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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고들 말합니다. 당신의 힘든 현재는 곧 잊혀져 과거가 될 것이라고 말이죠. 그러나 그저 과거로 묻어두기에는 너무 아픈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깊은 마음의 생채기는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지, 이번 화를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아요.






 최근 한 음악방송을 듣다가 과거 어느 시점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말 못 할 고민들로 밤잠을 설쳤던 중고등학교 시절, 내 심정을 너무 잘 알아주었던 그 때 그 노래들 덕분에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났던 셈이죠. 문득 아픈 기억이 떠올라 어딘가에 숨고 싶기도 했지만 과거를 떠올리는 일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듯 흥미로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심리상담은 ‘나’라는 알 수 없는 존재를 현재 내가 경험하는 감각들, 나아가 과거의 기억을 통해 탐구해가는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2014년 개봉된 프랑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말을 잃은 마르셀은 두 이모와 함께 살아갑니다. 조카를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키우려는 다소 극성스러운 이모들 사이에서 33살의 마르셀은 그저 무표정합니다. 이모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고, 이모들의 친구들을 만나고 이모들이 운영하는 댄스 교습소에서 피아노를 칩니다. 아무런 욕망도 없어 보이는 마르셀에게서 인간미란 조금도 느껴지지 않죠. 그런 마르셀이 우연에 이끌려 방문하게 된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정원. 그 곳에서 푸르스트 부인이 준 차를 마시고 기절하듯 과거의 시간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일정 돈을 지불하고 최면에 빠지는 마르셀과 마담 푸르스트의 관계는 현재의 내담자와 상담자의 관계와 닮았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말로 표현하거나 대화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는 않지만, 마르셀은 과거의 중요한 대상들을 만나 눈물 흘리고, 푸르스트는 그 과정에 동참합니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에 처음으로 최면요법을 시도한 사람은 1880년, 오스트리아의 의사 브로이어입니다. 브로이어는 ‘안나 O’의 사례 연구를 통해 불행했던 과거의 기억을 회상함으로써 히스테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이 연구에 함께한 사람이 바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입니다. 현대 정신치료에서 고전적 정신분석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무의식의 세계’를 알리고 그것의 탐험을 가능하게 한 프로이트의 공헌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프루스트 부인이 기묘한 차를 이용해 마르셀이 기절하게 만드는 장면은 코믹하지만, 오래된 사진과 음악을 단서로 어린 시절 부모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마르셀이 다양한 표정을 찾아간다는 점은 정신분석의 과정을 보듯 의미심장합니다. 

     

  마르셀이 떠나는 과거로의 여행은 치유의 단계를 밟습니다. 첫 회기, 아름다운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어머니만은 마르셀을 있는 그대로, 그답게 키우겠다며 노래합니다. 아기 마르셀이 어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 그 후 토라진 아버지를 보며 적대감을 느끼는 단계, 그 과정에서 마르셀은 사랑과 공격성이 혼재한 과거의 망령에 시달립니다. 결국, 또 다른 최면으로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고 현재로 돌아와 피아노 콩쿠르에서 과거의 망령들과 함께 춤을 추듯 대단한 연주에 성공합니다. 과거의 아픔과 직면하고 그것과 당당히 싸워 나갈 때 얼마나 큰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부모의 황당한 죽음을 목격한 후, 분노에 치를 떨며 피아노를 내려칩니다. 그의 생명줄과도 같았던 손가락은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을 정도가 되죠. 이 사건을 계기로 이모들은 더 이상 과거를 숨기지 않으며 그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도록 내버려둡니다. 

     




  기쁨과 좌절의 과정을 거쳐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마르셀. 영화의 후반부에서 피아노 대신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그의 모습은 어색함이 없고 자유롭습니다. 결혼도 하고 아기도 갖게 된 마르셀은 드디어 입을 열게 됩니다. 그는 이제 사랑과 미움을 온전히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한 인간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말문이 막히는’ 때는 할 말이 너무 많아 감당할 수가 없거나, 내 마음의 정체를 알 수 없어 표현할 말이 적당치 않을 때 인 것 같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그 엄청난 공격성이 표현될까봐 두려워 일수도 있겠죠. 표현되지 않은 많은 말들이 우리 안에 쌓일 때 그 두려움의 덩어리는 점점 더 커져 우리를 위협하게 됩니다. 

     

  때론 과거로 돌아가 미해결된 과제를 살펴보는 것을 겁내지 마세요. 말문이 막힌 그 시점부터 조금씩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내가 그토록 무서워했던 그 대상이 정말로 그러했는지, 그 순간 바보 같기만 했던 어린 내가 정말로 바보였었는지. 본능적으로 나를 보호하느라 견고하게 세운 벽을 어느 시점엔 무너뜨려야 합니다. 열등감이 나를 성장시키듯, 두려움의 덩어리는 내 삶을 자유롭게 합니다. 나아가 과거의 나에 대해 기꺼이 귀 기울여줄 사람과 만나세요. 혹은 사랑하는 이가 유독 과거로의 여행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의 두려움을 잘 보듬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누군가가 내가 되고, 서로가 될 수 있다면 현재와 과거를 아울러 더욱더 풍성한 사랑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차가운 겨울을 떠나보내며, 따뜻한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보아야겠습니다. 그저 차를 한 잔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무수한 기억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누군가 꼭 곁에 있지 않아도 힘이 나고 치유가 될 것만 같습니다.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19편. 화내고 울어도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