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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첫사랑 수색대 세 번째 이야기가 찾아 왔습니다. FLC 소속 007과 008이 점점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거 같죠? 이제 좀 더 어려운 의뢰가 들어올 때가 된 거 같은데요~ 한번 만나 볼까요?




바야흐로 웨딩 시즌 막바지! 

겨울이 오기 전에 부랴부랴 하루에도 수백 쌍의 부부가 탄생하는 계절, 

그리고 당장 2주 앞으로 다가온 우리의 결혼식. 


아이러니하게도 결혼보다 결혼‘식’ 준비에 정신이 없어서일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른 것보다 하객들 초대에 골머리가 썩는다. 

빠진 사람은 없나? 

이 사람은 연락을 해도 될까? 

이 사람은 전화를 해야 하나, 찾아가야 하나?


근 삼십 여년의 인간관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거의 다 연락을 돌리고, 한숨도 돌리고, 확인 차 연락처 목록을 살펴보았다.

주룩주룩 드래그하던 손가락이 문득 멈췄다.


‘연락하지 마’


행여나 술에 취해서라도 연락할까봐 그녀의 이름 대신 바꿔놓은 문구.

그 날 이후로 처음, 016으로 시작되는 그 번호를 통화로 연결한다.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오니...


그렇게, 마지막 복수의 기회는 영영 사라지는 듯했다.

 

 

episode 3. 잔인한 첫사랑에게 청첩장을 보낸다

 

 


“으키키키킥!”


008의 난데없는 웃음소리에, 야식을 먹고 있던 007이 들고 있던 젓가락을 던졌다.


“뭐야, 뭐 잘못 먹었어?”


“아, 죄송합니다. 키킥키킥! 007님은 싸이 백업 하셨어요?”


“싸이세계? 연인들의 무덤이 된지 오래잖아.”


“네, 저도 백업하러 간만에 들어가 봤거든요. 완전 중2병! 진짜 ‘ㄴㅐ가 별루ㄷㅏ...’ 시, 시공간이 오그라든다!”


“하아, 나도 남친이랑 헤어진 후에 닫고선 안 들어갔는데. 병맛과 실패의 흑역사라.”


“근데 한편으론 그립네요. 일촌평 써주고 방명록에 글 남겼던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


“그러게. 중2병도 병맛도 흑역사도, 결국 모두 지금의 날 만들었으니까.”


두 사람은 잠시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이 오그라들어 손톱으로 손바닥을 긁어댔다.


“여기 이 사연을 쓴 사람도 분명 싸이 백업하면서 이불킥! 했을 거야.”


007은 읽고 있던 사연을 008에게 건넸다.

 

 


의뢰 파일 o-109

의뢰인 ‘난 이제 지쳤어요, 일벌’


몇 주 후 아리따운 신부와 백년가약을 맺는 행복한 남자입니다. 2년 동안 그녀와 다툼 한 번 없이 교제했고, 양가 부모님도 좋아하시며, 무엇 하나 문제될 것 없는 행복한 예비부부죠. 그런 제가 이런 의뢰를 하는 게 나쁘게 보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행복한 결혼식과 행복할 앞날을 꼭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군대 같은 성비를 자랑하는 공대에서 모든 남자들에게 페로몬을 뿌리고 다녔던 여왕벌. 

아름이! 

외로운 수컷들의 불쌍하고 순진한 마음들을 착취하고, 그들을 경쟁시켜 오직 최상위 남자에게만 교제를 허했던 그녀. 그 일벌 중 하나였던 저는 하잔 대로 다 해줬고, 사달란 대로 다 사줬고, 필요한 건 뭐든지 말만 하라고 했던, 그녀의 $ponsor였죠. 

아름이에게 도전한 많은 일벌들과 달리 저는 감히 도전조차 못했어요. 전 무능한 자신을 탓하며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런 노력이 밑거름이 되어 현재의 멀쩡한 제가 있게 되었죠. 그녀가 아니었으면 저는 여전히 공돌이 십덕후였을 겁니다. 

삽질했던 일화를 쓰자면 날밤을 새도 모자랍니다. 다만 그녀가 마지막에, 제 고백을 좌니나~게 차버리면서 했던 약속을 지키게 하고 싶습니다. ‘네 결혼식에 꼭 불러줘. 꼭 참석할게!’ 

그녀에게 청첩장을 전해주세요. 오던 오지 않던 그녀의 선택이고요. 



FLC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기혼자의 의뢰는 받지 않는다’이다. 

행여나 생길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직 결혼하려면 몇 주 남았잖아요. 그 전에 청첩장만 여왕벌에게 전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다 그 사실이 신부 측에 알려지면? 그 여자가 정말 결혼식장에 나타난다면? 다음 일도 책임질 거야?”


