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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일 기자의 자동차 칼럼

[대한민국 서킷, 어디서 달려야 할까?]


어마어마하게 비싼 고성능 자동차를 산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차는 500마력을 훌쩍 넘는 최고 출력에, 엄청난 굉음을 뿜어내며 달려갑니다. 만약 도로로 나선다면, 주변의 시선이 따갑겠죠. 그래도 달려갑니다. 이 차에 앉아서 보니 앞에도 옆에도 뒤에도 온통 평범한 자동차뿐입니다. 신호가 바뀌어 또 달려나가도, 결국 평범한 자동차의 뒤꽁무니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달려야 할까요?


소위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처럼 ‘고성능 하이퍼카’라고 불리는 자동차는 일반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과 견줄만합니다. 어지간해서는 살 수 없어요. 


그런데 작년에 이런 차들이 브랜드별로 50~70대씩 팔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같은 브랜드에서 내놓은 AMG나 M 등 고성능 모델까지 합하면 연간 수백에서 수천 대의 고성능 자동차가 도로로 쏟아져 나옵니다. 대부분 도로에서 평범하게 달리겠지만, 가속 페달 너머로 전해지는 힘은 운전자를 계속 자극하고 있겠죠. 그러나 떨리는 마음으로 페달을 밟을 수 있는 도로는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달릴까요?



▲BMW 드라이빙 센터 트랙


저는 “서킷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서킷(circuit)'은 레이싱 트랙(Racing Track)이라고도 하는데요. 차가 출발하여 코스를 돌아 다시 제자리로 순환하는 회로 형태의 끊이지 않은 선을 의미합니다. 서킷에서는 속도가 무제한, 그야말로 능력껏 달릴 수 있습니다. 아파트 한 채와 비슷한 값의 차를 몰고 과감하게 달리는 공간이지요. 경기에 나선다면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달리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일반적인 자동차 보험은 서킷에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내에 있는 몇 개의 서킷에서는 모두 별도의 자동차 경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남 영암이나 강원 인제에서는 온라인으로 참여 신청을 하거나 동호회 단위로 대여 계약을 맺고 서킷을 달릴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자동차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모터스포츠 행사에 출전해도 됩니다. 대회 출전은 능력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자리지요. 하지만,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안전 사양을 추가로 갖추어야 하기에 자신의 자동차로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들이 자신의 자동차로 서킷을 달릴 수 있도록 서킷에서 다양한 행사들을 열기도 하는 것이죠.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 아시아스피드페스티벌


우리나라에는 어떤 서킷이 있을까요?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서킷은 전라남도 영암군에 있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입니다. F1 경기를 유치하면서 만든 서킷인데, 지금은 경기 유치에 실패해 국내 대회나 기업의 테스트 트랙 혹은 소비자의 개별 주행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가 고성능 차를 연구하면서 일정 기간 통째로 빌려서 테스트하거나 임직원의 체험을 위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혹은 양산에 들어가기 전 비공개 시승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는데, 이를 서킷에서는 ‘기업 임대’라고 표시합니다. 이런 행사 외에는 슈퍼챌린지, KSF,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과 같은 국내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도로가 얼지 않는 4월이면 주로 올해의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모터스포츠가 한창 달아오르는 계절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 다음 많이 알려진 공간은 강원도 인제군의 ‘인제스피디움’입니다.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북측 응원단의 숙소로 인제스피디움의 호텔을 사용하면서 언론에 많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개장 당시 국제대회를 유치하면서 강원도의 관광산업과 연계하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시작했는데, 아직 모두 현실화되지는 못했습니다. 사업 주체가 바뀌면서 현재 영암의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과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행사가 무척 많은 편입니다. 인제 서킷은 한 달의 절반 가까이를 공개 주행 일정으로 잡아놓습니다. ‘스포츠주행’이라고 표시하고 있는데, 인제 서킷의 라이센스를 취득하면 누구나 자신의 차로 서킷을 달릴 수 있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자동차 브랜드가 통째로 서킷을 빌려 행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영암 서킷에서 크고 작은 대회가 주로 열린다면, 인제 서킷은 일반인을 위한 주행의 기회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영암이나 인제 모두 서울에서 멀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자동차로 3~4시간이 족히 걸리니, 당일에 다녀오기도 쉽지 않은 코스입니다. 특히, 왕복 6~8시간 운전하고 서킷을 달리는 시간까지 합한다면 시간은 둘째치고 안전을 고려해서라도 무리한 일정이 됩니다.



