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봉맘이 전하는 5번째 엄마공감스토리,

'천천히 너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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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따봉이한테 화냈어?



배변훈련을 시작한 지 세 달째인 지난 여름이었다. 하루에 네다섯 번씩 팬티를 빨며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배는 점점 불러오는데, 따봉이는 대소변을 가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변기에 앉는 게 어색했던 걸까, 맛있는 사탕과 칭찬으로 유혹해도 본인이 내킬 때만 변기에 앉았다. 


따봉이 또래 아이들은 대소변을 잘 가린다는 말이 들려왔다. ‘똑똑한 아이가 대소변을 일찍 가린다더라’는 옛말도 자꾸 머리에 맴돌았다. 마음 속으로는 애가 탔지만, ‘배변훈련을 하며 아이를 혼내거나 화를 내면 더 실수한다’는 말을 잊지 않으려 애썼다. 그래서 따봉이가 실수할 때면, “다음엔 변기에 싸자”라며 팬티를 빨고 대소변을 치웠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뒤처리하는 내게 남편이 “짜증 좀 그만 내”라고 말했다. “내가 언제 화를 냈다고 그래?”라며 무심코 따봉이에게 물었다. “따봉아, 쉬 하면 엄마가 화내?” “...응.” “엄마가 화내서 마음이 아파?” “...응.”


그제야 주눅 든 아이의 표정이 보였다. 말만 “다음엔 변기에 싸자”라고 말했지, 나는 한숨을 푹푹 쉬고 짜증을 내며 대소변을 치우고 있었다. 겨우 세 살 된 아이가 속상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한 채 실수할 때마다 엄마 눈치를 보고 있었다.

 


따봉이는 따봉이의 속도대로 잘 자라고 있어요



어린이집 상담 시간, 배변 훈련에 대해 걱정하는 내게 담임선생님께서 건넨 한마디이다. 포스트에 그럴싸하게 적었던 말을 선생님 입을 통해 들으니 한없이 부끄러웠다. 늦는 아이는 4세까지도 배변훈련을 하기도 한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따봉이는 둘째를 낳기 직전에야 응가를 가리기 시작했다. 5월부터 시작된 배변훈련이 11월이 되어서야 끝이 난 것이다. 지나고 보니 이제야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언젠가는 가리게 될 것인데, 왜 조금 더 기다려주지 못했을까.


‘느리더라도 우리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는 엄마’가 되리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아이를 키워 보니 기다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겨우 9개월이 된 아기가 모방이 늦는다며 걱정을 하던 초보 엄마는 아이가 30개월이 된 지금도 변한 게 없었다. 여전히 ‘말이 조금 늦는 것 같다, 배변훈련이 늦어지는 것 같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존재 자체만으로 감사한 웃음



건강하게만 자라면 된다고 간절히 기도했던 적이 있었다. 산부인과에 찾아가 배 속의 아이를 초음파로 만날 때마다 그랬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따봉이를 소파 밑으로 떨어뜨렸을 때 그랬다. 지금도 씩씩하게 뛰어놀던 아이가 심한 감기에 걸려 기운 없이 누워 있을 때면 또다시 잊고 있던 기도를 한다. 그저 웃고 싶을 때 실컷 웃고, 울고 싶을 때 맘껏 울며 남들처럼만 살면 된다고. 네가 어떤 사람이 되고, 남들보다 얼마나 뛰어난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이제 30개월이 된 따봉이는 활달하고, 웃음도 많은 개구쟁이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걷는 게 빨랐고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말은 느린 것도, 빠른 것도 아니었지만 한동안 더듬거리며 말해서 걱정을 하기도 했었다. (앞서 말했듯이 배변훈련은 느린 편이었다.)

 

따봉이는 씩씩하게 놀이터를 누비며 밝게 웃는 예쁜 아이이다. 더듬거리던 말도 이제는 제법 종알거리며 한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엄마 미워” 등 자신의 감정을 말로 전달할 줄도 알게 되었다. 엄마인 나만 조마조마 했을 뿐, 아이는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웃음을 두고 나는 불안해했던 것이다.



천천히 너의 속도로



이렇듯 아무리 다짐을 해도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꾸 잊게 되는 것이 있다. 우리 아이에겐 ‘우리 아이만의 속도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속도에 내가 맞춘다면 소중한 아이를 남들과 비교할 일도 없다. 엄마인 내가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아이를 믿어준다면 조바심이 날 것도 없다. 


