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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인간관계 심리학 9편

‘모두 거짓말을 한다! 그럼에도 솔직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신혼 때의 일이다. 아내는 요리 공부를 하며 여러 가지 음식을 식탁 위에 올렸다. 그리고 늘 기대 어린 표정으로 어서 먹어보라고 재촉했다. “맛있어?” 그럴 때면 종종 난감했다. 간혹 맛있었지만 대부분 맛이 별로였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나는 요리를 한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맛이 없을 때도 “괜찮네” “맛있어”라고 대답했다. 


물론 얼마 가지 않아 들통나고 말았다. 아내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아니, 왜 솔직하게 이야기를 안 했어? 솔직하게 말을 해줘야 내 요리 실력이 더 늘 텐데…” 내 걱정과는 달리 아내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더라도 기분이 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피드백이 되었을 거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러했다. 나의 하얀 거짓말은 사실 불필요한 배려였다. 나는 아내와 달리, 누군가로부터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쉽게 마음이 상했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비단 나뿐이랴. 많은 사람들이 속마음을 감춘다. 꼭 해야 할 말조차 하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만다. 꼭 상대를 위한 배려 때문은 아니다. 대개 솔직함을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고 솔직함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솔직함은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하고, 집단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과연 그럴까? 

 


한 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친구와 만나 비교적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왠지 상대의 마음이 상한 것 같고 관계가 불편해진 것처럼 느꼈다. 그럼 어떨 것 같은가? 내가 불편을 느낀 만큼 상대도 나를 불편하게 여길 것 같은가? 상대도 불편함을 느낀다면 뭐가 걱정되는가? 상대가 나를 싫어하고 멀리할 것 같은가? 만일 그렇다면 그 불편한 관계는 일시적인가? 계속 갈 것 같은가? 


만일 내가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했다는 것만으로 상대가 계속 나를 싫어하고 피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상대가 나를 계속 불편해한다면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을 후회하겠는가? 그럼 앞으로 계속 마음을 감추고 지내야 하는가? 물론 그것은 자기 선택이다. ‘솔직함’보다 ‘관계의 작은 불편함조차 만들지 않는 것’이 당신에게 중요한 가치라면 솔직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자. 당신이 할 말을 못 해서 혹은 자신을 속여서 느껴지는 그 불편함은 무시해도 될 작은 것인가? 우리는 우리가 솔직하지 못하는 두려움을 깊이 파고들어 가야 한다. 정말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두려움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그 두려움을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왜 이렇게 따져 물어야 하느냐고? 우리의 두려움은 늘 부풀려져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솔직함이 왜 나에게는 무례함일까?


그럼, 솔직함으로 인해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란 말인가? 솔직함이 정말 위험하지 않다는 말인가? 이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즉, 모든 솔직함이 위험한 것도 아니고 모든 솔직함이 좋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솔직하다는 의미를 보다 명료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영어에서 솔직하다는 말은 여러 단어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frank’‘honest’가 있다. 둘 다 ‘솔직한’이라는 형용사이지만 그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다. ‘frank’는 때로는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거친 솔직함’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팀장인데 팀원 중에 업무이해력이 떨어져서 종종 실수하는 직원이 있다고 해보자. 당신이 “L대리는 왜 그래? 우리 회사 정식으로 들어온 거 맞아?!”라고 한다면 어떨까? 물론 당신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가 전혀 없이 그냥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상대방은 마음이 다친 뒤다. 


거친 솔직함을 보이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니, 그 사람 기분 상한 것을 왜 내가 신경 써야 해! 그런 말 듣기 싫으면 처음부터 잘하면 되지.” “아니, 싫은 것을 싫다고 하지, 그럼 좋다고 말해?!” 이들은 자신의 표현에 대해 상대가 어떻게 느낄지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게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솔직함을 우리는 ‘무례함’이라고 부른다.



나의 솔직함이 매력이 되려면  


사람들은 솔직한 사람을 싫어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한다. 그것이 솔직함의 두 얼굴이다. 그렇다면 어떤 솔직함은 인간관계의 매력이 될까? 바로 ‘honest’이다. 이 말은 ‘상대의 마음을 염두에 두고 표현하는 걸러진 솔직함’을 말한다. 이는 거칠고 무례하지 않고 부드럽고 정중하다. 