▲BMW 드라이빙센터 전경(上)과 BMW M 트랙 데이 코리아 2017(下)


그래서 수입차 브랜드에서는 독특한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BMW의 영종도 드라이빙센터가 대표적입니다. BMW는 독일에도 공항 옆에 비슷한 형태의 서킷이 있지만, 한국의 영종도는 인구 1000만명의 대도시와 밀접한 공간입니다. 독일에 있는 드라이빙센터가 인구 100만명의 뮌헨에 인접한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대도시에 붙어 있는 것이죠. 그리고 서울 도심에서 차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습니다.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가 잘 뚫려 있고, 정체가 거의 없는 도로이기 때문에 주말에도 훌쩍 다녀오기 좋습니다. 


BMW코리아가 만든 이곳은 자동차를 매개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비록 서킷에 자신의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BMW가 제공하는 다양한 차를 한계까지 달려보면서 운전 기술도 배우고 첨단사양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는 교통안전을 교육하기도 하고 내부에는 호텔급 식당과 카페가 있어 가까운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BMW의 드라이빙센터는 2014년 8월 건립한 이후로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AMG Circuit Days 시승 행사 개최


이곳이 부러웠을까요? 우리나라 모든 서킷 가운데 가장 좋은 위치에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가 자리 잡았습니다. AMG는 벤츠에서 고성능 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작년 11월 전 세계 최초로 독자적인 서킷을 마련한다는 깜짝 발표 후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지만, 이제 봄날이 완연하니 새로운 행보를 기대할 만하겠지요.


AMG가 선택한 공간은 용인 에버랜드에 붙어 있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입니다. 1년 사용 계약을 맺은 AMG는 ‘AMG 스피드웨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을 활용합니다. 이 서킷은 한때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중심지였습니다. 주말마다 경기가 열렸고, 한류스타 레이서가 참여하는 날이면 각국의 팬까지 몰려들어 스탠드를 가득 채웠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4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대형 테마파크와 인접해 교통도 편리하니 관람객 유치에도 엄청난 장점을 가진 공간입니다. 


하지만 시설 보수에 들어간 뒤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고 최근 2~3년간 일부 기업의 행사 등으로 사용되다가 2018년 AMG에 통째로 1년간 서킷 사용 계약을 넘겼습니다. 일단 이곳에서도 BMW의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처럼 개인 차를 갖고 들어가는 주행은 힘들어 보입니다. 당분간은 AMG가 서킷의 모든 권한을 갖고 운영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행사나 대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창원의 도로를 막아 F3 경기를 운영하던 공간도 있었고, 비슷한 사례로 인천 송도에 도심 도로를 막아 운영하던 공간도 있었습니다. 강원도 태백에는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나름대로 대회를 운영하던 서킷도 있었는데,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또, 아주 특수한 경우로,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성능연구소 트랙도 특정 브랜드의 행사를 위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은 공간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내 차로 달릴 수 있는 공간은 서울에서 멀고, 가까운 곳은 특정 브랜드의 서킷입니다. 아쉽지만 국내에서 마음껏 달릴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조금 위로를 하자면 이런 환경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킷이란 것이 자동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1970~1990년대 유럽, 일본, 미국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시설이고,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이벤트가 줄었기 때문에 달릴 공간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독일의 유명한 ‘뉘르부르크링’ 정도가 모든 이들의 화끈한 달리기 욕구를 채워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곳도 날씨와 행사 등을 이유로 일반 자동차의 달리기에 제한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시원하게 달릴 공간을 딱 소개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전하는 입장이어서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도로에서 드라이빙을 즐기기 위해 과속하거나 무분별하게 달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도로 위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행위이자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끈한 속도감보다는 모두의 안전을 우선하는 운전자가 ‘베스트 드라이버’입니다. :)




※ 본 콘텐츠는 집필가의 의견으로, 삼성화재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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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일 기자의 자동차 칼럼

<올림픽과 모터스포츠 포뮬러 E>



때는 바야흐로 18세기가 끝나는 마지막 연도인 1900년, 독일 뮌헨(München, Germany)에서는 유럽 최고의 축구클럽 중 하나인 FC 바이에른 뮌헨(Fußball-Club Bayern München)이 창단되었고 반대편 서울 종로에서는 처음으로 민간 가로등이 등장했다. 그해 5월 14일에는 프랑스 파리(Paris, France)에서 제2회 하계 올림픽이 열렸다. 무려 5개월이라는 대장정 동안 진행된 파리 올림픽에는 독특한 번외경기가 숨어 있었으니…


비공식 종목으로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모터레이싱! 21세기, 현재 남아있는 기록으로는 선수도, 대부분의 출전 차량 종류도 알 수 없는, 여러모로 베일에 싸인 경기지만 금, 은, 동메달 모두 개최국 프랑스에서 휩쓸었다. 우리나라에서 고종 황제가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린 것이 1903년이니 이보다 무려 3년 전에 올림픽에서 모터레이싱 종목이 열렸던 셈이다.




