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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주 기자의 보험 칼럼

‘고령화시대, 연금 활성화 위해 세제혜택 제도 개선해야’



취재차 각 분야의 ‘재테크 전문가’들을 만나다 보면 자주 듣는 조언이 있다. 바로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3층 연금제도(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연금제도는 은퇴 후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마련할 수 있어 고령화 시대에 가장 대표적인 노후 생활 안전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노후 준비는 ‘1층’인 국민연금을 포함해 퇴직연금(2층)ㆍ개인연금(3층)같은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에 쏠려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부동산 자산비중은 75% 수준으로 일본(43%)이나 미국(35%)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편이다. 앞서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긴 불황을 경험한 일본의 경우 이후 금융자산 비중을 전체 자산의 50% 이상으로 늘리면서 가계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 한 상태다.


지난해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서울대 노년ㆍ은퇴설계연구소의 공동조사 결과 한국인의 부동산 자산은 평균 4만 달러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5개국 중 가장 높았다. 반면 금융자산과 연금수령액은 꼴찌를 기록했다. 굳이 복잡한 통계를 들춰내지 않아도 주위를 둘러보면 별도의 노후 준비 없이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한 뒤 집값상승만 기다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몇 년 전부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연금자산을 늘려 안정적 노후 소득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지만, 여전히 일상에서는 부동산 임대수익을 은퇴 후 줄어드는 근로소득의 대체재로 활용하려는 이른바 ‘부동산 투자=노후 준비’ 공식이 대세다. 심지어 은퇴를 앞둔 50대뿐 아니라 3040세대도 공격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실정이다.


그나마 퇴직연금에 가입했다고 해도 실제 이를 ‘연금’처럼 분할해 받는 경우는 지난해 기준 1.9%(55세 이상)에 불과하다. 퇴직자는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을지 연금 형태로 받을지 선택할 수 있는데, 98.1%가 일시금으로 수령한 것이다. 은퇴 후 노후자금을 매달 지급받아 생계를 안정적으로 영위토록 한다는 연금의 의미가 퇴색된 ‘무늬만 퇴직연금’인 셈이다. 


이를 퇴직 전에 깨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렇게 중도 인출하는 근로자 10명 중 6명은 부동산 구입(39.6%)이나 전세자금(22.2%)에 돈을 썼다. 노후생활자금을 부동산 투자나 주거 비용으로 썼다는 의미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합한 사적 연금 가입률도 크게 낮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사적 연금 가입률은 23.4%로 독일(71.3%)뿐 아니라 미국(47.1%)이나 영국(43.3%)의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정부가 매년 전방위적 규제 대책을 발표하는데다, 금리인상까지 맞물려 리스크가 적지 않다. 또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이 20%대에 머무르는 등 공적 연금의 역할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안정적 노후준비를 위해서는 사적 연금 가입을 통해 등 금융자산의 비중을 지금보다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정부도 사적 연금 가입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2013년 기준 국내 사적 연금에서 납입액 대비 세제지원액 비율은 1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3위에 그친다. 이는 OECD 평균(21.5%)보다도 낮다. 반면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은 사적 연금을 통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노후 대비를 하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 바로 미국의 ‘캐치업폴리시(50세 이상이 연금 가입 시 한도 외 추가 소득공제 부여)’ 같은 각종 세제혜택이다. 퇴직연금의 경우에도 분할 수령 땐 연금소득세를 현행(퇴직소득세의 70%)보다 낮추는 등 확실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연금화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사적 연금에 대한 각종 세제혜택 축소에 나서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고액자산가에 대한 이중혜택 등 조세형평성이 그 이유지만, 세제혜택 감소로 가입문턱이 높아지면서 자산가가 아닌 개인들의 가입률도 낮아지고 있다. 이는 소득계층과 관계없이 연금 같은 금융상품에 대해 세제혜택을 늘리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돌파하면서 고령사회에 공식적으로 들어섰다. 2025년경에는 이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연금제도가 빠르게 다가서는 초고령사회에서 노후를 위한 ‘사회안전망’이자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도록 ‘한국형 캐치업폴리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글쓴이: 한국일보 경제부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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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 기자의 보험 칼럼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실손보험의 변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과 급여 항목 중에서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전 국민의 65%가량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이 실손보험에 여러 개 가입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중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두 곳의 보험사 상품에 가입했다면 두 회사에서 절반씩 보험금을 받는다. 그런데도 중복으로 가입했다는 건 둘 중 하나다. 보험 무식자이거나 아니면 많이 소심하거나. 