아마 아이가 자라면 자랄수록 남들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고 아이를 기다리는 일이 어려워질 것이다. 쉽지 않더라도 끝없이 처음을 되새겨 본다면, 나도 모르게 빨라진 발걸음을 아이에게 맞춰줄 수 있지 않을까. 아이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마저 감싸주길 바라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엄마일 것이다.



내가 제일 똑똑하다더니, 엄마한테 속았어!

 


학창시절 농담 삼아 친구들과 하던 말이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뭐든지 최고'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나는 학교에 다니며 현실과 만나게 되었다. 또래들 사이에 섞여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친구와 나를 비교하는 것은 물론 세상엔 똑똑한 사람도, 예쁜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엄마 품을 떠나서야 알게되었다. 우리 아이도 나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에 다닐만큼 자라 여러 아이들과 지내다보면 자연스레 비교를 하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의 고민하게 되겠지.


점점 더 많아질 경쟁 속에서 힘들어할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끝없는 비교와 평가 속에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굳건한 믿음이 아이의 내실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의 기다림과 믿음 속에서 가장 예쁘고 똑똑한 아이로 자란다면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법을 자연스레 배우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에겐 비교로 나를 괴롭히는 엄마 보단 잠시 쉬어 갈 수 있게 무릎을 내어주는 엄마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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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봉이가 아장아장 걷던 돌 무렵, 가장 많이 가게 된 장소는 바로 놀이터였다. 하루에 두 번, 세 번 … 걷다가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고, 계단도 기어서 올라가고, 시소 살살 태워 주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갔다. 놀이터를 한 바퀴 돌고 오면 낮잠도 잘 자기에 내 몸이 힘들어도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씩 하루도 거르지 않고 놀이터로 향했다. 3시 이전의 놀이터는 모두 우리 것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놀이터를 누비는 자전거도,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공도, 큰 아이들도 없었다. 평화로웠던 순간도 잠시, 따봉이의 낮잠 시간이 바뀌어 아이들이 한창 많을 때 놀이터에 가게 되면서부터 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내 눈에는 사랑스러운 아가, 아이들 눈에는 코찔찔이"




끼리끼리 어울려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어 보이는지, 따봉이는 큰 아이들을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아가’라며 같이 놀아 주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따라온다며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 다니는 아이들도 많았다. 정말이지 내 눈에만 사랑스러운 아가일 뿐, 큰 아이들 눈에는 귀찮게 쫓아다니는 코찔찔이였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 아기가 어려서 같이 못 노는 것을 어쩌겠는가. 속상하지만 “엄마랑 놀자~”라며 아이의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큰 아이들과 부딪힐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하던 중, 일이 벌어졌다. 따봉이가 예쁜 원피스를 입은 언니를 따라가자, 다짜고짜 그 아이가 따봉이 배를 발로 찼다. 처음 겪는 일에 머릿속이 하얘져서 넘어져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랬다. 아기를 발로 차면 안 된다며 혼내는 엄마의 말에 그 아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아기가 싫어!”. 이미 엄마가 혼낸 아이를 또 나무랄 수도 없고, 우는 아이를 달래며 놀이터에서 발길을 돌렸다. 



"나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아이를 지키지 못한 하루"



아직 말도 잘 못 하고, 걷는 것도 어설픈 우리 아이. 다치지 않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가 졸졸 따라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엄마가 옆에 계속 붙어 있다고 늘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그 날도 그랬다. 날이 더워서 찾은 키즈카페에서 너무도 극성맞은 아이를 만났다. 어린 동생들이 만지는 장난감을 다 뺏고 다니고, 방방을 타지 않다가도 누군가 타러 오면 자기가 탈 거라며 소리를 질러 쫓아내곤 했다. 키즈카페 이곳저곳을 제집 안방처럼 누비며 다른 아이들이 놀지 못하도록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기 바빴다. 


문제는 따봉이가 그 아이가 타고 내버려 둔 자동차를 타면서 시작되었다. 한참을 미끄럼틀에서 놀던 그 아이는, 자기 자동차라며 따봉이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소리를 질러댔다. 손으로는 자동차를 툭툭 치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이 엄마가 “아가한테 그러면 안 돼. 네가 안 타고 있었으니까 동생이 타는 거야.”라고 한마디 했다. 엄마가 동생 편을 들어서였을까, 그 아이는 그 후로 따봉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공을 던지고, 밀치고, 심지어 발로 찼다. 정말 교묘하게 엄마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랬다. 그 아이 엄마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내가 나서 말려도 막무가내였다. 통제 불능인 그 아이의 행동에 화가 치밀었지만, 아이를 상대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 와중에 ‘남의 아이를 내가 함부로 혼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어 따봉이를 감싸며 그 아이를 째려보는 것이 내가 한 행동의 전부였다. 결국, 30분을 못 버티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나를 위해 참았던 한 마디, 너를 위해 해야 했을 한 마디"



