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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일 기자의 자동차 칼럼

[대한민국 서킷, 어디서 달려야 할까?]


어마어마하게 비싼 고성능 자동차를 산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차는 500마력을 훌쩍 넘는 최고 출력에, 엄청난 굉음을 뿜어내며 달려갑니다. 만약 도로로 나선다면, 주변의 시선이 따갑겠죠. 그래도 달려갑니다. 이 차에 앉아서 보니 앞에도 옆에도 뒤에도 온통 평범한 자동차뿐입니다. 신호가 바뀌어 또 달려나가도, 결국 평범한 자동차의 뒤꽁무니를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달려야 할까요?


소위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처럼 ‘고성능 하이퍼카’라고 불리는 자동차는 일반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가격과 견줄만합니다. 어지간해서는 살 수 없어요. 


그런데 작년에 이런 차들이 브랜드별로 50~70대씩 팔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같은 브랜드에서 내놓은 AMG나 M 등 고성능 모델까지 합하면 연간 수백에서 수천 대의 고성능 자동차가 도로로 쏟아져 나옵니다. 대부분 도로에서 평범하게 달리겠지만, 가속 페달 너머로 전해지는 힘은 운전자를 계속 자극하고 있겠죠. 그러나 떨리는 마음으로 페달을 밟을 수 있는 도로는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달릴까요?



▲BMW 드라이빙 센터 트랙


저는 “서킷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서킷(circuit)'은 레이싱 트랙(Racing Track)이라고도 하는데요. 차가 출발하여 코스를 돌아 다시 제자리로 순환하는 회로 형태의 끊이지 않은 선을 의미합니다. 서킷에서는 속도가 무제한, 그야말로 능력껏 달릴 수 있습니다. 아파트 한 채와 비슷한 값의 차를 몰고 과감하게 달리는 공간이지요. 경기에 나선다면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달리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일반적인 자동차 보험은 서킷에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국내에 있는 몇 개의 서킷에서는 모두 별도의 자동차 경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남 영암이나 강원 인제에서는 온라인으로 참여 신청을 하거나 동호회 단위로 대여 계약을 맺고 서킷을 달릴 수 있습니다. 아니면, 자동차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행사에 참여하거나 모터스포츠 행사에 출전해도 됩니다. 대회 출전은 능력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자리지요. 하지만,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안전 사양을 추가로 갖추어야 하기에 자신의 자동차로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들이 자신의 자동차로 서킷을 달릴 수 있도록 서킷에서 다양한 행사들을 열기도 하는 것이죠.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 아시아스피드페스티벌


우리나라에는 어떤 서킷이 있을까요?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서킷은 전라남도 영암군에 있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입니다. F1 경기를 유치하면서 만든 서킷인데, 지금은 경기 유치에 실패해 국내 대회나 기업의 테스트 트랙 혹은 소비자의 개별 주행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가 고성능 차를 연구하면서 일정 기간 통째로 빌려서 테스트하거나 임직원의 체험을 위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혹은 양산에 들어가기 전 비공개 시승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는데, 이를 서킷에서는 ‘기업 임대’라고 표시합니다. 이런 행사 외에는 슈퍼챌린지, KSF,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과 같은 국내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도로가 얼지 않는 4월이면 주로 올해의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모터스포츠가 한창 달아오르는 계절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 다음 많이 알려진 공간은 강원도 인제군의 ‘인제스피디움’입니다. 올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북측 응원단의 숙소로 인제스피디움의 호텔을 사용하면서 언론에 많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개장 당시 국제대회를 유치하면서 강원도의 관광산업과 연계하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시작했는데, 아직 모두 현실화되지는 못했습니다. 사업 주체가 바뀌면서 현재 영암의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과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행사가 무척 많은 편입니다. 인제 서킷은 한 달의 절반 가까이를 공개 주행 일정으로 잡아놓습니다. ‘스포츠주행’이라고 표시하고 있는데, 인제 서킷의 라이센스를 취득하면 누구나 자신의 차로 서킷을 달릴 수 있습니다. 이를 제외하면 자동차 브랜드가 통째로 서킷을 빌려 행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영암 서킷에서 크고 작은 대회가 주로 열린다면, 인제 서킷은 일반인을 위한 주행의 기회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영암이나 인제 모두 서울에서 멀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자동차로 3~4시간이 족히 걸리니, 당일에 다녀오기도 쉽지 않은 코스입니다. 특히, 왕복 6~8시간 운전하고 서킷을 달리는 시간까지 합한다면 시간은 둘째치고 안전을 고려해서라도 무리한 일정이 됩니다.



