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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슬기의 마음 치료 6편

‘봄이면 뜬다’ 조울증



한순간에 양극으로 치닫는 감정


현주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우울증이 시작됐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무기력감으로 온종일 집에서 잠만 자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지요. 


그러다 얼마 전부터 밤에 잠이 오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기분이 들뜨기도 했습니다. 엄청난 사업 아이템이 있다며 밤새워 사업 계획을 하기도 했지요. 현주씨의 이런 모습을 본 어머니는 ‘이제 우울증에서 벗어났나 보다’ 싶어 반갑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주씨가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친구들에게 돈을 꾸러 다니고, 갑자기 명품 가방과 구두로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다니자 놀란 어머니는 그제야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저한테 1억은 돈도 아니에요. 사실 강남에 유명한 백화점도 제 이름으로 되어있거든요. 지금 여기 앉아있을 시간이 없어요. 스케줄이 꽉 차 있거든요. 매니저가 오늘은 쉬는 날이라…” 


오후엔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며 횡설수설하는 현주씨에겐 아무래도 치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주씨처럼 감정의 양극단을 경험하는 질환을 ‘조울증’이라고 합니다. 특히 현주씨의 현재 상태는 ‘조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현주씨처럼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그걸 그대로 믿는 증상을 ‘허언증’이라고도 하죠. 그런데 이 ‘허언’도 조증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조증, 단순히 기분이 좋은 증상일까?



조증은 단순히 기분만 좋아지는 증상이 아닙니다. 말과 생각이 많아지고 빨라져서 휙휙 날아다니죠. 외양이 화려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눈에 띄는 옷이나 밝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기도 합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에너지가 넘치고 피곤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많은 돈을 펑펑 쓰기도 하고 허황된 사업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뭘 하더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에너지가 넘치죠. 이러한 상태를 느끼기 위해 일부 환자들은 약을 먹지 않기도 합니다. 


조울증에 걸린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 ‘사랑에 미치다’에서 남자 주인공 마르코는 약을 먹으면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약을 수시로 중단합니다. 조증의 상태에 있을 때 훨씬 예술적 영감이 잘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여자 주인공 카를라도 조증일 때 쉴새 없이 떠오르는 시상을 손이 따라잡지 못합니다. 실제로 일부 유명한 예술가들은 조울증을 앓았고, 조증의 상태에서 미친 듯이 작품 활동을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증이 예술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조증 상태가 위험 수위에 이르면 독자나 청중의 미적 공감을 얻는 대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게 됩니다. 카를라가 조증 상태에서 쓴 시가 결국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카를라는 친구도 많이 사귀고 시도 많이 썼던 대학 시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때부터 병이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주치의의 말에 충격을 받습니다. 이처럼 조증 상태가 지속되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고, 현실 감각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힘들어집니다. 



조울증은 어떻게 시작될까?


조증의 증상이 워낙 눈에 띄기 때문에 먼저 발견되지만, 대체로 그 전에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울증 환자의 70% 정도는 우울증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조증이 발병하면서 조울증 진단을 받게 됩니다.


처음엔 우울증의 모습을 보이지만 향후 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울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기분 조절제(Mood stabilizer)를 통한 약물치료입니다. 기분이 가장 좋은 상태를 +10으로, 가장 우울한 상태를 -10으로 보았을 때, 약물치료는 기분을 -1 정도로 맞추어 줍니다.


극단적인 감정에 익숙해진 환자들은 차분한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약물을 중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약물을 임의로 중단할 경우 금방 재발하게 되고 기존 용량으로 쉽게 좋아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러므로 상태가 호전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치료와 함께, 감정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약물, 카페인, 술 등은 피하고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나, 조울증인가요?



‘감정 기복’은 조울증뿐 아니라 인격장애나 불안장애 등과 같은 다른 정신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 주가 되느냐에 따라 진단은 달라질 수 있어요.


신체 질환이 있을 때 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었을 때 조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는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죠. 이는 병원에서 갑상선 기능검사를 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진단 기준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고 자가진단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5)에 따른 조증의 진단 기준


A. 비정상적으로 의기양양하거나, 과대하거나 과민한 기분이 적어도 1주간(만약 입원이 필요하다면 기간과 상관없이) 지속되는 분명한 기간이 있다.


B. 기분 장애의 기간 도중 다음 증상 가운데 3가지 이상이 지속되며(기분이 과민한 상태라면 4가지), 심각한 정도로 나타난다.

 1) 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

 2)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 (예: 단 3시간의 수면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낌)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됨

 4) 사고의 비약 또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주관적인 경험

 5) 주의 산만 (예: 중요하지 않거나 관계없는 외적 자극에 너무 쉽게 주의가 이끌림)

 6) 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사회적 또는 성적인 활동) 또는 정신이나 행동상의 초조함.

 7)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쾌락적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 (예: 흥청망청 물건 사기,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투자)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사건, 계절, 기후, 건강 상태 등이 모두 기분에 영향을 줍니다. 하루의 날씨조차도 우리의 기분을 좌우하지요. 