▲ 파리 올림픽 입장권


파리 대회에서는 선수의 이름보다 자동차 회사 브랜드 이름으로 엔트리를 작성했기 때문에, 참가 선수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지만, 세부 종목은 의외로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종목인 400kg 이하의 2인승 자동차는 A, B 클래스로 나눠 달렸고 오늘날 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4인승, 6인승 심지어 7인승 자동차를 넘어 택시, 화물차, 트럭 경주도 있었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전기차 부문이 있다는 것! 택시와 배달용 화물차는 종목이 각각 휘발유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로 나누어서 열렸고 자그마치 300km를 주행했다. 18세기에도 과연 전기차가 있었을까 싶지만 사실 19세기의 마지막 해인 1900년 유럽의 도로에는 휘발유 차량보다 증기나 전기 차량이 더 많았다. ‘포르쉐(Porsche)’의 창업자인 ‘퍼디난드 포르쉐(Ferdinand Porsche)’ 박사는 1898년에 전기차 P1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믹스테(Mixte)’도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 파나르 르바소(Panhard-Levassor)의 ‘Circa’ 모델


1900년 당시 기록으로는 모든 종목에서 프랑스가 메달을 획득했고 독일의 ‘카를 보이트(Carl Voight)가 파리-툴루즈-파리 구간의 대형차 경주에서 프랑스 브랜드인 ‘파나르 르바소(Panhard-Levassor)’의 자동차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브랜드는 뒷바퀴 굴림 방식의 자동차로 특히 대형차, 화물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파리 올림픽 당시 비둘기 사격 장면


올림픽이라는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수여했는데 어떻게 참가 선수의 이름조차 남지 않았는지 의아한 일이지만 당시의 올림픽 분위기를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모터레이싱이 속한 파리 올림픽 번외 경기에는 요즘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기상천외한 종목이 들어있다. 벨기에의 ‘레옹 드 륀든(Léon de Lunden)’이 21마리를 쏘며 금메달을 딴 ‘비둘기 사격’에서는 무려 300마리의 비둘기가 대회 동안 희생되었다. 이외에도 ‘비둘기 레이싱’ ‘대포 쏘기’, ‘불 싸움’, ‘연날리기’ 등이 있었던 걸 보면 모터레이싱에 택시가 등장했던 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 포뮬러 E 경기의 한 장면


한 세기가 훌쩍 흘렀지만, 모터스포츠는 아직 올림픽 종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IOC(국제올림픽연맹)’에서 모터스포츠의 한 부류인 ‘포뮬러 E(Formula E)’를 정식 종목에 넣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F1과 비슷한 경기인 포뮬러 E는 ‘F1(Formula 1) 머신처럼 바퀴가 차체 밖으로 나오지만, 내연기관 대신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을 이용한다. ‘FIA(국제자동차연맹)’의 주관으로 2014년부터 연간 10회 정도 경기가 열리는 포뮬러 E는 IOC가 FIA를 정식 스포츠 경기로 인정하면서 올림픽 종목 채택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는 주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아직 기술 차별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회사 간의 경쟁 여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포뮬러 레이스 특성상 참가하는 모든 팀이 공통된 특정 규정에 따라 머신을 제작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조종에 따라 경기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덧붙여, F1이 굉음과 엄청난 연료 소모 그리고 타이어 분진과 같은 환경에 해로운 요소를 갖춰서 환경 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포뮬러 E는 상대적으로 친환경 경기라는 점도 올림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요소 중 하나다.




▲ ‘재규어(Jaguar)’의 포뮬러 E 머신


이외에도 포뮬러 E는 F1 모나코 경기처럼 전용 서킷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도로 혹은 특정 조건을 갖춘 전용도로에서 대결을 펼치고 경기 소요 시간이 약 1시간 정도로 다른 모터스포츠와 비교하면 짧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마치 게임과 같이 운전자가 배터리가 다 된 차량을 바꿔 타기도 하고 인기투표를 통해 선두 3위 까지만, 일종의 가속 부스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등 포뮬러 E만의 재미 요소가 담겨 있기에 때문에 인기몰이도 가능하리라 전망한다.


