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꾸밈 요소


지난 4월 수도권의 한 지방도로에서 도로 바깥쪽을 걷던 행인 3명이 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트럭 기사는 만취 상태였고, 사고가 난 곳은 인도와 찻길이 구분되지 않은 ‘보차(步車)혼용도로’였습니다. 가드레일 같은 안전수단이 없어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기 어려운 보차혼용도로에선 작은 사고라도 인명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요.


도심 주택가 이면도로나 농어촌 지역에서 흔히 접하는 보차혼용도로, 그 안에 도사린 위험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함께 살펴보기로 해요.



▶보차(步車)혼용도로 보행자 교통사고 실태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13~2015년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한 ‘보차혼용도로 보행자사고 실태와 예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한 해 평균 2만5천 건의 이면도로 교통사고 중 폭 9m 미만의 보차혼용도로에서 연평균 791명이 사망했습니다. 하루에 2명꼴로 사망한 것이죠. 특히 폭 6m 미만의 골목길에서 연평균 535명이나 숨져, 그만큼 사고 심각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보차혼용도로에서 사고 위험이 높은 이유는 보행자와 차량이 같은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인도와 차도가 명확히 구분된 도로에 비해, 보차혼용도로에서는 운전자가 보행자를 정확히 보기 힘듭니다. 고령자의 경우 걸음이 느리고 순간적인 대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9m 미만의 보차혼용도로 사망자 중 고령자(65세 이상)가 420명으로 53.1%를 차지하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보차혼용도로에서 20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차량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해 10~11월 보차혼용도로 12곳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차량 평균 시속은 19.5km, 최고 시속은 35km로 집계되었습니다. 차량의 속도가 시속 20km만 넘어도 사람과 부딪쳤을 때 사망할 수 있다고 하니, 골목길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운전자의 부주의와 불법 주정차 통행 방해도 사고의 주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통과하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등의 부주의한 운전습관은 전방 주의력을 분산시켜 보행자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듭니다. 불법 주정차 차량과 적재물로 인해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가 가려지는 것도 사고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보차혼용도로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 대책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보차혼용도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차량이 아닌 사람 중심의 보행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차혼용도로에서 보행자에게 통행 우선권을 부여하고 차량 제한속도를 하향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도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주장입니다. 


선진국들은 제한속도, 통행우선권, 시설정비 등 법적 제도장치를 잘 마련했습니다. 영국, 프랑스에서는 보행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보차혼용도로의 차량 속도를 시속 16∼20km로 제한하고 있고, 심지어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는 사람의 보행속도에 맞춰 차량을 운행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준한 책임연구원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사람 중심 도로시설 개선, 보행자 통행우선권 확보, 제한속도 하향 등 관련 법적 근거 수립과 운영지침을 국제기준에 맞춰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며, “주거 및 상업지역에 있는 보차혼용도로 차량 속도를 시속 20km로 제한하고 사고 시 운전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보차혼용도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보행자는 차도로 뛰어들지 말고 최대한 도로 바깥쪽으로 걸어가야 합니다.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도로 한가운데로 지날 경우에는 반드시 앞뒤 좌우를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운전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나 적재물 사이에서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올 상황을 대비해 차량 속도를 20km 이하로 낮추고 운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지만, 사고 발생 시 우리에게 커다란 피해를 떠안기는 양날의 검입니다. 따라서 자동차를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해선 자동차의 편리함 너머에 있는 안전운전과 올바른 보행습관에 주목하고, 이를 우리의 교통문화로 자리잡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