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기 기자의 자동차 칼럼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구매하기>



얼마 전, 오랫동안 위시 리스트에 담아 두었던 운동화 하나를 인터넷을 통해 주문했다. 장기간 정가를 유지하며 높은 콧대를 꺾을 줄 모르더니, 대대적인 연말 세일 앞에서는 고고한 기개도 별수 없었나 보다. 연말 특별 쿠폰 할인에 5개월 무이자 할부가 더해지니, 주머니 사정에 걸맞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변모한 운동화를 지나치는 것은 예의가 아닌 듯했다. 


게다가 신데렐라의 구두처럼 내게 꼭 맞는 신발 사이즈, 단 하나만 남아 있었으니 두 말 할 필요 없이 이건 날 위한 ‘합리적 구매’라 자처하고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스마트폰 하단에 위치한 ‘주문하기’ 버튼으로 가져갔다. 결제 후 운동화가 무사히 집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이틀 남짓, 세상 참 편해졌다.


그 날 오후, 평소에 ‘드림카’를 위해 부단히 알뜰살뜰 저축하던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성이면 감청이라고 했던가. 꿈에 그리던 중형 세단을 위한 자금이 드디어 마련됐는지, 지금 자동차 전시장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했다. 아마 연말연시 이벤트 프로모션을 더하면 꽤 괜찮은 가격으로 새 차를 주문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는 말을 끝으로 친구와 통화를 마무리했다. 


몇 시간 후, 친구로부터 볼멘 메시지가 날아 들어왔다. 내용인즉슨 원하는 모델은 지금 주문해도 3개월이나 대기해야 하는 데다, 다음 달 부모님과 가족 여행을 앞두고 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브랜드 전시장을 둘러보다 결정하지 못하고 집을 향해 쓸쓸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것.


위로의 몇 마디 답장을 보내고 문득, ‘자동차도 온라인으로 팔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직 중이라면 귀하디귀한 월차를 내고 이곳저곳 발품 팔며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영업사원의 친절한 안내에 꼭 사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의 갈등이 들지 않아도 될 텐데. 시간이 비는 김에 자료를 좀 찾아보니 이미 해외에선 온라인 자동차 판매가 보편적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도 무려 BMW, 폭스바겐(Volkswagen), 볼보(Volvo), 재규어(Jaguar) 등 굵직한 제조사들이 간편한 스마트폰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중이었다.




다소 의구심이 드는 것이 치킨이나 운동화도 아닌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선뜻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요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내수 판매만으로도 웬만한 국가보다 많을 중국의 경우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 불리는 광군제(光棍節)에만 무려 10만 대의 자동차가 온라인에서 팔렸다고 한다.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포드(Ford)에서는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와 손을 잡고 ‘자동차 자판기’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자동차 미니어처를 뽑은 후 실제 모델과 교환하는 방식을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주차장을 여러 층 쌓은 빌딩에서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자동차를 고른 뒤 구매하는 형태다. 선택을 하고 나면 마치 자판기에서 음료수 캔 꺼내듯 내 차가 1층으로 내려온다. 그저 상상 속의 일로 웃어넘길 정도는 아닌 것이 우리는 지금 티셔츠도 자판기로 사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


글로벌 컨설팅 기관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 내 온라인을 통한 자동차 판매량은 온라인 판매 서비스 초기보다 무려 65.5%나 늘었다고 한다. 작년에만 무려 총 100만 대의 자동차가 온라인으로 팔려 나갔는데 총 판매 금액은 1,007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16조5,000억 원에 달한다. 참으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놀랍게도,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으로 자동차 판매가 이루어졌다. 각종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이른바 ‘테슬라 열풍’을 빚었던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Tesla)는 자사의 보급형 모델인 ‘모델 3(Model 3)’의 예약을 모두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받았었다. 고객이 견적을 내고 금액을 지급하면 모든 절차가 끝나는 간편한 시스템을 통해 딜러 영업망을 거치지 않고 예약은 물론 출고까지 진행된다.