이렇게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 날, 말로 표현 못 할 찝찝함과 무력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따봉이가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남의 아이를 혼내지도 않았고, 큰 다툼도 없이 평화롭게 상황이 끝났지만 내 마음은 전쟁터처럼 심란했다. 따봉이를 때린 아이에게 화낼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따봉이를 지켰다고 볼 수 없었다. 아이들과 부딪힘 속에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회피’였다. “아기한테 그렇게 하면 안 돼. 아기도 맞으면 아파”라고 한마디 해야 했다. 



"알고 보면 어리고 순수한 영혼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우리 아이를 보다가 말도 곧잘 하고 놀이터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아이들을보면 엄청 큰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도 우리 아이와 다를 것 없는 ‘어린아이’이다. 큰 아이들의 행동에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황을 넘긴다면 놀이터에서 부딪힐 일은 많지 않다.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어울리게 된 소소한 비법을 나눠보고자 한다.



1. 엄마가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때린다면 “안돼”라고 이야기 할 것



친구가 아이를 괴롭히는데도 보호자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면, 괴롭히는 아이들은 ‘쟤는 때려도 되는 애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보호자가 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괴롭힌다면, 안 된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 아이에게 화낼 것도 없고, 혼낼 것도 없다. 그도 아직 자라는 중이고, 타인에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기에 어설픈 것이다. 이럴 땐 눈을 바라보며 차분히 이야기해주면 된다. “때리면 안 돼. 우리 아기도 맞으면 아프거든. 말로 해줄래?”



2. 당황하지 않고 이야기해 볼 것


“여긴 우리 기지야!!”, “들어오면 안 돼!” 라고 소리치는 아이들도 많다. 이런 모습이 어린 아이를 둔 엄마 입장에선 얄미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잊어선 안 된다. 우리 아이도 나중에 저럴 수 있다는 사실을. 이럴 때에도 차분히 그 아이와 이야기하면 된다. “멋진 기지네! 그런데 여긴 다 같이 노는 놀이터야. 너희 말고도 사람들이 많지? 여럿이 노는 공간이니까 차례 차례 놀아야지~”. 라고 설명해주면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이고 자리를 내어 주는 아이들이 많다. 끝까지 자리를 안 내어 주고 고집 부리는 아이가 있다면 얄미워도 칭찬을 담아 말을 건네 보자. “그래~ 그럼 다음에 또 놀러 올게. 근데 아가도 지나가고 싶은가 봐. 다음에 언니가 지나가게 해주면 너무 멋진 언니겠다”



3. 칭찬 한 마디로 풀리는 경계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마음은 큰 아이들도 다를 것 없다. 그 아이들에겐 나와 따봉이의 존재가 낯설기에 “저리 가!”라고 소리를 지를 수 있다. 이럴 때엔 당황하지 않고 칭찬이 담긴 말을 건네면 된다. “어머나~ 언니가 너무 예쁜 신발을 신어서 구경하고 싶었나 봐. 멋쟁이 언니네~”. 그러면 괜히 쑥스러워서 도망갔다가도 배실 배실 웃으며 다가와서 온갖 이야기들을 내게 건네기 시작한다. 이 때 자연스럽게 “아가도 미끄럼틀이 타고 싶대~ 멋쟁이 언니 탔으니까 아가도 한 번 탈게~”라고 말해주면 된다. 대신 끝이 없이 이어지는 낯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테지만… 우리 아기가 평화롭게 언니들과 어울리려면 꼬맹이들과 어느 정도는 수다도 떨 줄 알아야 한다.



4. 나이를 불문하고 먹히는 것은 ‘뇌물’


어른이든, 아이든 뇌물 앞에서는 마음이 약해진다. 어린 아이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놀이터에 갈 때엔 가방에 두둑이 간식거리를 담아 간다. 따봉이가 귀찮게 언니 오빠들을 따라다니기 시작할 때면, 나는 가방에서 간식거리를 한 뭉치 꺼낸다. 따봉이 손에 쥐어 주며 “언니 하나 주고 와~. 오빠도 주고 와~”하며 간식을 나눠주면, 자주 만나는 아이들은 따봉이를 반기기 시작한다. 물론, 아이 곁에 보호자가 있다면 간식을 나눠줘도 될지 물어보는 센스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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