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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권다현이 추천하는 

가을감성 여행지 3곳, 이곳에 가면 나도 영화 속 주인공!



이해인 수녀는 <가을노래>란 시에서 “가을이 오면 /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 죄 없어 눈이 맑았던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라고 했다. 바쁘게 내달리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소소하지만 따스했던 기억들에 마음껏 기대어보고 싶은 이 가을.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영화 속으로 떠난 여행은 우리를 그리움의 계절 한가운데로 데려가 줄지도 모르겠다. 



▶<건축학개론> 속 첫사랑을 닮은 간이역 – 경기도 양평 구둔역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이건만 주말이면 양평 구둔역에는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국민 첫사랑’ 수지를 탄생시켰던 영화 <건축학개론>의 인기 덕분이다.


영화 속에서 승민(이제훈 분)과 서연(수지 분)은 과제를 위해 떠났던 어느 기차역에서 설레는 첫 데이트를 즐기는데, 나란히 선 두 사람의 뒷모습 너머 구둔역의 나무간판과 향나무가 뚜렷이 눈에 들어온다. 승민과 서연이 두 팔을 벌리고 나란히 선로 위를 걷던 모습은 서툴고 풋풋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명장면 중 하나다. 때문에 구둔역을 찾은 연인들은 기찻길을 함께 걸으며 영화 속 연인을 흉내 내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영화의 부제처럼 대합실 한편에는 지나간 세월 속에 잊혀져 버린 첫사랑의 흔적을 더듬으려 찾아온 이들의 애틋한 글귀로 가득하고, 소원나무로 변신한 향나무엔 진실한 사랑을 기다리는 이들의 바람이 잔뜩 적혀 있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쓸쓸한 간이역은 어느새 ‘누군가의 첫사랑’ 같은 공간으로 남았다.



돌담길 따라 <가비> 속 고종을 만나다 – 서울 정동


조선 역사에서 홀로 외롭지 않은 임금이 있었겠느냐마는, 고종은 걷잡을 수 없는 역사의 흐름 속에 내던져진 채 궁궐 한복판에서 왕비가 살해되는 잔인한 치욕을 맛봐야 했다.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것, 그 무거운 왕좌의 무게를 견뎌야 했던 사내는 얼마나 수치스럽고 쓸쓸했을까.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길이 아름다운 서울 정동은 “사는 게 죽는 것보다 치욕스럽다 해도 나는 살 것”이라고 말했던 영화 <가비> 속 고종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자 고종이 어린 세자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피신했던 구 러시아공사관은 한국전쟁 당시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어 지금은 3층 전망탑만 겨우 남아있다. 그런데 전망탑이 자리한 언덕에 올라서면 정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한제국 당시엔 덕수궁까지 굽어볼 정도였다고 하니 러시아의 위세가 얼마나 당당했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고종의 집무실로 사용되었던 중명전은 한 나라의 외교권을 빼앗긴 모욕적인 을사늑약의 현장이다. 이 때문에 역사에서 무능한 임금으로 낙인찍힌 고종이지만 이상설과 이준, 이위종을 은밀히 중명전으로 불러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헤이그특사를 계획한 것도 그였다. 




이어 덕수궁에는 고종이 대한제국의 정전으로 사용하려던 건물인 석조전과 커피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던 곳으로 알려진 정관헌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고종은 "왕이 되고부터 무얼 먹어도 쓴맛이 났다"며 "헌데 가비(커피)의 쓴맛은 오히려 달게 느껴지는구나"라고 나직하게 읊조린다. 이곳에 홀로 앉아 쓰디 쓴 커피를 마시는 고종의 모습을 상상하면 살아있음이 그저 수치스러웠을 한 사내의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거친 파도 위에 쌓은 <변호인>의 감동 – 부산 흰여울마을



누군가는 이곳을 ‘부산의 산토리니’라며 치켜세운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끼고 나란히 어깨를 맞댄 하얀 집들이 언뜻 지중해의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거칠고 치열한 삶들이 하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또 쓸려나간다. 




6·25전쟁 직후 피난민들이 모여들어 형성된 전형적인 판자촌인 이곳은 깎아지른 듯 아찔한 절벽 위에 주먹구구식으로 집이 들어서다보니 골목은 좁고 담벼락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의 집들이 벽과 벽을 맞댄 꼴이어서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도 옆집에서 알아들을 정도란다. 그렇게 수십 년 세월을 지내다보니 자연스레 이웃들 사이에 살가운 정이 쌓였다. 




이 작고 소박했던 마을이 여행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영화 <변호인>의 영향이 컸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연기를 펼쳤던 배우 故 김영애의 명대사 “니 변호사 맞제? 변호사님아, 니 내 쫌 도와도”가 바로 이곳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감동을 곱씹으려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촬영지는 마을안내소로 리모델링해 어르신들이 직접 해설에 나선다. 외부자본 대신 주민들 스스로 조금씩 돈을 모아 여행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점빵’과 게스트하우스도 꾸렸다. 낙후되었던 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레 겪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주민들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 때문에 흰여울마을은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자리한 그림 같은 풍경뿐 아니라 거친 파도처럼 조금 투박할지라도 따스한 정이 넘치는 부산의 진짜 속살을 만나볼 수 있는 동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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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삼성화재 블로그 화제만발 "사랑의 기술"의 외부필진 라라윈입니다. ^^


때 아닌 장마처럼 연일 비가 계속되고 있고, 주말까지도 비 소식이 있네요.. 이런 날이면 꿉꿉한 날씨를 날려버리고자 에어콘에 조금은 추워진 실내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서, 창 밖에 떨어지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이렇게 
무심코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으면, 가슴 아린 추억이 있거나 없거나 묘한 감상으로 끌고 들어가 버립니다



비가 오면 유난히 추억에 잠기는 이유는 뭘까?


