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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오지라퍼입니다!

바둑계 전설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아마 열 명이면 열 명 다 이 분 성함을 말할 거예요. 

네, 맞습니다. 바로 '조훈현 국수'님. 유일하게 '國手(국수)'라고 칭해지는, 바둑계의 '전설'.

오지라퍼가 지금 조훈현 국수님을 만나 뵈러 갑니다.

 

이 시대 최고의 승부사, 조훈현 국수

 

세계 최다승(1,935승), 세계 최다 우승(160회) 기록을 보유한 이 시대 최고의 승부사!

변방으로 평가받던 한국 바둑을 세계 바둑의 중심으로 올려놓은 장본인!

그리고 최근 한·중·일 원로 바둑대회에서 우승하며 저력을 보여준 바둑계의 살아 있는 '전설'!

이 모든 수식어가 의미하는 바로, 바로, 바로! 조훈현 국수입니다!


여기는 어딜까요? 오늘 인터뷰는 조훈현 국수님 댁에서 하기로 했는데요.

나오시는 모습에서부터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옵니다.

최근에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이란 책을 펴내고 스케줄이 꽉꽉, 찼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자~ 그럼 책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죠?

 

 

녕하세요. 조훈현 국수님, 오랜만에 책을 쓰셨는데요. 그런데 기존엔 바둑에 관련된 책을 쓰셨는데 이번엔 인생에 대해서 쓰셨어요. 이유가 있나요?


'책을 써야겠다'라고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좀 일찍 쓰게 된 것 같네요.

2년 전에 갑자기 폐가 아파서 병원에 갔어요. 그런데 사진을 찍어 보니 폐가 새하얀 거예요. 안 좋다고 하더군요. 의사가 암이면 손도 쓸 수 없고 균이면 약으로 고칠 수 있다고 했지요. 약을 2주 동안 먹어 보고 또 정밀검사를 해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2주 동안 경과를 기다리는데… 많은 생각이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인생을 뒤돌아보게 되었는데, 제가 남긴 게 하나도 없더군요. 뭔가 살아온 인생을 정리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들고요.

그래서 제가 수많은 경기를 치러오면서 느낀 점, 스승님께 배운 점, 바둑판 위에서 배운 정신 이런 걸 인생 후배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배웠다고 내가 느낀 점을 공유하고 싶었던 거죠.

 


스승님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어떤 분이고 어떻게 만나셨나요?


제가 바둑을 시작하고 바둑으로 선진국인 일본으로 유학 떠날 결심을 했는데요. 그때 나이가 겨우 열 살이었어요. 그러니 제가 결심했다기보다는 저희 부모님이 결심했다는 게 맞겠죠. 그 당시 바둑계 대부가 조남철 선생님이셨는데, 그분의 일본 스승이 바로 기타미노입니다.

한국에서 바둑을 배운 사람은 모두 그분 제자로 들어갔죠. 저도 원래 그분의 제자가 될 예정이었고요. 그런데! 저를 일본에 데리고 가신 분이 일본에서는 기타미노 보다 세고에 겐사쿠라는 분이 더 훌륭하다고 평이 나 있다며 그분에게 데리고 간 거예요.

그렇게 해서 스승님을 만났는데… 그때 스승님 나이가 96세였습니다. 전 열 살이고요.

원래 제자를 안 받으셨는데 그 나이에 한국에서 온 제자를 받으신 거예요.

나중에 그 분 말씀이 한국에서 넘어온 바둑 문화를 다시 한국에 돌려주고 싶었대요. 그 당시엔 일본이 바둑계를 휘어잡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바둑 기술과 문화를 한국에 돌려주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큰 어른이신 거죠. 자신의 이익보다 더 큰 걸 생각하는….

 


열 살 때 홀로 일본에서 유학했는데요. 언뜻 생각해도 힘들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래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거 같아요.

그냥 나는 바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바둑 외에 다른 건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거예요.

 

 

어떻게 바둑을 시작하게 됐나요?


제가 어렸을 땐 사람들이 바둑을 좋게 생각하진 않았죠. 지금이야 바둑을 두고 머리싸움이다, 두뇌 활동에 좋다고 하지만 그때만 해도 '바둑'을 노름이라고 해서 '기박'이라고 했죠.

아버님이 그 당시 일본에 유학을 가서 바둑을 배우셨어요. 아버님이 바둑 두는 걸 옆에서 구경하곤 했는데, 제가 소질이 있다고 느끼셨는지 동네 기원에 데리고 다녔어요. 그때 기원 원장이 '바둑에 재주가 있으니까 키워봐라' 라고 조언을 해서 서울로 올라와 바둑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때가 겨우 다섯 살이었어요.

진로가 다섯 살 때 정해진 거죠.

 

 

 

바둑 경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음…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가장 기본은 '체력'이에요. 프로들의 실력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 흐름이 많이 달라지죠. 결국 나중엔 집중력, 체력 싸움이 됩니다. 열 시간 동안 경기하면서 얼마큼 끝까지 버틸 수 있냐가 관건인 거죠. 