포뮬러-E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굉음을 울리는 엔진도 없는 모터스포츠가 과연 흥행을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호가 늘 따라붙었지만 실제 경기를 열고 보니 전기차만의 매력이 삼삼오오 드러나고 있다. 특성상 강한 토크를 순식간에 내뿜기 때문에 F1 머신의 주행 패턴과는 다른 데다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의 보급, 연구를 위해 앞다투어 포뮬러 E의 참가를 선언하거나 고려한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19세기 마지막에 열린 올림픽에 등장한 전기자동차! 21세기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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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일 기자의 자동차 칼럼

<전 세계를 무대로! 월드 랠리 챔피언십>



자동차 경주에서 가장 유명한 대회를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역시 오직 스피드 만을 위해 만든 머신을 운전하는 ‘F1(Formula 1)’ 그랑프리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죠. 하지만 근래 들어 월드 랠리 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 이하 WRC)에 현대자동차 팀이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해당 대회에 대한 인기도 나날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 2016년 폭스바겐팀으로 달리던 세바스티앵 오지에 / 출처: Wikipedia



▶WRC는?


WRC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의 약자로 국제자동차연맹(이하 FIA) 주관 아래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랠리 자동차 경주입니다. 여기서 랠리 경주는 양산 차를 개조하거나 특별하게 제작된 합법 차량으로 공공도로나 사유도로에서 경쟁하는 자동차 경주의 한 형태입니다. 해마다 13개 국가에서 1회씩 경기를 펼치는 WRC는 드라이버 부문과 팀 부문의 성적을 따로 계산해 시즌 우승을 가립니다.



▶WRC의 기원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투어 고성능, 고출력 경쟁을 시작한 1970년, WRC의 뿌리가 되는 랠리 대회가 열렸습니다. 그 해, 총 7회의 랠리에서는 포르쉐(Porsche) 팀이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었고 알파인-르노(Alpine-Renault), 란치아(Lancia) 등이 뒤를 이었죠. 본격적인 WRC는 1973년에는 시작했고 1977년부터는 운전자 부문을 신설하면서 현재와 같은 체제로 운영하게 됩니다.


▲ 헨리 토이보넨 운전 영상



▶ WRC의 흑역사, 무한 질주! Group B


1980년대에 들어 사실상 사륜구동 차량의 엔진 출력에 대한 제한을 없앤 그룹 B(Group B)가 등장합니다. 그룹 B란 슈퍼카에 들어갈 법한 600마력이 넘는 고성능 엔진을 경차 수준의 무게를 가진 차에 장착해 마을을 잇는 일반 도로, 오프로드, 험준한 산길을 엄청난 속도 경쟁을 하며 달리는 경기입니다. 


F1처럼 경기장으로 제한된 서킷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일반 도로를 랠리를 위한 통행로로 활용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통제가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랠리 주행도로에 차가 다니지 않는 틈에 관중들이 길을 건너거나 일반 차량이 지나다니는 등 종종 위험천만한 상황이 나오기도 합니다.


1986년 포르투갈 랠리에서 ‘요하킴 산토스(Joachim Santos)’ 선수가 몰던 ‘포드(Ford)’ RS200 차량이 관중석을 덮쳤고 3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어 그해 5월에 열린 프랑스 랠리에서는 드라이버와 보조 드라이버(Co-Driver)가 모두 사망하는 WRC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당시 600마력을 넘나들었다는 란치아 델타 S4를 탄 이들은 산악 구간을 달리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 뒤 화재로 인해 모두 사망했습니다. 


미흡한 수습 과정 덕에 사건은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당시 이들의 사고는 해당 경주차량이 경기 시각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자 수색 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사고 발생 지역은 경기 운영 요원도 없던 외진 곳이었고 운전자와 통신도 두절된 상태여서, 뒤늦게 이들의 차는 전소된 상태로 발견됩니다. 


이 사고는 목격자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의혹을 남겼습니다. 드라이버인 헨리 토이보넨(Henri Toivonen)이 건강상의 이유로 감기약을 먹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가 운전하던 차량에 연료 탱크 보호장치가 없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참사를 계기로 성능 경쟁을 펼치던 그룹 B는 사라지게 됩니다.



▲ WRC 2017 충돌장면 모음 / 출처: WRC



▶WRC의 점수 계산과 스테이지


WRC는 연간 13회의 경주를 하고 각 스테이지 마다 순위에 맞게 점수를 부여합니다. 1등부터 10등까지 각각 25점, 18점, 15점, 12점, 10점, 8점, 6점, 4점, 2점, 1점을 부여해 총 점수를 합을 매기게 됩니다. 재미있는 포인트는 드라이버와 팀에 각각 따로 점수를 주기 때문에 성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나오죠. 그 예로 1977년에 이탈리아 선수 ‘산드로 무나리(Sandro Munari)’ FIA컵 랠리 드라이버로 선정됐지만, 팀은 ‘피아트(Fiat)’에 1위 자리를 내줬죠.


