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의 운동 이야기’ 2편 

웨이트 트레이닝의 꽃, 3대 운동


지난 편 『헬스장의 선택』에 이어, 이번에는 근력운동의 큰 틀을 잡는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근력운동에는 이름도 다 외우기 힘든 수많은 동작들이 있다. 대부분 이게 뭔 소린가 싶은 난해한 외국어 이름이다. 그 많은 걸 모조리 외울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어떤 운동을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수십, 수백 가지 동작 중에서도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기 때문이다. 


처음 근력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가 자기 눈에 아쉬워 보이는 곳만 운동하는 것이다. 떡 벌어진 어깨를 기대하며 래터럴 레이즈((Lateral Raise, 아령을 옆으로 드는 동작)만 줄창 하고, 팔뚝 살을 빼 보겠다며(?) 덤벨 킥백((Dumbbell-Kick Back, 몸을 숙여 덤벨을 쥔 팔을 뒤로 펴는 동작)만 하거나 나온 배를 집어 넣겠다고 복근운동만 죽어라 한다. 이건 중요 과목을 미뤄 놓고 배점 낮은 군소 과목에 올인하는 것과 마찬가지. 게다가 ‘다리(팔) 운동을 하면 다리(팔)가 가늘어진다’라는 식의 잘못된 지식을 믿으며 방향을 거꾸로 잡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단언하지만,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땐 특정한 신체부위에 몰두해 이런 잡다한 운동부터 손댈 필요는 없다.



1. 잔챙이는 가라. 무조건 큰 운동부터.


근력운동을 조금이라도 해 봤다면 [3대 운동], 혹은 [5대 운동]이나 [빅 리프팅 5] 등등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근력운동 중 가장 중요하고 효과도 탁월한 종목들을 정리한 것이다. 이 중 가장 널리 알려졌으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3대 운동은 웨이트 트레이닝의 기본 종목인 스쿼트(Squat), 데드리프트(Deadlift), 벤치프레스(Bench Press)다. 이 세 가지 종목은 근력운동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학창시절 ‘국·영·수’처럼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3대 운동보다 숫자가 높아지면 사람마다, 운동 단체마다 조금씩 말이 달라진다. 가장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5대 운동은 [3대 운동+ 오버헤드 프레스(Overhead Press)+턱걸이]다. 사람에 따라 바벨 로우(Barbell-Row)나 런지(Lunge), 푸쉬업(Push-up) 등을 넣기도 하는데, 이것저것 다 뭉뚱그리다 보니 7대 운동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쯤에서 궁금해질 수 있다. 왜 여기엔 앞서 언급한 바벨 컬(Barbell-Curl, 팔로 바벨 들어올리는 동작), 덤벨 킥백, 복근운동 따위가 없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근력운동에서 최우선 순위는 [큰 근육]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2. 큰 근육 = 큰 운동 =  큰 효과



트랩바 데드리프트(Trapbar Deadlift)

육각형 바벨을 이용한 데드리프트로, 일부에서는 파머 스쿼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데드리프트와 스쿼트의 중간격에 해당하는 운동이다.


체지방보다 근육이 많아야 건강하고 살이 덜 찌는 몸이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안다. 그런데 굳이 근육이 아니어도 일단 체중이 많이 나가면 아무 움직임이 없어도 몸에서 기본으로 소모하는 열량, 즉 기초대사량은 높다. 100kg의 고도비만인이 48kg의 근육질 아가씨보다 기초대사량이 높다는 소리다.


근육이 많아야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운동을 안 해도(?)’ 살이 안 찐다고들 말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근육량 자체가 기초대사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간이 27%로 단연 1등이고 뇌가 20%로 2등, 골격근은 17%로 3등쯤이다. 게다가 근육은 움직여야 에너지를 ‘더’ 쓴다. 그냥 끌어안고 있는다고 살이 안 찌는 게 아니고, 근육을 써야 안 찐다. 현역에서 은퇴한 선수들이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급격히 살이 찌는 게 그 때문이다.


그럼 신체 부위 중 어디가 가장 근육이 많을까? 내장 등을 뺀 움직이는 근육, 즉 골격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하체(전체 골격근의 절반)다. 언뜻 생각해도 하체는 뼈와 체지방을 빼면 거의 다 근육이다. 나머지 절반이 상체 근육인데, 그 중 다시 절반 정도가 등 근육이다. 등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소홀하기 쉽지만 몸통을 세우는 중요한 임무 외에도 팔을 뒤로 당기는 역할을 한다. 미용적으로도 밋밋한 11자의 통짜 몸매를 역삼각형으로 만드는 주역이다. 나머지, 즉 골격근의 고작 4분의 1을 가슴과 어깨, 팔, 복근, 기타 자잘한 근육들이 나눠 먹는다.