 


그렇다면 부드러운 솔직함(honest)은 무엇이 다를까? 3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부드러운 솔직함은 이성과 감정이 연결된 상태이다. 이성과 감정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감정을 조절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에 비해 거친 솔직함은 감정과 이성이 분리된, 감정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야생의 밀림보다는 잘 다듬어진 숲길을 좋아하지 않는가!


둘째, 부드러운 솔직함은 상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나 상황을 표현한다. 상대에 대한 판단은 많은 경우 공격이나 비난으로 들리기 쉽다. 이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즉각 반격하거나 변명을 하게 만든다. 


셋째, 부드러운 솔직함은 1인칭과 2인칭 관점을 오간다. 즉,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뱉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염두에 두면서 표현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입장이나 마음을 왜곡하는 것은 아니다. 


부드러운 솔직함을 가진 사람은 할 말을 하지만 트러블을 만들기보다 오히려 문제를 풀어간다. 이들의 솔직함은 상대를 흥분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은 아무나 갖지 못한다. 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도 존중하고 남도 존중하는 사람’ 즉, 진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만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은 존중하지 못하고 상대만 존중하는 사람이다. 거칠게 솔직한 사람은 자신만 존중하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이들이다. 즉, 솔직하지 못한 사람은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고, 거친 솔직함을 보이는 이들은 우월감과 특권의식을 갖는 사람들인 것이다. 



부드러운 솔직함을 위하여 


인간관계는 늘 균형이 중요하다. 문제는 그 균형추가 고정된 게 아니라 상황, 때, 상대에 따라 늘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다듬지 않으면 그 표현이 거칠고, 마음을 너무 다듬으면 표현이 진실 되지 못한다. 상대를 생각하되 내 마음과 표현이 조화를 이룰 때 그것이 바로 부드러운 솔직함이다.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솔직함을 위해 몇 가지 노력해볼 것을 제안한다.  

 


첫째, 잠시 멈춰라. 바로 응답하지 마라. 솔직하지 못한 것은 습관이다. 우리는 거절해야 할 때조차 습관적으로 “괜찮아”라고 자동반응을 한다. 그것은 뿌리 깊은 습관이다. 우리는 항상 솔직할 수는 없지만 잠깐 멈출 수만 있다면 상대나 상황에 따라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다. 멈춰야만 이성과 감정은 연결되고, 1인칭과 2인칭을 오갈 수 있다. 


둘째,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솔직하라. 솔직함은 상대가 아닌 자신에 대한 솔직함이 우선이다. ‘~ 하는 척’하지 않는 것이 솔직함의 출발점이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기, 상대가 싫은데 좋은 척하지 않기, 돈이 없는데 있어 보이는 척하지 않기 등 일상에서 자신에게 좀 더 진실해지도록 노력하자. 자신에게 진실할수록 우리는 상대에게 솔직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부드러운 솔직함은 ‘상대에 대한 판단의 솔직함’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욕구에 대한 솔직함’이 핵심이다. 나는 남편의 생일선물을 챙기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왜 그렇게 무성의해!”라고 화를 내고 말 것이 아니라, “나는 당신이 나를 위해 선물을 해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껴”와 같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드러운 솔직함의 핵심은 감정이 아니라 욕구이다.  


셋째, 유연하게 표현하고 대안을 제시하라. 표현에 있어 늘 ‘예, 아니요’ 혹은 ‘싫어, 좋아’만 있을 수는 없다. 아내의 된장찌개가 맛이 없더라도 굳이 “맛없어”라고 이야기하기보다 “고추를 더 넣어 칼칼한 맛이 나면 더 맛있겠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친구가 오늘 보자고 전화가 왔는데 일이 많다고 해보자. “바빠서 안 돼!”라고 끊는 것은 야박하다. “오늘은 일 때문에 어렵고, 다음 주는 좋은데 그때는 어때?”라고 대안을 이야기하면 좋다. 부드러운 솔직함은 문제를 풀고 서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지, 문제를 꼬이게 하고 관계를 상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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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슬기의 마음 치료 8편

‘내 안의 불안을 없애고 싶다면’ 불안장애 下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불안장애 上(클릭) 에서 이어집니다