▲BMW 드라이빙센터 전경(上)과 BMW M 트랙 데이 코리아 2017(下)


그래서 수입차 브랜드에서는 독특한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BMW의 영종도 드라이빙센터가 대표적입니다. BMW는 독일에도 공항 옆에 비슷한 형태의 서킷이 있지만, 한국의 영종도는 인구 1000만명의 대도시와 밀접한 공간입니다. 독일에 있는 드라이빙센터가 인구 100만명의 뮌헨에 인접한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대도시에 붙어 있는 것이죠. 그리고 서울 도심에서 차로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습니다.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가 잘 뚫려 있고, 정체가 거의 없는 도로이기 때문에 주말에도 훌쩍 다녀오기 좋습니다. 


BMW코리아가 만든 이곳은 자동차를 매개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비록 서킷에 자신의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BMW가 제공하는 다양한 차를 한계까지 달려보면서 운전 기술도 배우고 첨단사양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에게는 교통안전을 교육하기도 하고 내부에는 호텔급 식당과 카페가 있어 가까운 주말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BMW의 드라이빙센터는 2014년 8월 건립한 이후로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AMG Circuit Days 시승 행사 개최


이곳이 부러웠을까요? 우리나라 모든 서킷 가운데 가장 좋은 위치에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가 자리 잡았습니다. AMG는 벤츠에서 고성능 차를 만들고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작년 11월 전 세계 최초로 독자적인 서킷을 마련한다는 깜짝 발표 후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지만, 이제 봄날이 완연하니 새로운 행보를 기대할 만하겠지요.


AMG가 선택한 공간은 용인 에버랜드에 붙어 있는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입니다. 1년 사용 계약을 맺은 AMG는 ‘AMG 스피드웨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을 활용합니다. 이 서킷은 한때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중심지였습니다. 주말마다 경기가 열렸고, 한류스타 레이서가 참여하는 날이면 각국의 팬까지 몰려들어 스탠드를 가득 채웠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4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대형 테마파크와 인접해 교통도 편리하니 관람객 유치에도 엄청난 장점을 가진 공간입니다. 


하지만 시설 보수에 들어간 뒤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고 최근 2~3년간 일부 기업의 행사 등으로 사용되다가 2018년 AMG에 통째로 1년간 서킷 사용 계약을 넘겼습니다. 일단 이곳에서도 BMW의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처럼 개인 차를 갖고 들어가는 주행은 힘들어 보입니다. 당분간은 AMG가 서킷의 모든 권한을 갖고 운영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행사나 대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창원의 도로를 막아 F3 경기를 운영하던 공간도 있었고, 비슷한 사례로 인천 송도에 도심 도로를 막아 운영하던 공간도 있었습니다. 강원도 태백에는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나름대로 대회를 운영하던 서킷도 있었는데, 현재는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또, 아주 특수한 경우로, 경기도 화성의 자동차성능연구소 트랙도 특정 브랜드의 행사를 위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많은 공간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내 차로 달릴 수 있는 공간은 서울에서 멀고, 가까운 곳은 특정 브랜드의 서킷입니다. 아쉽지만 국내에서 마음껏 달릴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조금 위로를 하자면 이런 환경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킷이란 것이 자동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1970~1990년대 유럽, 일본, 미국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시설이고,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이벤트가 줄었기 때문에 달릴 공간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독일의 유명한 ‘뉘르부르크링’ 정도가 모든 이들의 화끈한 달리기 욕구를 채워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곳도 날씨와 행사 등을 이유로 일반 자동차의 달리기에 제한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시원하게 달릴 공간을 딱 소개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전하는 입장이어서 안타깝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도로에서 드라이빙을 즐기기 위해 과속하거나 무분별하게 달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도로 위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행위이자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끈한 속도감보다는 모두의 안전을 우선하는 운전자가 ‘베스트 드라이버’입니다. :)




※ 본 콘텐츠는 집필가의 의견으로, 삼성화재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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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일 기자의 자동차 칼럼

<주행거리 기준으로 나눠 본 모터스포츠 경기>



때는 2010년. 전라남도 영암에 들어선 ‘코리아 인터내셔널서킷’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모터스포츠 구경이 이런 모습일까요. 비가 와서 추적거리는 서킷에는 유모차를 탄 어린아이들부터 팔순의 노인까지 그야말로 온 세대가 모여들었습니다. 관람객의 모습만 본다면 이곳이 서킷인지 지역 축제장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대대적인 홍보로 큰 기대를 모았던 국내 최초의 F1 결승 경기는 비 오는 날씨 탓에 세이프티카가 연발 앞장서면서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세이프티카로 등장한 메르세데스-벤츠의 SLS만 신나게 홍보를 한 셈이 됐습니다.



