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 문요한의 인간관계 심리학 4편

‘명절 트러블, 이렇게 대처해보자



이제 곧 추석입니다. 우리는 또 여느 때처럼 고향을 갑니다. 길 막히고, 시간 걸리고, 돈도 적잖게 들지만 그럼에도 연어들처럼 고향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모인 명절이 우리에게 휴식이 되지 못하고 힘든 시간이 되기도 하는데요. 좋은 날 다 같이 모여 기분 좋게 헤어지면 좋으련만, 크고 작은 말다툼은 물론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 명절 기간 112 전화로 유입되는 일반 범죄 신고는 줄어들지만, 가정폭력 전화는 급증한다고 합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명절 때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하루 평균 873건으로 평소보다 1.6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해야 할 가족이 오히려 가장 불편한 관계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안가도 욕먹고, 가도 욕먹는 것, 그냥 안 가고 욕먹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까요. “고향에 내려가 명절 스트레스받느니 차라리 혼자 지내는 게 낫다”며 아예 고향을 찾지 않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명절이 스트레스가 된 이유 



왜 우리의 명절은 이렇게 스트레스와 트러블의 화약고가 되어버렸을까요? 


첫째, 개인주의 생활에 익숙한 핵가족 생활에서 갑자기 한 집에 여러 가족이 모이는 대가족 생활로의 전환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됩니다. 먹는 것부터 잠자리까지 모든 게 불편한 것투성이죠. 농촌보다 도시가 그런 것처럼 실제 밀도가 조밀할수록 스트레스와 범죄율이 증가하는 원리와 같습니다.


둘째, 입니다. 명절 때는 과음에 대해 더욱 관대해지고 평소보다 자제력이 약해집니다. 결국,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사소한 문제들도 술로 인해 더 큰 문제로 증폭됩니다. 


셋째, 기대심리 때문입니다. 명절에는 각자 상대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집니다. 아내는 남편이 먼저 친정을 생각해주길 바라고, 남편은 아내가 시댁 일을 자기 집안일처럼 기꺼이 해주기를 바랍니다. 또 부모 입장에서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만큼은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주길 바라고, 자녀들은 잔소리나 걱정보다는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러한 기대는 실망과 짜증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넷째, 비교의 문제입니다. 여러 가족이 모이기 때문에 서로가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누가 언제 내려왔고, 누가 설거지를 했고, 누가 무엇을 사 왔고, 누가 공부를 더 잘하고, 누가 더 돈을 잘 벌고 등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비교를 하고 비교를 당합니다. 이러한 비교는 고스란히 스트레스가 되고 맙니다. 


실제로 얼마 전 삼성화재 페이스북에서 진행한 ‘추석, 이 말만은 참아주세요’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말들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취업준비는 잘 되느냐?’ ‘결혼은 언제 할 거냐?’ ‘표정이 왜 그러냐. 인상 좀 펴라’ 등을 지적이나 간섭이 아니라 관심과 걱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의 마음은 편치 않을 수 있습니다. 관심과 애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좀 더 효과적인 표현이 필요합니다.



명절 기간 가족트러블을 막아주는 한마디



그렇다면 명절에 가족 간의 트러블을 최소화하거나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요? 쉽지는 않지만 서로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방법이 왜 없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명절 전에 필요한 것은 ‘관심’의 표현입니다. 


간단히 ‘괜찮아?’ ‘괜찮으세요?’라는 말을 먼저 하는 것입니다. 친구 중에 아내로부터 매너 좋은 사람으로 꼽히는 녀석이 있습니다. 이 친구는 가만히 보면 작은 것에 강합니다. 예를 들어, 운전 중 과속방지 턱에서 충분히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차가 덜컹거렸다고 해봅시다. 친구는 아내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괜찮아? 안 놀랐어?” 그 말 한마디에 아내는 남편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고 존중해주고 있음을 느낍니다. 