▶‘동물, 높은 곳, 죽음이 두려워’ 특정공포증 


특정공포증은 특정한 대상이나 행동, 상황에 처했을 때 비현실적인 두려움과 불안 증세가 생기면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대상이나 상황을 피해버리는 장애입니다. 누구나 무섭고 두려워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피하느라 일상 생활이나 사회 활동에 문제가 생긴다면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정공포증 중에는 동물공포가 가장 흔하고 고소공포, 질환공포, 외상공포, 죽음공포 순으로 많은데요. 공포의 대상은 굉장히 다양하답니다. 이러한 공포증 환자는 특정공포 대상에 접근하게 되면 급속도로 공포반응이 생기면서 공황발작과 같은 증상에까지 이르는 불안을 경험하게 됩니다. 공포증은 대체로 아동기나 성인 초기에 시작되어 없어지지 않고 일관되게 지속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혼자이고 싶다’ 사회불안장애


대인관계나 사회적 상황에서 남을 의식하여 불안이 생기는 것을 사회적 불안이라고 합니다. 남 앞에 나서야 할 때 누구나 어느 정도의 불안은 느끼죠. 하지만 사회불안장애는 그 정도가 심해서 이런 상황을 계속 피하고, 이런 상황이 예상되면 미리부터 심한 불안을 느끼는 상태인 예기불안 증세가 있으며, 이로 인해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경우를 말하죠. 우리나라나 일본은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대인공포증이라 불리는 증상도 사회불안장애에 해당됩니다.


 


‘인생이 걱정’ 범불안장애


거의 모든 것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를 범불안장애라고 합니다. 다리를 건널 때면 다리가 무너지지나 않을까, 뉴스를 보면서는 전쟁이 나지 않을까, 밤이면 도둑이 들지 않을까, 특별한 이유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걱정하는 데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불안한 느낌이 과도하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동반되어 지속되는 상태죠. 근거를 찾기 어려운 불안 및 자율신경과민 증상이 특징입니다. 



분리불안장애


주된 애착 대상과 이별할 때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불안 상태가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경우를 분리불안장애라고 합니다.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두 가지 방법 :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




많은 환자들이 불안을 ‘없애 달라’고 찾아오지만 불안은 자기방어의 신체적 메커니즘입니다. 불안이 전혀 없다면 위험한 상황에 닥쳤을 때 제대로 반응하기 어렵겠죠. 정상적인 불안은 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결국 치료의 목표는 불안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라기보다 지나친 불안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춰주고 삶에 지장을 주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약물 치료는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이 주로 사용이 됩니다. 대표적으로 로라제팜, 알프라졸람, 클로나제팜 등 ‘-암(-am)’으로 끝나는 약들이 항불안제에 해당됩니다. 우리 뇌에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그 중 GABA라고 부르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낮으면 중추신경계의 활동이 저하되고 이는 불안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주로 이 GABA 수용체에 작용하여 그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불안장애에서 사용되는 항우울제는 주로 세로토닌에 작용을 하는데 뇌의 시상(thalamus)과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에서 흥분 회로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회로가 과도하게 흥분되어 나타나는 불안 반응을 억제해 주는 것이죠.   

 


인지행동 치료는 불안장애에서 약물 치료와 함께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약물적 치료법으로 질환에 대한 교육,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왜곡된 사고와 인지를 교정시켜 주는 인지 치료와, 노출 치료와 같은 행동 치료가 있습니다. 


공황장애의 인지 치료는 신체 반응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꾸고 자율신경계의 반응을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행동 치료는 두려워하는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익숙하게 만듦으로써 공황 증상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혹은 공황 증상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는 공포증이나 사회불안장애와 같은 다른 불안장애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지나친 불안을 느끼게 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고 잘못된 생각들을 찾아내 교정하는 것이죠. 그리고 불안을 느꼈을 때 호흡이나 이완을 통해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연습을 합니다. 


행동 치료에서 노출 치료는 단계적으로 이뤄집니다. 두려워하는 대상이나 상황을 상상해 보는 데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실제로 그 상황이나 대상을 마주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비행공포증의 경우 처음에는 비행기를 떠올리는 상상에서부터 출발하여 실제로 비행기를 타기까지의 과정을 단계별로 진행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비용이나, 시간상의 문제 때문에 인지행동 치료를 쉽게 시작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요즘엔 인터넷이나 휴대폰 앱을 기반으로 한 인지행동 치료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스트레스와 불안…나는 무엇을 할 때 힐링이 될까?