“물론 그 전에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어야죠. 그 여왕벌에게서 눈을 떼지 말고 감시하고...”


“왜 그렇게 이 의뢰에 관심을 보여? 네 경우랑 비슷해서? 네가 못한 첫사랑에 대한 복수를 대신 해주고 싶은 거야?”


008은 정곡을 찔린 듯 흠칫 놀랐다. 


“... 만약 이 사람이 복수에 실패하고 완전히 정리하지 못하면, 나중에 결혼해서도 평생 완결되지 못한 이야기로 남을 거 아니에요.”


008의 열성적인 설득에, 007은 하는 수 없이 한발 물러섰다.


“이건 우리가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상부에 보고하자.”

 



#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예술영화관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이 꺼진 후, 

007과 008은 맨 뒤에서 혼자 영화를 보고 있던 남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지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댄디한 남자, 의뢰인이었다.


“반갑습니다. 임홍식 입니다.”


“의뢰에 대한 답변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저희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서...”


“이해합니다. 저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아요. 다만 이렇게 노력이라도 한 번 하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후회할까봐 요청했습니다.”


“상부에서도 그 점에서 YES에 손을 들어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 결혼식 날까지 첫사랑을 찾지 못하거나 연락이 닿지 못한다면 자동적으로 의뢰는 폐기될 예정입니다. 상대가 기혼자여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 점 명심하시고요.”


“네.”


008은 한숨을 한번 쉬고 의뢰인에 관련된 파일을 뒤적거렸다.


“지금까지 저희 쪽에서 조사한 내용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아름이요?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엄태웅이 한가인을 호칭하는 말 있죠? 딱 그 말이 어울리는 여자였어요. 정말 ‘어마어마한 **’이었죠.”


“만약 그때 요새처럼 sns가 활발했다면 아마 걘 사회적으로 매장 당했을 걸요?”


“여자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었죠. 흘리고 다닌다, 몇 명이랑 사귀었다더라, 누구 남친을 뺏었다더라, 뒷말이 많았어요. 오죽하면 그런 일화가 있었겠어요. 과 휴게실에 남자애들만 죽 앉아 있었는데, 그 애가 들어와서 보더니 ‘와, 다 나랑 사귀었던 애들이네!’라고 했다죠.”


그녀에 대한 평판은 대부분 나쁜 쪽이었다. 

졸업 사진을 보면 김태희나 전지현처럼 예쁜 것도 아닌데, 조사할수록 더욱 궁금해지는 여자였다. 


“졸업 직후 그녀의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당시 4학년 마지막 학기까지 교제했던 남자는 졸업 전에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친구도 없는 것 같고, 일단 취업 현황 목록 등을 수소문해보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네요. 저도 졸업 후로는 딱히 학과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았던 터라... 결혼식 전에 되도록 빨리 진행해주십시오.”


의뢰인은 가볍게 인사하고 영화관을 나갔다.


007은 그의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결혼반지가 유난히 마음에 걸렸다.


“만약 나랑 결혼하는 사람이 결혼식을 앞두고 첫사랑을 찾는다면, 아무리 사심이 없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을 거야.”


“일은 일, 우리는 프로잖아요. 이번 일은 신중하게, 실수 없이 진행합시다.”


께름칙한 007과 다르게 008은 의욕적으로 앞장섰다. 

누구를 위한 복수극인가, 007은 첫사랑의 순수함을 철저히 이용했다던 여왕벌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과연, 이 여자를 찾는다고 의뢰인의 마음이 정리될까?

 


 

# FLC 사무실


008은 밤새 아름이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개인정보 관리를 철저히 하는지, 인터넷 상에서는 흔적조차 없었고 그 흔한 SNS도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007 역시 온갖 변장을 하고 아름이와 사귀었다는 남자들과 접촉해 보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아직 취업을 안 한 건지 등록을 안 한 건지, 시집을 간 건지 해외에 있는 건지 도통 오리무중이었다.


“그렇다면 역으로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008은 대학교 졸업앨범에 나와 있는 아름이 사진을 

‘전국 고등학교 졸업사진 데이터베이스’에 넣고 검색했다. 


1999년 고교 졸업생 사진 중

아름이의 대학 졸업사진과 동공 크기, 귀 모양, 입과 눈 사이의 거리 등이 

종합적으로 일치하는 사진을 찾아내는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008이 얼마 전 자체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다만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고 딱히 다른 곳에 쓸모가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틀 밤을 꼬박 새고 약 30만 명의 졸업사진이 지나간 후, 

마침내 수도권 모 고등학교 졸업생 ‘한영자’ 양이 92% 일치하는 인물로 잡혔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 공대 아름이?”


-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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