스테이지는 실제 경기 구간인 22개의 스테이지 중 1회와 16회는 팬 서비스 차원으로 정해진 서킷을 달리는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Super Special Stage, 이하 SSS)'와 나머지는 각각 20~30km 길이의 '스페셜 스테이지(Special Stage, 이하 SS)'가 있고 SS로 이동하는 이동 구간인 총 900~1000km 길이의 '로드 스테이지(Road Stage, 이하 RS)', 두세 개의 SS마다 10분, 20분으로 제한된 차량의 경정비가 가능한 '서비스 파크(Service Park)'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실제로 코스를 돌아보며 페이스 노트를 기록하는 ‘탐색주행(Recce)’과 일종의 예선에 해당하는 ‘셰이크다운(Shakedown)’을 더하면 약 5일간의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참고로 셰이크다운, SSS구간, SS구간 주행을 제외한 RS구간 이동이나 탐색주행 중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해당 국가의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벌금을 물뿐만 아니라 경기에서 페널티까지 받는다고 하니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죠.


2011년에 처음 도입된 파워 스테이지는 랠리의 마지막 슈퍼 스테이지로 지정됩니다. 랠리의 꽃인파워 스테이지는 생중계되며, 이 스테이지에서의 1위부터 5위까지는 추가 점수를 각각 5, 4, 3, 2, 1점씩 획득하니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반전의 묘미도 적절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 2017년 아르헨티나에서 1위를 차지한 현대 티에리 누빌 / 출처: 현대자동차



▶다크호스, 현대 모터스포츠!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현대 모터스포츠팀의 강세가 돋보였습니다. 간판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은 네 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시즌 챔피언을 기대했지만, 폭스바겐에서 ‘M-스포트 월드 랠리’ 팀으로 이적한 랠리의 황제 세바스티앵 오지에(Sebastien Ogier)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렀습니다. 제조사 부문에서도 현대 모터스포츠는 M-스포트 월드랠리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목표로 했던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출전 4년 만에 유력한 우승 후보로 올라서면서 내년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2017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의 현대 i20 WRC / 출처: 현대자동차



▶더욱 빨라진 2017 WRC 속 대한민국!


이번 WRC는 차체 크기도 커지고 엔진도 최대 380마력까지 성능을 향상하는 등 규정을 변경해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도 현대 모터스포츠팀을 내보내 WRC 복귀 4년 만에 강력한 우승 후보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연간 25,000대 이상 양산하는 모델만이 출전할 수 있는 WRC에 현대자동차는 i20를 투입합니다. 올해 선보인 신형 i20 WRC는 대회 규정에 맞게 300마력에서 380마력으로 출력을 올렸고 전폭은 55mm 늘이고 무게는 25kg 줄여 1,190kg를 유지했습니다. 거기에 1.6L 엔진에 레이싱 전용 6단 시퀀셜 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죠. 보통의 자동차와 비슷한 조건에서 튜닝을 시작해 아스팔트, 산길, 눈길은 물론 뜨거운 여름 날씨와 북유럽의 영하의 날씨에도 견딜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가올 2018 WRC를 기다리며 뜨거웠던 2017 WRC 호주 랠리 영상을 보는 건 어떨까요?



▲ 2017 호주 랠리 주요 장면  / 출처: W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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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일 기자의 자동차 칼럼

<400미터의 승부, 드래그 레이스>



신호등이 바뀌면 달려 나간다



세상에 이렇게 단순하고 화끈한 경기가 또 있을까요? 출발선에 나란히 선 차 두 대. 신호등을 바라보다가 파란불이 되면 달려나갑니다. 1/4마일, 약 402m의 결승점을 지나간 자동차는 한참 뒤에서 멈춰 섭니다. 누가 먼저 결승 라인을 통과했는가를 두고 승패는 갈라집니다. 야밤에 도로를 막고 달리는 폭주족들 아니냐고요? 바로 ‘드래그 레이싱(Drag Racing)’이라는 경기의 한 장면입니다.


제가 드래그 레이싱을 처음 본 것은 놀랍게도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막 한 가운데였습니다. 해마다 11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튜닝, 부품 전시회 SEMA 취재를 하던 중이었지요. 온갖 화려한 사양으로 튜닝한 차들이 모여든 SEMA 취재를 마치고 인근의 서킷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무슨 볼거리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죠. 그러던 중 의외의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서킷 주변으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고 인근 주차장은 픽업트럭과 캠핑 트레일러로 가득했습니다. 