사람들은 시험, 취업, 과제, 업무, 육아 등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불안을 경험합니다. 스트레스는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코티졸 등 다양한 호르몬 반응을 일으키고 이는 ‘불안’과 같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지요.

 


스트레스 상황을 모두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 불안을 더 느끼고 덜 느끼는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태어나길 느긋하게 타고난 사람과 예민한 사람의 차이일 수 있지만, 한 개인도 컨디션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에너지가 충분할 때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스트레스가 되고 불안해질 수 있거든요.


개인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휴대폰 배터리처럼 쓰고 충전해 주지 않으면 점점 효율이 떨어지다가 결국 꺼지게 되죠. 때문에 우리는 삶의 갈피 갈피마다에 충전이 필요합니다. 


충전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 내가 무엇을 할 때 ‘힐링’이 되는가를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충분한 수면, 맛있는 음식, 친구와의 수다, 재미있는 영화 한 편 등 사람마다 방법은 다양합니다. 실제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옥시토신의 변화로 스트레스 수치가 감소되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내가 충전이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면 스트레스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내가 불안하다면?


‘불안’은 흔하게 나타납니다. 카페인이 포함된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 각성제처럼 약물로 인해 나타나기도 하고 알코올이나 항불안제의 금단 증상에서도 나타납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을 때, 불규칙한 식사로 혈당이 떨어질 때도 불안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심한 불안을 지속적으로 경험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니 병원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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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슬기의 마음 치료 7편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 불안장애



“지난번 시험 때 긴장이 되길래 청심환 먹고 시험을 봤는데 너무 마음이 편해졌는지 깜빡 졸았어요. 번쩍 깨서 허둥지둥 문제를 풀었지만 시험 시간이 다 되도록 못 푼 문제들이 너무 많이 남은 거예요. 당황해서 그냥 다 찍고 나왔어요. 이제 시험지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 A양 (17, 고등학교 2)



“온갖 걱정 때문에 잠시도 마음이 편치 않아요. 가스는 잘 끄고 나왔는지, 문은 잘 잠갔는지… 운전 중에 큰 물건을 실은 트럭이 앞에 있으면 저 물건이 떨어져 내 차를 덮치지 않을까… 신호를 무시하고 돌진하는 차는 없나… 자려고 누워도 걱정이 이어져서 새벽까지 뒤척일 때가 많아요.”

- B씨 (51, 전업주부)   



“취업 준비만 5년째예요. 다른 친구들은 벌써 승진도 하고 결혼도 해서 잘 살고 있는데 저만 왜 이럴까요?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먹는 걸로 풀었더니 대학 졸업하고 10kg이나 쪘어요. 맞는 옷도 없고 집 밖에 나가기도 싫어요. 사람들이 절보고 자기 관리도 못한다고 욕할 것 같아서요.”

- C씨 (31, 취업준비생)



불안,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

 


위의 세 사람이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은 ‘불안’입니다. 불안은 막연히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인데요. 다양한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불안은 신체 증상으로 이어집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진땀이 나고 머리가 아프거나 화장실에 자꾸 가고 싶어지는 등 자율신경계가 항진된 증상이 나타나죠. 


원시시대의 인류는 호랑이나 곰을 마주쳤을 때 불안과 공포를 느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서 싸우거나 도망치려면 근육을 사용해야 했겠죠. 불안에 따른 신체 변화는 이러한 근육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면서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근육으로 보낼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불안은 사고와 판단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불안을 느끼게 되면, 주로 부정적인 생각과 판단을 하게 되는데요. 이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각성 상태를 높이고 집중력을 증가시켜 주변 상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사실 불안은 사람을 좀 더 각성하게 하여 직면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신체 메커니즘의 반응입니다.


 


그런데 불안이 지나치면 어떻게 될까요? 극도의 불안이 한꺼번에 엄습하여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면 이는 공황장애라고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 일상 생활을 할 수 없는 정도라면 사회불안장애라고 봅니다. 하루 종일 자잘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면 범불안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불안장애는 무엇에 대한 불안을 얼마나 경험하느냐에 따라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특정공포증,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분리불안장애 등 여러 가지 세부 질환으로 나누어집니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 공황장애


나영 씨는 퇴근 시간 9호선 급행 열차를 탔습니다. 꾸역꾸역 겨우 탔지만 지하철 안의 공기는 답답하고 덥고 탁한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산소가 부족하지 않으려나?‘ 어쩐지 숨쉬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이러다 숨을 못 쉬면 어쩌지? 가슴은 왜 이렇게 두근거리지?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빨리 내리고 싶다.’ 