테슬라 외에도 단발성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 업체가 몇몇 있다. ‘한국지엠’은 2017년 8월에 온라인오픈마켓 ‘옥션’과 함께 ‘더 뉴 아베오’ 10대를 판매했다. 준비된 10대가 동나는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1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 500만 점 등 다양한 혜택이 준비되어 있었기에 더욱 경쟁이 치열했다. 이처럼 열띤 반응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딜러의 판매권 논란으로 인해 단발성 행사로 마무리하게 됐다. 재규어 코리아 역시 온라인을 통해 자사 모델 ‘’XE’ 20대를 권장소비자가격보다 700만 원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준비해 불과 3시간 만에 모두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르노삼성은 타사의 성공,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소셜커머스와 짝지은 플랫폼이 아닌 딜러영업망과 연계한 자체 온라인 플랫폼인 e-쇼룸을 야심 차게 선보였다. 스마트폰을 통해 르노삼성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장난감처럼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홈페이지 상단에는 모델, 구매, 서비스 등 3가지 메뉴를 준비했다.


e-쇼룸의 작동방식은 아주 간단한데, 먼저 원하는 모델을 고르면 컬러 선택으로 넘어가고 내 차의 이미지를 360도 돌려가며 꼼꼼히 살필 수 있며 마지막 단계는 실내 옵션을 정할 수 있다. 선루프와 블랙박스 등 각종 액세서리를 더해 할부와 일시불 등 구매방법을 정해 최종 견적을 내면 모든 게 끝! 굳이 종이로 된 카탈로그를 뒤적일 필요 없이 앉아서 5분 만에 모든 걸 해치울 수 있다.. 


물론 온라인 구매가 가진 맹점도 있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상태라면 반드시 대면 상담이 필요한데, 앞서 얘기한 온라인 사례들은 이 부분에서 약점이 있었지만 르노삼성 경우 e-쇼룸 홈페이지 오른편에 노란색 버튼을 누르면 즉시 전문 상담 인력과 메신저를 통해 1:1 상담할 수 있다. 이달 신차구매 혜택이나 내 집과 가까운 전시장 위치 등, 각종 서비스를 간편하게 안내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한시적 깜짝 이벤트가 아닌 점차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처음엔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스마트폰으로 살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너무나도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수단 중 하나다. 올해 초 복귀하는 폭스바겐도 다음카카오와 함께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판매 과정을 단순화할 예정이라고 하니 과연 자동차 구매 형태는 어떤 식으로 진화해갈지, 또 기존의 영업 생태계는 어떤 전환점을 맞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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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기 기자의 자동차 칼럼

<해치백 VS 소형 SUV, 당신의 선택은?>



이른바 ‘루저’ 논란. 키가 작은 남성은 한동안 절망에 빠졌다. 몇 년 전, 한 방송에서 신장 180㎝ 이하의 성인을 비하해 표현했던 말이다. 요즘 자동차 시장을 보면 훤칠한 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다름 아닌 소형 SUV 때문이다. 일반 해치백보다 키가 조금 클 뿐인데 불티나게 팔린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해치백은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자동차다. 해치(Hatch)는 ‘위로 잡아당겨 끌어올리는 문’을 뜻하며, 차의 엉덩이에 해치가 달려있다는 의미에서 해치백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왜건과 SUV는 넓은 의미에서 모두 해치백에 속한다. 


SUV는 Sport Utility Vehicle의 줄임말로 스포츠 등 여가생활에 맞게 다목적으로 만든 자동차다. 험로 주행도 가능하게끔 차고를 높이고 큰 바퀴를 달아 빚는다.