명절 트러블을 예방하는 것 또한 작은 관심의 표현에 있는데, 특히 명절 전에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라면 ‘당신 요즘 괜찮아? 명절 때문에 미리부터 신경 쓰이는 것 없어?’라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무엇을 꼭 어떻게 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상대의 마음 상태를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관심받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부모님께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려가기 전에 ‘괜찮으세요? 명절 때문에 걱정되시거나 힘든 점은 없으세요?’라고 전화 한 통 드리는 것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둘째, 명절 중에는 ‘부탁’의 표현이 필요합니다. 


“우리 ~해요.”와 같은 말입니다. 부탁할 때는 자신이 못마땅한 감정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핵심이며, 상대에게 하라고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자고 청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명절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유 중 하나가 평소에는 내게 관심도 보이지 않던 형제나 친인척들이 명절이라고 꼭 한마디씩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본인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아픈 부분을 건드린다면 더 듣기 싫겠죠. 앞서 페이스북 설문 결과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런 설익은 관심에 버럭 화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가족 간에는 좀 더 부드러운 대처가 필요합니다. 누군가 듣고 싶지 않은 정치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 정치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 해요. 요즘에는 친구들끼리 만나도 사이가 멀어지니까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잘 안 해요’라는 식으로 대화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일 남편이 돕지 않고 TV만 보고 있다면 “우리 같이 정리 좀 해요.”라고 해보세요. 물론 이렇게 한 번 이야기한다고 해서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대가 곡해하기도 하고 들은 체 만 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의 해소는 상대가 부탁을 들어주어서가 아니라, 스트레스 상황에서 내가 가만히 있지 않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는 부탁과 거절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나는 부탁할 수 있고, 상대는 거절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좀 더 가볍게 해보세요. 이때 부드럽게 웃으면서 물어본다면 더욱 좋겠죠? 



셋째, 명절 후에는 ‘감사’의 표현이 중요합니다. 


‘당신, 정말 애썼어요!’ 혹은 ‘00야, 고마워!’라고 먼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물론 상대의 행동이나 마음이 당신의 기대에는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거나 더 잘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는 상대가 할 수 있는 역량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것은 한계이자 동시에 최선입니다.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신의 기대일 뿐입니다. 


명절 동안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싸우지 않았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잘 해소되지 못한 스트레스는 가족관계에 계속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 명절 연휴가 지난 뒤에는 이혼소송의 건수가 올라갑니다. 명절 이후에는 ‘이혼’에 대한 검색 횟수가 20% 전후로 늘어나고, 이혼한 4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남자는 44.5% 그리고 여성은 60.2%가 명절이 이혼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명절 스트레스를 철저히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부부싸움도 피하기 쉽지는 않지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싸울 때 싸우지만 잘 화해하는 것입니다. 행복한 커플은 안 싸워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화해를 잘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싸우고 난 뒤에 다시 대화하면서 ‘고마워. 미안해. 좀 더 노력할게’라는 표현을 잘 사용합니다. 



지금까지 명절 기간 가족간의 표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명절 트러블의 주된 원인으로는 여성들에게 부과되는 과도한 노동과 배우자가 서로의 집안에 덜 신경 쓴다고 서운해하는 것 등이 있을 텐데요. 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평소보다 더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남성들은 식사와 다과상 준비를 하거나 처가에서 설거지를 돕고, 여성들은 양가 부모님 앞에서 배우자를 칭찬하고 어른들께 더 따뜻하고 배려 깊은 태도로 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청년들에게는 이미 그들이 학업과 취직, 사회생활에 애쓰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며, 우리 아이들에게는 잘 놀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고마운 일이라는 걸 말해준다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의 시간은 즐겁고 따뜻한 경험이 될 거예요.


추석은 감사의 시간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해 가장 먼저 수확한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례를 올렸습니다. 내가 고생해서 얻은 수확이지만 그 수확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내 입에 털어 넣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있게 해준 조상과 천지신명께 감사의 마음으로 바친 것이죠.


가족트러블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 또한 구체적인 화법이나 표현이 아니라 감사입니다. 올 추석은 완벽하지 않은 오늘의 삶에서 감사함을 배우고, 내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뿌리를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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