하지만 기분이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가라앉거나 문제가 될 정도로 들뜬다면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몸과 마음을 살펴 건강한 봄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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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인간관계 심리학 7편

‘인맥관리에서 공유관계로’



인맥 관리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허무함으로…


“정작 제가 힘들어지니까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없네요. 지금까지 인간관계를 관리해오느라 애썼던 것이 너무 허무합니다.” 직장인 K의 첫마디이다. 그는 인맥을 잘 관리하는 것이 사회적 성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왔다. 


그런데 최근 회사에서 실수에 비해 과도한 징계를 받게 되었다. 이런 일을 당한 것도 억울했지만 K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다들 말로만 ‘힘내!’라고 한마디씩 건넬 뿐, 각자의 일에만 열중했고 오히려 K를 피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직장동료뿐만이 아니었다. 친구들조차 이미 지난 일이니 잊어버리라며 술을 권할 뿐, K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그동안 인간관계를 위해 애써왔던 모든 노력이 아무 의미 없었다는 느낌에 걷잡을 수 없는 허무감이 밀려왔다.


 

나도 혹시 ‘인간관계 번아웃 증후군’?



K에게 그동안 성공적인 인간관계의 기준은 ‘숫자’였습니다. 그는 주소록에 등록된 인원, 페이스북 친구들의 숫자, 하루에 받는 카톡과 문자의 개수, SNS에 올린 글에 대한 ‘좋아요’나 댓글의 개수, 주고받은 명함의 숫자 등을 늘 헤아렸습니다. 그 숫자가 많을수록 기분이 좋아지고 적을수록 우울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해야 이 숫자를 유지하고 늘릴 수 있을지 항상 고심합니다. 명절마다 지인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고 친구들의 애경사나 동창 모임 등을 앞장서서 챙깁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관심이 많아서라기보다 폭넓은 인간관계를 위해 교회와 독서 동호회도 나가고 있습니다. 다들 꺼리는 모임의 총무나 간사 역할을 자처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종종 과장된 글을 올리고 무심코 거짓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에게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마치 통장에 돈이 늘어나는 것 같은 즐거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는 어려서부터 낯가림이 많고 내성적이었습니다. 사춘기 시절을 겪으며 그런 자신의 성격이 너무 싫어졌고, 친구가 많은 아이들을 보며 늘 열등감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래서 먼저 다가가고 앞에 나서며 성격을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발에 안 맞는 신발을 신은 것처럼 불편할 때가 많았지만,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K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나면 힘이 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좋은 모습만을 보이려고 애를 썼기 때문입니다. 이번 힘든 일을 겪고 난 뒤에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로는 한 달 넘게 사람들을 만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입니다. 


이는 과연 K만의 문제일까요?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두잇서베이가 지난 2017년 4월 공동 기획한 설문조사가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성인 남녀 2526명 가운데 85%는 "인간관계에서 피로감을 느껴본 적 있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상당 수가 업무 때문이 아니라 인간관계 때문에 허무감과 무기력감을 겪는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습니다. 왜 인간관계는 우리를 소진시키는 것일까요? 


 

시대가 강요하는 외향성 선호문화와 리더형 인간



바람직한 인간상은 시대나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라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이상적인 인간유형은 다릅니다. 


하버드 대학교 문화인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 남서부에 사는 나바호 인디언의 중심 가치는 ‘조화’입니다. 이들은 우주와의 조화로운 질서를 최고의 가치로 삼습니다. 그렇기에 이 집단 안에서는 온화하고 원만한 성격의 사람들이 바람직한 인간형이 됩니다. 반대로 성급함, 경쟁심, 지나친 자기주장 등은 비난거리가 됩니다. 그에 비해 크와큐틀 인디언은 ‘능력’이 중심 가치입니다. 이들은 남보다 힘이 세거나 능력이 우월한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경쟁에서 밀리는 것을 창피하게 여깁니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한 우리나라 역시 오랜 시간 동안 ‘개성’보다는 ‘조화’를 중시해왔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은 이를 잘 나타내어주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는 기존의 문화를 아주 빠르게 전복시켜 버렸습니다. 사회가 개인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기주장과 성공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리더형’ 인간이 바람직한 인간상이 되면서 인간관계 역시 어느덧 경쟁력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인간관계도 외모처럼 투자를 해야 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상대가 자신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와 성공을 위해 도움이 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부모들부터 이를 부채질합니다. 어려서부터 능력 있는 친구들을 짝 지어주려고 아이들의 인간관계를 조종하고, 이를 당연하게 여깁니다. 외향성이 바람직한 것이라고 가르치고 아이들의 성향은 무시한 채 무리에서 리더가 되거나 인기 있는 사람이 되기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문화에서 자라나는 우리들은 인간관계를 자연스럽게 맺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포장하고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인간관계가 아니라 인맥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인맥관리 관계’의 끝은?