하지만 빽빽하게 차 있는 사람 사이에서 고개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나영 씨는 점점 불안해졌고 그럴수록 숨이 더 막혀왔습니다. ‘아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나영 씨는 갑자기 어지러워지며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바로 다음 정차 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고 나영 씨는 필사적으로 지하철을 빠져 나왔습니다.


유명인들의 인터뷰에서 종종 언급되는 공황장애는 짧은 시간 동안 공포감, 불안감이 급격히 증가하는 ‘공황’ 증상이 특징입니다.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한 불안이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어렵게 하고, 최악의 상황이 예측되면서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폭발되는 거죠. 여기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식은땀이 나는 등 불안에 의한 신체반응을 인지하게 되면, 몸의 이상인 것처럼 느껴지면서 순식간에 제어되지 않을 정도로 불안과 공포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를 공황발작(panic attack)이라고 합니다. 

 



‘갇혀 있는 두려움’ 광장공포증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안, 밀폐된 방과 같이 막혀 있는 공간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광장공포증이라 부르는데, 공황장애 환자들이 자주 겪는 증상 중 하나입니다. 명칭만 보면 마치 광장처럼 넓은 장소를 무서워하는 증상일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들로 가득 찬 광장에 갇혀 탈출하지 못할 것 같은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광장공포증을 가진 사람들 중 2/3 정도가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공황장애는 극도의 불안으로 죽을 것 같은 느낌과 신체적 증상이 있지만, 실제로 몸에 이상이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극히 일부 사람들이 실신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공황 증상이 발생한다면 ‘괜찮아. 난 절대 죽지 않아. 지나갈 거야’라고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보통 공황 증상은 정점을 찍고 약 10분이면 가라앉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파도처럼 왔다가 지나갈 것이라는 걸 확신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혼자 판단하면 안 돼

 


공황장애가 많이 알려지면서 몇 가지 증상 만으로 스스로 공황장애라고 진단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황발작의 원인이 뇌혈관 질환이나 심장, 갑상선 등의 이상에서 오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갑자기 가슴이 떨리거나 호흡이 잘 되지 않는 증상이 있다면 먼저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불안장애’는 8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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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인간관계 심리학 8편

‘눈치도 없는 어른 vs 눈치만 있는 어른’



“이 사람과는 정말 대화를 못 하겠어요.” 부부 상담을 온 부인이 먼저 불만을 터뜨렸다. 남편도 덩달아 “아이고! 누가 할 소리를...”라며 맞불을 놓는다. 아내는 남편이 너무 눈치가 없다는 게 불만이고, 남편은 아내가 늘 다른 말을 한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하루는 남편의 술 모임이 늦어져서 남편은 아내에게 먼저 자라고 전화를 했다. 아내는 그날 아침에 두통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하지도 않고 자기 늦겠다는 이야기만 하는 남편이 미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곧이곧대로 들은 남편은 바로 전화를 끊고 술을 마시다가 밤늦게 들어갔다. 


아내는 그날부터 말문을 닫았다. 남편은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알고 아내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아니, 불만이 있으면 무엇이 불만이라고 이야기를 해! 괜히 눈치 보게 하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살라고?

 


어디를 가나 꼭 눈치 없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 경영이 어려운데 비싼 곳에서 회식을 하자는 직원도 있고, 배우자 가족들 앞에서 배우자의 흠을 이야기하는 이도 있죠. 누군가는 ‘남 눈치 보지 말고 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눈치 없는 사람들 주위에는 그들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혼란스러워집니다. 눈치는 좋은 것인가? 그래서, 눈치를 봐야 하는 건가?


눈치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상황에 미루어 알아내는 것’ 분위기 파악, 즉, ‘낌새’와 같은 의미로 대화가 아니라 상대의 표정이나 억양 등을 보고 직관적으로 심리를 파악하는 것을 뜻합니다. 빠르지만 정확도가 떨어지죠. 


