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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만발 가족 여러분안녕하세요?

살다 보면 화가 나고 슬픈 일, 고통스러운 일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 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될 때 감정을 속으로 삭히는 분들 있으시죠? 하지만 정말 그런 순간에 감정을 누르고 참아야만 할까요?

이번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화내고 울어도 괜찮을까?' 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볼게요^^



  어릴 적, '손이 차면 마음이 따뜻하다'란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기억이 납니다. 확인한답시고 친구 손을 잡아 보기도 하고 얼음장 같은 손이 닿은 것이 미안해 '난 마음이 따뜻한 여자야!'라며 으스대기도 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바로 소문의 근원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전하려고 그의 손을 잡았는데 내 손이 너무 차가워 냉기를 전하게 되었을 때의 민망함을 덜기 위한, 이 냉기와 내 마음은 다르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이가 지어낸, 깜찍한 소문이 아니었을까요?





  내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쑥스러워서, 불안해서, 혹은 자존심이 상해서 등등 누군가에게 진심을 전하는 것은 양파껍질처럼 겹겹이 쌓인 여러 감정들을 거둬 내야 하는, 고단한 싸움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때로 우리는 감정 자체를 꽁꽁 숨겨 버립니다. 그리고 이성의 힘을 빌어, 이 순간 '해야 하는 것', '느껴야 하는 것'을 찾아내려 애를 쓰죠.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미생>에서도 주인공 장그래는 화가 날 법 한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고, 마땅히 거절해야할 일에도 그저 '네'하고 받아들이는 신입사원으로, 정 많은 김대리에게 핀잔을 듣습니다. '대체 너는 누구냐?'라는 김대리의 대사는 우리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해야하는 이유를 알려 줍니다. 

 

  2011년 개봉작,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지석(현빈 분) 역시 감정 차단의 일인자로 불릴 만한 인물입니다. 5년간의 결혼생활을 뒤로 한 채 이제 막 이별하려는 남녀의 모습을 그린 이 영화는 심하게 지루하다 싶기도, 때론 좀 화가 날 정도로 답답하기도 합니다. 첫 장면은 지석이 아내 영신(임수정 분)을 공항에 바래다 주는 차 안에서 시작됩니다. 운전 중인 남자와 조수석에 앉은 여자. 부부의 대화는 질문마다 번호라도 붙인 것처럼 어색한 가운데 막힘 없이 흘러 갑니다. 출장 갔다 오면 집을 나가겠다는 아내의 폭탄발언도, 다른 사람이 있냐고 묻는 남편의 질문에도 감정이 묻어 나지 않죠. 그리고 돌아와 종일 비가 내리는 일요일. 여자는 짐을 정리하고, 남자는 그녀를 돕습니다. 영화 속 배경은 연극의 소품처럼 클로즈업 되고, 소소한 자극 사이사이 긴 여백을 견디는 동안 두 남녀의 감정은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됩니다. 어쩌면 감독은, 감정을 차단해버린 지석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은 감정을 추측하며 미안해 하고 아쉬워하는 영신의 마음이 얼마나 초조한 지를 관객 스스로 느껴 보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적을 뚫고, 드디어 '내게 왜 화를 내지 않느냐'며 소리치는 영신에게 지석이 말합니다. '화를 낸다고 해서 너의 결정이 바뀔 것 같지 않아... 네가 그런 결정을 한 데에는 내 잘못이 있겠지' 감정을 차단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첫째, 화를 내도, 슬퍼 해도 바뀔 것은 없다는 무력감에서. 그리고 내 탓으로 돌리지 않을 때 오는 더 큰 좌절감과 비참함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도 '화내고 슬퍼해도 소용없다'란 생각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며 상담을 중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괜찮다'는 말이, 익숙한 상태를 깨고 싶지 않아 자신과 상대의 입을 막는 수단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질척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싸울 만한 힘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야말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때가 아닌지 나를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를 탓하는 마음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가정의 불화가 나의 탓으로 돌아왔던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인지, 최근 어떤 계기로 심하게 위축된 것은 아닌지, 상대가 더 큰 상처를 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지... 

 

  결국, 지석은 매운 양파 덕분에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됩니다. 닦고 또 닦아도 그치지 않는 눈물은 그를 다그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제발 흐르게 해 달라고 말이죠. 우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됩니다. 눈물이 말하는 언어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좌절된 욕구를 찾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화를 내지르는 것과 화를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것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의 '화'에는 서운함이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의 '화'는 후회와 슬픔의 감정일 수 있습니다.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이 휘몰아 칠 때 우리는 때로 격한 반응을 하기도 하고 잠시 물러서기도 하겠지만, 어느 순간 진심에 가까운 언어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지지고 볶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관계는 더욱 더 끈끈해지고, 때론 깔끔히 정리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나를 위한, 서로를 위한 싸움입니다. 

 


  당신의 손이 차갑다고 해서 마음마저 차가운 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내게 화를 낸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차가운 손의 냉기가 옮을까 두려워 내 손을 피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손을 오랫동안 꼭 잡고 따뜻해지길 기다리고 싶습니다. 그 과정이 때로 힘겹고 지루하다 할 지라도 서로의 온기가, 진심이 전해질 수 있는 그 시간을 간절히 원합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화를 내도, 울어도 괜찮습니다. 자, 이제 울 준비가 되었나요?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17편. 음악이 주는 위로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16편. 가족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