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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안녕하세요?

때로는 열 마디 말보다 음악이 건네는 이야기 하나가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죠.

내 마음과 닮은 노래 가사에 위안과 용기를 얻기도 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듣노라면 어느 때보다 평온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이번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음악이 주는 위로'에서 더 깊은 이야기 나눠봐요~  

 


  중학교 때 함께 서클활동을 했던 한 친구는 비틀즈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엔가 좁은 동아리방에서 카세트 플레이어로 비틀즈의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다음 곡의 전주가 나오자 친구는 성급히 음악을 꺼 버렸습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야!'라며 당황하던 그녀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 납니다. 아마 그 날을 계기로 전, '음악은 비밀스러운 것이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쩌면 '넌 내 비밀 이야기를 들을 수 없어!'라고 뻥 차인 것 같아 서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에서는 주인공 남녀가 서로의 음악 리스트를 공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치 '비밀일기'를 공유하듯, 수줍게 음악을 통해 삶을 나누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죠. 존 카니 감독의 이 영화는 애인에게 차이고 방황하던 여자가 과거의 상처에 묶여 있던 천재적인 제작자를 만나 꿈을 실현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뭔 지 모를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마도 제겐 그의 전작, <원스(once)>가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2007년 개봉작, <원스>는 좀 투박하고 그만큼 순수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한 때 유명했던 천재 음악가와 결국 대박을 터뜨리는 가수가 등장하는 <비긴 어게인>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무명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아마추어다운 음반을 만드는 것 뿐입니다. 이름도 나오지 않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으로 보이기도,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를 도와 청소기 수리센터에서 일하는 한 남자는 거리 한복판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푼돈을 벌어 생활합니다. 아무도 듣지 않는 거리의 밤, 자작곡을 열창하던 남자를 향해 한 소녀가 박수를 칩니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노랫말을 통해 전하는 그의 진심에 푹 빠진 소녀는 어떠한 형식도 예의도 없이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그녀는, 그의 비밀을 알아차린 첫 번째 사람이 됩니다.  

 


  음악이 우리에게 어떤 위로가 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수단만은 아닐 것입니다. 심리 상담을 '엉킨 실타래 풀기'에 비유하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때로 복잡하게 뒤엉켜 스스로도 뭐가 뭔 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결국 막연한 불안을 키우고 보이지 않는 실체들이 마음을 더욱더 무겁게 만듭니다. 따라서 상담실을 찾아 50분 동안 생각을 말로 풀어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때론 어렵기만 했던 문제가 제법 단순한 과제가 되기도 합니다. , 통째로 집어 삼켰던 내 마음을 어떤 생각, 어떤 감정 등으로 낱낱이 이야기하며 정리하는 것이 마음의 고통에서 빠져 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죠. 수많은 노래 가사가 이별과 아픔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원스>에 나오는 노래들을 가만히 들어보면, 현재 그들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애인에게 차이고 홀로 남은 남자는 절박하게 그녀를 붙잡고, 또 원망하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합니다. 그저 넋두리 같던 그의 노래는 노랫말의 진심에 귀 기울이고 그의 비밀을 과감하게 들춰 보려는 한 소녀로 인해 의미있는 역사로 다시 태어납니다. 홀로 일기를 쓰는 것보다 상담실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일기장을 펼쳐 보는 것이 내게 더 큰 위로가 되는 것과 비슷합니다. 더불어 그녀도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공개합니다. 남자가 쓴 곡을 CD 플레이어로 들으며 가사를 쓰는 장면(가난한 그녀는 CD플레이어의 음악이 끊기자, 배터리를 사기 위해 아기의 저금통을 털어 잠옷 바람으로 집을 나섭니다.)에서는 드디어 자유를 찾은 그녀의 열정이 화면 가득 펼쳐집니다. 그녀는 반복해서 노래합니다. "If you want me, satisfy me...(진정 나를 원한다면, 내 마음을 알아줘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초라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 두 남녀는 결국 함께 음반을 만들고 현재 처한 서로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음반 작업을 마친 이들은 조심스럽게 친밀감을 확인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남자는 자신의 노래를 들어준 그녀 덕분에 과거의 연인을 찾을, 나아가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용기를 얻게 되었고 그녀는 음악을 도구 삼아 자신의 내면을 알아차리고 현실에 적응할 힘을 갖게 됩니다. 음악은 가난하지만 솔직한 이들에게 자유를 선물하고 그들은 둘만의 비밀스러운 선물을 통해 꽃처럼 활짝 피어나게 됩니다.

 

  비틀즈를 좋아했던 옛 친구가 어떤 곡에 마음을 두고 있었는지 자꾸 궁금해집니다. 이제 나도 비틀즈를 좀 알게 되었는데... 함께 비밀스런 수다를 나눠 보자며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영화 속 소녀의 과감한 질문에 남자의 마음이 열렸던 것처럼 그 친구도 누군가와 자신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란 생각이 듭니다. 친밀해지고 싶은 그와 함께 음악을 들어보세요. 손을 내미는 것은 과감하게, 비밀이야기를 듣는 과정은 관심과 애정을 담아 조심스럽게 말이죠. 어쩌면 나만 아는 비밀이 그의 오랜 역사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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