‘잔근육을 키우고 싶어요’라며 늘씬하고 자글자글한 근육맨 사진을 롤모델로 들이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 역시 큰 근육이 잘 발달했고, 여기에 체지방까지 낮을 뿐이다. 미용적으로도 큰 근육이 발달해야 몸의 형태가 멋지게 잡히고, 옷을 입어도 티가 난다. 정말로 작은 근육만 자라면 소위 ‘멸치’밖에 못 된다. 그쯤이면 옷 벗기 전에는 운동을 했는지도 못 알아본다.



이쯤에서 3대 운동이 왜 3대 운동인지 이유가 바로 나온다. 스쿼트는 근육이 가장 많은 하체를, 데드리프트는 하체 뒷면과 등 근육을, 벤치프레스는 가슴과 팔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즉 이 세 종목만으로도 사실상 전신을 거의 커버한다. 


그럼 이제 3대 운동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3. 스쿼트(Squat): 같은 이름, 두 효과.


스쿼트는 이 한 종목만 다룬 서적도 여럿 나왔을 만큼 이론적으로는 매우 복잡하지만, 그 본질은 앉았다 일어나는 아주 단순한 동작이다.


▷ 방법


1)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발끝은 살짝 벌어지게 한다. 


2) 발 중앙에서 약간 뒤편에 체중을 싣고, 허리를 곧게 편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시며 최대한 깊이 앉는다. 무릎은 발끝과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벌어지게 한다. 원칙적으로는 아래 그림처럼 무릎보다 골반이 더 내려가야 하지만 초보자들은 유연성이나 근력 부족으로 허리가 구부정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은 곧은 허리를 유지하는 한도까지만 앉는다. 


3) 잠시 정지했다가 허벅지에 힘을 주고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킨다. 발 앞쪽에 체중이 실리거나 허리가 말려 ‘새우등’이 되면 틀린 자세다. 팔은 앞으로 내밀어도 되고, 팔짱을 끼거나 머리 뒤에 깍지를 끼어도 된다. 

 


무릎이 발끝보다 나가서는 안 된다는 자료들도 더러 있지만, 이는 반만 맞다. 체형이나 앉는 깊이, 테크닉에 따라 더 나갈 수밖에 없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무릎이 충분히 앞으로 나갈 만큼 발목이 굽지 않아 문제되는 경우도 많다.


맨몸 스쿼트가 초보자에게 좋은 운동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세간에는 맨몸 스쿼트만 수백 개씩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투자 대비 효과를 따졌을 때는 효율적이지 않고 관절을 마모시키는 나쁜 결과도 가져오기 때문에 필자는 권하지 않는다. 일단 자세가 잡혔다면 맨몸 스쿼트는 워밍업 정도로나 하고 바벨 스쿼트 같은 난이도 높은 자세로 넘어가기를 권한다. 아무리 가벼운 무게라 할지라도, 설사 빈 봉(중량 원판을 끼우지 않은 빈 바벨)만 들어올린다 해도 중량을 든 스쿼트는 맨몸 스쿼트와는 메커니즘이 다르고, 테크닉도 다르다. 맨몸 스쿼트는 단순한 하체운동이지만, 중량 스쿼트는 중량을 지지하는 상체에도 힘이 들어가는 진정한 ‘전신’ 운동이다.



4. 데드리프트(Deadlift): 맨몸 스쿼트는 있어도 맨몸 데드리프트는 없다.


데드리프트는 바닥에 놓인 물건(주로 바벨)을 잡고 몸을 일으키는 동작이다. 손에 드는 무게가 관건이기 때문에 맨몸으로는 할 수 없다. 


▷ 방법


1) 데드리프트를 준비할 땐 스쿼트보다 발 간격을 약간 좁게 선다. 


2) 발 중앙에서 약간 뒤쪽에 무게를 싣고, 허리는 곧게 편 자세로 무릎을 굽혀 바닥에 놓은 바벨을 잡는다. 바벨은 발의 중심선에, 정강이에 거의 닿을 만큼 놓여 있어야 하고, 어깨는 바벨보다 약간 앞으로 나간다. 


3) 일단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다리에 힘을 주어 바벨을 무릎까지 올린 후, (즉, 여기까지는 다리 힘을 주로 쓴다.) 그때부터 상체를 세우면서 무릎을 완전히 펴준 후 숨을 내쉰다. 내리는 동작은 올릴 때와 역순이다.


무게를 손에 쥐기 때문에 악력, 팔을 받치는 등,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도 함께 단련된다. 데드(Dead)+리프트(Lift)라는 살벌한 이름 때문에 ‘죽을 각오로 들어올린다’는 우스개소리도 있지만, 사실은 바닥에 놓인 사(死)하중(Dead Load)를 들어올린다는 어원이니 지레 겁먹지는 말자. 


데드리프트는 특히 여성에게 좋은 운동이다. 최근의 힙업 유행을 타고 엉덩이를 예쁘게 한다는 별의별 잡다한 운동이 유행했지만, 그 제왕은 단연 데드리프트다. 힙업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 스쿼트가 2루타라면 데드리프트는 한 방에 끝내는 홈런이다.



