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꾸밈 요소

 

요즘 인기있는 여행프로그램에서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 높아진 것 같아요. 포털사이트 여행관련 키워드에도 아이슬란드의 여행지들과 출연자들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걸 보면요.

 

문득 궁금했어요. 이렇게 이슈가 되기 전에 그곳을 다녀온 일반 여행자의 시선에 비친 아이슬란드의 모습이요. 그래서 평소 오지라퍼가 SNS를 통해 흥미있게 구독해오던 여행기가 문득 떠올랐지요. 지금도 세계여행 중이신 정혜성님께 얼마전 다녀오신 아이슬란드에 대해 소개해 주실 것을 부탁 드렸답니다. 그 생생한 여행기를 함께 들어보실까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이슬란드 모습

 

카메라로 포착한 오로라의 모습

 

그곳은 정말이지 특별했다. 까만 밤하늘을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오로라(Aurora)가 있고, 물 밖 세상의 차가운 온도가 고스란히 담긴 맥주를 마시며 에메랄드빛 온천에 몸을 녹이는 블루 라군(Blue Lagoon)이 있다. 잔잔하게 고여있다가도 이내 부글부글 끓어 수 미터 위로 솟구치는 게이시르(Geysir)도 있다. 어마어마한 물의 양과 웅장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에 막혔던 가슴 한쪽이 시원하게 뚫리는 굴포스(Gullfoss)도 있다. 지구의 모습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빙하의 땅도 존재한다.

 

 

눈과 얼음이 뒤섞인 굴포스 

 

그리고 더욱 특별하게도 세계 최북단의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ik)가 그곳에 있다. 지구 상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수도라는 타이틀 때문이었을까. 아이슬란드에 닿기 전 차갑고 경직된 모습이 만연한 레이캬비크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겪은 레이캬비크는 아름답고, 여유로우며, 위트가 넘치는 따뜻한 곳이었다.

  

 

물기둥이 솟구치는 게이시르

 

 

레이캬비크의 아침은 조금 느리게 시작되었다. 오전 10시가 다 되었지만, 바깥은 어스름이 깔리는 해 질 무렵의 저녁과 닮아 있었다. 겨울이면 유난히 긴 아이슬란드의 밤은 아침까지도 쉽게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영하의 날씨이지만 바람이 잔잔히 부는 까닭에 서울보다는 따뜻하게 느껴졌다.

 

 

  

레이캬비크 시내의 벽화들

 

여행의 마지막 날, 오늘은 정해진 일과 없이 이곳 저곳을 천천히 산책하기로 했다. 골목은 개성 있는 벽화들로 넘쳐났다. 이곳이 세계적인 디자인의 중심 북유럽임을 잊지 말라는 듯 하나의 벽화를 지나면 위트 있는 또 다른 하나가 금세 눈에 띄었다. 덕분에 길거리 곳곳에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기자기하거나 세련된 소품을 파는 가게들도 이에 못지않다. 구경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상점이 즐비했다.

 

 

 썰매 타는 아이들

 

아쉬운 발걸음을 겨우 돌려 옛 항구 쪽으로 가는 도중 눈 쌓인 언덕을 만났다. 현지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었다.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니 한 아이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눈썰매를 건넸다.


“아, 얼마 만에 타는 눈썰매지? 게다가 레이캬비크 시내 한복판에서 타는 썰매라니!.”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힘껏 썰매를 밀었다. 차가운 바람이 양볼을 때렸지만 기분 좋은 짜릿함이었다. 언덕 아래로 내려오니 할그림스키르캬(Hallgrimskirkja)가 보였다.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모양 때문에 대부분 낮은 건물로 이루어진 이곳에서 시선을 조금만 올리면 어김없이 보이던 교회이다.

 

 

한 눈에 띄는 할그림스키르캬

 

할그림스키르캬는 하늘을 향해 발사를 기다리는 우주선과 닮았다. 아이슬란드에서 초자연적인 풍경을 계속 본 탓인지, 아니면 이 교회의 특이한 겉모습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지구 밖 다른 곳으로 여행을 왔다 가는 듯한 묘한 착각이 들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가 유독 아이슬란드를 주요 촬영지로 정하는 이유가 이래서였을까.

 

펄란의 외관

 

기분이 한껏 들뜨자 레이캬비크를 한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레이캬비크의 마지막 여행지, 펄란(Perlan)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할그림스키르캬에서 3~4시 방향으로 몸을 돌려 멀리 보이는 원형 지붕을 쫓아갔다. 펄란의 유리 돔에서 가장 높은 층은 레스토랑으로 쓰이고 바로 아래층은 누구에게나 열린 전망대 역할을 했다. 유리문을 열고 나가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동안 내 키만큼의 시야로만 보던 레이캬비크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펄란에서 내려다본 레이캬비크 시내의 모습

 

저 멀리 눈 덮인 설산이 우뚝 솟아있었고 설산과 레이캬비크 사이에 진푸른 색의 바다가 있었다. 바다는 잔잔했지만, 물빛만으로도 얼어붙을 것 같은 아찔한 냉기가 전해졌다. 거대한 할그림스키르캬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로 시내 중앙에 서 있었다. 그리고 눈 덮인 지붕과 아늑해 보이는 집들이 시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대가 높은 탓에 바람이 많이 불어 코가 빨개졌지만, 한동안 그곳에 가만히 서 있기로 했다. 사진 찍는 일도 잠시 접어 두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으니 한기가 손끝까지 전해졌다. 차가움보다는 개운함이 컸다. 상쾌함이 세포 구석구석 스며들어 폐 속부터 머리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기가 막힌 풍경조차 덤이 되는 기분 좋은 청량함이었다.

 

골든서클 가는 길

 

오로라의 신비와 게이시르의 뜨거움과 굴포스의 장엄함과 빙하와 함께 얼어붙은 수많은 세월이 바람에 실려 온 몸에 그대로 새겨졌다. 피로에 찌들고 사람에 치이기도 했던 지난날들이 잠시나마 기억에서 지워지는 느낌이었다면 과장일까. 오로라 헌팅으로 시작해 레이캬비크로 끝나는 이 여정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겨울의 아이슬란드는 이 정도면 충분했다. 안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이자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푸치노를 주문하며 생각했다.


“그래 이제는 돌아가도 되겠어.”

 

이 콘텐츠는 현재 세계여행 중인 정혜성님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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