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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인간관계 심리학 10편

‘싸움 이후, 좋은 사이를 위한 화해의 기술’



“무엇이 힘들었는지 엄마에게 이야기해볼래요?”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고개를 든 고등학생 딸의 얼굴에 눈물이 흐릅니다. 눈물을 닦고 엄마를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난 엄마 딸 아니야? 왜 항상 나만 뭐라고 해. 왜 나만 참으라고 해?!”


엄마는 바로 대꾸합니다.

 

“왜 자꾸 그렇게 생각해? 너는 고등학생이잖아! 남동생은 아직 어리고.”

지겹게 들은 이야기였지만 딸은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입술을 오므리고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합니다. 


“엄마! 그냥 내 마음을 인정해주면 안 돼? ‘그게 속상했구나!’ 하고.

왜 매번 내 마음이 비뚤어졌다고 이야기 해?!”

 

엄마는 말문이 막힙니다. 


“엄마에게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라는 나의 말에 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난 엄마가 한 번만이라도 옳다 그르다 따지지 않고 그냥 내 마음을 받아주었으면 좋겠어. 받아주는 사람, 그게 엄마잖아.” 


딸은 잠시 나가 있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엄마는 억울합니다. 자신도 딸로써 차별 받았기 때문에 딸에게 더 관심을 주고 키웠다고 항변합니다.

엄마에게 ‘엄마의 엄마’는 어떤 분인지 물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엄마도 눈물이 터져 나옵니다. 그녀의 엄마도 그녀의 마음을 받아준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엄마와 딸이 만났습니다.

엄마는 난생 처음으로 딸에게 마음을 담아 사과를 건넵니다.

 

“미안해. 엄마가 네 속상한 마음을 한 번도 받아주지 못했어. 그래서 미안해.”

 

엄마가 다시 울자 딸도 웁니다.

그 뒤로 모녀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투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화해하는 것



엄마랑 한 달 동안 말을 하지 않게 된 딸과 엄마와의 가족상담 장면입니다. 이렇게 한 번으로 상담이 끝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보통 갈등이 꼬일 대로 꼬인 다음에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파국 직전이라고 하더라도 안전한 환경에서 힘든 감정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화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뼛속 깊이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누구나 ‘좋은 사이’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종 부부나 가족 간에 잘 싸우는지 묻곤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싸우지 않는데요.” “우리 가족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부러우신가요? 저는 이러한 대답을 들으면 더 주의를 기울입니다. 인간관계는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만원버스에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불편한 것처럼, 가까운 사이에서는 상대를 힘들게 하려는 아무런 의도가 없음에도 가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딪힘의 연속입니다. 


아주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다툼이 없다면 이것은 훌륭하기보다 그 관계가 사실 친밀하지 않거나 누군가 갈등을 회피하려고 일방적으로 애쓰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우리는 가까운 관계에서 갈등과 다툼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싸우지 않으려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화해하는 능력입니다. 



가짜 화해 vs 진짜 화해



당신은 지금까지 다투고 난 뒤에 잘 화해해서 오히려 더 친해진 사람이 있나요? 만약 바로 그런 사람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화해를 잘 하는 사람입니다. 화해(和解)라는 말은 ‘갈등을 사이 좋게(和) 푸는(解)’ 것을 말합니다. 말이 쉽지 참 어려운 말입니다. 


우리는 다투고 나면 냉전 상태에 있다가 누군가 먼저 나서서 ‘이제 화해하자!’라는 직간접적인 신호를 보냅니다. 대부분은 이를 계기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웃고 지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는 갈등을 푼 게 아니라 갈등을 덮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는 다시 같은 문제로 또 다투게 되고, 또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갈등을 덮는 반복이 거듭됩니다. 그 끝은 무엇일까요? 갈등과 묵은 감정은 곪을 대로 곪아 어느 순간 터져 나와 결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우리는 화해를 위해 작위적이지만 ‘가짜 화해’와 ‘진짜 화해’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짜 화해’란 관계의 불편함이 힘들어서 왜 싸우게 되었는지조차 살펴보지 않고 그냥 잘 지내기로 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에 비해 진짜 화해는 서로 왜 다투게 되었는지를 차분히 이야기 나눔으로써 다툼의 원인을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를 모색해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진짜 화해에는 좌절된 욕구와 손상된 감정을 서로 이야기하는 ‘회복대화(repair talk)’가 꼭 들어있습니다.

 


화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이렇듯 가까운 인간관계에서는 갈등을 풀고 잘 화해하는 능력, 즉 갈등회복력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 갈등회복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꼬인 관계를 얼마나 풀어본 경험이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갈등회복력이 낮은 사람들은 한 번도 제대로 갈등을 풀어본 적이 없습니다. 늘 갈등을 회피하거나 혹은 승패를 가르려 들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상처로 얼룩지고 맙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승패에 집착하는 유형입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갈등을 힘으로 해결하는 것을 보며 자라왔습니다. 그렇기에 갈등이 생기면 상대를 호흡을 맞춰갈 파트너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싸워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깁니다. 이들은 먼저 화해를 시도하는 것을 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심지어는 이기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후벼 파고 폭력도 서슴지 않습니다. 