특히 주관적인 심리상태에 따라 왜곡되기 쉽고, 표정 읽기와 관련된 뇌의 능력에 따라 편차가 크답니다. 단번에 상대의 심리를 눈치채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참 눈치를 보는데도 엉뚱하게 잘못 파악하는 이들도 있죠. 예를 들어, 자존감이 낮은 이들의 경우 상대는 잠을 못 자 피곤할 뿐인데 ‘나 때문에 기분이 나쁜가 보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눈치는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서열을 이루고 살아가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흔하게 관찰됩니다. 일반적으로 집단에서 힘이 약한 개체는 힘이 강한 개체의 눈치를 봅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눈치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이는 눈치가 자기보호와 사회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능력임을 의미합니다. 힘없는 개체가 눈치까지 없다면 그 집단에서 살아가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모방과 눈치에서 공감과 배려로 

 


동물의 사회성과 달리, 인간의 사회성은 2단계의 발달을 거칩니다. 1단계는 동물적 사회성으로 이는 본능입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모방과 눈치입니다. 아이는 태어난 지 42분에서 72시간 사이에 다른 사람의 표정을 정확하게 모방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감정과 행위를 애쓰지 않아도 모방하게 되죠. 자라면서 어른의 눈빛이나 표정을 보고 주변의 상황을 파악해서 그에 맞게 행동하는 눈치가 발달합니다. 이러한 발달은 언어와 이성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에게 자기보호와 사회성을 위한 중요한 기능이 됩니다. 


인간의 사회성은 성인이 되면서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합니다. 모방과 눈치는 줄어들고 공감과 배려가 발달합니다. 이는 ‘의식과 자율성의 발달’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요. 모방이 상대의 감정에 전염되는 것이라면,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눈치가 상대의 기분에 자신을 맞추려는 수동적인 태도라면, 배려는 상대를 존중하는 능동적인 태도를 말합니다. 모방과 눈치가 자동적이고 본능적인 것이라면, 공감과 배려는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방과 눈치가 열등하거나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며,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인 것이죠. 건강한 어른은 모방과 눈치라는 직관적 사회성과 함께 공감과 배려라는 이성적 사회성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이를 상황과 맥락에 따라 조절하여 살아갑니다. 즉, 사회성이 뛰어난 이들은 남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말하지 않아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압니다. 



눈치도 없는 어른 그리고 눈치만 있는 어른 


눈치는 중요한 사회적 지능의 한 부분으로 대인관계에 있어 기본적인 센스랍니다. 그러나 아이가 아닌 이상 인간관계를 눈치로만 해서는 안 됩니다. 어른의 관계는 상호적이어야 하고 언어와 이성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대화를 통해 실제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하고, 이를 통해 눈치의 오류를 수정할 줄 알아야 하며, 상대의 눈치만 살필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할 줄도 알아야죠. 

 


문제는 ‘눈치도 없는 어른’과 ‘눈치만 있는 어른’입니다. 


우선, ‘눈치도 없는 어른’들을 볼까요. 눈치가 없는 이들은 당연히 공감과 배려도 잘 못합니다. 눈치란 기본적으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능력으로, 공감과 배려는 눈치에서 발달하기 때문이죠. 이는 선천적인 원인과 함께 자라는 과정에서 받는 영향도 큽니다. 아이들은 눈치를 통해 적절한 사회성을 발달시켜 나가는데, 훈육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잉보호를 받은 아이들은 필요한 눈치조차 보지 않고 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최근 과도한 인지교육과 문자 위주의 디지털 대화는 표정, 억양 등을 읽어내는 능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결국 눈치가 없는 이들은 사회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더라도 불편을 끼치게 됩니다. 


반대로 ‘눈치만 있는 어른’들도 문제입니다. 눈치는 유아동기에 주요한 사회성 기능으로, 성인이 되면 공감과 배려가 주요 사회성 기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발달 과정의 문제로 낮은 자존감과 불안, 과도한 의존성을 가진 채 어른이 되면 여전히 눈치가 사회성의 주기능이 되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쉽게 상대의 감정과 의도에 끌려다니거나, 과도한 친절과 배려로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거나 대화를 나누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 둘은 정반대의 모습이지만 결국 성인과 성인으로서의 상호적 관계를 하지 못하고 상대와의 관계에서 고자세를 취하거나 반대로 저자세를 취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센스 있는 인간관계를 위하여 


눈치를 보는 것은 단지 비겁하고 못나서가 아니랍니다. 눈치는 대인관계의 기본감각입니다. 다만, 눈치는 정확도가 떨어지기에 이성의 보완이 꼭 필요하죠. 다음은 센스 있는 인간관계를 위해 생각해볼 점들입니다. 