5. 벤치프레스(Bench-Press): 빈자리를 채우는 막내


스쿼트와 데드리프트가 ‘거의’ 전신을 단련하지만 빠진 곳이 있다. 상체의 앞부분, 즉 가슴과 어깨, 팔 근육으로, 이를 메워주는 게 벤치프레스의 몫이다. 벤치프레스는 소위 ‘갑바’를 원하는 남성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지만, 관여하는 근육 범위를 고려하면 앞의 두 형님에 비해 무게감은 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벤치프레스의 세부 자세는 약간 까다롭다. 일단 누울 수 있는 벤치와 바벨을 올릴 랙이 필요하다. 


▷ 방법


1) 벤치에에 누운 상태에서 가슴을 앞으로 내밀어 양쪽 견갑골(날개뼈)을 최대한 중앙으로 모은다. 


2) 그 상태에서 바벨을 랙에서 뽑아 준비자세를 취하는데, 이때 봉은 쇄골 위쪽 수직선상에 위치한다. 그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명치 부근에 봉이 닿도록 내린다. 


3) 그리고 숨을 내쉬며 바벨을 앞으로 힘껏 밀어 들어올려 다시 쇄골 위로 올리면 한 회가 끝난다.


바벨을 너무 넓게 잡으면 어깨에 부담이 크게 걸리고, 너무 좁게 잡으면 팔에만 부담이 실리므로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윗팔이 몸통과 45도가 되는 정도의 간격으로 바벨을 잡아야 한다. 올바른 자세가 몸에 배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위의 두 종목과 달리 벤치프레스는 초보자에게 필수 종목은 아니다. 초보자라면 벤치프레스보다 푸쉬업(팔굽혀펴기)이 더 유용할 수도 있다. 푸쉬업을 한 번에 5~10개 이상 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벤치프레스에 집중해도 된다.



6. 그 밖에 4위를 노리는 종목들


3대 운동이 부동의 탑 클래스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에 필적하는 좋은 운동들도 많다. 


▷오버헤드프레스(Overhead-press) 


바벨이나 덤벨을 어깨 위로 들어올리는 운동. 어깨와 등 상부를 단련하며 일부에서는 벤치프레스와 동급에 놓기도 한다. 멋진 어깨선, 크고 단단한 상체를 갖고 싶다면 필수 종목으로, 4위 후보로는 1순위가 아닐까 싶다.


풀업(Pull-up, 턱걸이)


등을 단련하는 운동으로는 단연 ‘갑 오브 갑’이다. 좁은 어깨를 넓히려는 남성들에게 가장 유용한 운동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자세(!)를 요구하면 한 개도 못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비만하면 몸이 무거워 못 하고, 여성의 대부분은 힘이 부족해 못 한다. 다행히 최근 헬스장에는 턱걸이를 보조해주는 기구(머신)를 갖춘 곳도 많다. 이것조차 어렵다면 머신 운동인 랫풀 다운(Lat Pull Down-Machine)을 활용하자.


푸쉬업(Push-up, 팔굽혀펴기) 


가슴을 위주로 한 상체 전부를 단련하고 특별한 기구 없이도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깨와 팔, 허리와 복근까지 단련하는 유용한 운동이다. 정자세가 힘들다면 무릎을 바닥에 대고 하면 쉽게 해결된다.



7. 위의 종목들을 이용한 기본 ‘일일 무분할 근력운동’


위에 제시한 종목들로 하루 만에 전신 근육을 모두 단련할 수 있다. 근육이 성장하는 시간을 고려해 부위를 나누어 3일 간격, 2일 간격 등 시간을 두고 운동하는 것을 분할운동이라고 한다. 반대로 부위를 나누지 않고 하루에 전신을 운동하는 것이 바로 무분할 운동이다. 이런 [무분할] 운동은 열량을 많이 소모하며 같은 부위를 여러 차례 단련할 수 있어, 근력운동을 막 시작한 초보자나 다이어트와 근력운동을 병행하려는 이들에게 적당하다. 무분할은 격일로 실시하는 게 가장 적합하다.




바벨을 쓰는 운동의 경우 중량은 스스로 택해야 한다. 초보자는 무조건 중량 원판을 끼우지 않은 빈 바벨(빈봉)으로 연습하고, 매주 차근차근 중량을 올려간다. 3대 운동이라면 초보자는 매주 2~4kg 이상씩 늘릴 수 있다. 사람마다 근력이 다르기 때문에 [있는 힘을 다하면 한두 개쯤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무게로 선택하는 게 포인트다.



* 일러스트: 박초은 (bakchoo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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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인간관계 심리학 2편

‘관심과 간섭은 다른 거야’



30대 후반의 K는 지방도시의 대학교수이다. 시간강사를 떠돌다가 작년에 어렵게 임용되었지만, 지금은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아니, 어떨 때는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을 정도다. 바로 인간관계 때문이다. 왜 대한민국에는 남의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까? 그녀는 누군가 자신의 방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몇몇 교수들은 거리낌 없이 자신의 방을 찾아온다. 마실 것을 갖다 주거나 학교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까진 좋지만 대화는 늘 사생활과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만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금방 불편해지고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을 받는다. 마음 같아서는 ‘제발 저에게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는 방 안에 있으면서도 ‘외출중’이라는 푯말을 걸어놓을 때가 많다. 