▲ 국내에서 주변 환경이 가장 좋은 서킷으로 꼽히는 강원도 인제의 서킷


어찌 됐건 우리나라에도 F1 경기가 열릴 수 있는 서킷이 생겼고 상대적으로 큰 이벤트가 없었던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서킷은 2013년을 끝으로 F1 경기를 유치하지 못했고 지금은 국내 일부 대회와 자동차 브랜드의 시험장으로 혹은 자동차 동호인들이 모여 달리는 공간이 됐습니다. 모터스포츠에서 서킷은 절대적인 필수요소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독립 서킷을 만든 이유가 단순히 모터스포츠만을 위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유명한 서킷 ‘뉘르부르크링’은 어떤 곳?


자동차 경기를 치렀던 세계의 유명 서킷들의 운명은 앞서 얘기한 영암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자동차의 전성기에 크고 길었던 서킷은 지역의 쇠락 혹은 전쟁 또는 경제적 이유로 문을 닫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우리가 이름 한 번은 들었을, 혹은 자동차 뒤에 붙인 스티커로 기억할 독일 ‘뉘르부르크링’도 마찬가지입니다.



▲ 1930년 뉘르부르크링 탄생에 역할을 했던 ADAC 아이펠레넨 경주의 포스터 

/ 1930년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열리는 경기를 홍보하는 포스터


뉘르부르크링은 현재 20.832km의 북쪽 구간을 서킷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어로 ‘노르트슐라이페(Nordschleief)’라고 부릅니다. 이곳 역시 처음 지어질 때는 정부의 정책이 한몫했습니다. 1920년대 독일에서는 산길을 달리는 레이스가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위험천만한 도로였기에 아찔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실업자 구제 대책의 하나로로 서킷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174개의 코너를 가진 총 길이 28.265km의 서킷을 완공했습니다. 이후 자잘한 코너를 포함해 181개로 바뀌었고 지금은 이 서킷 가운데 약 21km (서울톨게이트에서 동탄 IC 부근 정도의 거리)의 구간을 서킷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1954년 유럽그랑프리에서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는 후안 마누엘 판지오와 

메르세데스-벤츠 W196 모노포스토


뉘르부르크링 역시 역사적 사건에 따라 코스가 바뀌었습니다. 특히, 남쪽 구간은 인근에 주택이 있고 일반도로도 서킷에 포함해 사용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잠정 폐쇄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바뀝니다.


이 서킷에서 얼마나 차들이 빨리 달리는지, 경부고속도로에서 거리가 비슷한 구간을 예로 들겠습니다. 서울톨게이트를 출발해 직선 구간으로 동탄 IC까지 달리면 대략 뉘르부르크링과 비슷한 거리인데요. 네비게이션 상으로는 약 13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물론 규정 속도를 지킨 결과입니다.



▲ 독일 뉘르부르크링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멕라렌 P1 LM



▲ 지난 5월 뉘르부르크링 최단시간 기록을 세운 멕라렌 P1 LM의 주행영상

ⓒ멕라렌


그렇다면 뉘르부르크링을 달린 차들은 어땠을까요. 같은 거리이긴 하지만 직선이 아닌 181개의 코너를 돌아야 하는데 이때의 최고 기록은 무려 1분 29초 468입니다. 일반 자동차는 아니고 F1 머신으로 2004년 미하엘 슈마허가 세운 기록입니다. 올해 5월 26일에는 맥라렌의 P1 LM이 6분 43초의 기록으로 가장 빠른 차가 됐습니다. 뉘르부르크링을 달려보시면 알겠지만 엄청난 코너와 앞이 보이지 않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 험난한 코스입니다. 그래서 ‘녹색 지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서킷용 차를 빌려주는 렌트포링의 스즈키 스위프트


뉘르부르크링은 우리나라에서 소위 자동차 마니아들이 성지처럼 여기지만 독일에서는 인근 도시에서 물어봐도 어디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쾰른에서 뉘르부르크링을 찾아가기 위해 몇몇 독일인에게 물어봤지만 어설픈 발음 때문인지 남부의 뉘른베르크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어찌됐건 독일의 뉘르부르크링은 전 세계에서 알음알음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테스트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곳에 가면 서킷을 달리기 위한 차를 빌려주는 업체들도 있으니 독일 여행 중에 하루쯤 다녀올 만 합니다.