둘째,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유형입니다. 이들은 서로의 차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상대가 바뀌도록 끊임없이 요구하고 설득합니다.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진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것, 그것이야말로 화해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셋째, 불편한 관계를 못 참는 유형입니다. 이들은 다투고 나면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고 힘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불편함을 빨리 해소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갈등을 푸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상대에게 잘 해주거나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미안해!’라는 말을 남발합니다. 이 유형은 겉으로 보면 먼저 화해를 시도하는 성숙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갈등을 피하기에 급급한 미숙한 유형입니다. 


넷째, 지나치게 이성적인 유형입니다. 이들은 화해를 위한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지만 갈등을 늘 논리로 풀려고 합니다. 즉,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화해는 감정과 욕구가 다루어질 때만이 제대로 풀릴 수 있습니다.  



화해의 기술



물론 거리를 두면 갈등이나 상처받을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습니다. 뼛속까지 사회적이기 때문입니다. 쉽지 않지만 우리는 갈등회복력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을 따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자원과 기술이 있기에 잘 화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 연결의 가치(value)를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이들은 다투더라도 ‘승부’가 아니라 ‘연결’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사실관계를 따지거나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상대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데 집중합니다. 


둘째, 다툼의 규칙(rule)이 있습니다. 이들은 싸울 때 하지 말아야 할 규칙과 싸운 뒤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부부 사이라면, “지금 문제에 집중하기”, “감정조절이 안 될 때는 멈추기”, “인격적으로 비난하지 않기” 등 싸울 때에도 서로 지키기로 한 합의된 규칙이 있습니다. 싸우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각방 쓰지 않기”, “기본적인 안부 묻기” “각자 할 일을 하기” 등 그들 나름대로 최소한의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규칙을 정해둡니다.


셋째, 화해의 신호(sign)가 있습니다. 누구라도 싸우고 나면 바로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잘 화해하는 커플은 서로만의 화해의 신호가 있습니다. 부부 사이라면, 남편은 평소 하지 않는 집안일을 하거나,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하는 식으로 화해의 신호를 정해둔 게 있습니다. 


넷째, 회복의 대화(talk)가 있습니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화해의 신호는 회복의 대화로 나아가야 합니다. 회복대화의 핵심은 ‘좌절된 욕구와 감정을 나누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상대에게 무엇을 원했고, 그렇지 못해서 마음이 어땠는지를 이야기하는 대화입니다. 단, 회복대화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흥분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의 신호가 오가고 힘든 감정이 가시고 난 뒤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이성과 감정이 연결되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만 효과가 있고, 이성과 감정이 단절된 상태에서는 오히려 해가 됩니다. 


다섯째, 구체적인 약속(promise)이 있습니다. 진짜 화해를 할 줄 아는 이들은 무턱대고 사과하고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하게 대화한 뒤에 미안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할 줄 알고,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바라는 것 역시 부탁할 줄 압니다.  





※ 작가의 한마디

그 동안 ‘문요한의 인간관계 심리학’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인간관계가 보다 건강해지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연재된 칼럼을 보완하여 최근 <관계를 읽는 시간(더퀘스트 출판)>이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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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슬기의 마음 치료 9편

‘당신의 잠, 안녕하신가요?’ – 수면장애, 불면증과 과수면



#1. 수면장애 하나, 불면증 – 하루만 푹 자봤으면…


잠자리에 누운 지 벌써 3시간째, 주아 씨는 잠들지 못하고 15분마다 시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주아 씨는 어떻게든 잠을 자보려고 술도 마셔보고 수면 유도제도 먹어봤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주아 씨가 잠을 설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 회사를 옮기면서부터입니다. 처음엔 긴장해서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요즘은 회사 생활도 익숙하고 편한데도 그렇게 잠이 오질 않습니다. ‘이렇게 못 자면 내일 아침 분명 엄청나게 피곤할 텐데…’ 벌써 출근할 걱정에 주아 씨는 더더욱 잠이 오질 않습니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전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날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누구나 잠을 설쳐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면서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이때 몸이 각성 상태가 되어 수면을 방해하게 됩니다.



잠을 못 자는 이유

 


잠을 못 자는 이유는 위의 주아 씨와 같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장 흔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의 극단적 형태인 불안장애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에서도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일어나기 때문에 수면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또한, 갑상선 기능의 문제나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등 신체적인 문제로 불면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의 수면질환이 있으면 깊은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이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잠이 들면 기도 주변 근육의 힘이 비정상적으로 빠져, 기도를 통과하는 공기가 주변 조직들을 떨게 만들어 코를 골고, 심하면 일시적으로 숨을 멈추게 됩니다. 이러한 호흡곤란이 반복되면 산소가 부족해져 뇌가 수시로 깨게 되는 것이죠.