SUV는 본래 지프형 자동차를 부르는 말이었다. 튼튼한 트럭 차체를 밑바탕 삼아 사륜구동 시스템을 얹었다. 현대자동차 갤로퍼, 쌍용자동차 코란도 훼미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근래의 SUV는 이들과 다르다. 해치백 등 승용차의 플랫폼으로 만든 승용형 SUV다. 그래서 해치백과 SUV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크로스오버’라고 부르는 변종들이 생기는 이유다. 이들은 해치백, SUV, 미니밴의 성격을 모두 품은 다중인격자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선 해치백보다 SUV의 인기가 크다. 가령,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UV 판매 비율은 33.7%. 대략 3명 중 한 명은 SUV를 산다는 뜻이다. 심지어 연평균성장률(CAGR)은 15.8%에 달한다(승용차는 –2.9%로 감소 추세). 그 중에서 젊은이들의 마음 훔친 B 세그먼트 소형 SUV의 성장 속도가 눈부시다. 특히 쌍용자동차 티볼리와 현대자동차 코나는 월 3,000대 이상씩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 현대자동차 KONA


참고로 자동차는 차체 크기에 따라 A, B, C, D, E 세그먼트로 분류한다. 가령, 티볼리와 코나 등 소형 SUV는 B 세그먼트, 투싼&스포티지는 C 세그먼트, 싼타페&쏘렌토는 D 세그먼트, 모하비&G4 렉스턴은 E 세그먼트다. 그 중에서 B 세그먼트 소형 SUV의 연평균성장률은 무려 125%. C 세그먼트는 4%, D 세그먼트는 18.1%, E 세그먼트는 4.9%다. 대체 왜 이렇게 소형 SUV를 찾는 걸까?



▲ 쉐보레 트랙스(좌) / 쉐보레 아베오(우)


불씨는 쉐보레 트랙스가 지폈다. 아베오와 몸집 비슷한 해치백인데, 키를 훌쩍 높여 SUV로 변신했다. 르노삼성 QM3도 마찬가지. 유럽의 베스트 셀링 해치백, 르노 클리오 플랫폼을 밑바탕 삼아 빚은 소형 SUV다. 이후 쌍용 티볼리와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 등이 연이어 등장하며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푸조 2008도 꼼꼼한 품질로 입소문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 기아자동차 스토닉


하지만 이들을 진정한 SUV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태생이 그렇다. 기아 스토닉 역시 바탕은 소형 해치백 프라이드다. 굴림 방식도 앞바퀴 굴림이 기본이다. 다른 점은 차체 높이. 둘의 키 차이는 고작 6.5㎝다. 현대 코나는 i30보다 10㎝ 더 크다. 입문형 수입차 시장을 이끈 푸조 2008의 차체 높이는 1,555㎜. 같은 차체를 쓰는 푸조 208은 1,460㎜다.


10월 국산차 판매량을 봐도 흥미롭다. 가령, 현대 코나는 3,819대를 팔았다(추석 연휴의 영향으로 9월 5,386대보다 떨어졌다). 반면, 현대 i30는 311대 파는 데 그쳤다. 쉐보레 트랙스는 959대를 팔았지만, 아베오는 57대의 단출한 성적표를 받았다. 손바닥 한 뼘도 안 되는 차이에 우리는 SUV라는 이유로 더 비싼 그들에게 지갑을 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판매량 차이를 단순히 키 차이 때문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소형 SUV는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다. 기아 니로를 포함하면 국산 모델만 무려 5가지나 된다. 다양한 라인업만큼이나 트림과 옵션 구성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반면 해치백은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제조사 입장에선 소형 SUV를 파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키를 살짝 높였을 뿐인데, 차 값은 수백만 원 이상 올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아자동차 스토닉의 가격은 1,895만~2,265만 원. 현대자동차 코나는 1,895만~2,620만 원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2천만 원 초~중반 대 가격으로 구입한다.


반면, 기아 프라이드의 가격은 1,220만~1,748만 원. 쉐보레 아베오는 1,410만~1,779만 원이다. 가장 비싼 트림끼리 비교해도 소형 SUV가 대략 4~500만 원 가까이 비싸다. 심지어 코나보다 공간이 훨씬 넉넉한 i30(C 세그먼트 준중형 플랫폼 적용)은 최고급 트림을 골라도 코나보다 130만 원이나 저렴하다.




그렇다면 500만 원 이상 지불하면서 소형 SUV를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소형 SUV는 해치백의 차체를 살짝 높이면서 작은 덩치를 교묘히 숨길 수 있다. 또한, 간단한 임도 주행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실내 공간과 엔진 구성, 그리고 도심 주행이 전부라면 일반 해치백을 구입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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