중하는데 방해될까 봐,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어요.

이세돌 9단이 경기 중간중간 '후~' 하고 한숨을 쉬는데… 그 한숨 소리가 저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 같았어요.

사실 바둑 경기에서는 상대방이 참 중요해요. 상대방의 눈과 호흡을 통해 마음을 읽고 다음 수를 계산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바둑은 체력전이에요. 

보통 두뇌 싸움이라고만 생각하는데… 10시간 이상 두뇌 싸움하다 보면 결국 체력에서 밀리는 사람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국 경기에 지게 되거든요.

마지막은 상대방과 기싸움이에요. '꼼수'든 '묘수'든 '악수'든 상대방과의 '밀당'을 통해서 경기의 흐름을 잡는 거죠. 그런데 기계는 이 세 가지가 모두 빠져 있어요. 


상대방조차 없으니, 이세돌 사범이 경기 내내 무척 '외로웠겠다,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은 '그거 다 핑계다, 내가 졌다'라고 말씀하시겠지만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도전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셨어요.


배윤진 : 명언도 남기셨잖아요.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이 아니다'. 원래 말수가 적으신 분이거든요. 참 멋진 것 같아요. 

 

인간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그리스 문자의 최고를 의미하는 '알파'와 바둑의 일본어 발음과 유사한 'GO'에서 이름을 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했는데요. 


2015년 10월 중국의 바둑기사 판 후이 2단과 겨루어 승리해서, 바둑기사를 이긴 최초의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으로 주목 받았어요. 

 

2016년 3월엔 세계 최정상 수준인 이세돌 9단과 5번 대국에서 4승 1패로 이겨 화제에 올랐습니다.  

 

 

  '꽃보다 바둑센터'는 바둑 대중화를 위한 '묘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에 대결로 인해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피부로 느껴지나요?

 

배윤진 : 네, 저희가 '꽃보다 바둑센터'가 개원한 지 이제 1년 반으로 접어들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여성분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분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어요.

드라마(<응답하라 1988>), 영화(<신의 한 수>), 뉴스(<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까지 '바둑' 이야기가 화제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바둑을 고리타분한 게임, 승부 놀이라고 생각하시다가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의 대표적 인물로 '최택', '이세돌'이 뜨다 보니 바둑을 새롭게 보시는 거죠.

 

하지만 기원이 많잖아요. 유독 '꽃보다 바둑센터'를 찾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이다혜 : 아무래도 여자 프로 바둑기사들이 가르쳐주다 보니 젊은 여성의 경우, 바둑에 다가서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바둑 대중화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바둑의 문턱을 낮췄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바둑계에서 젊은층, 여성층은 정말 취약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두 가지를 모두 잡고 있으니까요.

 

배윤진 : 맞아요, 최근에 입문반을 열었는데요. 12명 신입회원 중 11명이 여성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20~30대 여성분들 중 이미지가 세련된 분들이 오시는 거예요.

젊은 남녀 비율이 높다 보니 예상하시겠지만…(작은 목소리로) 바둑센터에서 연애하시는 분들도 계신답니다. ^^*

 

'꽃보다 바둑센터'의 채팅방. '꽃보다 바둑센터'는 바둑 초보 성인을 위한 강좌가 많은데요. 

젊은층이 많다 보니 회원들끼리 소통도 많고 사적으로 모이는 자리도 많다고 합니다.


사실, 바둑이 대중적인 스포츠나 놀이는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 '꽃보다 바둑센터'를 개원하기가 부담스러웠을 텐데요. 개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다혜 : 기원을 가게 되면 대부분 바둑 좀 두셨다는 어르신들이 모여 있어요.

생초보, 정말 바둑에 있어 '흰 알', 검은 알'만 구분하는 성인에게는 그런 곳은 문턱이 높지요.

어린이 전문 바둑학원은 제법 있는데요. 정작 바둑을 배우고 싶은 초급 성인은 여기에도 저기에도 낄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그런 분들을 위해 시작했어요. 그런 분들이 멀리서도 오시고, 센터를 찾아 주더라고요. 저희도 처음엔 이렇게 바둑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많을 줄 몰랐어요. 

 

배윤진 : 센터를 카페처럼 꾸몄더니 기원분들이 차도 마시고 책도 읽는 문화공간처럼 이용하고 있으세요. 바둑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재밌는 점이 있어요. 보통 다같이 회식을 하잖아요. 그럼 밥 먹고, 술 마시고, 노래방을 가기 마련인데요. '꽃보다 바둑센터' 회원들은 밥 먹고 술 마시고… 센터에 와서 바둑을 둬요. 

왁자지껄하다가~ 갑자기 센터에 와서 모두들 상대방을 잡고 바둑 경기를 하는 거죠. 

 

이다혜 :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하다 보니 외로웠어요. 친한 친구와 경쟁해야 하는 점도 힘들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바둑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인생을 설계하고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생활이 더욱 풍요로워진 것 같아요.

 

배윤진 : 꼭 바둑이 아니어도 살아가면서 평생을 할 수 있는 취미가 있고 그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나 이다혜 사범이나 행운아죠. 화제만발 가족분들도 평생을 동행할 취미를 찾아서 조금 더 여유를 만들면 좋겠어요.

 

 

300명이 넘는 바둑 프로기사 가운에 여성 프로 바둑기사 수는 약 50명 정도라고 해요.


하지만! 최근에는 여자 바둑리그가 생겼고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여류 프로 바둑기사(김효정 여류프로기사회 회장)가 해설하는 등 바둑계에도 여풍(女風)이 강하게 부는데요.

 

이어지는 2부 인터뷰에서는 바둑계 불고 있는 여풍(女風)과 연습생 생활에 대해서 들어보겠습니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