▲ 포르쉐 트랙데이 



▶서킷의 아버지 ‘헤르만 틸케’


전 세계의 서킷에 대해 찾아보면 한 독일인의 이름이 눈에 띕니다. ‘헤르만 틸케’. 안 나오는 곳이 없는 이름입니다. 1954년 마지막 날 (12월 31일) 태어난 헤르만 틸케는 독일의 엔지니어이자 레이서입니다. 특히, 서킷 디자이너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의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서킷’을 디자인한 것은 물론이고 1990년대 후반부터 새로 지은 대부분의 F1 서킷은 모두 틸케의 디자인이라고 보면 됩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용인 에버랜드스피드웨이 역시 2011년 확장하면서 헤르만 틸케가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의 세팡을 비롯해 바레인, 상하이, 이스탄불, 베이징을 포함해 무려 28개에 이르는 서킷을 디자인했습니다. 이쯤 되면 전 세계의 서킷은 거의 모두 헤르만 틸케의 작품이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의 서킷


사실 모터스포츠의 발상지인 유럽에서는 1920년대 이전부터 서킷이 생겨났으니 우리나라보다는 반세기 이상 앞선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자동차 중흥기를 거쳐 대중화가 시작됐고 2000년대에는 수입차까지 활성화되면서 자동차와 관련한 문화로 레이싱이 등장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레이서로 출전해 흥행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국내 완성차에서도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두고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의외로 많은 서킷이 있습니다. 모두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불씨가 이곳을 중심으로 살아나길 기대합니다.


가장 큰 서킷은 역시 전라남도 영암의 코리아 인터내셔널서킷입니다. F1 경기를 유치했던 곳답게 5.615km의 길이에 18개의 코너를 갖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약 3km의 서킷을 공개해 일반인들이 취미로 주행하거나 대회가 열리는 곳입니다. 지금도 주말이면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영암 서킷으로 내려가는 머신들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 인제스피디움 전경


강원도 인제에도 서킷이 있습니다. 내린천에서 조금 들어간 산속에 위치한 서킷은 2013년 처음 개장했습니다. 호텔까지 함께 건설했습니다. 총 길이는 4.207km로 영암보다 조금 짧지만 19개의 코너와 급격한 고저 차에 이어지는 코너로 짜릿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 용인스피드웨이를 달리는 렉서스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서킷은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입니다. 2.125km의 짧은 서킷이었지만 2011년 확장 공사를 시작해 총 길이를 4.5km로 늘렸습니다. 아직 일반인의 취미 주행은 불가능하지만, 모터스포츠를 유치하고 각 자동차 브랜드의 마케팅 행사장으로 대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슈퍼레이스가 열리기도 합니다.


▲ 인제스피디움 서킷 라이센스


대부분의 서킷은 주행 방법을 익히는 조건으로 라이센스를 발급합니다. 주로 해마다 갱신하는 라이센스는 10만원 ~ 20만원 정도 합니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지정된 시간에 서킷에 들어가서 자신의 차로 달릴 수 있습니다. 물론 몇 바퀴 도는데 얼마 같은 방식으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무슨 재미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고성능의 차를 타고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할 만한 일입니다. 내 차의 성능이 얼마나 되는지 합법적으로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킷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보험처리가 안 됩니다. 이점은 주의하면서 극한의 달리기를 즐겨보는 것도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 본 콘텐츠는 집필가의 의견으로, 삼성화재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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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선수 조현의

<로드 레이스의 룰과 기본 용어>



모든 스포츠에는 그에 맞는 규칙이 있다. 그 규칙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관중들은 감탄하고 또 감동한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도 각 스포츠 고유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규칙, 즉 룰은 스포츠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건 물론, 경기 내용을 극적으로 만들어 흥행을 일으키는 1석 2조의 효과를 낸다.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려면 그 룰을 잘 알아야 한다. 야구에서 왜 주자들이 도루하는지, 축구에서 선수들이 왜 오프사이드로 번번히 좋은 골 찬스를 놓치는지, 등을 알지 못하면 해당 스포츠를 보며 깊은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다.