인간관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공유관계communial relationship'와 '교환관계exchange relationship'입니다. 공유관계는 서로의 친밀함과 관심에 기초한 관계입니다. 이에 비해 교환관계는 서로의 필요와 이익에 기초한 관계입니다. 즉, 공유관계는 기본적으로 동질감을, 교환관계는 기본적으로 손익에 관계의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유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지고 편해지지만, 교환관계는 계속 겉돌거나 진정성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서로의 필요와 이익이 맞지 않으면 쉽게 허물어지고 맙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유관계는 '휴식'에 가깝다면, 교환관계는 '일'에 가깝습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맺을 줄 알아야 하고, 불편한 사람이라도 속 마음을 감추고 인간관계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균형이 필요합니다. 실제 인간관계에서 소진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상대적으로 교환관계가 비대하고 공유관계는 미미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능력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쟁 사회의 산물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심지어 가족, 연인, 친구, 사제 등의 관계조차도 교환관계처럼 교류하게 됩니다. 한번 연락오면 나도 한 번 연락하고, 이익이 될 것 같으면 만나고 별 이익이 없으면 피하고 손해가 될 것 같으면 안 만나는 '거래'와 같은 방식으로 관계가 변질되고 맙니다. 


그 교환관계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휴식 없는 노동이 결국 소진 증후군을 불러오는 것처럼, 교환관계에 매달리는 인간관계의 끝은 소진입니다. 특히, K씨처럼 어려운 일이 닥치면 좀 더 빨리 소진이 찾아옵니다. 그 수많은 인간관계의 피상성에 깊은 허무감과 외로움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은퇴를 하고 난 뒤에 깨닫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해관계가 없어지자 아무런 연락도 없는 관계들을 보면서 정작 자신에게 누가 중요한 사람인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도 외향적인 사람들은 비교적 덜 힘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내향적인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사교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감정노동을 하며 인맥관리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에는 사회생활을 하며 ‘억지 외향성’으로 자신을 바꾸려고 안간힘을 쓴 경우가 많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모임의 리더를 자처하거나,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이런 저런 대외 활동에 뛰어들었다가 어느 순간 탈진하듯 주저앉고 맙니다. 이들은 억지로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쓰다가 원하던 사교성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섬세함, 자기초점, 신중함, 배려와 같은 내향적인 성격의 장점마저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를 위하여


우리는 공유관계와 교환관계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공유관계는 점점 중요해집니다. 인간은 언제나 관계의 연결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생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회적 생명의 끈은 공유관계로부터 나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함을 느끼고 어려울 때 찾아갈 수 있는 상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공유관계를 늘려갈 수 있을까요? 



첫째,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의 관계에너지는 한정적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깊이를 더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 보다는 나에게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한 인간관계는 건강한 자아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건강한 자아의 기능 중의 하나는 자기의 관심사를 찾는 것입니다. 자신의 관심사를 찾으면 저절로 자기세계가 만들어집니다. 어릴 때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저절로 친구가 만들어지지만 성인이 되면 친구는 손익기반의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라 관심기반의 친목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즉, 자신의 관심사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성인들의 공유관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관심사의 핵심은 ‘오티움(Otium)’을 말합니다. 오티움이란 라틴어로 ‘내적 기쁨을 주는 능동적인 여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활동이 보상이나 결과를 떠나 그 자체로 기쁨을 주는 것이 바로 오티움입니다. 물론, 이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등산, 뜨개질, 합창, 동식물 기르기, 시낭송, 댄스, 봉사활동, 명상이나 요가, 글쓰기, 요리, 공부 등 다양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활동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즉,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 인간관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하다보니 저절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만들어지고 깊어지는 것입니다. 이 공유관계는 상대에게 지나치게 기대거나 의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기쁨을 만들어내는 오티움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셋째, 갈등을 풀어보는 경험이 꼭 필요합니다. 


공유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친밀해집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지는 관계가 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 편안함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습니다. 공유관계라고 하더라도 누군가 자기 영역으로 들어오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고, 의도하지 않더라도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오해와 마찰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공유관계란 교환관계와 달리 더 깊은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회복할 수 없는 단절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가까워지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중요한 것은 그 갈등, 즉 불편함을 풀어내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이 있어야만 더욱 더 친밀해지고 편안해집니다. 교환관계는 갈등이 생기면 안 만나면 그만이지만, 공유관계는 그 갈등을 풀 수 있을 때까지 풀어봐야 합니다. 그냥 덮어두거나 참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때문에 기분이 상했고 불편함을 느꼈는지 서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친구가 약속을 여러 번 어겨서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 속마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단, 화난 감정을 쏟아붓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왜 무시해!'가 아니라 '네가 나를 존중해주기를 바란다'에 말입니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산을 넘지 못하고 관계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을 대화로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편안함은 점점 멀어지고 언젠가는 결국 더 큰 상처를 주고받으면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깊은 공유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갈등이 없어서가 아니라 갈등을 회복하고 더 가까워지는 '갈등회복력'이 높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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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인간관계 심리학 6

‘네가 기뻐야 나는 기뻐’



어떻게 하면 아내가 웃을 수 있을까?