이 외에도 다이어트 약이나 각성제, 감기약 등 복용하는 약물 때문에 불면증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잠을 잘 자지 못할 때는 먹고 있는 약이 있다면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잘 자기 위한 법칙


불면증을 호소하는 분들을 상담해 보면 수면 습관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잘 자기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을 수면 위생이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

수면은 생체의 리듬입니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깨는 패턴이 몸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됩니다. 수면 호르몬은 빛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낮에 햇볕을 많이 쫴주는 것이 좋습니다. 낮잠을 자면 수면 리듬이 깨질 수 있으니 낮잠은 피하시고 졸음이 쏟아져 어쩔 수 없을 때는 20분 이내로 주무시기 바랍니다.


둘째, 빛과 온도 등 침실 환경을 잘 조성해야 한다. 

침실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의 조절입니다. 잠을 잘 때는 주변 환경을 가능한 한 어둡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잠을 잘 때는 뇌 속에서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요. 이 호르몬이 많이 분비될수록 깊은 잠을 자게 됩니다. 그런데 한밤중에 밝은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습니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말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멜라토닌이 줄어들면 잠을 자더라도 자주 깨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몸은 평소보다 체온이 약간 떨어져야 깊이 잠들 수 있습니다. 열대야에 잠을 못 이루는 이유도 주변이 더워서 체온이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침실 온도는 18~22도가 적당합니다.


셋째, 담배, 카페인, 알코올을 피하라.

커피와 담배는 각성 효과가 있기 때문에 수면 문제가 발생했다면 끊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잠을 자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데, 술은 깊은 잠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면 문제가 있다면 잠자리에 들기 전의 음주는 금물입니다.


넷째, 낮에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

몸이 피곤하면 잠이 잘 옵니다. 하지만 잠들기 전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몸을 각성시킬 수 있으니 가급적 낮에 운동하고 눕기 전 2~3시간 전에 운동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째, 밤에 많이 먹거나 마시지 말라.

저녁 식사는 허기지지 않을 정도로만 섭취합니다. 과식할 경우 위에 부담이 되고 소화를 위해 위장이 계속 움직여야 하므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합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을 깨는 일이 없도록 자기 전에 물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여섯째, 잠자리에서는 잠만 잘 것.

잠이 오지 않는데 억지로 누워있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잠자리에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한다거나 TV를 보는 등 다른 활동을 하게 되면 잠자리에서 깨어있는 것이 습관이 됩니다. 잠이 안 오면 침대에서 일어나 독서나 명상 등 다른 가벼운 활동을 하다가 잠이 올 때 다시 들어가 눕는 것이 좋습니다. 



수면제, 먹어도 괜찮나요?



수면 위생을 잘 지키는데도 수면 문제가 지속된다면 초반에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불면이 만성화되면 잠에 대한 잘못된 두려움까지 더해져 치료가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집니다. 수면제는 말 그대로 단순히 수면에 도움을 주는 약이며, 불면의 원인이나 수면의 형태에 따라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면제를 먹기 시작하면 중독이 되어 수면제 없이 자지 못하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요.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면 중독되지 않으며, 오히려 엉클어진 수면 주기를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치료이기도 합니다.


단, 약물을 남용하거나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의존 가능성이 높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으니 의사와 충분히 상의 후 복용해야 합니다. 또 간혹 수면제를 술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진정 효과가 과도하게 나타나서 잠에 취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므로, 일상 생활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니 피해야 합니다.


복용하면 치매에 걸린다는 자극적인 뉴스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2016년 유명 저널에 실린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수면제의 사용이 치매와 일부 연관이 있을 수 있으나 수면제가 치매를 유발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합니다. 단, 불면이 지속될 경우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으므로,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수면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2. 시도 때도 없이 꾸벅꾸벅, 피로 때문이 아니다? – 과다수면장애, 기면증


아침 7시, 수현 씨는 열 번째 울리는 알람을 듣고서야 겨우 일어납니다. 어제도 분명 9시부터 잤는데 한숨도 자지 못한 것처럼 피곤한 수현 씨는 매일 아침이 전쟁입니다. 체력이 약해서 그러나 싶어 헬스장에서 PT를 받기도 했지만 더 피곤해지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제시간에 출근한 수현 씨, 회의 시간에 잠을 안 자려고 커피를 몇 잔씩 마셔도 도무지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졸고 있는 수현 씨에게 직장 동료가 병일 수도 있다며 병원을 가보라고 해서 다음 주에는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한 번쯤은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는 잠 때문에 고생해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한참 깨어 있어야 할 낮에 잠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밤에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했거나, 과도한 업무로 심신이 지쳐있거나 스트레스로 무기력해진 상태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한 불면증과 마찬가지로 과다수면장애도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이나 갑상선 기능의 문제, 혹은 복용하고 있는 약물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루 9시간 이상 자도 피곤하다거나, 충분히 자고 난 다음 날 잠이 잘 깨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잠에 빠져드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과다수면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과다수면장애의 가장 심한 경우가 기면증인데요. 기면증은 비정상적으로 잠이 쏟아지는 수면발작이 특징적인 질환입니다. 깔깔대며 웃다가 갑작스럽게 온몸에 힘이 빠져 쓰러지는 졸도발작도 환자의 50%에서 관찰됩니다. 잠이 들 때나 깰 때 꿈을 꾸듯 환각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REM수면이 갑자기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잠은 수면 주기에 따라 REM 수면과 Non-REM 수면으로 나뉘는데요. 안구가 좌우로 움직이며 꿈을 꾸기도 하는 얕은 수면을 REM(Rapid Eye Movement) 수면이라고 합니다. 이 시기에는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수면마비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기면증은 뇌하수체에서 뇌의 각성을 유도하는 물질인 하이포크레틴이 부족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이 하이포크레틴이 REM수면을 억제해주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수시로 REM수면이 나타나면서 잠이 쏟아지게 되는 것이죠. 