이 소심 카테고리에 속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다. 명색이 보험 담당 기자인 나도 실손보험 중복가입자다. 이를 공개할 수 있는 건 나와 같은 사람이 대한민국에 최소한 118만 명이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회사 등에서 가입한 단체실손보험과 개인실손보험 중복 가입자다.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428만 명)의 25%나 된다.

 



이런 일이 빚어진 것은 현재의 보험 제도가 촘촘하지 못한 탓이다. 회사의 단체실손은 퇴직을 하는 순간 나와는 무관한 것이 된다. 그때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 맞다.


하지만 인생에는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회사를 관두고 실손에 가입하려고 할 때 나이가 들거나 그동안의 병력으로 인해 개인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당할 수 있다. 무보험 상태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중대 질병이라도 걸리면 의료비 부담은 노후의 심각한 복병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그동안 소심한 나와 같은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불필요한 보험료를 부담하면서도 실손 중복가입을 택했다. 단체 실손만을 유지할 경우 퇴직 후 ‘무보험’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제도의 미비로 인한 보험의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나왔다. 올 하반기부터 단체실손보험 가입자가 은퇴하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이를 개인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개인 실손보험을 가지고 있다면 보험료 납입ㆍ보장 중지제도를 택해 불필요한 보험료 부담을 줄이면서 기존의 보험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애에서는 곤란한 ‘양다리 전략’이 가능해졌다.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당국과 업계의 시도 중 하나다.


뿐만 아니다. 보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은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4월 출시된 유병자 실손보험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 등을 앓는 사람도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높았던 보험 가입의 문턱을 낮추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소비자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출시 열흘 만에 전체 판매건수가 2만1564건을 기록했다.


아쉬운 점은 유병자 실손보험의 판매와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은 보험사다. 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금융 당국이 밀어붙인 유병자 실손보험은 가입자의 발병률이 높은 탓에 위험률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품인 만큼 새로운 제도의 추진에 속도가 붙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선된 제도의 도입을 통해 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첫걸음은 뗐다. 필요한 건 제도의 정착이다. 소비자의 호응과 관심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정책 당국의 의지와 보험사의 적극적인 참여다. 단순히 구호로만 그치는 선심성 혹은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그 혜택을 소비자가 누릴 있도록 해야 한다. 



글쓴이: 중앙일보 경제부 하현옥 기자. 은행과 보험 등 생활에 밀착한 금융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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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일 기자의 자동차 칼럼

<올림픽과 모터스포츠 포뮬러 E>



때는 바야흐로 18세기가 끝나는 마지막 연도인 1900년, 독일 뮌헨(München, Germany)에서는 유럽 최고의 축구클럽 중 하나인 FC 바이에른 뮌헨(Fußball-Club Bayern München)이 창단되었고 반대편 서울 종로에서는 처음으로 민간 가로등이 등장했다. 그해 5월 14일에는 프랑스 파리(Paris, France)에서 제2회 하계 올림픽이 열렸다. 무려 5개월이라는 대장정 동안 진행된 파리 올림픽에는 독특한 번외경기가 숨어 있었으니…


비공식 종목으로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모터레이싱! 21세기, 현재 남아있는 기록으로는 선수도, 대부분의 출전 차량 종류도 알 수 없는, 여러모로 베일에 싸인 경기지만 금, 은, 동메달 모두 개최국 프랑스에서 휩쓸었다. 우리나라에서 고종 황제가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달린 것이 1903년이니 이보다 무려 3년 전에 올림픽에서 모터레이싱 종목이 열렸던 셈이다.