그렇다면 퇴근한 후에는 어떨까. K교수 부부는 다른 부부들과 달리 공유하는 게 별로 없다. 경제 관리나 취미 생활도 각자 할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으로 정해놓은 잠자리 외에는 잠도 각자 방에서 잔다. 각자 나름대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점점 공허감이 깊어가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관계’를 지니고 산다

 


사람은 누군가와 하나가 되려는 뿌리 깊은 욕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K교수는 상대에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누군가와 하나가 되려는 욕구에 무관심한 걸까요? 아닙니다. 무관심한 게 아니라 방어적일 뿐입니다. 


K교수에게 누군가 다가오는 것은 '관심'이 아닌 '간섭'으로 느껴지고, 가까운 인간관계란 ‘친밀함’이 아닌 ‘위협’을 의미합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자신의 약한 자아가 무너지거나 상대에게 휘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사연이 있습니다.


그녀가 초등학교 4학년일 때, 아버지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제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는 집에 혼자 남아 있는 어린 딸을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항상 전화기 옆에 붙어 지내게 하며 수시로 일과를 확인했죠. 그녀가 대학에 들어가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늘 통근시간을 지켜야 했고 남들 다 가는 MT도 갈 수 없었습니다. 매사가 그런 식이었지요. 딸을 위한다는 이유였지만, 엄마의 관심은 그녀에겐 구속이었을 뿐입니다. 


그런 그녀가 어머니로부터 합법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결혼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해서가 아니라 독립을 위해 한 결혼은 그녀에게 또 다른 구속일 따름이었습니다. 



관심과 간섭의 차이 


K교수에게 관심과 간섭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자신이 요청하지 않았는데 다가오거나 자신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다가오면 모두 ‘간섭’이며 ‘오지랖’이라고 느낍니다. 상대방의 의도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죠. 물론 상대방이 아무리 관심을 갖고 다가오더라도 내가 간섭받는다고 느낀다면 의미 없겠지만, ‘내 마음에 들면 관심, 내 마음에 안 들면 간섭’으로 선을 긋는 것도 문제입니다.

 



관심과 간섭은 옳고 그름 혹은 좋고 나쁨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 여부'와 '상대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려는 개입 여부’로 구분됩니다.


관심은 연민, 호감, 호기심이라는 감정의 토대 위에서 비롯되는, 대상에 대한 판단 이전의 이끌림입니다. 그렇지만 간섭은 감정보다는 이성의 토대 위에서 비롯되는 대상에 대한 판단적인 개입입니다. 


예를 들어, 주변의 부부가 아이를 안 낳고 두 사람끼리 살기로 했다고 해봅시다. 이때 그들이 왜 그렇게 살기로 했는지 궁금함을 느끼고 알고 싶은 것은 관심입니다. 하지만 ‘부부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라는 잣대로 두 사람에게 개입하는 건 간섭입니다. 두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기도 전에 “나중에 외로워서 어떻게 살려고 해!”라고 때 이른 조언을 하거나, 심지어 “두 사람 다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라고 비난한다면 전형적인 간섭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관심의 목적은 상대방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고 함께 하는 데 있지만, 간섭의 목적은 상대방의 개별성을 존중하지 않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문제는 상대방의 변화를 바라는 간섭이 정작 긍정적인 반응 대신 더 큰 반발과 갈등만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살아가려는 자율성의 욕구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관계는 개별성을 지켜준다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탄생 이야기를 자세히 보면 왜 인간관계가 갈등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초의 인간 아담은 에덴동산 안에서 점점 쓸쓸함과 권태를 느낍니다. 다른 동물들은 짝이 있는데, 그만 혼자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물주는 아담이 잠든 사이에 그의 갈비뼈를 꺼내어 이브를 만듭니다. 즉, 최초의 인간인 아담에게 있어 최초의 타인인 이브는 완전히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아담의 일부인 셈입니다. 이는 인간이 타인을 자신의 일부처럼 바라보는 근원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잃어버린 일부를 되찾아 온전히 하나가 되고자 하는 합일의 욕구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상대가 나처럼 생각하고 나처럼 느끼길 바랍니다. 하지만 양육의 핵심은 자녀의 독립이며, 우정의 지속은 차이의 존중에 있는 것처럼, 사랑 역시 각자를 인정하며 함께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합일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나와 너를 넘어선 ‘우리’를 만들어가는 '공유의 관계'입니다. 둘이 만나 셋이 되는 것입니다.