사막의 열기를 뚫고 힘들게 들어간 경기장에는 요상하게 생긴 차가 서 있었는데 차가 아니라 마치 모터보트처럼 생겼습니다. 앞은 화살처럼 뾰족했고 뒤에는 거대한 바퀴가 달려있는 이것의 정체는 바로 드래그 레이싱 머신 입니다. 




왼손엔 맥주가 담긴 컵, 오른손엔 소스 가득한 핫도그를 들고 경기장 스탠드로 향하던 차, 엄청난 굉음이 귓가를 때립니다. 맥주 표면이 부르르 떨리는 게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반대편 핫도그 쪽은 다행이 소스가 흐르지는 않았네요. 찰나라고 느낀 시간은 무려 몇 초 남짓이었습니다. 길게만 느껴졌던 순간을 넘어 스탠드에서 본 광경은 생경했습니다. 




드래그 레이싱 머신이 달려나가고,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튕겨’나가는게 맞겠군요. 얼마나 빠른지 제 속도를 주체 못하고 차체의 앞바퀴 쪽이 하늘을 향해 치켜드는 것은 굉장히 흥미롭고 멈출 때는 엄청난 속도를 낮추기 위해 꽁무니에서 낙하산이 펼쳐집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NHRA(National Hot Rod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드래그 레이싱입니다.




국내에서도 아마 대중매체를 통해 같은 방식의 경주를 보셨을 겁니다.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레이스 씬이 나오기도 하고 뉴스프로그램에서는 국내 불법 대회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주로 자유로 인근 도로에서 튜닝한 차를 가져와 속도 대결을 벌이는 경기로, 400M를 누가 먼저 통과하는지 승부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됐던 해당 대회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미국에서도 이 같은 경기가 사회 이슈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승전국으로서 한껏 승리감에 도취된 젊은이들 사이에서 드래그 레이싱은 유행이 됐습니다. 유럽의 스포츠카를 보고 돌아온 그들은 미국 차도 멋진 외관과 빠른 속도를 갖추길 바랐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쉐보레 콜벳(Chevrolet Corvette)이 등장하고 미국 스포츠카 업계도 태동했습니다. 그래도 젋은이들이 고가의 스포츠카를 손에 넣기란 쉽지 않죠. 돈이 부족한 그들은 자동차 튜닝에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튜닝 열풍은 ‘핫로드(Hot rod)’라는 레이싱 장르를 만들었고 튜닝 성능을 겨루기 위해 일반 도로에서 불법 경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폭주족’의 등장 배경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0년 미국 NHRA 드래그 레이스


미국에서는 이 같은 불법 경주가 사회문제로 대두돼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합법적인 방향으로 레이싱 대회를 추진했고 도로를 뜻하는 속어 드래그(Drag)를 더해 드래그 레이싱이 탄생했습니다. 이 경기에는 미 대륙의 광활한 기상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모하비 사막에서 펼쳐진 속도 경쟁은 1947년, SCTA(Southern California Timing Association) 주최 아래 보네빌에 있는 솔트 플레이트 호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SCTA는 NHRA의 전신으로 1953년에 NHRA 이름으로 대회를 열기 전까지 운영됐습니다. 캘리포니아 포노마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컨트리 페어그라운드 경기장에서 첫 경기가 열렸고 이 경기장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드래그 레이싱이 펼져집니다. 약 반세기 정도 지난 지금, 미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일본, 남미 등지에서 경기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죠. NHRA는 연간 4000 회 이상의 대회를 개최하고 약 10 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초거대 레이싱 조직으로 거듭났습니다. 



▲2009년 제천에서 열린 KDRC 코리아 드래그 레이스


우리나라에서는 2000 년 대 초반 튜닝 문화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튜닝 부품 수입사나 튜너를 중심으로 처음 드래그 레이싱이 보급됐습니다. 당시 국내에 대회를 진행할 만한 서킷이 존재하지 않아 카 레이싱 경기가 열리는 태백 서킷의 일부를 빌리거나 경기를 지방 도로를 임시로 막고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회 중 차량이 관중을 덮치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드래그 레이싱이 잠정적으로 중단됐습니다. 지금까지도 대회 재개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국내 모터스포츠 계에서는 가장 안타까운 순간으로 회자하는 사건입니다. 