 


첫째, 눈치를 조절하라.


어른도 눈치가 필요합니다. 눈치를 너무 안 본다면 내가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면 상대의 마음이 어떨지를 헤아려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반대로 늘 상대의 눈치만 보고 지레짐작한다면 대화를 통해 실제 상대의 마음이 어떤지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눈치와 이성이 만나면 눈치는 센스가 됩니다. 이를 위해 평소처럼 ‘느끼는 대로’ 혹은 ‘습관처럼’ 행동하는 대신, 잠시 멈추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눈치를 조절한다는 것은 바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대화한 후 표현하는 것’을 뜻합니다. 



둘째, 상호존중의 태도를 가져라.


눈치가 없는 사람들은 안테나의 방향을 오로지 자신에게만 두고 있는데, 그중 절반은 상대를 향해 돌려야 합니다. 반대로 눈치만 있는 사람들은 외부로만 향해 있는 안테나의 절반을 자신을 향해 돌려야 하죠. 상대의 의도와 감정을 존중하는 것처럼 자신의 의도와 감정 역시 존중해야 합니다. 이는 누가 틀리고 맞는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처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에 전제를 두고 있습니다. 



셋째, 지레짐작하지 말고 ‘질문’을 하라.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는 자신이 상대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상대를 잘 안다고 하는 순간부터 인간관계는 꼬이기 시작합니다. 내가 상대의 기분과 의도를 잘 헤아린다고 앞서 판단하지 말고 상대가 어떤 마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지난번에 카푸치노 마셨다고 “카푸치노 드실 거죠?”라고 성급하게 판단하기보다는 “지난번에는 카푸치노 드셨는데 오늘은 뭐가 좋으세요?”라고 묻는 것이 더 센스 있는 태도랍니다. 



넷째, 사람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라.


센스가 있는 사람들은 유연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고 상대 맥락의 수위에 맞춰 대화를 할 줄 알죠. 글에 행간이 있는 것처럼 대화에도 맥락이라는 게 있습니다. 맥락이 낮은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말과 그 말 속에 담긴 뜻이 거의 같습니다. 반면, 맥락이 높은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말 곳곳에 숨은 뜻이 많죠. 저맥락은 직선적인 대화를 뜻하고 고맥락은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센스가 있는 사람들은 상대가 ‘괜찮습니다’라고 할 때, 상대가 저맥락 대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고맥락 대화를 하는 이라면 한 번 더 권하거나 정말 괜찮은 것인지 묻습니다. 글 도입부에 등장한 부부가 서로 대화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맥락의 수위가 너무 달랐고, 자기 방식대로만 대화를 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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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슬기의 마음 치료 6편

‘봄이면 뜬다’ 조울증



한순간에 양극으로 치닫는 감정


현주씨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우울증이 시작됐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과 무기력감으로 온종일 집에서 잠만 자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지요. 


그러다 얼마 전부터 밤에 잠이 오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기분이 들뜨기도 했습니다. 엄청난 사업 아이템이 있다며 밤새워 사업 계획을 하기도 했지요. 현주씨의 이런 모습을 본 어머니는 ‘이제 우울증에서 벗어났나 보다’ 싶어 반갑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주씨가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친구들에게 돈을 꾸러 다니고, 갑자기 명품 가방과 구두로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다니자 놀란 어머니는 그제야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저한테 1억은 돈도 아니에요. 사실 강남에 유명한 백화점도 제 이름으로 되어있거든요. 지금 여기 앉아있을 시간이 없어요. 스케줄이 꽉 차 있거든요. 매니저가 오늘은 쉬는 날이라…” 


오후엔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며 횡설수설하는 현주씨에겐 아무래도 치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주씨처럼 감정의 양극단을 경험하는 질환을 ‘조울증’이라고 합니다. 특히 현주씨의 현재 상태는 ‘조증'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현주씨처럼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그걸 그대로 믿는 증상을 ‘허언증’이라고도 하죠. 그런데 이 ‘허언’도 조증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조증, 단순히 기분이 좋은 증상일까?