검사 방법


과다수면장애는 밤 동안 수면의 질을 체크하는 수면다원 검사와 낮 동안 얼마나 자주 잠에 빠져드는지를 확인하는 다중입면잠복기 검사를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수면다원 검사는 수면 중 몸의 상태를 체크함으로써 어떤 영향을 받아 수면 질환이 발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하는 검사인데, 뇌의 기능을 보기 위한 뇌파 검사, 안구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안전도 검사, 근육의 긴장 상태를 보기 위한 근전도 검사, 심장 기능을 보기 위한 심전도 검사, 수면 중의 움직임을 비디오로 촬영하는 검사 등으로 이루어지며 다각적인 측면에서 수면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치료


불면증과 마찬가지로 과다수면장애에서도 수면 위생을 잘 지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과다수면장애가 우울증이나 갑상선 기능 문제 등 다른 질환 때문에 생겼다면 원인이 되는 기저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일 것입니다.


기면증의 경우, 하이포크레틴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중추신경계 각성제인 모다피닐이라는 약물을 사용하여 치료합니다. 



총점이 8점 이상이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잠은 우리가 낮 동안 경험한 것을 머릿속에 잘 정리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날 쌓인 신체적, 정신적 피로를 풀어줍니다. 그리고 다음 날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컨디션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죠. 잠을 대신할 보약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수면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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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인간관계 심리학 6

‘네가 기뻐야 나는 기뻐’



어떻게 하면 아내가 웃을 수 있을까?


젊은 사업가인 P는 아내에게 헌신적이다.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고, 철마다 함께 여행도 떠나고, 아내가 좋아할 만한 공연을 챙겨서 보러 간다. 늘 아내에게 “뭐 필요한 거 없어?”를 묻지만 정작 본인은 뭘 요구하는 법이 없다. 그뿐인가! 처갓집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본가보다 더 챙긴다. P의 아내를 보며 친구들과 친정식구들은 모두 부러워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일까? 그녀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렇게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행복했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떨 때는 자신이 남편의 딸이나 혹은 강아지처럼 느껴진다. 자신을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에서 자상한 보살핌 아래 마냥 행복해하는 강아지이기를 바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사랑에 의문이 생기자 그녀의 얼굴에는 점점 웃음이 사라져갔다. 덩달아 남편 또한 심각해졌다. 이전보다 더 외식을 권하고, 더 선물을 해주고, 더 열심히 집안일도 한다. 그러나 아내는 예전처럼 기뻐하지 않는다. 웃음을 잃어가는 아내를 보며 P는 오늘도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아내가 웃을 수 있을까? 



첫사랑이 우리의 내면을 지배한다


P의 부부관계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리 관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과거의 영향을 받으며 반복적인 패턴을 보입니다. P의 유년시절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늘 슬퍼 보이는 엄마를 내가 기쁘게 하고 싶어!


사업가였던 P의 아버지는 P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사업에서 큰 실패를 했다. 그 이후 하는 일마다 잘되지 않았고 갈수록 성격이 괴팍해졌다. 교사인 어머니가 가계를 이끌었지만, 아버지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심지어 별다른 이유가 없을 때도 어머니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해댔다. 의처증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늘 슬퍼 보였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어린 그에게는 말 못 할 고통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엄마의 기대에 있는 힘껏 부응하는 것이었다. 실제 그는 엄마의 기대처럼 공부도 잘했고, 동생들의 숙제까지 돌봐주는 의젓한 큰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을 볼 때마다 엄마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흘렀다. ‘네 덕분에 내가 산다.’는 엄마의 말을 들었을 때 그는 정말 기뻤다. 엄마를 기쁘게 하는 것이 그의 낙이었고 삶의 이유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절대 상처 주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버지와 정반대로 자상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P는 줄곧 돌봄이 필요한 누군가를 찾았고, 자신의 노력으로 상대방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했다.  



누군가를 돌봐야만 살아가는 사람들, 공동의존 



정신의학에서는 자기 자신을 일방적으로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돌봄으로써 만들어진 왜곡된 관계를 ‘공동의존’이라고 합니다. 이는 일방적인 의존처럼 보이지만 보살피는 사람 역시 보살핌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는 점에서 공동의존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그 양상이 다를 뿐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되어 있는 것입니다. 


