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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인연' 이란 단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또 누군가와 헤어질 때도..... 

우리가 항상 찾아 헤매는 이상적인(?) '인연'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번 주,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인연이 있다면' 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세요!


  입추가 지나고 벌써 가을인가 싶던 차에 찾아온 장마는, 아쉬운 여름이 작별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습니다. 출근길 빗속을 헤쳐 지하철을 잡아 타고, 운 좋게 빈 좌석에 앉아 팟 캐스트를 듣는데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당신은 참, 내게는 참 그런 사람.. 바보인 날 조금씩 날 바꾸는 신기한 사람 ~..'  


 

  만남과 이별의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맞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으려 애씁니다. 특히 결혼을 앞두고는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이기도 하죠.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인데 제대로 선택을 한 것인지, 두고두고 후회하는 건 아닌지, 그를(사실은 나 자신을) 믿어도 좋은 건지 고민합니다. 상담은 결국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이기 때문에 상대가 객관적으로 어떤 사람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 이를 관계에도 적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불안을 끌어안고 나의 선택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하죠. 그러나 저도 가끔은, "이 사람이 바로 당신의 인연입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노랫말처럼, '바보인 날 바꿀 수 있는 신기한 그'가 마법처럼 나타날 거라는 희망을 주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런 인연이 있기는 한 걸까요?

 

  2013년 개봉된 벨기에 영화, <러스트 앤 본>에서 두 남녀가 만나는 과정은 하나하나 감동을 줍니다. 이혼 후 아들을 홀로 키우는 '알리'는 가진 것이라곤 튼튼한 몸뿐인 남자입니다. 가난한 누나 집에 얹혀 살며 닥치는 대로 돈벌이를 찾아 다니던 그는 나이트 클럽에서 경호원 일을 하다 싸움에 말려든 '스테파니' 를 돕게 됩니다. 범고래 조련사인 '스테파니'에게 매력을 느끼고 연락처를 주지만 그녀의 반응은 싸늘하죠. 어느 날 '스테파니'는 사고로 두 다리를 잃습니다. 절망에 빠진 그녀는 문득 '알리'의 연락처를 발견하고, 둘은 다시 만납니다. 휠체어에 앉은 그녀에게 인사하는 '알리'의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러워 이상할 정도죠. '스테파니' 역시 다소 어리둥절하게 자신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지, 내 꼴이 우습지 않은지 확인하지만 그의 대답은 솔직 담백합니다. 불편한 것은 없냐며 다정한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냄새가 조금 난다며 창문을 열어 주기도 하고, 바닷가에 데려가 혼자 수영하다가는 태연하게 함께 하자고 조르기도 합니다. 거침없이 그러나 부드럽게 다가오는 그에게 결국 '스테파니'는 기꺼이 몸을 맡기고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홀로 멀리까지 헤엄치는 그녀의 모습은 두 다리가 없어도 충분히 자유롭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 날 이후, '알리'는 그녀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상대가 됩니다.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도 부끄러워 숨고 싶은 순간들도 그 앞에선 그냥 괜찮은 '스테파니'라는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때로 우리는 '자존감' '자존심'의 뜻을 혼동합니다. 자존심이 '타인에게 존중 받고 싶은 마음'이라면,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는 것을 뜻합니다. , 성공해도 실패해도 부끄러워도 이기적이어도 그저 그런 나를 알아주고 인정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나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게 됩니다. 자존심을 세우려고 나를 치장하거나 ''해야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자존감을 유지하기 어려운 나약한 상태인지도 모르죠. 자유로운 범고래를 사랑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순간에 행복감을 느꼈던 '스테파니'는 자신의 삶에서 그만한 자유와 소통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늘 상대가 나를 원하는 상황을 만들려 애를 쓰고, 그를 유혹하는 과정에서의 쾌감을 즐길 뿐 진실한 교감은 차단되어 있었죠. 두 다리를 잃고 더 이상 아름다운 몸매로 누군가를 유혹할 수 없게 된 그녀의 절망은 절단된 두 다리가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던 '알리'를 통해 또 다른 희망으로 변하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하게 됩니다.

 

  '알리'는 어땠을까요? 누나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온 '알리'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복서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훈련을 받고 있는 그의 표정은 결의에 차 있죠. 그러나 '스테파니'에게는 전화도 하지 않습니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그가 관계에서도 꽤 자신감 있어 보였지만, 사실상 '스테파니' 만큼이나 사람에 대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그런 그가 아들의 사고로 절망에 빠져 있던 순간, '스테파니' 로 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게 됩니다. 뜻밖의 그녀 목소리에 그는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애원합니다. 전화를 끊지 말라고. 나를 떠나지 말라고.. 이번엔 '스테파니'가 담담하게 그를 기다립니다. 수화기 넘어 그녀에게 의지한 '알리'는 아이를 잃을 뻔한 상황에서 얼마나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지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을 체험합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측면에서 불구로 살아갑니다. 영화에서는 두 다리를 잃은,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두 남녀를 통해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할 뿐이죠. 인연이 있다면 이런 만남이 아닐까요? 내게 치명적인 어떤 결핍이 그에겐 그저 아름다운 한 존재의 일면일 뿐인 것. 유독 자주 화가 나고, 자주 외롭고, 자주 공상을 하고.. 사회적인 통념에서 결핍으로 치부되는 특성들이 그저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관계가 있다면 상대를 한 번 믿어 보는 건 어떨까요? 여기서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담담하게, 편안하게'란 수식어입니다. 나의 결핍이 과도한 매력으로 치장되는 관계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결국, '진솔함' '믿음'이야말로 인연을 인연으로 유지하는 비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11편. 괜찮아 사랑이야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10편. Good enough, 이만하면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