이것은 회상 기억의 하나로 받아들인 정보를 자극과 반응의 관계로 기억에서 인출하는 것입니다

특히 비가 오니 옛 추억, 옛 사랑이 떠오르는 것은 일종의 단서 회상(cued recall)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비가 오면 옛 사랑을 떠올리는 것도 일종의 학습 효과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노래 Ref의 이별공식에 나오듯,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지. 열대 우림 기후 속에 살고 있나.. 라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슴 아픈 장면에서 주로 비가 오는 것을 꼬집었던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실생활은 화창한 날에 이별하는 경우도 참 많고, 비 오는 날 이별해 본 사람이 훨씬 적을 듯 한데도 시각화된 이별 - 옛사랑- 아련한 추억 - 비는 하나의 세트처럼 이미지화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면 ''라는 단서를 토대로 학습된 대로 옛 사랑이 떠오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현실도피

만약 첫 사랑을 그 때, 붙잡았다면... 어땠을까.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때로 바보스러운 이 상상은 즐겁습니다.

회사의 한 언니는 일이 힘들 때면 스물 세 살 때 만났다는 (그때 8살 차이 났다는) 모 백화점 사장 아들을 떠올리며, 그 때 그 남자와 잘 되서 결혼을 했었으면 지금 얼마나 편히 살고 있었을까...
라는 현실도피용 상상으로 과거에 만났던 조건이 좋았던 그 남자를 떠 올리기도 하고,
좀 더 센티멘털한 상사는 핸드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이라 집 앞에서 주룩주룩 떨어지는 비를 맞으면서 기다렸는데도 엇갈려서 결국은 군대를 갔고, 그 사이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한.. 엇갈렸던 첫 사랑을 추억하기도 합니다.

결론이 그 때 조건 좋았던 사람,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잡았었어야 한다는 후회로 끝나기도 하지만, 이런 회상은 스스로를 더 멋진 사람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과거에 그토록 조건 좋은 사람이 있었는데도 조건보다는 마음을 따랐던 순수한 사람으로...
사랑 앞에서 바보짓도 서슴치 않았던 열정적인 사람으로...
, 팍팍한 현실을 잠시 떠나게 해주는 엉뚱한 상상이자, ""를 높여주는 상상이기에 옛날의 연애담은 무용담의 하나로 기회만 있으면 추억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기억의 미화 현상

정말로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그 때처럼 마음 고생을 다시 할래?
라고 물으면... 머뭇거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냉정하게 당시에 마음 고생했던 것을 떠올리면 편하기만 했던 때가 아니라는 것도 떠오릅니다.
대체 이성의 심리는 뭔지 모르겠고, 어느날인가 혹시 상대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날은 세상이라도 가진듯 기분 좋았다가, 어느날인가 다른 이성이랑 더 좋아보이면 혼자 헛물 켰나 싶어서 방구석에라도 쳐박힐만큼 우울해집니다. 조울증 걸린 사람도 아닌데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혼자만 롤러코스터 감정에 말도 제대로 못하고 애태우다가 끝나버렸으면 혼자만 바보같았던 것 같아 조금은 속상하기도 합니다

사귀었다면 사귀고 보니 상대도 사람인지라 별 것도 아닌 일들에 투닥거리면서 다투고 힘들다가 헤어진 것이라... 그 때 힘들었던 것까지 떠올리면 그다지 돌아가고 싶지 않아집니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라고 할 때는 그 때의 돈 벌어야 되는 걱정도 없고, 안 꾸며도 예뻤던 것 같고, 가능성이 열려있었던 것 만 같은 느낌만 떠올라서 그렇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덕지덕지했던 여드름, 입시 스트레스로 살쪘던 것, 학교에서 야자 하느라 시달리고, 잠 못자고 시험공부하고, 달달이 시험보느라 스트레스 받아 죽을 것 같았던 것, 돈은 못 버는데 집안 사정 생각하면 빨리 성공해서 돈 벌고 싶어 스트레스 받던 것 등등을 떠올려 보면.. 그 때 그 시절보다 지금이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처럼, 사람의 기억은 힘들었던 것에 대해서는 서서히 망각하면서 좋았던 기억만 아름답게 남겨주는 미화 현상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비 오는 날 떠오르는 아름다웠던 것 같은 옛 사랑도... 세월과 기억의 작품일 뿐...


결론은 돌아갈 수도 없고, 정말로 돌아가서 그 때 그 시절에 몰라서 서툴러서 했던 실수들을 다시 할거냐고 물으면 돌아가고 싶지도 않지만...


비오는 날을 계기 삼아, 나에게도 한순간 유행가 가사 속에 나오는 주인공 같던 때가...
드라마나 영화가 부럽지 않게 내가 주인공이었던 로맨스 스토리를 만들던 시기가 있었던 것이 슬며시 미소짓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


떠올릴 추억이 없으면 어떤가요.. 덩달아 비오는 날의 낭만에 취해보는 것도 비오는 날만의 행복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