조증은 단순히 기분만 좋아지는 증상이 아닙니다. 말과 생각이 많아지고 빨라져서 휙휙 날아다니죠. 외양이 화려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눈에 띄는 옷이나 밝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기도 합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에너지가 넘치고 피곤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많은 돈을 펑펑 쓰기도 하고 허황된 사업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뭘 하더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에너지가 넘치죠. 이러한 상태를 느끼기 위해 일부 환자들은 약을 먹지 않기도 합니다. 


조울증에 걸린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영화 ‘사랑에 미치다’에서 남자 주인공 마르코는 약을 먹으면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약을 수시로 중단합니다. 조증의 상태에 있을 때 훨씬 예술적 영감이 잘 떠오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죠. 여자 주인공 카를라도 조증일 때 쉴새 없이 떠오르는 시상을 손이 따라잡지 못합니다. 실제로 일부 유명한 예술가들은 조울증을 앓았고, 조증의 상태에서 미친 듯이 작품 활동을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증이 예술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조증 상태가 위험 수위에 이르면 독자나 청중의 미적 공감을 얻는 대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게 됩니다. 카를라가 조증 상태에서 쓴 시가 결국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카를라는 친구도 많이 사귀고 시도 많이 썼던 대학 시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기라고 생각했지만, 그때부터 병이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주치의의 말에 충격을 받습니다. 이처럼 조증 상태가 지속되면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고, 현실 감각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힘들어집니다. 



조울증은 어떻게 시작될까?


조증의 증상이 워낙 눈에 띄기 때문에 먼저 발견되지만, 대체로 그 전에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울증 환자의 70% 정도는 우울증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조증이 발병하면서 조울증 진단을 받게 됩니다.


처음엔 우울증의 모습을 보이지만 향후 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울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은 기분 조절제(Mood stabilizer)를 통한 약물치료입니다. 기분이 가장 좋은 상태를 +10으로, 가장 우울한 상태를 -10으로 보았을 때, 약물치료는 기분을 -1 정도로 맞추어 줍니다.


극단적인 감정에 익숙해진 환자들은 차분한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약물을 중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약물을 임의로 중단할 경우 금방 재발하게 되고 기존 용량으로 쉽게 좋아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러므로 상태가 호전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치료와 함께, 감정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약물, 카페인, 술 등은 피하고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나, 조울증인가요?



‘감정 기복’은 조울증뿐 아니라 인격장애나 불안장애 등과 같은 다른 정신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증상이 주가 되느냐에 따라 진단은 달라질 수 있어요.


신체 질환이 있을 때 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었을 때 조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는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죠. 이는 병원에서 갑상선 기능검사를 해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진단 기준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고 자가진단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5)에 따른 조증의 진단 기준


A. 비정상적으로 의기양양하거나, 과대하거나 과민한 기분이 적어도 1주간(만약 입원이 필요하다면 기간과 상관없이) 지속되는 분명한 기간이 있다.


B. 기분 장애의 기간 도중 다음 증상 가운데 3가지 이상이 지속되며(기분이 과민한 상태라면 4가지), 심각한 정도로 나타난다.

 1) 팽창된 자존심 또는 심하게 과장된 자신감

 2) 수면에 대한 욕구 감소 (예: 단 3시간의 수면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낌)

 3)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거나 계속 말을 하게 됨

 4) 사고의 비약 또는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주관적인 경험

 5) 주의 산만 (예: 중요하지 않거나 관계없는 외적 자극에 너무 쉽게 주의가 이끌림)

 6) 목표 지향적 활동의 증가(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사회적 또는 성적인 활동) 또는 정신이나 행동상의 초조함.

 7) 고통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쾌락적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 (예: 흥청망청 물건 사기,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투자)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사건, 계절, 기후, 건강 상태 등이 모두 기분에 영향을 줍니다. 하루의 날씨조차도 우리의 기분을 좌우하지요. 


하지만 기분이 이렇다 할 이유 없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가라앉거나 문제가 될 정도로 들뜬다면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몸과 마음을 살펴 건강한 봄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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