공동의존이라는 말은 원래 중독자 가족들이 중독자와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에서 유래한 용어입니다. 겉보기에는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고심하고 애를 쓰며 헌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건강하지 못한 도움을 줌으로써 오히려 중독을 조장하는 가족들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중독자와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는 ‘다른 사람들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의 핵심 문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 ‘다른 사람의 삶과 문제에 대해 자신이 해결을 해야 한다고 느끼는 과잉책임감’ 그리고, ‘자신을 외면하고 상대를 돌보는 타인 중심적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누군가를 돌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불화가 심해 한쪽 부모와 정서적으로 밀착되어 있었거나, 부모의 병환이나 경제적 곤란으로 인해 일찍부터 가족들을 돌봐야 했던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때 이르게 주어진 돌봄의 역할로 인해 ‘누군가를 잘 돌봐야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틀을 가지고 관계를 맺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은 문제가 있거나 힘든 사람을 보면 어떻게든 그 기분이나 상황을 바꿔줘야 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의 노력이 상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면 크게 좌절하고 상처받습니다. 


공동의존을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


-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모든 일을 자기와 연결지어 받아들인다.

- 타인의 감정에 의해 자신의 감정이 쉽게 영향을 받고, 타인의 감정을 바꾸기 위해 애쓴다. 

- 문제 있는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감정이입하며 그들의 문제를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고 느낀다.

-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 힘들어도 참고 하거나 상대가 싫다는데도 베푼다.  

- 인위적인 자기가치감과 만족감을 얻기 위해 누군가를 도와야만 한다. 

- 누구도 자신이 베푼 만큼 자신을 위해주지 않는 것 같아 의기소침해 하고 신세를 한탄한다.   

- 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감정과 욕구는 잘 모른다.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노력할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 



이들은 아프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그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 애를 씁니다. 물론 힘들겠지만 그렇게 노력해서 상대가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면 의미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이상하게 노력할수록 상대의 문제는 악화되어 가고, 자신은 점점 소진될 정도로 상대의 삶에 깊이 얽히게 되는 것입니다. 공동의존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가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움으로 상대의 고통이 덜어지고 기분이 달라지도록 만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당장 상대방을 덜 괴롭게 하거나 기쁘게 만들기 위해 상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거나, 편법을 동원하거나, 문제가 있는 상대를 무조건 지지하고 두둔해주거나,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바꾸려고 함으로써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켜버립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자가 취해서 회사에 결근하게 되면 공동의존에 있는 가족이 대신 전화를 해서 아파서 못 나간다고 거짓말을 해주는 식입니다. 공동의존자들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정서적 공감능력은 뛰어나지만,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고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이 상대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인지적 공감능력은 떨어집니다. 그렇기에 노력을 하면 할수록 상대의 문제는 심각해지는 모순에 빠지고 맙니다. 더 큰 문제는 어느 시점이 지나면 자신의 헌신적인 노력까지 부정당하고 마는 것입니다. 오히려 비난당하기까지 합니다. 


중국의 철학자 장자는 공동의존자들을 위해 이러한 비유를 들었습니다. 옛날 노나라 왕궁에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왕은 기뻐서 그 새를 다른 나라의 군주를 맞이하는 예로써 극진히 대접합니다. 술을 마시게 하고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소, 돼지, 양고기를 갖추어 상을 차립니다. 그러나 새는 한 조각도 먹지 않고 사흘 만에 죽어버리게 됩니다. 이 얼마나 허망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인가요! 



어떻게 공동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럼, 어떻게 하면 공동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먼저 어린 시절의 결핍과 상처를 치유해야 하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관계의 패턴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관계가 뒤얽히지 않도록 자아가 바로 서야 합니다. 많은 경우에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 칼럼에서는 간단히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누구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자신을 사랑해야 해요.


공동의존자들은 상대의 삶에 대해서는 과도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외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이 뭘 원하는지는 알지 못하지요. 그러므로 이들에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필요한 일은 의식의 안테나를 안으로 돌리는 것이고 홀로 서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돌보지 않고도 홀로 기쁨을 느끼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스스로 기쁠 수 있어야만 다른 사람의 삶에 필요 이상 개입하지 않을 수 있으며, 뒤얽힌 관계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둘째,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 대신, 상황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세요. 


공동의존에 있는 사람은 상대의 고통이나 불편을 당장 덜어주는 것에만 급급해합니다. 이들은 늘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원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상대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냉정함과 한 템포 느린 반응이에요.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바로 베풀기 전에 무엇이 상대를 위하는 것인지 긴 안목에서 생각해보세요. 고기를 잡아줄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셋째, 인지적 공감이 서툴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세요. 


자신이 늘 상대를 신경 쓰기 때문에 상대를 배려하고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대부분의 마음읽기는 오류투성이입니다. 상대를 잘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합니다. 무언가를 베풀려고 하기 전에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건강한 관계에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우리’ 외에 ‘나’와 ‘너’의 공간이 공존해야 해요. 그래야만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상대의 인생에 대한 책임 이전에 자신의 인생에 대한 책임감이 먼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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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슬기의 마음 치료 5편

‘내 머릿속을 파고드는 불편한 생각’ 강박장애



어느덧 올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맘때면 어쩐지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등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어떤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무언가를 확인하고, 씻고, 세는 등 어떤 행동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충동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질환을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라고 해요.