젊은 사업가인 P는 아내에게 헌신적이다.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고, 철마다 함께 여행도 떠나고, 아내가 좋아할 만한 공연을 챙겨서 보러 간다. 늘 아내에게 “뭐 필요한 거 없어?”를 묻지만 정작 본인은 뭘 요구하는 법이 없다. 그뿐인가! 처갓집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본가보다 더 챙긴다. P의 아내를 보며 친구들과 친정식구들은 모두 부러워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일까? 그녀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렇게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행복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떨 때는 자신이 남편의 딸이나 혹은 강아지처럼 느껴진다.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에서 자상한 보살핌 아래 마냥 행복해하는 강아지이기를 바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사랑에 의문이 생기자 그녀의 얼굴에는 점점 웃음이 사라져갔다. 덩달아 남편 또한 심각해졌다. 이전보다 더 외식을 권하고, 더 선물을 해주고, 더 열심히 집안일도 한다. 그러나 아내는 예전처럼 기뻐하지 않는다. 웃음을 잃어가는 아내를 보며 P는 오늘도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아내가 웃을 수 있을까? 



첫사랑이 우리의 내면을 지배한다


P의 부부관계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리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과거의 영향을 받으며 반복적인 패턴을 보입니다. P의 유년시절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늘 슬퍼 보이는 엄마를 내가 기쁘게 하고 싶어!


사업가였던 P의 아버지는 P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사업에서 큰 실패를 했다. 그 이후 하는 일마다 잘되지 않았고 갈수록 성격이 괴팍해졌다. 교사인 어머니가 가계를 이끌었지만, 아버지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심지어 별다른 이유가 없을 때도 어머니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해댔다. 의처증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늘 슬퍼 보였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어린 그에게는 말 못 할 고통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엄마의 기대에 있는 힘껏 부응하는 것이었다. 실제 그는 엄마의 기대처럼 공부도 잘했고, 동생들의 숙제까지 돌봐주는 의젓한 큰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을 볼 때마다 엄마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흘렀다. ‘네 덕분에 내가 산다.’는 엄마의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정말 기뻤다. 엄마를 기쁘게 하는 것이 그의 낙이었고 삶의 이유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절대 상처 주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버지와 정반대로 자상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P는 줄곧 돌봄이 필요한 누군가를 찾았고, 자신의 노력으로 상대방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했다.  



누군가를 돌봐야만 살아가는 사람들, 공동의존 



정신의학에서는 자기 자신을 일방적으로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돌봄으로써 만들어진 왜곡된 관계를 ‘공동의존’이라고 합니다. 이는 일방적인 의존처럼 보이지만 보살피는 사람 역시 보살핌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는 점에서 공동의존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그 양상이 다를 뿐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되어 있는 것입니다. 


공동의존이라는 말은 원래 중독자 가족들이 중독자와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겉보기에는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고심하고 애를 쓰며 헌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건강하지 못한 도움을 줌으로써 오히려 중독을 조장하는 가족들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중독자와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다른 사람들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의 핵심 문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 ‘다른 사람의 삶과 문제에 대해 자신이 해결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과잉책임감’ 그리고, ‘자신을 외면하고 상대를 돌보는 타인 중심적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누군가를 돌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불화가 심해 한쪽 부모와 정서적으로 밀착되어 있었거나, 부모의 병환이나 경제적 곤란으로 인해 일찍부터 가족들을 돌봐야 했던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때 이르게 주어진 돌봄의 역할로 인해 ‘누군가를 잘 돌봐야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틀을 가지고 관계를 맺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문제가 있거나 힘든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그 기분이나 상황을 바꿔줘야 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의 노력이 상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면 크게 좌절하고 상처받습니다. 


공동의존을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


-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모든 일을 자기와 연결지어 받아들인다.

- 타인의 감정에 의해 자신의 감정이 쉽게 영향을 받고, 타인의 감정을 바꾸기 위해 애쓴다. 

- 문제 있는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감정이입하며 그들의 문제를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느낀다.

-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힘들어도 참고 하거나 상대가 싫다는데도 베푼다.  

- 인위적인 자기가치감과 만족감을 얻기 위해 누군가를 도와야만 한다. 

- 누구도 자신이 베푼 만큼 자신을 위해주지 않는 것 같아 의기소침해 하고 신세를 한탄한다.   

- 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감정과 욕구는 잘 모른다.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노력할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 



이들은 아프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그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 애를 씁니다. 물론 힘들겠지만 그렇게 노력해서 상대가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면 의미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이상하게 노력할수록 상대의 문제는 악화되어 가고, 자신은 점점 소진될 정도로 상대의 삶에 깊이 얽히게 되는 것입니다. 공동의존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가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움으로 상대의 고통이 덜어지고 기분이 달라지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당장 상대방을 덜 괴롭게 하거나 기쁘게 만들기 위해 상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거나, 편법을 동원하거나, 문제가 있는 상대를 무조건 지지하고 두둔해주거나,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바꾸려고 함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켜버립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자가 취해서 회사에 결근하게 되면 공동의존에 있는 가족이 대신 전화를 해서 아파서 못 나간다고 거짓말을 해주는 식입니다. 공동의존자들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정서적 공감능력은 뛰어나지만,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고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이 상대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인지적 공감능력은 떨어집니다. 그렇기에 노력을 하면 할수록 상대의 문제는 심각해지는 모순에 빠지고 맙니다. 더 큰 문제는 어느 시점이 지나면 자신의 헌신적인 노력까지 부정당하고 마는 것입니다. 오히려 비난당하기까지 합니다. 