일찍이 공자는 건강한 인간관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


-『논어』 '자로' 편 -


이는 ‘군자는 화합하되 남들에게 같아지기를 요구하지 않으며, 소인은 같아지려고 하지만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건강한 관계를 바란다면 우리 안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합일의 욕구를 포기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되 공통된 영역을 넓혀가야 합니다. 


그런데 간혹 차이를 존중한다는 말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니 신경 쓰거나 간섭하지 말고 각자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이를 우리는 흔히 '쿨한 관계'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둘이 만나 하나가 되고자 하는 합일의 관계만큼이나 역기능적인 관계양상입니다. 서로를 이어주는 '우리'가 부재한 무늬만 관계일 뿐입니다.  


 

자아와 관계의 균형을 위하여 



관심과 간섭을 구분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자꾸 잔소리 하는 엄마처럼 인간관계에서 관심과 간섭은 늘 섞여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그 양면을 다 볼 줄 알고 이를 적절히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채근담에 보면 '해미불함(海味不醎)'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해산물은 바닷물에 살지만 먹어도 짜지 않다는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필요한 만큼만 염분을 받아들이고 해로울 수 있는 나머지 양은 다시 내보낼 수 있는 능동적인 세포막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바닷물의 짠 소금처럼 사람들의 관심이나 간섭은 넘쳐납니다. 그렇다고 마냥 받아들이거나 마냥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수위조절과 자기표현의 방법을 꾸준히 익혀가야 합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받아들이고 아닌 것은 흘려보내며, 지나친 관심과 개입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요구를 표현함으로써 경계선을 그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상황이나 사람마다 다르기에 그 적정선을 잡는다는 것은 늘 어렵습니다. 균형을 잡았다 싶다가도 금방 흔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발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균형을 잃은 것 같으면 반대로 핸들을 틀어주어 다시 균형을 잡아가는 것처럼 자아와 관계의 균형 역시 끊임없이 흔들리면서 다시 회복해나가는 끝이 없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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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7.06.20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심이라 생각했지만 간섭이었던 적이 많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지현 의학박사의 증상으로 알아보는 질병 상식

2편 ‘자꾸 콧물이 나요’



겨울도 아닌데 훌쩍훌쩍. 수시로 흐르는 콧물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왜 그럴까요? 재채기까지 심해 참 힘드네요. 봄과 여름에도 콧물 때문에 골치 아픈 이유를 알아봅시다.



1. 콧물이 어떤 것 같으세요?



■ 부비동(副鼻洞)

코 주위 얼굴뼈 속에 있는 빈 공간


■ 비부비동염(鼻副鼻洞厭, 축농증)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점막이 붓거나 고름 같은 콧물이 고여있는 상태. 증상이 12주 이내에 사라지면 급성 비부비동염, 12주 이상 오래 가면 만성 비부비동염으로 나눠요.



먼저 콧물이 어떤 성질인가요? 물처럼 흐르며 색이 맑은가요? 누렇고 찐득찐득한가요? 콧물이 심해지는 것이 계절과 관련이 있나요? 목 뒤로 무언가 넘어가는 느낌이 드나요? 에어컨 찬 바람을 쐬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콧물이 나오나요? 스스로 몇 가지 질문에 답해 보세요.


▶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 콧물이 물처럼 주르륵 흐르고 코나 눈이 가려워요.
 

  → 알레르기비염일 수 있어요.

 콧물이 누렇고 찐득거려요. 

  → 코감기나 급성 비부비동염일 수 있어요.

 매년 봄이나 가을만 되면 콧물이 유난히 더 심해져요. 

  → 알레르기비염일 수 있어요.

 목 뒤로 무언가 넘어가는 느낌이 들면서 자꾸 ‘흠흠’하고 헛기침을 해요. 

 → 콧물이 뒤로 넘어간다는 뜻의 ‘후비루 증후군’ 또는 ‘상기도 기침 증후군’일 수 있어요.

 찬 바람을 쐬면 갑자기 콧물이 나요. 

  → 혈관운동성 비염일 수 있어요.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콧물이 나요. 

  → 미각성 비염일 수 있어요.



2. 봄, 가을에 콧물이 심해지면 알레르기비염?



먼저 다음의 증상 가운데 2가지 이상이 있으면 알레르기비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맑은 콧물이 나요.

 자꾸 재채기를 해요.

 코가 막혀요.

 코나 눈이 가려워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때든 감기에 걸릴 수 있지요. 하지만 매년 봄 또는 가을에 유독 콧물이 심해진다면 계절성 알레르기비염일 수 있습니다. 자꾸 코를 킁킁거리거나 눈 주위를 자주 비벼 눈 밑 다크서클이 심해졌다면 이 또한 알레르기비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특정 물질에 대해 면역체계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원인이 되는 특정 물질을 알레르겐 또는 알레르기항원이라 합니다. 봄철 꽃가루처럼 계절에 따라 원인이 되는 것도 있지만 개나 고양이털, 집에 있는 집먼지진드기처럼 일 년 내내 알레르기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털 날리는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집에만 가면 콧물이 더 심해질 수 있고,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일 경우 침대나 카펫이 있는 곳에 가거나 장롱문을 열면 콧물이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3. 알레르기비염, 봄철 꽃가루가 원인이라고요?