▲ 파리 올림픽 입장권


파리 대회에서는 선수의 이름보다 자동차 회사 브랜드 이름으로 엔트리를 작성했기 때문에, 참가 선수에 대한 자료는 부족하지만, 세부 종목은 의외로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종목인 400kg 이하의 2인승 자동차는 A, B 클래스로 나눠 달렸고 오늘날 대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4인승, 6인승 심지어 7인승 자동차를 넘어 택시, 화물차, 트럭 경주도 있었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전기차 부문이 있다는 것! 택시와 배달용 화물차는 종목이 각각 휘발유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로 나누어서 열렸고 자그마치 300km를 주행했다. 18세기에도 과연 전기차가 있었을까 싶지만 사실 19세기의 마지막 해인 1900년 유럽의 도로에는 휘발유 차량보다 증기나 전기 차량이 더 많았다. ‘포르쉐(Porsche)’의 창업자인 ‘퍼디난드 포르쉐(Ferdinand Porsche)’ 박사는 1898년에 전기차 P1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믹스테(Mixte)’도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 파나르 르바소(Panhard-Levassor)의 ‘Circa’ 모델


1900년 당시 기록으로는 모든 종목에서 프랑스가 메달을 획득했고 독일의 ‘카를 보이트(Carl Voight)가 파리-툴루즈-파리 구간의 대형차 경주에서 프랑스 브랜드인 ‘파나르 르바소(Panhard-Levassor)’의 자동차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브랜드는 뒷바퀴 굴림 방식의 자동차로 특히 대형차, 화물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 파리 올림픽 당시 비둘기 사격 장면


올림픽이라는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수여했는데 어떻게 참가 선수의 이름조차 남지 않았는지 의아한 일이지만 당시의 올림픽 분위기를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모터레이싱이 속한 파리 올림픽 번외 경기에는 요즘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기상천외한 종목이 들어있다. 벨기에의 ‘레옹 드 륀든(Léon de Lunden)’이 21마리를 쏘며 금메달을 딴 ‘비둘기 사격’에서는 무려 300마리의 비둘기가 대회 동안 희생되었다. 이외에도 ‘비둘기 레이싱’ ‘대포 쏘기’, ‘불 싸움’, ‘연날리기’ 등이 있었던 걸 보면 모터레이싱에 택시가 등장했던 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 포뮬러 E 경기의 한 장면


한 세기가 훌쩍 흘렀지만, 모터스포츠는 아직 올림픽 종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IOC(국제올림픽연맹)’에서 모터스포츠의 한 부류인 ‘포뮬러 E(Formula E)’를 정식 종목에 넣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F1과 비슷한 경기인 포뮬러 E는 ‘F1(Formula 1) 머신처럼 바퀴가 차체 밖으로 나오지만, 내연기관 대신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을 이용한다. ‘FIA(국제자동차연맹)’의 주관으로 2014년부터 연간 10회 정도 경기가 열리는 포뮬러 E는 IOC가 FIA를 정식 스포츠 경기로 인정하면서 올림픽 종목 채택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는 주장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아직 기술 차별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회사 간의 경쟁 여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포뮬러 레이스 특성상 참가하는 모든 팀이 공통된 특정 규정에 따라 머신을 제작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조종에 따라 경기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덧붙여, F1이 굉음과 엄청난 연료 소모 그리고 타이어 분진과 같은 환경에 해로운 요소를 갖춰서 환경 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포뮬러 E는 상대적으로 친환경 경기라는 점도 올림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요소 중 하나다.