강박장애의 증상



강박장애의 증상은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많은 강박장애 증상은 ‘대칭’으로 강박장애 환자의 26%에서 나타납니다. 무언가를 세거나 정렬하는 행동을 반복합니다. 각을 잡아서 옷을 개어놓거나, 물건들을 항상 반듯하고 정확하게 정리 정돈하는 것 등이 해당됩니다.


두 번째로 흔한 강박 증상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 `침투사고’ 입니다. 그 생각은 일상에서 터부시되는, 성적이거나 공격적인, 혹은 종교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환자들은 매우 괴로워합니다. 강박사고가 건강 염려의 내용을 담고 있다면 자꾸 자신의 몸에 문제가 없나 확인하는 강박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흔한 증상은 오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강박적으로 손을 씻는다거나 공중 화장실 손잡이를 맨손으로 잡지 않는 등의 행동입니다. 이는 강박장애 환자 중 15.9%에서 관찰되며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네 번째로 많은 증상은 `저장’ 혹은 ‘수집’인데요. 방송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쓰레기로 가득 찬 집, 폐품을 주워와 집을 발 디딜 틈도 없이 만드는 사람의 경우 ‘저장’ 강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도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이들은 동물을 물건처럼 수집만 할 뿐 돌보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 밖에도 자신의 외모에 대해 ‘너무 뚱뚱한 것 같다’, ‘이상하게 생긴 것 같다’ 는 등 왜곡된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머리를 쥐어 뜯는 행동, 피부를 자꾸 꼬집거나 뜯는 행동도 강박의 한 종류로 보고 있습니다.



트라우마가 만든 강박


어떤 사건을 경험한 후에 강박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A는 강박적으로 손을 씻는 증상 때문에 상담실을 찾아왔습니다. A는 1년 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현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어머니를 끌어안았고, 나중에 손에 묻은 피를 씻으면서부터 강박이 시작됐다고 했습니다. 약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정신 치료를 해보니 A는 ‘어머니를 살리지 못했다. ‘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것이 손을 씻는 강박 증상으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강박이 어떠한 이유에서 왔는지 들여다보고 그 죄책감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A의 증상은 호전되었습니다.



다이어트가 만든 강박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없던 강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일단, 칼로리를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하루에 섭취할 칼로리를 정해서 절대 넘지 않으려 하고, 혹시나 칼로리를 넘게 되면 당장 살이 찔 것처럼 불안해 합니다. 또, 운동에 대한 강박을 느끼기도 하죠. ‘걷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을 호소하던 환자는 한밤중에도 런닝머신 위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특정 몸무게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난 몇 kg을 넘어서는 안돼.’ 이런 식으로 말이죠. 체중이 감소될 수록 지방으로 이루어진 뇌는 쪼그라들게 되고 유연하게 생각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강박은 더 심해집니다. 때문에 다이어트로 생긴 강박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체중을 회복해야 합니다. 


이처럼 원인이 있어서 생긴 강박은 먼저 그 원인에 대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부 약물의 경우 강박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약을 먹고 있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강박장애와 강박성 성격장애



강박장애와 강박성 성격장애를 많이 헷갈려 하시는데요. 비슷한 이름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질환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열연했던 영화 ‘에비에이터(The Aviator, 2004)’에서 주인공 ‘하워드 휴즈’의 평소 모습은 강박성 성격장애에 가깝습니다. 그는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6개월간 구름을 찾아 다니기도 하고 비행기의 표면을 작은 요철도 없이 완벽하게 매끄럽게 만들길 요구하죠. 비행기의 손잡이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니 영화도 비행기도 그 완성이 매번 늦어집니다. 이렇게 완벽을 위해 처음부터 일을 다시 한다거나 지나치게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이 강박성 성격장애의 특징입니다. 


이와 달리 하워드 휴즈가 감염, 오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강박적으로 손을 씻는다거나 병을 따지 않은 우유만 마시는 등의 증상은 강박장애의 특징입니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강박장애는 심해지고 주인공을 피폐하게 만들죠. 


강박성 성격장애는 특정한 강박이 성격으로 굳어진 것이고 강박장애는 말 그대로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정신 질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강박성 성격장애환자보다 강박장애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으로 인해 더 힘들어 합니다. 



강박의 메커니즘과 치료 


강박장애의 원리에 대해 살펴볼까요? 강박장애는 뇌 기능의 이상으로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겨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우리 뇌의 전두–피질하(기저핵/시상) 회로(front-subcortical circuit)는 하던 일을 멈추는 ‘브레이크’와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는 ‘엑셀’ 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합니다. 강박장애는 이 균형이 깨져서 ‘브레이크’도 ‘엑셀’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그냥 굴러가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떠오르는 강박사고를 멈추지도 못하고 다른 일에 집중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때 뇌의 깨진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세로토닌 계통의 약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무언가를 의식하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잡다한 다른 생각들이 걸러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여러 가지 불필요한 생각들을 차단하고 필요한 생각만 걸러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이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인지행동치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노출-반응 억제’ 의 방법을 사용합니다. 결벽증 환자라면 더러움에 노출시키고 강박행동을 참게 합니다. 억지로 화장실 문고리를 만지고 손을 씻지 못하게 하는 거죠.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아 이렇게 화장실 문고리를 만져도 병에 걸리지 않는구나’ 하고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강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사실 어느 정도의 강박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 같아 물건을 못 버리는 사람, 정해진 규칙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 사람, 정리 정돈을 심하게 하는 사람, 지나치게 외모에 집착하며 끊임없이 성형을 하거나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이미 충분히 우람한데도 근육이 없어 보인다며 하루 종일 운동을 하는 사람 등등 말이죠. 사례로 살펴볼까요?