꽃 축제, 나비 축제 등 야외에서 볼거리가 참 많지요? 알록달록 화려한 꽃들에 벌과 나비가 날아듭니다. 이처럼 화려함을 뽐내는 꽃들은 꽃가루가 크고 무거워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겨주기 때문에 ‘충매화’라고 합니다. 꽃이 화려하지 않은 식물들은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들이 잘 날아들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꽃가루를 퍼트리지요. 바로 바람인데요. 꽃가루가 작고 가벼워 바람을 타고 우리의 코, 기관지, 피부에 닿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봄철에 알레르기비염을 일으키는 꽃가루는 자작나무, 오리나무, 너도밤나무, 개암나무, 포플러, 버드나무, 참나무, 느릅나무, 삼나무, 소나무 등입니다. 그래서, 모처럼 숲에서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갔다가 콧물 범벅이 되어 한바탕 곤욕을 치르게 되지요. 즉 예쁜 꽃보다는 나무에 피는 화려하지 않은 꽃의 꽃가루가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생긴 나무들인지 기억해 두세요. 한편 가을에는 환삼덩굴, 쑥, 돼지풀 등이 알레르기비염의 원인이 되고, 잔디, 풀, 큰조아제비, 우산잔디, 오리새 등은 초봄부터 가을까지 걸쳐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4. 알레르기비염, 어떻게 치료하지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은 알레르기질환에서 통하지 않습니다. 알레르기비염이 있으면 원인이 되는 알레르겐을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먼저 어떤 물질에 예민한지 병원에서 검사해 보세요. 피부나 혈액에서 알레르기검사를 하게 됩니다. 


꽃가루가 원인이라면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는 나무나 수풀이 우거진 곳을 피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이 시기에는 창문을 닫아두는 것이 좋겠죠.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이라면 카펫은 치우고 집 안 청소, 침대 청소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개나 고양이의 비듬이나 털이 원인이라면 반려동물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나중에 숨까지 차오르는 천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알레르기비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코막힘, 두통, 수면장애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집중력이 떨어져 일이 잘 안 되고 아이들은 성적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축농증이나 중이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알레르기비염이 있으면 진료를 받아 먹는 약이나 코에 뿌리는 약을 처방 받고, 필요하면 면역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5. 알레르기비염이 있는데 과일만 먹으면 입안이 가려워요. 왜 그럴까요?



알레르기비염 환자처럼 꽃가루 알레르겐에 예민한 사람이 과일, 채소, 견과류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이라고 하는데요. 알레르기비염 환자 가운데 성인의 30~70%, 소아의 40%까지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을 동반합니다. 가령 자작나무가 알레르겐이면 사과, 배, 키위, 복숭아, 자두, 살구, 체리, 당근, 토마토, 감자, 땅콩, 아몬드, 개암(헤이즐넛), 인삼 등을 먹을 때 입 안이나 목 안이 가렵기도 합니다. 돼지풀이 알레르겐이면 수박, 바나나, 멜론, 아보카도, 오이 등을 먹을 때 불편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혹시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비염, 천식 등이 있는 아이가 과일을 안 먹으려 하고 편식을 하면 꾸짖지만 말고 혹시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은 아닐까 의심해 보세요.



6. 콧물이 나면 전부 알레르기비염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누구나 걸리는 코감기일 수 있어요. 물론 코감기 때는 머리와 목이 아프고 열이 나고 기침도 하다가 좋아집니다. 매년 반복적으로 봄이나 가을에 고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레르기비염과 다릅니다. 


콧물이 누렇고 열이 많이 나고 두통이 심하거나 광대뼈가 아프면 급성 비부비동염일 수 있습니다. 급성 비부비동염이 생기면 위쪽 어금니가 아픈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찬 바람을 쐬거나 에어컨을 틀었을 때, 진한 향수처럼 강한 냄새를 맡았을 때, 담배 연기를 맡거나 대기오염이 심할 때 순간 콧물이 흐르는 것은 혈관운동성 비염일 수 있습니다.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에만 콧물이 난다면 미각성 비염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비염과 달리 코감기, 혈관운동성 비염, 미각성 비염에서는 코나 눈에 가려움증은 잘 생기지 않습니다. 소염진통제와 같이 특정 약물을 먹은 뒤 또는 임신 중이나 생리 전후에 콧물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코에서 흘러나온다고 해서 모두 순수 콧물은 아닙니다. 머리를 다친 후 코에서 흐르는 것은 뇌척수액일 수 있습니다. 한쪽 코에서만 흐르거나 피가 함께 묻어나면 코 안쪽이 휘었거나 코 안에 종양이 있을 수도 있으니 꼭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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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의 건강과 질병 관리를 위해 설치된 보건소. 하지만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 등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갈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무심히 지나치다가 보건소의 무료 혜택을 놓쳐버리면 곤란하겠죠? 지금부터 우리가 알지 못했던 보건소 이용 꿀팁을 알아보겠습니다. :)



▶건강한 임신∙출산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아이를 가지면 행복감과 동시에 부담감이 느껴지기 마련이죠. 건강한 출산을 위해 산전∙산후검사와 임신 기간 건강관리는 꼭 챙겨야 하는데요. 보건소에서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요.