모터사이클 로드 레이스(이하 바이크 레이스라고 한다)도 예외가 아니다. 단순히 서킷에서 펼쳐지는 반복적인 주행일 수도 있었던 경기가 다양한 룰이 추가되며 버라이어티하고 드라마틱한 전개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바이크 레이스 룰의 기본이자 핵심은 ‘깃발’이다. 이는 카 레이스뿐 아니라 모터스포츠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룰이라 할 수 있다. 음속을 넘나드는 속도로 질주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고 안전성까지 담보되는 전달 방법으로 깃발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진행 중 선수에게 내려지는 룰에 대한 사인은 모두 깃발로 나타낸다. 


바이크 레이스의 깊이를 이해하며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바이크 레이스에서 사용되는 규정 깃발들을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다. 만약 바이크 레이스나 모터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눈에 익은 것도 종종 보일 것이다. 



1. 바이크 레이스 깃발의 종류


앞서 이야기했듯 바이크 레이스 깃발은 세계 공통규정이며 이는 F1을 비롯한 카레이스에도 적용된다. 즉, 이륜 및 사륜 온로드 레이스에서의 깃발 규정은 세계 어디에서든 같다고 보면 된다.


긴급하거나 위험한 상황을 더욱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깃발에는 보색대비 등 색채과학이 깃들어 있다. 가령, 우리 눈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빨강이나 황색을 사용한 깃발은 선수의 눈에 잘 들어와 각종 사고의 위험을 낮추고, 위험상황의 해제 의미를 가진 녹색을 사용한 깃발은 선수의 심리상태를 안정시켜준다. 



▷적색기

경기 중 중대하고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발령한다. 적색기는 구간별로 적용되는 황색기, 녹색기, 청색기 등 일반적인 깃발과 달리 발령 즉시 서킷 전구간에 적용된다. 경기에 참가 중이었던 모든 바이크들은 적색기가 발령되면 즉시 속도를 줄이고 서행하며 경기 전 브리핑에서 사전 공지된 장소로 이동하여 대기해야 한다. 대기 장소는 보통 피트 로드, 서비스 에리어, 또는 피트이며 규정에 따라 대기 중 경정비를 실시할 수 있다. 경기의 70~75%가 진행된 경우는 적색기가 발령된 시점에서 경기가 종료되며 적색기 발령 시점의 순위를 최종순위로 확정하게 된다. 경기 초반의 적색기 발령은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재미를 더할 수도 있지만, 통상 대형사고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가급적 발령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


▷황색기

코스 상 위험 요소가 있을 때 선수에게 조심하라는 의미로 발령한다. 황색기를 받은 구간에서는 추월이 절대 금지된다. (추월 시 페널티 부여) 황색기 구간을 지나 녹색기를 받게 되면 황색기의 효력이 사라져 정상적인 경기 주행을 재개할 수 있다. 


황색기는 경기 진행 중 가장 많이 나오는 깃발로 위험요소가 경미한 경우는 황색기 부동, 중대한 위험요소일 경우는 진동(깃발 흔들기), 치명적인 위험요소나 사고로 경기 중단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쌍기 진동(황색기 두개를 교차하며 흔듦)으로 현 상황을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황색기 구간이 길어질 경우 뒤처진 선수가 선두권과 밀착하게 되어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관객 입장에서 이 점을 참고하면 관람의 재미가 더욱 쏠쏠할 것이다.


▷녹색기

녹색기는 모든 위험상황이 해제되었음을 뜻한다. 경기 중 사고로 황색기가 발령되고, 다음 구간에서 녹색기가 발령된다면, 녹색기가 발령된 구간부터 다시 정상적인 경기가 가능해진다. 경기 시작 전, 포메이션 랩 출발신호에도 녹색기를 사용한다. 황색기로 인해 바이크들이 촘촘하게 밀착해서 주행하고 있을 때 녹색기가 발령되는 순간 급가속하며 순위 다툼을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눈치싸움과 팀 간의 전략을 짚을 수 있는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청색기

경기 중 뒤에 오는 머신보다 1랩 이상 뒤처진 머신에게, 뒤에 오는 빠른 머신의 주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비켜주라는 의미의 깃발이다. 청색기를 받은 선수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1/1000 초의 다툼을 하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진로 방해는 자칫 큰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깃발을 보는 즉시 뒤를 돌아보고 진행 경로를 잠시 피해주어야 한다. 청기가 부동일 때는 아직 뒤의 빠른 바이크와 거리가 있으니 준비를 하라는 뜻이고, 진동은 바로 뒤에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비켜주라는 의미이다. 고의적으로 추월을 막을 경우 페널티 부여 대상이 될 수 있다.