2007년에는 드래그 레이싱 판 한일전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드래그 레이싱을 할 만한 후륜구동 차량이 없어서 현대 티뷰론(Hyundai Tiburon)을 600마력 이상으로 끌어 올리고 경기에 참가했습니다. 그에 반해 상대인 일본은 19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드래그 레이싱 문화를 키워왔고 자동차 시장 또한 굉장히 컸기에 닛산(Nissan) GT-R과 같은 유명 스포츠 카를 900마력까지 튜닝한 차량을 대동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분전 끝에 아쉬운 결과로 대회를 마무리 했습니다.




가끔 우리나라에서 모든 시설이 갖춰진 상태로 드래그 레이싱이 열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 큰 탈 없이 대회가 자리잡았더라면 지금쯤 모터스포츠에서 사랑 받는 장르가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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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일 기자의 자동차 칼럼

<랠리(Rally)의 모든 것!>



주위를 살펴보면 ‘랠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곳이 은근히 많이 있습니다. 탁구나 배드민턴, 테니스에서도 랠리라는 말을 사용하고 주식 투자를 할 때에도 사용합니다. 정확한 사전의 뜻은 아니지만 우리는 대략 무엇인가를 위해 경쟁적으로 따라가는 행위를 일컬어 랠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지난번 글(모터스포츠의 역사적 인물들과 사상 최악의 사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터스포츠는 유럽에서 시작했고 1800년대부터 시작했습니다. 집합이라는 뜻의 랠리 역시 모터스포츠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오늘 살펴볼 이야기는 바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랠리라는 스포츠입니다.


논어에 나오는 '온고이지신'처럼 옛 것을 알면 요즘의 랠리를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옛날 사람들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1800년대 후반 가솔린 엔진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고 말이 끌던 마차가 대중교통이었던 시절입니다. 증기기관이 등장했고 전기가 등장하며 유럽 전역에서는 이른바 전기를 켜고 끄는 것을 쇼처럼 보여주던 시절이죠. 이때 증기로 굴러가는 자동차를 만든 이들이 나옵니다. 사실 자동차라는 말을 사용하는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굴러가는 무엇이 나왔습니다.


무엇인가 만들었으면 뽐내고 싶었을 터. 스스로 굴러가는 그것을 만들었으니 얼마나 빨리, 멀리 갈 수 있는지를 겨루는 대회가 열립니다. 이른바 모터스포츠의 시작입니다. 1894년에는 증기기관을 사용한 차가 126km의 거리를 달리며 경주에서 승리합니다. 당연하게도 포장 도로는 없었고 신호등은 더더욱 없었겠지요. 지금과 똑같은 것은 어딘가 에서 또 다른 어딘가로 빨리 달리기 경주를 한다는 것입니다.



1973년 핀란드 랠리 (당시에는 1000 lakes rally)에 참가한 토요타의 코롤라 레빈


바로 여기서 랠리가 시작하는데 지금의 랠리와 같은 구조입니다. 주로 도시에서 도시를 오가는 경주를 시작했는데 현재의 랠리도 비슷하게 운영되니까요. 좋은 차를 만들어서 남들보다 빨리, 멀리 달리겠다는 의지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상황이기도 합니다. 


100년의 시간을 건너 뛰어 현재로 돌아오면 몇 가지 재미있는 랠리가 흥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가 참가해 올해 우승을 기대하는 WRC(월드랠리챔피언십)입니다. 그런데 먼저 조금은 재미있고 여유롭고 즐거운 랠리부터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몽골랠리

▲ 각 팀의 위치를 보여주는 몽골랠리 지도


"대회에 참가하려면 기부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진 이 랠리는 어마어마하게 독특합니다. 영국 런던을 출발해 몽골의 울란바토르까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경주라는 것은 일반 랠리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은 다릅니다.



▲몽골랠리는 정해진 코스가 없으며 시작과 끝지점 그리고 기한만 있다. 어떤 코스를 사용하건 정해진 날짜 전에만 도착하면 된다.


몽골랠리의 원칙 3가지는 이렇습니다. 1000cc 미만의 소형 엔진을 사용합니다. 완주까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참가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합니다. 또, 모든 팀은 1000파운드 (약 150만원)의 기부를 해야 합니다.


 

▲2017 몽골랠리 개막


이런 독특한 조건 때문인지 몽골랠리는 마치 젊음의 축제같은 분위기입니다. 소형 엔진의 고장 나지 않는 차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한때는 오래된 영국의 택시 이른바 블랙캡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자가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 2016년 몽골랠리에 참가한 ‘희린이가 가쟤’ 팀


최근에는 일본의 소형차들도 인기를 모읍니다. 2016년 참가했던 우리나라의 '희린이가 가쟤' 팀은 스즈키의 소형차 스위프트를 타고 달렸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몽골랠리는 시작했고 수많은 팀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몽골랠리 홈페이지(www.theadventurists.com/mongol-rally)에서는 현재 팀들이 어떻게 달리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전해주고 있습니다.