우선 건강한 임신을 위해 산전검사나 34주 이후 막달검사가 무료로 제공된답니다. 산전검사는 일반 혈액검사, 풍진, B형간염, 성병, 간 기능, 고지혈증, 신장 등 20여 개의 무료 검사로 구성되어 있어요. 막달검사는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무료검사를 받으면 병원에서 추가로 검사받을 때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요. 관할 보건소에서 어떤 검사를 제공하는지 미리 확인해보세요.


태아의 건강을 위해 보건소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엽산제와 철분제도 챙겨볼까요? 임신일로부터 3개월까지는 엽산제를, 임신 16주 이상이면 철분제를 제공합니다. 또한 지역에 따라 복부초음파검사, 태아 기형아 검사, 임신성 당뇨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보건소도 있답니다. 모르면 손해인 보건소 알짜 혜택을 챙겨 임신과 출산의 기쁨을 두 배로 즐겨보세요.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는 산전검사 항목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무료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



보건소에서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역주민(청소년 포함)이 금연을 통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보건소에선 맞춤형 금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답니다. 구체적으론 일산화탄소, 니코틴의존도 검사 등을 측정하고 금연계획을 함께 세우며 정기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고 해요. 보통 6개월 동안 9회의 상담이 진행되고, 필요한 경우 그 이상의 상담 진행도 가능합니다. 또한 니코틴패치, 니코틴껌 등의 니코틴보조제와 부프로피온, 바레니클린 등의 금연치료제를 지원하며 금연에 성공하면 기념품을 제공한다고 하니, 금연 의지가 생기는 즉시 바로 보건소를 방문하세요!


▷금연을 위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다면? 



▶무료검사로 대사증후군 조기 차단



대사증후군이란 현대인의 잘못된 생활습관 등의 이유로 복부비만과 고혈압, 고혈당, 지질이상과 같은 생활습관병의 위험인자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뇌졸중, 심장질환(심근경색 등), 당뇨병 합병증, 암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보건소는 혈압, 공복혈당, 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검사를 포함한 무료검사와 맞춤형 건강상담으로 대사증후군을 진단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대상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6개월간 지속적인 관리 서비스까지 누릴 수 있죠. 단, 지역 보건소에 따라 대상자 제한이 있다고 하니 사전에 꼭 확인해보세요.



▶치매가 걱정된다면 치매 조기검사와 치매지원센터 이용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 조기에 발견하면 치매 진행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텐데요. 비용 문제 때문에 검사를 부담스러워하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보건소에선 무료로 치매 조기검사를 해 드리고 있답니다. 만약 조기검사 결과 치매가 의심될 경우 협력병원에서 무료로 정밀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해요. 치매가 진행 단계일 경우 치매지원센터에서 지속적인 관리까지 받을 수 있으니 든든하네요.



▶각종 예방접종도 보건소에서!



보건소 하면 ‘예방접종’부터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보건소에서 영유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 필수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겠죠. 


요즘 우선해야 할 예방접종은 ‘일본뇌염 예방접종’입니다. 일본뇌염을 전파하는 모기의 수가 더 늘기 전에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으니까요. 일본뇌염 예방접종 대상은 생후 12개월에서 만12세 아동이고, 국가예방접종 무료시행으로 주소지와 관계없이 보건소와 지정 의료기관에서 접종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도우미)



알면 알수록 매력을 더해가는 보건소, 우리 가족은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요? 예방접종에서부터 임신, 출산, 금연, 만성질환, 치매 등 다양한 혜택을 꼼꼼히 챙겨 건강과 절약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보세요!



참고 : 공공보건포털 G-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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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어디 갔나~ 빨리 와라~"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울음을 터뜨려 버리는 손녀를 달래기 위해 친정엄마가 나를 부른다. 아이를 낳고 나는 '껍데기'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친정엄마, 친할머니, 시어머니까지 아이를 이미 다 키우신 어른들은 하나같이 아이와 나를 '껌딱지와 껍데기'로 부르신다. 나는 이 말이 싫었다. 알맹이를 잃은 채 흐물흐물 껍질만 남아있는 듯한 느낌의 '껍데기'라는 단어는, 엄마가 된 후 '나'를 잃었다는 생각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더욱 거북스러운 말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껍데기’라는 말을 들은 후에야 보이기 시작했다. ‘껍데기’라는 말을 내뱉을 때의 친정엄마와 친할머니 표정이. 껌딱지인 아이와 껍데기 처지가 된 내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리는 듯한 표정이. 그 표정을 보며 어쩌면 ‘껍데기’라는 말은 내게 하는 말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자신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어. 