▲ ‘재규어(Jaguar)’의 포뮬러 E 머신


이외에도 포뮬러 E는 F1 모나코 경기처럼 전용 서킷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 도로 혹은 특정 조건을 갖춘 전용도로에서 대결을 펼치고 경기 소요 시간이 약 1시간 정도로 다른 모터스포츠와 비교하면 짧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마치 게임과 같이 운전자가 배터리가 다 된 차량을 바꿔 타기도 하고 인기투표를 통해 선두 3위 까지만, 일종의 가속 부스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등 포뮬러 E만의 재미 요소가 담겨 있기에 때문에 인기몰이도 가능하리라 전망한다.


포뮬러-E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굉음을 울리는 엔진도 없는 모터스포츠가 과연 흥행을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호가 늘 따라붙었지만 실제 경기를 열고 보니 전기차만의 매력이 삼삼오오 드러나고 있다. 특성상 강한 토크를 순식간에 내뿜기 때문에 F1 머신의 주행 패턴과는 다른 데다 유명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의 보급, 연구를 위해 앞다투어 포뮬러 E의 참가를 선언하거나 고려한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19세기 마지막에 열린 올림픽에 등장한 전기자동차! 21세기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 본 콘텐츠는 집필가의 의견으로, 삼성화재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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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일 기자의 자동차 칼럼

<전 세계를 무대로! 월드 랠리 챔피언십>



자동차 경주에서 가장 유명한 대회를 꼽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역시 오직 스피드 만을 위해 만든 머신을 운전하는 ‘F1(Formula 1)’ 그랑프리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죠. 하지만 근래 들어 월드 랠리 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 이하 WRC)에 현대자동차 팀이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해당 대회에 대한 인기도 나날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 2016년 폭스바겐팀으로 달리던 세바스티앵 오지에 / 출처: Wikipedia



▶WRC는?


WRC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의 약자로 국제자동차연맹(이하 FIA) 주관 아래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랠리 자동차 경주입니다. 여기서 랠리 경주는 양산 차를 개조하거나 특별하게 제작된 합법 차량으로 공공도로나 사유도로에서 경쟁하는 자동차 경주의 한 형태입니다. 해마다 13개 국가에서 1회씩 경기를 펼치는 WRC는 드라이버 부문과 팀 부문의 성적을 따로 계산해 시즌 우승을 가립니다.



▶WRC의 기원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투어 고성능, 고출력 경쟁을 시작한 1970년, WRC의 뿌리가 되는 랠리 대회가 열렸습니다. 그 해, 총 7회의 랠리에서는 포르쉐(Porsche) 팀이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었고 알파인-르노(Alpine-Renault), 란치아(Lancia) 등이 뒤를 이었죠. 본격적인 WRC는 1973년에는 시작했고 1977년부터는 운전자 부문을 신설하면서 현재와 같은 체제로 운영하게 됩니다.


▲ 헨리 토이보넨 운전 영상



▶ WRC의 흑역사, 무한 질주! Group B


1980년대에 들어 사실상 사륜구동 차량의 엔진 출력에 대한 제한을 없앤 그룹 B(Group B)가 등장합니다. 그룹 B란 슈퍼카에 들어갈 법한 600마력이 넘는 고성능 엔진을 경차 수준의 무게를 가진 차에 장착해 마을을 잇는 일반 도로, 오프로드, 험준한 산길을 엄청난 속도 경쟁을 하며 달리는 경기입니다. 


F1처럼 경기장으로 제한된 서킷을 달리는 것이 아니라 일반 도로를 랠리를 위한 통행로로 활용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통제가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랠리 주행도로에 차가 다니지 않는 틈에 관중들이 길을 건너거나 일반 차량이 지나다니는 등 종종 위험천만한 상황이 나오기도 합니다.


1986년 포르투갈 랠리에서 ‘요하킴 산토스(Joachim Santos)’ 선수가 몰던 ‘포드(Ford)’ RS200 차량이 관중석을 덮쳤고 3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어 그해 5월에 열린 프랑스 랠리에서는 드라이버와 보조 드라이버(Co-Driver)가 모두 사망하는 WRC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당시 600마력을 넘나들었다는 란치아 델타 S4를 탄 이들은 산악 구간을 달리다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진 뒤 화재로 인해 모두 사망했습니다. 