한번은 바둑판 앞에 앉아서 열두 시간 동안 경기한 적도 있어요. 하루종일 바둑판만 바라보며 머리싸움을 하다 보니까 나중에 경기가 끝났을 때는 머리에서 열이 난다고 할까요? 머리가 뜨끈뜨끈하더라고요. 

체력이 떨어지면 정신력이 떨어지고 정신력이 떨어지면 결국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이건 바둑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어떤 운동도, 공부도, 회사 일도 체력부터 제대로 쌓아야 합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좋은 아이디어가 안 나와요. 체력이 국력이라고 하죠. 전 그 말 공감합니다. 

우리는 날마다 생존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자신만의 바둑을 두고 있어요.

이 바둑에서 흐름을 잡기 위해선 체력을 강하게 키우세요.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바둑판을 인생에 많이 비유해요. 체력 외에 바둑과 인생에서 필요한 게 뭘까요?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됩니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됩니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입니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 모든 걸 포괄하는 개념을 저는 '생각'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세상사가 바둑판과 같다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당장은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악화될 것처럼 보이지만, 의지를 갖고 바라보면 해결책은 반드시 있습니다.

물론 그 해결책이라는 게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일 수는 없죠. 하지만 최상이 아니라면 최선을 위해 노력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합니다.

 


30대 때인 한창때 제자를 두었. 바로 이창호 기사인데요. 그렇게 일찍 제자를 둔 이유가 있나요? 


제자를 두는 건 자식을 두는 것이랑 똑같아요. 스승에게 인성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리 스승을 뛰어넘은 제자가 됐다고 해도 스승에게 받은 기술과 은혜를 스승에게 돌려줄 수는 없어요. 그러면 그 은혜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전 그게 바로 제자를 두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스승에게 받은 정신을 대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창호랑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인성으로도 욕을 안 먹고 사니까… 된 거지!

 

 

이창호 기사와의 운명적인 대결을 빼놓을 수 없어요. 제자를 너무 잘 키우신 거죠. 제자에게 타이틀을 모두 빼앗기게 되는데…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19952, 마지막 남은 대왕 타이틀을 빼앗기던 날, 20년 만에 무관이 된 거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상하리만치 홀가분했어요. 정상에 오를 때는 정상만 보며 올랐고, 오르기만 하다 보니 진다는 걸 몰랐는데…. 하나둘씩 뺏길 때는 불안에 떨었는데 더이상 아무것도 잃을 게 없으니 오히려 편해졌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다시 올라가면 되는 거니까요. 

후 더 열심히 대회에 참가했어요. 거의 사흘에 한 번꼴로 대회에 나갔죠. 그리고 1998년 국수전에서 다시 창호를 만났는데… 그때 제가 이겼죠? 하하하

 

현실에 불만을 품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좋은 것이 있을 거라고 대부분 막연하게 생각을 하죠. 하지만 제가 깨달은 건 바로 지금 여기가 최고의 환경이라는 거예요.

내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 들여야 새로운 문이 여기서부터 열린다는 거죠.

 

 

 

자제분들은 바둑을 하나요?  


아뇨. 바둑 못해요. (왜요? 안 가르치셨어요?) 이 정도 환경이면 안 가르쳐줘도 스스로 알아야 해요. 아빠가 바둑 둘 때 옆에 와서 몇 수 가르쳐 달라고 조르고… 그렇게 스스로 바둑을 터득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렇지 않은 거 보면 바둑에 관심이 없는 거예요. 바둑에 재능도 없는 거고 대신 다른 거 잘하면 되니까….

사람들은 행복이 돈이나 명예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튼튼한 '자아'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그럼 튼튼한 '자아'는 어떻게 만드냐,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걸 제대로 찾는 거죠.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찾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바둑을 억지로 권하진 않았어요. 관심이 있으면 이 정도 환경에선 스스로 했을 거거든요.

 


마지막으로 청춘들에게 한마디 하다면요?


원칙과 도덕을 지키며 살아갔으면 해요. 요즘 참 편법이 횡행해서 말이죠.

생각은 나무처럼 가지를 뻗으며 자라요. 한번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를 뻗으면 계속 그 방향으로 자랄 수밖에 없죠. 그래서 간단한 일일지라도 원칙과 도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주가 덕을 넘어서면 안 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어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바둑계 전설보다는 인생의 스승을 만나고 온 기분이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훈현 국수님 댁의 마당에서 만난 고양이 두 마리~

고양이 키우시냐고 물었더니 길고양이랍니다. 밥을 계속 줬더니, 새끼까지 낳고 집 담장을 넘나든답니다. 따뜻한 국수님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돌아가는 오지라퍼를 향해서 눈인사를 보내는 고양이. 그럼, 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다음번에도 알찬 인터뷰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