B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한 줄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보니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B에게 완벽하지 않은 글은 쓰레기일 뿐입니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지만 이제는 노트북을 켜는 것 조차 두렵습니다. 


C는 얼마 전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첫 직장이니 서투른 게 당연한데도 실수가 두려워 출근한 지 2주 만에 사직서를 내고 말았습니다. 실수를 하면 주위에서 자신을 비난할 게 두렵고 불안했다고 합니다. C는 잘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포기했습니다. 학창 시절,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지만 훨씬 낮은 대학에 진학한 것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포기를 반복하다 보니 ‘난 한심한 인간이다.’ 라는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B나 C처럼 강박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완벽주의자가 많습니다. 이들은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에 아무리 애써도 목표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결국 좌절하고 자책하는 패턴을 반복하는 거죠. 완벽해야만 한다는 강박 속에는 ‘완벽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혹은 ‘완벽하지 않으면 버림받을 수 있다.’ 등의 불안이 숨겨져 있습니다. 



‘네가 좀 골라줘’ 결정장애


직장인 D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오늘은 뭘 입어야 하나’ 고민입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겨울 패션’으로 검색해 보기도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결국 D는 친구 E에게 사진과 함께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어떤 옷이 더 나아?’ D는 E가 골라준 옷을 입고 출근을 합니다.


점심 시간이 되면 또다시 D는 고민에 빠집니다. D는 뭘 먹을지 묻는 동료의 질문에 ‘아무거나 괜찮아요.’로 일관합니다. 사실 괜찮지 않은 메뉴도 있지만 뭘 먹어야 할지 고르는 건 정말 힘들기 때문이죠. 휴가 계획도, 쇼핑도 D는 혼자서 결정하지 못합니다. 이런 D를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결정장애’ 라고 이야기합니다. 



국내 한 취업포털에서 직장인 남녀 3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평소 본인이 결정장애를 겪는다고 생각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80.6 %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못 선택할까 봐 불안해서’가 39.8%로 가장 많았고 ‘선택과 옵션이 너무 많아서’가 24.8%로 두 번째로 많은 이유였습니다.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함에 있어서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현대인들에게 결정장애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잘못 선택하면 큰일날 것 같고 엄청난 손해를 볼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결정장애의 발달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역할도 큽니다. 당장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면 인터넷상의 무수히 많은 전문가들이 조언을 합니다. 선택할 때 고려할 정보들이 넘쳐남에 따라 결정은 더 어려워지죠. 


결정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완벽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선택이란 없습니다. 설령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고 ‘실수할 수도 있다.’ 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완벽하지 못한 나도 충분히 사랑 받을 수 있는 존재


강박장애와 달리 강박 성향은 우리 모두가 성장 과정에서 한 번쯤 경험한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마음의 성장이 멈춰 성격의 일부로 굳어졌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겪다 보면 강박 심리에 빠져들게 되죠. 


적당한 수준의 강박은 공부나 일을 꼼꼼하게 해서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강박이 지나치게 되면 일이건 공부건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강박에만 끌려 다니게 됩니다. 


강박적인 습관 뒤에는 ‘완벽하지 못한 나에 대한 불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거나 비난받는 것에 대한 불안‘, ‘모든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까 두려움’ 등 여러 가지 ‘불안’이 숨어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요즘 시대에 강박은 불안을 잠시나마 가라앉혀 주고 뒤쳐지지 않게 나를 채찍질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도 100% 완벽할 수 없습니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고 비난할 사람도 없죠. 완벽하지 않은 나를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타인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살아간다면 강박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가진단으로 강박 장애의 정도를 점검해볼 수 있는 ‘모즐리 강박 척도’나 ‘예일 브라운 강박 척도’를 통해 스스로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또한 전문가를 찾아 상담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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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김슬기의 마음 치료 2편

먹고 싶다! 먹고 싶지 않다! ‘식이장애’



“두 달 동안 거의 안 먹고 10kg 이상 살을 뺐는데 요즘 자꾸 폭식을 하게 돼요. 폭식을 할 때마다 바로 토하는데 괜찮겠죠? 이러다 살이 다시 찔까 두려워요.“


여름이 다가오면서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던 중 폭식, 구토와 같은 식이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식이장애는 식사행동에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폭식증과 거식증이 대표적이지요. 환자는 체형이나 몸무게에 지나친 집착을 보여 살이 찌는 것을 병적으로 두려워하며, 자신이 외모로 평가 받는다는 생각에 지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굶기, 폭식, 구토, 살을 빼려는 지나친 운동 등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살찌는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 거식증



최근 한 걸그룹 멤버가 거식증으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거식증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거식증은 ‘먹는 것’을 거부하여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극단적인 체중 감소가 일어나는 질환입니다. 거식증 환자는 살 찌는 것과 비만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여 체중 감량에 집착하며 몸무게의 작은 변화에도 아주 민감합니다. 특히 아이들과 청소년의 경우, 성장기에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이것이 억제되어 성장 발달이 더뎌질 우려가 있습니다.