미흡한 수습 과정 덕에 사건은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당시 이들의 사고는 해당 경주차량이 경기 시각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자 수색 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사고 발생 지역은 경기 운영 요원도 없던 외진 곳이었고 운전자와 통신도 두절된 상태여서, 뒤늦게 이들의 차는 전소된 상태로 발견됩니다. 


이 사고는 목격자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의혹을 남겼습니다. 드라이버인 헨리 토이보넨(Henri Toivonen)이 건강상의 이유로 감기약을 먹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가 운전하던 차량에 연료 탱크 보호장치가 없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참사를 계기로 성능 경쟁을 펼치던 그룹 B는 사라지게 됩니다.



▲ WRC 2017 충돌장면 모음 / 출처: WRC



▶WRC의 점수 계산과 스테이지


WRC는 연간 13회의 경주를 하고 각 스테이지 마다 순위에 맞게 점수를 부여합니다. 1등부터 10등까지 각각 25점, 18점, 15점, 12점, 10점, 8점, 6점, 4점, 2점, 1점을 부여해 총 점수를 합을 매기게 됩니다. 재미있는 포인트는 드라이버와 팀에 각각 따로 점수를 주기 때문에 성적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나오죠. 그 예로 1977년에 이탈리아 선수 ‘산드로 무나리(Sandro Munari)’ FIA컵 랠리 드라이버로 선정됐지만, 팀은 ‘피아트(Fiat)’에 1위 자리를 내줬죠.


스테이지는 실제 경기 구간인 22개의 스테이지 중 1회와 16회는 팬 서비스 차원으로 정해진 서킷을 달리는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Super Special Stage, 이하 SSS)'와 나머지는 각각 20~30km 길이의 '스페셜 스테이지(Special Stage, 이하 SS)'가 있고 SS로 이동하는 이동 구간인 총 900~1000km 길이의 '로드 스테이지(Road Stage, 이하 RS)', 두세 개의 SS마다 10분, 20분으로 제한된 차량의 경정비가 가능한 '서비스 파크(Service Park)'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실제로 코스를 돌아보며 페이스 노트를 기록하는 ‘탐색주행(Recce)’과 일종의 예선에 해당하는 ‘셰이크다운(Shakedown)’을 더하면 약 5일간의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참고로 셰이크다운, SSS구간, SS구간 주행을 제외한 RS구간 이동이나 탐색주행 중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해당 국가의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해 벌금을 물뿐만 아니라 경기에서 페널티까지 받는다고 하니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죠.


2011년에 처음 도입된 파워 스테이지는 랠리의 마지막 슈퍼 스테이지로 지정됩니다. 랠리의 꽃인파워 스테이지는 생중계되며, 이 스테이지에서의 1위부터 5위까지는 추가 점수를 각각 5, 4, 3, 2, 1점씩 획득하니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반전의 묘미도 적절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 2017년 아르헨티나에서 1위를 차지한 현대 티에리 누빌 / 출처: 현대자동차



▶다크호스, 현대 모터스포츠!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현대 모터스포츠팀의 강세가 돋보였습니다. 간판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은 네 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면서 시즌 챔피언을 기대했지만, 폭스바겐에서 ‘M-스포트 월드 랠리’ 팀으로 이적한 랠리의 황제 세바스티앵 오지에(Sebastien Ogier)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렀습니다. 제조사 부문에서도 현대 모터스포츠는 M-스포트 월드랠리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목표로 했던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출전 4년 만에 유력한 우승 후보로 올라서면서 내년 시즌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2017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의 현대 i20 WRC / 출처: 현대자동차



▶더욱 빨라진 2017 WRC 속 대한민국!