하나라도 더 먹이려면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면

하루라도 더 일해야 했는데.”


 


엄마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냐는 내 말에 돌아온 엄마의 대답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 새끼 잘 키워서 시집 장가 잘 보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오랜 시간을 앞만 보며 달려오셨다고 한다. 그 바쁜 시간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챙길 여유는 없었다고. 두 아이를 다 키워 놓고 딸까지 시집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내가 보인다고. 그래서 나를 ‘껍데기’라고 부르던 엄마의 표정은 쓸쓸해 보였나 보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늘 뒷전으로 미뤄 왔던 것은 ‘나의 삶’이었는데, 아이가 다 자라 자신의 품을 떠나가버리니 남은 것은 나이 들고 오랜 일에 지친 몸뿐이라는 현실이 당신을 더욱 허무하게 만들었나 보다. 겨우 세 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도 그렇다. 떼를 쓰는 아이를 달래느라, 밀린 집안일을 끝내느라, 남편을 챙기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나도 모르게 내가 ‘껍데기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말아라”

 



어릴 적부터 엄마가 내게 해왔던 말이다. 어떤 일이든 여자라고 포기하지 말고 꿋꿋이 그 길을 걸어가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여자라고 겁먹지 말라는 뜻으로만 알았다. 나는 엄마가 되어 나의 꿈을 잠시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꿈이야 다시 꾸면 되지. 아이와 시간을 더 보내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꿈꿔왔던 내 자리를 포기하고 나서야 알았다. 엄마로 살더라도, ‘나’라는 사람의 꿈을, ‘나’라는 사람의 삶을 잃지 않기를 바랐던 엄마의 마음을. 내 딸만큼은 자신의 꿈을 끝까지 이어 가길 바랐던 엄마의 마음을.



“멈춘 것만 같았던 시간”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육아라는 것은 내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기까지 ‘오늘은 무엇을 먹일까’, ‘오늘은 무엇을 입힐까’, ‘오늘은 무엇을 하고 놀까’를 고민하다 하루가 갔다. 마치 삶의 중심이 ‘나’에서 ‘아이’로 옮겨 간 것 같았다. 하루에 잠시라도 ‘나’라는 사람으로 사는 시간이 없었다. 거기다 내가 꿈꾸었던 직장까지 내려놓고 나니 정말 ‘나’라는 존재가 흐려지는 것만 같았다. 내 품에서 떨어지질 않는 아이를 안은 채 시계소리만 가득한 방 안에 혼자 앉아 있을 땐 모든 게 멈춰버렸다는 생각만 들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나는 이곳에 멈춰 버렸기에 앞으로도 영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될 것이란 불안함이 나를 사로잡았다. 우울함이 깊어질수록 작은 일로도 아이를 다그치고 화내는 날이 늘어났다. 내 기대와는 달리 육아는 점점 더 어려워지기만 했다.



“스스로를 껍데기로 만들지 말자”

 



악순환의 반복이었던 것 같다. 우울한 마음을 감당하지 못해 사소한 일로 아이에게 화를 내고, 그런 내 모습이 한심해 자책하고.. 이런 감정 소모를 반복하다 보니 점점 육아에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 아이가 울면 가슴부터 철렁 내려앉고 도망쳐버리고 싶었다. 이렇게 절박하게 우울하고 힘들었던 순간에 내게 힘이 되었던 것은 “네가 너로 살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너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던 지인의 조언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나도 모르게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는 일상에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을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나 스스로를 껍데기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나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보았다. 어릴 적 내 모습, 내가 좋아하던 것들, 내가 꿈꾸던 일들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다 문득, 나만의 시간에 어릴 적부터 그려 보고 싶었던 그림을 그려 보기로 했다.



“아이와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

 



하루에 10분씩이라도, 나는 꼭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아이 엄마라는 사실조차 잊고 내가 그리는 선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그냥 내가 생각한 것들을 그려내는 그 시간이 너무 기뻐서 아이를 재우고 보내는 ‘나만의 시간’이 기다려진다. 온종일 엄마로 사느라 바빴지만, 이 순간만큼은 ‘나’로 살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날짜도, 요일도 잊은 채 하루 버텨 하루 사는 ‘하루살이 인생’이, 매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나를 기다리는 ‘내 인생’으로 바뀐 것이다. 처음엔 ‘아이 보기도 벅찬데 내가 매일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1년간 꾸준히 그림 그리는 일을 이어 오면서 내가 느낀 것은, 하루에 단 한 번 ‘나’를 위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육아하면서 드는 우울한 마음을 달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랑의 시작은 ‘나’라고 하지 않던가.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어야 하는 엄마도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이 있어야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다. 


스스로가 ‘껍데기’라고 느껴진다면, ‘나’를 잃어 가는 것만 같아 우울하다면 꼭 하루에 한 번 나만의 시간을 가져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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