지속적인 저체중 상태는 정신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지방질로 구성된 뇌가 점차 쪼그라들면서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며 강박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음식이나 몸무게에 대한 생각에 집착하게 되고, 증상이 심해질수록 음식을 먹는 것을 더욱 기피하게 되어 뇌가 더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폭식증의 원인, ‘허한 마음’의 정체



폭식증은 거식증보다 흔한 질환으로, 20-30대 여성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환자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을 먹고, 먹는 동안 자신이 조절능력을 상실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미 먹어 버린 음식을 몸 안에서 제거하기 위해 억지로 구토한다거나 극단적으로 운동을 하는 모습 등을 보입니다. 이러한 제거행동은 주로 거식증에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폭식증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지요.


폭식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흔히 불쾌감, 대인관계 스트레스, 식사 제한 후 오는 배고픔 등이 지목됩니다. 하지만 정작 대부분의 환자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또는 ‘허한 마음’이 들어서 먹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를 ‘정서적 배고픔’이라고 합니다. 내 마음 속에서 해결되지 않는 불쾌함을 없애기 위해 음식을 찾는다는 의미죠. 환자들은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불안, 분노, 외로움 등의 다양한 감정적인 이유로 끊임없이 음식을 섭취하지만, 포만감이 밀려와도 정서적 배고픔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인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분노, 슬픔,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내가 가져서는 안 될’ 혹은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으로 인식합니다. 때문에 그 감정 자체를 받아들이거나 맞서기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방법으로 ‘폭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요. 폭식을 하는 동안은 그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멀어지며 멍해지는 효과가 있어 일시적인 편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안함은 순간일 뿐, 곧 후회와 함께 ‘구토’가 밀려옵니다. 이 같은 폭식과 구토는 환자에게 자괴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건강은 물론 대인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한 개인의 삶 전체를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리기 쉽습니다. 



식이장애의 근본적 원인과 치료


다이어트가 식이장애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닙니다. 유전과 같은 생물적 요인, 외모 지상주의 같은 사회적 환경도 문제가 될 수 있죠. 그러나 사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부모와의 애착관계에 있습니다. 식이장애 환자 중 다수가 지나치게 꼼꼼하고 권위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온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거나 자신의 주관적인 기준에 맞춰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거라곤 음식밖에 없으니, 음식을 몰래 먹거나 거부하게 되는 거죠.




식이장애의 치료는 세 끼 충분한 양의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고 잘못된 식습관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그 시작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식사일기를 쓰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땐 언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뿐만 아니라 먹을 때 상황이 어땠는지, 먹으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등도 함께 적도록 합니다. 어떤 상황이나 감정이 식사 행동에 영향을 주는지 스스로 분석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감정을 인식하고 생각해보는 방법은 내가 감정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감정을 다룰 줄 알게 되면 폭식은 물론이고 감정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행동했던 다른 문제들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도 많습니다. 건강에 관심 갖기, 충분한 수면 취하기, 균형 잡힌 식사하기, 술/커피/에너지드링크 등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음료 자제하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등 건강과 관련된 기본적인 사항들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식이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병행합니다. 특히 거식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외모에 대한 왜곡은 망상에 가깝기 때문에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이장애 약물치료는 주로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목적으로 이뤄집니다. 감정, 식사, 수면의 조절 중추인 간뇌에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폭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세로토닌 약물은 간뇌에 세로토닌이 충분하게 공급되도록 작용하여 감정을 안정시키고, 식욕 중추에도 작용하여 폭식 욕구를 감소시켜 줍니다. 약물에 따라서는 강박적인 사고를 완화시키기도 하고 우울감이나 불면증 해소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은 가능한 약 처방 없이 상담 치료만을 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식이장애는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할 때 치료 효과가 가장 높았습니다. 




“배고플 때 밥 먹고 배가 부르면 그만 먹는 것이 당연한데 그게 뭐가 어려워서 병원까지 가니?”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식이장애 환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에게 밥 먹는 일은 가장 쉬운 일이겠지만, 식이장애 환자들에겐 밥 먹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식이장애의 중요한 원인인 ‘애착’ 문제를 해결하려면 환자뿐 아니라 가족의 변화까지 함께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 같은 경우는 정신 치료나 상담 치료가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며, 가족 전체가 함께 치료받는 방법도 좋습니다. 


가족,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적극적으로 치료에 동참한다면, 환자들은 자신들을 고통스럽게 하던 식이장애로부터 더욱 빨리 해방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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