▶다카르 랠리


▲다카르랠리


이제부터 조금 진지한 랠리가 시작됩니다. 사실 파리-다카르 랠리는 진지하다 못해 숙연한 경기입니다. 해마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테러가 빈번한 곳을 통과했으며 2009년부터는 남미에서 열립니다. 우리나라는 한 겨울인 1월에 열리는데 전체 참가 팀의 30~40% 정도만 완주에 성공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랠리로 불립니다.


 

▲2017년 신설된 UTV 


올해 열린 다카르 랠리에는 총 318대가 출전했습니다. 바이크가 144대, 4륜바이크가 37대, 자동차는 87대, UTV는 10대, 트럭도 50대가 출발했습니다. 남미 파라과이의 수도 아순이온에서 아르헨티나를 거쳐 볼리비아의 우유니를 지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오는 총 8809km의 거리입니다. 이 구간을 12일에 끝내야 하니 매일 734km를 달려야 하는 셈입니다.

 


▲2017 다카르랠리카


올해 랠리의 우승은 스테판 피터한셀이 차지했습니다.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푸조가 차지했고 1위와 2위는 불과 5분13초의 차이였습니다. 12일을 달리고 5분의 차이가 벌어졌는데 10위와는 4시간 53분 차이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푸조의 랠리카 / 다카르랠리의 MAN트럭


한때, 우리나라도 파리-다카르 랠리에 팀을 내보내 차의 성능을 자랑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쌍용자동차입니다. 1990년대에 코란도패밀리와 무쏘가 다카르 랠리에 출전했고 최고 종합 8위의 성적도 올렸습니다. 당시의 기록은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라이트만 유지하면 되는 완전 개조 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판매하는 코란도패밀리나 무쏘와는 완전히 다른 차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브랜드가 참가해 완주는 물론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WRC(월드랠리챔피언십)


▲현대자동차의 i20


몽골랠리가 아마추어들의 즐거운 여행이고 다카르 랠리가 프로들의 극한 도전이라면 가장 흥행을 위한 스포츠에 가까운 것이 바로 WRC입니다. 1991년 모나코에서 열린 대회가 처음이고 지금은 전 세계를 돌며 경기를 진행합니다. 우리나라 영암에서 열렸던 F1이 잘 닦인 서킷에서 열리는 레이스라면 WRC는 포장도로, 비포장도로를 거침 없이 달리는 거친 레이스입니다.


F1과 마찬가지로 FIA(국제자동차연맹)에서 주관하면서 전 세계에서 열리던 랠리를 통합했습니다. 따라서 상업적인 규모도 가장 크고 전 세계의 자동차 브랜드가 홍보 혹은 기술과시를 목표로 참가하는 대회입니다.

 


▲현대자동차 i20 WRC 랠리카


참가 차량도 규격이 정해졌는데 올해는 1.6리터 4기통 터보 엔진에 공기역학장치를 장착하고 사륜구동을 사용해야 하며 최소중량은 1175kg으로 줄었습니다. 우리가 가끔 해외 뉴스에서 좁은 마을길을 날아가듯 지나는 차를 볼 수 있는데 바로 WRC의 한 장면입니다.


이렇게 달리는 차의 실내 모습을 보여주는 화면도 있는데 드라이버와 옆자리의 코드라이버가 무엇인가 빠른 속도로 대화를 하면서 달려갑니다. F1처럼 같은 코스를 달리지 않고 장거리 주행을 하기 때문에 옆좌석의 코드라이버가 지도를 들고 운전대를 얼마나 꺾으라던가 기어 변속을 하라거나 감속, 가속 등의 조언을 해줍니다. 

 



▲2017 8차 폴란드 랠리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현대차 월드랠리팀


올해 경기는 1월 19일 모나코를 시작으로 총 13회 열립니다. 8월에는 독일, 10월에는 스페인과 영국에서 열리며 11월 오스트레일리아를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올해는 우리나라 현대자동차의 우승도 기대할 만합니다. 현대자동차는 티에리 누빌의 선전 속에 랠리카 i20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달리고 있습니다. 이미 티에리 누빌은 9차전에서 드라이버 1위에 올랐고 팀 순위 역시 9전까지 2위를 기록했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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