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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06 자동차에도 ‘루저’가 있다? [AUTO & LIFE]


이른바 ‘루저’ 논란. 키가 작은 남성은 한동안 절망에 빠졌다. 몇 년 전, 한 방송에서 신장 180㎝ 이하의 성인을 비하해 표현했던 말이다. 요즘 자동차 시장을 보면 훤칠한 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다름 아닌 소형 SUV 때문이다. 일반 해치백보다 키가 조금 클 뿐인데 불티나게 팔린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해치백은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자동차다. 해치(Hatch)는 ‘위로 잡아당겨 끌어올리는 문’을 뜻하며, 차의 엉덩이에 해치가 달려있다는 의미에서 해치백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왜건과 SUV는 넓은 의미에서 모두 해치백에 속한다. 


SUV는 Sport Utility Vehicle의 줄임말로 스포츠 등 여가생활에 맞게 다목적으로 만든 자동차다. 험로 주행도 가능하게끔 차고를 높이고 큰 바퀴를 달아 빚는다.


SUV는 본래 지프형 자동차를 부르는 말이었다. 튼튼한 트럭 차체를 밑바탕 삼아 사륜구동 시스템을 얹었다. 현대자동차 갤로퍼, 쌍용자동차 코란도 훼미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근래의 SUV는 이들과 다르다. 해치백 등 승용차의 플랫폼으로 만든 승용형 SUV다. 그래서 해치백과 SUV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크로스오버’라고 부르는 변종들이 생기는 이유다. 이들은 해치백, SUV, 미니밴의 성격을 모두 품은 다중인격자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해치백보다 SUV의 인기가 크다. 가령,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UV 판매 비율은 33.7%. 대략 3명 중 한 명은 SUV를 산다는 뜻이다. 심지어 연평균성장률(CAGR)은 15.8%에 달한다(승용차는 –2.9%로 감소 추세). 그 중에서 젊은이들의 마음 훔친 B 세그먼트 소형 SUV의 성장 속도가 눈부시다. 특히 쌍용자동차 티볼리와 현대자동차 코나는 월 3,000대 이상씩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 현대자동차 KONA


참고로 자동차는 차체 크기에 따라 A, B, C, D, E 세그먼트로 분류한다. 가령, 티볼리와 코나 등 소형 SUV는 B 세그먼트, 투싼&스포티지는 C 세그먼트, 싼타페&쏘렌토는 D 세그먼트, 모하비&G4 렉스턴은 E 세그먼트다. 그 중에서 B 세그먼트 소형 SUV의 연평균성장률은 무려 125%. C 세그먼트는 4%, D 세그먼트는 18.1%, E 세그먼트는 4.9%다. 대체 왜 이렇게 소형 SUV를 찾는 걸까?



▲ 쉐보레 트랙스(좌) / 쉐보레 아베오(우)


불씨는 쉐보레 트랙스가 지폈다. 아베오와 몸집 비슷한 해치백인데, 키를 훌쩍 높여 SUV로 변신했다. 르노삼성 QM3도 마찬가지. 유럽의 베스트 셀링 해치백, 르노 클리오 플랫폼을 밑바탕 삼아 빚은 소형 SUV다. 이후 쌍용 티볼리와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 등이 연이어 등장하며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푸조 2008도 꼼꼼한 품질로 입소문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 기아자동차 스토닉


하지만 이들을 진정한 SUV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태생이 그렇다. 기아 스토닉 역시 바탕은 소형 해치백 프라이드다. 굴림 방식도 앞바퀴 굴림이 기본이다. 다른 점은 차체 높이. 둘의 키 차이는 고작 6.5㎝다. 현대 코나는 i30보다 10㎝ 더 크다. 입문형 수입차 시장을 이끈 푸조 2008의 차체 높이는 1,555㎜. 같은 차체를 쓰는 푸조 208은 1,460㎜다.


10월 국산차 판매량을 봐도 흥미롭다. 가령, 현대 코나는 3,819대를 팔았다(추석 연휴의 영향으로 9월 5,386대보다 떨어졌다). 반면, 현대 i30는 311대 파는 데 그쳤다. 쉐보레 트랙스는 959대를 팔았지만, 아베오는 57대의 단출한 성적표를 받았다. 손바닥 한 뼘도 안 되는 차이에 우리는 SUV라는 이유로 더 비싼 그들에게 지갑을 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판매량 차이를 단순히 키 차이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소형 SUV는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다. 기아 니로를 포함하면 국산 모델만 무려 5가지나 된다. 다양한 라인업만큼이나 트림과 옵션 구성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반면 해치백은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제조사 입장에선 소형 SUV를 파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키를 살짝 높였을 뿐인데, 차 값은 수백만 원 이상 올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아자동차 스토닉의 가격은 1,895만~2,265만 원. 현대자동차 코나는 1,895만~2,620만 원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2천만 원 초~중반 대 가격으로 구입한다.


반면, 기아 프라이드의 가격은 1,220만~1,748만 원. 쉐보레 아베오는 1,410만~1,779만 원이다. 가장 비싼 트림끼리 비교해도 소형 SUV가 대략 4~500만 원 가까이 비싸다. 심지어 코나보다 공간이 훨씬 넉넉한 i30(C 세그먼트 준중형 플랫폼 적용)은 최고급 트림을 골라도 코나보다 130만 원이나 저렴하다.




그렇다면 500만 원 이상 지불하면서 소형 SUV를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소형 SUV는 해치백의 차체를 살짝 높이면서 작은 덩치를 교묘히 숨길 수 있다. 또한, 간단한 임도 주행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실내 공간과 엔진 구성, 그리고 도심 주행이 전부라면 일반 해치백을 구입해도 충분하다.




※ 본 콘텐츠는 집필가의 의견으로, 삼성화재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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