이번 WRC는 차체 크기도 커지고 엔진도 최대 380마력까지 성능을 향상하는 등 규정을 변경해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도 현대 모터스포츠팀을 내보내 WRC 복귀 4년 만에 강력한 우승 후보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연간 25,000대 이상 양산하는 모델만이 출전할 수 있는 WRC에 현대자동차는 i20를 투입합니다. 올해 선보인 신형 i20 WRC는 대회 규정에 맞게 300마력에서 380마력으로 출력을 올렸고 전폭은 55mm 늘이고 무게는 25kg 줄여 1,190kg를 유지했습니다. 거기에 1.6L 엔진에 레이싱 전용 6단 시퀀셜 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죠. 보통의 자동차와 비슷한 조건에서 튜닝을 시작해 아스팔트, 산길, 눈길은 물론 뜨거운 여름 날씨와 북유럽의 영하의 날씨에도 견딜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가올 2018 WRC를 기다리며 뜨거웠던 2017 WRC 호주 랠리 영상을 보는 건 어떨까요?



▲ 2017 호주 랠리 주요 장면  / 출처: W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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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기 기자의 자동차 칼럼

<자동차 디자인을 이끄는 판타스틱 4>



요즘 자동차 디자인을 보면, 각 모델의 개성을 부각하기보다 브랜드 전체의 통일감을 강조하곤 한다. 가령,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 볼보자동차의 토르의 망치, 재규어의 J-블레이드 등 각 제조사를 대표하는 고유의 디자인 요소가 중심축에 자리한다. 따라서 여느 때보다 디자인 총괄의 임무가 막중하다. 오늘은 그 중에서 최신 트렌트를 이끄는 핵심 4인방을 한 데 모았다.



1. 4차원 디자이너, 시트로엥 디자인 총괄 마크 로이드(Mark Lloyd)


▲ 마크 로이드 ⓒ시트로엥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 복합적인 형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차체를 구성하는 물질엔 그 어떤 재료도 들어갈 수 있어요.”


요즘 시트로엥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가득 찼다. 가령, C4 칵투스는 에어 범프를 붙여 소위 ‘문콕’으로부터 해방시켰고, 대시보드의 수납함은 첩보 요원의 쇠붙이 가방을 그대로 따왔다. 미니밴 C4 피카소는 마치 비행접시에 앉은 듯 넓은 공간감을 선물한다. 이처럼 냉철한 독일 차와는 달리 프랑스 차는 특유의 유머와 위트를 곳곳에 숨겼다. 비결은 시트로엥 혁신의 선봉장, 마크 로이드다. 


그의 포트폴리오엔 평범한 자동차가 없다. 첫 번째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재규어 XJ220. 이후 1989년부터 PSA 그룹에 몸담았는데, 사실 우리가 알만한 그의 대표작은 몇 개 없다. 주로 컨셉트 카의 디자인을 도맡은 까닭이다. 하지만 그의 ‘기발함’을 시험하는 데엔 이 부서가 안성맞춤이었다.


마크 로이드의 최신작 C4 칵투스를 보면 그의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두툼한 에어 범프는 돌맹이를 집어 던져도 찌그러질 염려 없다. 얄따란 눈매와 큼직한 엠블럼도 평범함을 거부한다. 또한, 낮고 기다란 대시보드와 벤치형 시트 등 컨셉카와 양산차를 넘나드는 마크 로이드의 디자인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



2. 보수적인 랜드로버를 벗기다. 랜드로버 디자인 총괄 제리 맥거번(Gerry McGovern)


▲ 제리 맥거번 ⓒ랜드로버


랜드로버는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파산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부활에 성공한 데엔 걸출한 디자이너의 영입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바로 랜드로버 디자인 총괄, 제리 맥거번이다. 그는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시작으로 보수적인 랜드로버의 이미지를 벗기고,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맥거번은 1956년 영국 코번트리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크라이슬러의 디자이너, 로이 악세(Roy Axe) 눈에 띄었고, 크라이슬러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코번트리 대학에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런던의 로얄 컬리지 오브 아트(Royal College of Art)에서 운송 디자인 석사 학위를 따냈다. 이후 크라이슬러와 오스틴 로버 그룹, 링컨, 머큐리 등을 거쳐 2004년에 랜드로버에 합류했다.