중국의 철학자 장자는 공동의존자들을 위해 이러한 비유를 들었습니다. 옛날 노나라 왕궁에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왕은 기뻐서 그 새를 다른 나라의 군주를 맞이하는 예로써 극진히 대접합니다. 술을 마시게 하고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소, 돼지, 양고기를 갖추어 상을 차립니다. 그러나 새는 한 조각도 먹지 않고 사흘 만에 죽어버리게 됩니다. 이 얼마나 허망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인가요! 



어떻게 공동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럼, 어떻게 하면 공동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먼저 어린 시절의 결핍과 상처를 치유해야 하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관계의 패턴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관계가 뒤얽히지 않도록 자아가 바로 서야 합니다. 많은 경우에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 칼럼에서는 간단히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자신을 사랑해야 해요.


공동의존자들은 상대의 삶에 대해서는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이 뭘 원하는지는 알지 못하지요. 그러므로 이들에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필요한 일은 의식의 안테나를 안으로 돌리는 것이고 홀로 서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돌보지 않고도 홀로 기쁨을 느끼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기쁠 수 있어야만 다른 사람의 삶에 필요 이상 개입하지 않을 수 있으며, 뒤얽힌 관계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둘째,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 대신, 상황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세요. 


공동의존에 있는 사람은 상대의 고통이나 불편을 당장 덜어주는 것에만 급급해합니다. 이들은 늘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원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상대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냉정함과 한 템포 느린 반응이에요.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바로 베풀기 전에 무엇이 상대를 위하는 것인지 긴 안목에서 생각해보세요. 고기를 잡아줄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셋째, 인지적 공감이 서툴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세요. 


자신이 늘 상대를 신경 쓰기 때문에 상대를 배려하고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대부분의 마음읽기는 오류투성이입니다. 상대를 잘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합니다. 무언가를 베풀려고 하기 전에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건강한 관계에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우리’ 외에 ‘나’와 ‘너’의 공간이 공존해야 해요. 그래야만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상대의 인생에 대한 책임 이전에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먼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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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슬기의 마음 치료 5편

‘내 머릿속을 파고드는 불편한 생각’ 강박장애



어느덧 올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맘때면 어쩐지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등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어떤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무언가를 확인하고, 씻고, 세는 등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충동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질환을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라고 해요.



강박장애의 증상



강박장애의 증상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많은 강박장애 증상은 ‘대칭’으로 강박장애 환자의 26%에서 나타납니다. 무언가를 세거나 정렬하는 행동을 반복합니다. 각을 잡아서 옷을 개어놓거나, 물건들을 항상 반듯하고 정확하게 정리 정돈하는 것 등이 해당됩니다.


두 번째로 흔한 강박 증상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 `침투사고’ 입니다. 그 생각은 일상에서 터부시되는, 성적이거나 공격적인, 혹은 종교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환자들은 매우 괴로워합니다. 강박사고가 건강 염려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자꾸 자신의 몸에 문제가 없나 확인하는 강박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흔한 증상은 오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강박적으로 손을 씻는다거나 공중 화장실 손잡이를 맨손으로 잡지 않는 등의 행동입니다. 이는 강박장애 환자 중 15.9%에서 관찰되며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네 번째로 많은 증상은 `저장’ 혹은 ‘수집’인데요. 방송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쓰레기로 가득 찬 집, 폐품을 주워와 집을 발 디딜 틈도 없이 만드는 사람의 경우 ‘저장’ 강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도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이들은 동물을 물건처럼 수집만 할 뿐 돌보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 밖에도 자신의 외모에 대해 ‘너무 뚱뚱한 것 같다’, ‘이상하게 생긴 것 같다’ 는 등 왜곡된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머리를 쥐어 뜯는 행동, 피부를 자꾸 꼬집거나 뜯는 행동도 강박의 한 종류로 보고 있습니다.



트라우마가 만든 강박


어떤 사건을 경험한 후에 강박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A는 강박적으로 손을 씻는 증상 때문에 상담실을 찾아왔습니다. A는 1년 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현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어머니를 끌어안았고, 나중에 손에 묻은 피를 씻으면서부터 강박이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약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정신 치료를 해보니 A는 ‘어머니를 살리지 못했다. ‘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것이 손을 씻는 강박 증상으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강박이 어떠한 이유에서 왔는지 들여다보고 그 죄책감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A의 증상은 호전되었습니다.