▷백색기

코스 내에 구급차량, 견인차량, 오피셜카 등이 있음을 의미한다. 황색기의 장애물, 위험요소와는 달리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하되 코스 내 진입차량을 주의하라는 뜻으로 발령한다. 코스 상에 저속차량이 있을 때도 발령한다.


▷흑색기

경기 중 규정 위반이 명백한 행위가 발생할 경우 발령된다. 기본적으로 해당 선수의 엔트리넘버와 함께 발령되며, 흑색기를 받은 선수는 이후 3랩 안에 피트인하여 피트스탑 등의 부여된 페널티를 이행해야 한다. 만약 3랩 이내에 피트인 하지 않았을 경우 바로 실격처리 된다. 


▷흑백반기

흑색과 백색이란 정반대 컬러가 조합된 흑백반기는 경기 중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거나 스포츠맨십이 모자란 행동을 했을 때 경고의 의미로 발령된다. 선수가 흑백반기를 받은 후에도 같거나 비슷한 행동을 계속 하는 경우에는 흑색기가 추가 발령되어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 흑색기와 마찬가지로 선수 엔트리번호와 함께 발령되는 것이 보통이며, 경우에 따라 오피셜이 손으로 지명하면서 깃발을 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메인 포스트에서만 발령된다.


▷오렌지볼기

경기 중 기계적 결함이 발견된 머신에게 피트인 하여 문제점을 해결하고 코스인 하라는 의미로 발령된다. 그대로 주행하면 해당 선수는 물론 다른 선수에게까지 안전상 문제가 있을 수 있을 때 발령하는 것으로, 코스인 및 문제점 해결을 이행하지 않으면 페널티, 또는 실격처리 될 수 있다. 



▷오일기

코스 내에 미끄러운 오일이나 이물질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의미로 발령된다. 오일기로 부르는 이유는 온로드 레이스에서 노면에 미끄러울 수 있는 주된 이유가 오일이 누출되었을 때이므로 이를 대표해서 오일기라 명명하였다.


▷스타트 신호기

경기 출발신호로 사용한다. 보통 대회가 개최되는 나라의 국기나 주최 측의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흔들면서 출발한다. 최근에는 그리드에 신호등 신호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는데, 스타트 신호는 해당 신호등이 모두 켜진 후 일시 소등되는 순간 스타트, 또는 빨간불 점등 후 녹색불로 바뀌는 시점에 스타트 등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체커기

모든 경기가 종료됨을 알리는 깃발로, 모터스포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오직 메인 포스트에서만 발령되기 때문에 모든 선수는 메인 포스트에서 체커기를 받아야 경기를 완료하였음이 입증된다. 순위권에 들었더라도 체커기를 받지 않고 피트인 하면 실격처리 되며 포디움에 오를 수 없다. 



2. 기본적인 레이스 용어 이해하기


▷바이크(Bike)

레이스에 참전하는 모터바이크를 말한다. 통상 레이스 머신(Race machine)이라고도 부른다. 


▷포스트(Post)

깃발, 경고카드 등을 발령할 수 있는 서킷 내 중요 포인트를 말한다. 서킷 내 다음 포스트와의 거리는 항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메인 포스트(Main post)

메인 스트리트 중간에 있는 포스트를 말한다. 스타트와 피니쉬를 관장하는 포스트로 체커기가 발령되는 유일한 포스트이다.


▷랩(Lap)

서킷을 한 바퀴 주행하는 것을 랩이라고 한다. 1바퀴면 1랩, 10바퀴면 10랩이라 부른다.


▷코스인(Course in)

바이크가 피트를 나와 피트로드를 거쳐 서킷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드(Grid)

예선 순위에 따라 결승전 출발 위치에 선수의 순위별로 서는 공간을 그리드라고 한다.


▷포디움(Podium)

결승 순위 1,2,3등이 트로피를 받고 사진촬영을 하는 시상대를 말한다.


▷리타이어(Retire)

사고나 바이크의 트러블 등으로 결승을 완주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폴투윈 (Pole to win)

예선 1위 한 선수가 결승에도 똑같이 1위로 입상한 선수를 말한다.


▷폴 포지션(Pole position)

예선에서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결승전 그리드 맨 앞을 배정받은 선수. 예선 1등과 같은 의미다.



이상으로 깃발 규정을 설명할 때 부득이 사용되었던 레이싱 용어에 대한 의미를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기본 내용을 숙지했으니, 지금 바로 MOTO GP 나 WSBK 를 시청하길 추천한다. 룰을 모르고 보았을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들으며 바이크 레이스에 대한 흥미를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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