혁신의 시작은 LRX-컨셉트.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모태다. 스포티한 디자인과 젊은 감각 내세운 랜드로버의 신 병기였다. 기존 레인지로버에 없던 작은 뼈대에 날렵한 겉모습, 고급스런 실내로 치장했다. 맥거번은 “레인지로버의 전통에만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랜드로버의 새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보크를 계기로 랜드로버의 모든 라인업은 총체적 진화에 나섰다. 4세대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 벨라 등 젊고 감각적인 SUV가 등장하고 있다.



3. 스칸디나비안 럭셔리, 볼보자동차 디자인 총괄, 토마스 잉겐라트(Thomas Ingenlath)


▲ 토마스 잉겐라트 ⓒ볼보


토마스 잉겐라트는 1964년생으로 아우디와 스코다, 폭스바겐 등 폭스바겐 그룹에서만 20년 몸담았던 독일인이다. 영국 런던의 로얄 컬리지 오브 아트(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 석사 학위를 따냈고, 1991년 아우디에서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1995년 폭스바겐 외장 디자인 총괄로 자리를 옮겼고, 2000년엔 그룹 내 스코다의 디자인을 맡았다.




볼보와의 인연은 2013년부터 시작했다. 단출한 볼보의 디자인에 독특한 특징을 새기기 시작했다. 가령, 엠블럼의 크기를 훌쩍 키웠고, 폭포수 같은 줄기를 심었다. 또한, 얄따란 눈매와 테일램프도 이제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보닛이나 도어엔 특별한 주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차체 골격이 갖고 있는 본연의 덩어리 감이 크게 와 닿는다. 토마스 잉겐라트의 마법으로 XC90과 S90 등 최신 모델들은 뛰어난 디자인 평가를 받고 있다.



4. 곡선의 미학, 메르세데스-벤츠 외관디자인 총괄 로버트 레스닉(Robert Lesnik)


▲ 로버트 레스닉 ⓒ메르세데스벤츠


“한 눈에 벤츠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야 해요.”


요즘처럼 벤츠의 디자인이 전성기였던 때가 있었을까? 슬로베니아 출신의 로버트 레스닉은 사실 타고난 천재가 아니었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슬로베니아에 하나뿐인 미대에 지원했지만 3년 연속 떨어졌다. 그는 “해마다 딱 12명을 뽑는데 각종 연줄로 합격을 보장받은 지원자가 많아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꿈을 포기하진 않았다. 운송기기 디자인으로 유명한 독일 포르츠하임(Prozheim)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그 곳의 슬로베니아 출신 교수에게 스케치를 그려 우편으로 보냈다. 뛰어난 재능을 눈여겨본 교수는 레스닉에게 독일 유학을 권유했고, 결국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홀로 포르츠하임 대학으로 유학 길에 올랐다.


독일로 건너온 그는 독일 포르츠하임 대학에서 운송기기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폭스바겐과 기아자동차 유럽 디자인 스튜디오를 거쳤다. 그곳에서 피터 슈라이어, 고든 바그너 등 현재 완성차 브랜드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선배들과 인연을 맺었다. 벤츠에 몸 담은 건 2009년부터. 그에게 주어진 칼자루는 여느 때보다 막중했다.


로버트 레스닉은 벤츠가 추구해야 할 디자인을 ‘감각적 순수성(Sensual Purity)’으로 정의한다. 이를 위해 그는 차체 표면의 선을 하나씩 지워 나갔다. 군더더기 없는 팽팽한 면을 지향한다. C와 E, S-클래스 등 메르세데스-벤츠의 중심 모델이 직선 대신 극단적인 곡선으로 치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 본 콘텐츠는 집필가의 의견으로, 삼성화재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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