다이어트가 만든 강박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없던 강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일단, 칼로리를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하루에 섭취할 칼로리를 정해서 절대 넘지 않으려 하고, 혹시나 칼로리를 넘게 되면 당장 살이 찔 것처럼 불안해 합니다. 또, 운동에 대한 강박을 느끼기도 하죠. ‘걷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을 호소하던 환자는 한밤중에도 런닝머신 위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특정 몸무게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난 몇 kg을 넘어서는 안돼.’ 이런 식으로 말이죠. 체중이 감소될 수록 지방으로 이루어진 뇌는 쪼그라들게 되고 유연하게 생각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강박은 더 심해집니다. 때문에 다이어트로 생긴 강박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체중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처럼 원인이 있어서 생긴 강박은 먼저 그 원인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부 약물의 경우 강박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약을 먹고 있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강박장애와 강박성 성격장애



강박장애와 강박성 성격장애를 많이 헷갈려 하시는데요. 비슷한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질환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했던 영화 ‘에비에이터(The Aviator, 2004)’에서 주인공 ‘하워드 휴즈’의 평소 모습은 강박성 성격장애에 가깝습니다. 그는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6개월간 구름을 찾아 다니기도 하고 비행기의 표면을 작은 요철도 없이 완벽하게 매끄럽게 만들길 요구하죠. 비행기의 손잡이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니 영화도 비행기도 그 완성이 매번 늦어집니다. 이렇게 완벽을 위해 처음부터 일을 다시 한다거나 지나치게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이 강박성 성격장애의 특징입니다. 


이와 달리 하워드 휴즈가 감염, 오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강박적으로 손을 씻는다거나 병을 따지 않은 우유만 마시는 등의 증상은 강박장애의 특징입니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강박장애는 심해지고 주인공을 피폐하게 만들죠. 


강박성 성격장애는 특정한 강박이 성격으로 굳어진 것이고 강박장애는 말 그대로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정신 질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강박성 성격장애환자보다 강박장애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으로 인해 더 힘들어 합니다. 



강박의 메커니즘과 치료 


강박장애의 원리에 대해 살펴볼까요? 강박장애는 뇌 기능의 이상으로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겨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우리 뇌의 전두–피질하(기저핵/시상) 회로(front-subcortical circuit)는 하던 일을 멈추는 ‘브레이크’와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는 ‘엑셀’ 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강박장애는 이 균형이 깨져서 ‘브레이크’도 ‘엑셀’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그냥 굴러가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떠오르는 강박사고를 멈추지도 못하고 다른 일에 집중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때 뇌의 깨진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세로토닌 계통의 약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무언가를 의식하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잡다한 다른 생각들이 걸러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여러 가지 불필요한 생각들을 차단하고 필요한 생각만 걸러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이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인지행동치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노출-반응 억제’ 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결벽증 환자라면 더러움에 노출시키고 강박행동을 참게 합니다. 억지로 화장실 문고리를 만지고 손을 씻지 못하게 하는 거죠.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아 이렇게 화장실 문고리를 만져도 병에 걸리지 않는구나’ 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강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사실 어느 정도의 강박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 같아 물건을 못 버리는 사람, 정해진 규칙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 사람, 정리 정돈을 심하게 하는 사람, 지나치게 외모에 집착하며 끊임없이 성형을 하거나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이미 충분히 우람한데도 근육이 없어 보인다며 하루 종일 운동을 하는 사람 등등 말이죠. 사례로 살펴볼까요?


B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한 줄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보니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B에게 완벽하지 않은 글은 쓰레기일 뿐입니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지만 이제는 노트북을 켜는 것 조차 두렵습니다. 


C는 얼마 전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첫 직장이니 서투른 게 당연한데도 실수가 두려워 출근한 지 2주 만에 사직서를 내고 말았습니다. 실수를 하면 주위에서 자신을 비난할 게 두렵고 불안했다고 합니다. C는 잘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포기했습니다. 학창 시절,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지만 훨씬 낮은 대학에 진학한 것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포기를 반복하다 보니 ‘난 한심한 인간이다.’ 라는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B나 C처럼 강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완벽주의자가 많습니다. 이들은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에 아무리 애써도 목표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결국 좌절하고 자책하는 패턴을 반복하는 거죠. 완벽해야만 한다는 강박 속에는 ‘완벽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혹은 ‘완벽하지 않으면 버림받을 수 있다.’ 등의 불안이 숨겨져 있습니다. 



‘네가 좀 골라줘’ 결정장애


직장인 D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오늘은 뭘 입어야 하나’ 고민입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겨울 패션’으로 검색해 보기도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결국 D는 친구 E에게 사진과 함께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어떤 옷이 더 나아?’ D는 E가 골라준 옷을 입고 출근을 합니다.


점심 시간이 되면 또다시 D는 고민에 빠집니다. D는 뭘 먹을지 묻는 동료의 질문에 ‘아무거나 괜찮아요.’로 일관합니다. 사실 괜찮지 않은 메뉴도 있지만 뭘 먹어야 할지 고르는 건 정말 힘들기 때문이죠. 휴가 계획도, 쇼핑도 D는 혼자서 결정하지 못합니다. 이런 D를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결정장애’ 라고 이야기합니다. 



국내 한 취업포털에서 직장인 남녀 3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평소 본인이 결정장애를 겪는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80.6 %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못 선택할까 봐 불안해서’가 39.8%로 가장 많았고 ‘선택과 옵션이 너무 많아서’가 24.8%로 두 번째로 많은 이유였습니다.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함에 있어서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현대인들에게 결정장애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잘못 선택하면 큰일날 것 같고 엄청난 손해를 볼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결정장애의 발달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역할도 큽니다. 당장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면 인터넷상의 무수히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을 합니다. 선택할 때 고려할 정보들이 넘쳐남에 따라 결정은 더 어려워지죠. 


결정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완벽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설령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고 ‘실수할 수도 있다.’ 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완벽하지 못한 나도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존재


강박장애와 달리 강박 성향은 우리 모두가 성장 과정에서 한 번쯤 경험한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마음의 성장이 멈춰 성격의 일부로 굳어졌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겪다 보면 강박 심리에 빠져들게 되죠. 


적당한 수준의 강박은 공부나 일을 꼼꼼하게 해서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강박이 지나치게 되면 일이건 공부건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강박에만 끌려 다니게 됩니다. 


강박적인 습관 뒤에는 ‘완벽하지 못한 나에 대한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거나 비난받는 것에 대한 불안‘, ‘모든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까 두려움’ 등 여러 가지 ‘불안’이 숨어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요즘 시대에 강박은 불안을 잠시나마 가라앉혀 주고 뒤쳐지지 않게 나를 채찍질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도 100% 완벽할 수 없습니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고 비난할 사람도 없죠. 완벽하지 않은 나를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타인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살아간다면 강박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가진단으로 강박 장애의 정도를 점검해볼 수 있는 ‘모즐리 강박 척도’나 ‘예일 브라운 강박 척도’를 통해 스스로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또한 전문가를 찾아 상담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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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인간관계 심리학 5편

‘왜 그 사람에게서 벗어나지 못할까?’



한 커플이 상담실을 찾았다. 남성의 데이트 폭력 문제로 함께 온 것이다. “남자친구가 너무 감정조절을 못하는데 고칠 수 있을까 해서요. (중략) 그런데 저한테도 문제가 있어요. 제가 자꾸 남자친구의 성미를 건드리거든요.” 여성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고성이나 폭언이었다가 최근에는 물을 끼얹고 세게 밀쳐서 넘어진 적도 있다고 했다. 남자는 여자 친구가 따지듯 이야기한다고 느낄 때 무시 받는 듯한 감정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녀의 마음은 복잡했다. 분노, 두려움, 연민 등의 마음이 뒤엉켜 있었다. 문제는 자책감이었다.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자라난 남자친구의 상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적 행동이 벌어지면 이내 ‘내가 좀 이해해주고 넘어가도 됐을 텐데... 내가 또 이 사람의 상처를 건드렸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싸움이 일어나면 남자친구가 반복적으로 했던 말이 있다. “왜 너까지 나를 무시해. 왜 자꾸 나를 나쁜 사람이 되게 만들어.” “넌 내가 그런 말 들으면 어떨지 뻔히 알잖아. 왜 자꾸 나를 자극해!” 등의 말이다. 남자친구의 폭력은 점점 커져가고 있지만 그녀는 헤어질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남자친구의 기분을 살피느라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에게 나의 감정과 욕구를 속박 당한 ‘감정사슬’



사람이 가까워지면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의 끈이 생깁니다. 그것은 감정으로 만들어지지만, 사랑이나 친밀함 같은 좋은 감정만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두려움, 자책감, 혹은 미움과 같은 안 좋은 감정도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 섞여 있기 마련이지요. 이때 좋은 감정으로 된 끈은 서로를 건강하게 이어주는 수평적인 연결고리가 되지만, 안 좋은 감정으로 된 끈은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일방적인 사슬이 되어버립니다. 


그렇다면 ‘감정사슬’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나와 가까운 사람에 의해 감정적 압박을 받아 내 감정과 욕구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속박되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감정사슬이 만들어지면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관계가 됩니다. ‘휘두르는 사람’과 ‘휘둘리는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이죠. 


당신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자,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답해보세요. 


첫째, 가까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당신의 주장이나 결정권을 발휘하지 못하고 상대에 의해 끌려가고 있다고 느끼나요? 


둘째, 상대방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느끼면서도 심리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나요? 


이 두 가지 질문 중 하나라도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감정사슬에 묶여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사슬의 종류


관계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또는 알아차린다고 해도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은 특정한 ‘감정’에 지배받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한 감정사슬은 무엇일까요?


첫째, ‘두려움’입니다.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두려움일수도 있고, 상대에게서 벗어나 혼자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정신적인 두려움일 수도 있습니다. 두려움이 지속되면 스스로 ‘힘이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둘째, ‘연민’입니다. 내가 상대를 책임지고 돌봐주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자신이 좀 더 인내하고 노력하면 관계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체념으로 바뀌어갑니다. 


셋째, ‘죄책감’입니다. 관계가 안 좋아지고 상대의 문제가 악화되는 데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결국 상대의 감정과 논리에 저항하지 못하는 자발적인 순응으로 이어지고 맙니다.  



일방적인 관계를 원하는 ‘감정조종자’



우리 주위에는 감정사슬을 잘 엮는 이들이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 실체를 잘 드러내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친절하고 자상한 이미지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통제욕구를 드러냅니다. 이들은 차이를 존중하는 법이 없고 자신의 감정과 주장에 따를 것을 강요하지요. 그것은 노골적인 폭력과 위협의 형태일 수도 있고 달콤한 말일 수도 있어요. 역설적이긴 하지만, 헌신적인 보살핌 혹은 눈물 섞인 하소연이 감정사슬인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배우자 또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너 때문에 내가 못살겠다. 왜 네 마음대로 하려고 해.’ ‘누구 죽는 꼴 보려고 그래!’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러려고 나를 낳았어?’ 등의 표현은 상대방을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혹은 은밀하게 통제하려고 합니다. 




감정사슬을 잘 엮는 이들을 우리는 ‘감정조종자’라고 합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의 잘못과 관계의 문제를 끝까지 상대의 책임으로 돌리며, 상대로 하여금 스스로를 의심하고 결국 나쁘게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이를 정신의학에서는 ‘투사적 동일시’라고 합니다. 투사가 자신의 감정이나 문제를 단지 상대방의 탓으로 떠넘기는 것이라면, 투사적 동일시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과 문제에 대한 책임을 느끼도록 집요하게 유도하고 조종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즉, 투사는 내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던져버리는 것이라면, 투사적 동일시는 내 문제를 다른 사람과 공유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대방도 처음에는 저항하게 되지만, 감정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서 점점 이것이 누구의 문제이고 잘못인지가 모호해지고 맙니다. 



감정사슬에 잘 결려 드는 사람들 



이들은 한 마디로 자아가 약한 사람들입니다. 감정조종자들은 이들을 잘 알아봅니다. 자기세계를 가지고 있고, 비교적 자기표현이 뚜렷한 이들을 지배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자아가 약한 사람들은 늘 누군가의 관심과 인정을 필요로 하고, 자신을 표현하기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살피는데 익숙하기에 이들의 먹잇감이 되기 쉽습니다. 이들은 상대방의 통제마저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혼동하기 쉽기에 뒤늦게야 관계의 심각성을 깨닫게 됩니다. 문제를 인식한다 해도 자신이 참고 노력하면 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지요. 그러나 상대가 감정조종자라면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습니다. 감정조종자들은 상호적인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인 관계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조종자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 


나 자신이 상대방에 의해 점점 더 휘둘리고 있나요?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빠져나오기 어려운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감정사슬에 묶여 관계의 덫에 빠져든 것입니다. 이때는 신중해야 해요.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꼬일 수도 있고 때로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심각한 데이트 폭력에 놓여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최근 4년간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살인 및 살인미수 사건은 300건이 넘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필히 법률적 지원, 혹은 관련기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일반적인 세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첫째, 내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이를 존중하세요. 너무 식상한 표현인가요? 하지만 이는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감정사슬에 엮인 것은 일차적으로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에요. 자신의 바운더리(심리학 용어로 ‘나’와 ‘너’를 구분 짓는 자아의 경계)가 약했기 때문입니다. 바운더리를 다시 세운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내 감정을 존중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감정과 욕구가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거예요. 그것을 표현하느냐 마느냐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둘째, 감정사슬의 감정과 관련 사고를 자세히 살펴보세요. 당신이 끌려 다니는 것은 과장된 감정과 그로 인한 감정적 사고 때문입니다. 당신이 느끼는 두려움, 연민, 죄책감 등은 증폭된 것이에요. 감정과 그 관련 사고를 관찰해보세요. ‘저 사람이 떠나면 난 살수가 없어!’ ‘나까지 모른 체 하면 저 사람은 살아갈 수 없을 거야!’ ‘저 사람이 저렇게 된 것은 나 때문이야.’ ‘내가 노력하면 우리는 좋아질 수 있어.’라는 생각들에 대해 ‘정말 그런가?’라고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진실만이 우리를 구원해줄 수 있답니다. 


셋째, 내 감정과 욕구를 반복적으로 표현하세요.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해 판단하지도 말고, 감정적으로 휘말리지도 않는 거예요. 자기표현의 핵심은 상대를 변화시키거나 설득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자신의 감정과 힘듦에 대해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죠. ‘당신이 ~할 때 난 너무 힘들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감정조종자들의 특징은 늘 이전투구로 끌고 갑니다. 그래야 자신의 문제가 상대방에게 공유되기 때문이죠. 가능한 차분하고 명료하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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