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사진 찍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개인이 DSLR 카메라(Digital Single Lens Reflex)를 사서 촬영하고,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도 좋아지다 보니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사진 찍기가 쉬워졌지요.

기념 사진을 남기는 일도 간편해졌어요. 다양해진 전문 스튜디오를 찾아가서 금방 찍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사진 한 장을 찍는 일조차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요.

사진 찍을 때 사진작가의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장애인 분들인데요. '바라봄 사진관'은 바로 그분들을 위해 문을 연 국내 최초 장애인 사진관입니다.

사진으로 추억과 온기를 선물하는 '바라봄 사진과'의 나종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 잡은 '바라봄 사진관'은 2011년에 문을 열어 올해, 햇수로 5년이 된 사진관입니다. IT 회사의 전무로 남 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으며 직장 생활을 하던 나종민 대표는 2007년 회사를 그만두고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그는 어떤 과정을 거쳐, 사진관까지 열게 된 걸까요?


회사를 그만두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나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웃음) 20년 넘도록 IT 회사에서 재밌게 일했어요.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니 제가 실적과 성과에 쫓기고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재미가 없어졌어요. 

결국 일은 제게 돈 버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더군요. 돈만을 위해 일하다 보니 불면증이 찾아왔어요. 반대 관점에서 제게 질문을 던졌어요. '돈을 안 벌면 어떨까?', '돈이 없으면 어떨까?' 답은 간단했어요. 안 쓰면 되고 소비를 줄이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지 9년이 지났는데도 별문제가 없는 걸 보면 그때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나 봅니다.

 


회사를 관두고 나서,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특별히 제 결정에 반대하진 않았어요. 아내나 저나 소비를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문제는 아이들이었어요.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는데 그때가 교육비가 많이 나갈 때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돈으로 해줄 수 없는 걸 해줄 수 있었어요. 바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죠.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대화도 많이 하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이보다 효과적인 교육은 없었죠. 

지금은 두 아이 모두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다녀요.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아이들에게 꿈이 있다는 거죠.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들도 행복합니다.


 

 

'바라봄 사진관'이 국내 최초로 장애인들을 위한 사진관이라고 하던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1+1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비장애인 고객이 사진을 찍으면, 그 수만큼 장애인, 미혼모, 소외계층의 가족사진을 찍어줍니다. 내가 사진을 찍는 게 동시에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죠.

그 외에도 '오로라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인근 미용실, 음식점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요. 한 달에 한 가족을 선정해서 머리 손질부터 식사, 가족사진 촬영까지 무료로 지원하지요. 

최근에는 취업준비생을 위해 이력서 사진을 찍어 주고 있어요. 미용실, 정장 대여업체와 손을 잡고 1만 원으로 머리 손질부터 사진 촬영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에 많은 분이 참여하나요?

그럼요. 많이들 참여하세요. 취업준비생을 위한 사진은 매주 목요일에 선착순으로 15명을 받는데요. 인기가 높아서 신청하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이미지 출처 : 나종민 대표 블로그, http://blog.naver.com/tour9600

 

지난해 '바라봄 사진관'을 중심으로 '행복을 배달하는 사진 유랑단 프로젝트'가 진행됐습니다. 8개월 동안 전국 장애인 시설을 다니며 증명사진, 장수사진(영정사진), 가족사진을 촬영했는데요. 총 18군데 장애인 시설에서 약 800명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많은 사진작가가 봉사활동으로 사진 촬영을 해요. 그와 달리 '바라봄 사진관'의 특징이 있다면요?

 

사진작가들이 장수사진(영정사진) 찍는 봉사활동을 많이 해요. 사진을 찍은 후에 액자에 넣어 택배로 보내주지요. 

'바라봄 사진관'은 사진을 받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사진에 대한 추억까지 함께 드린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싶으시죠? 현장에서 사진을 찍은 뒤에 어르신들과 함께 앉아서 후반 보정 작업을 하는데요. 주름도 지우고, 얼굴색도 환하게 바꾸면서 어르신들의 의향을 살피기도 하지요. 

제가 주름만 8년 동안 지워봐서 아주 참 잘합니다.(웃음) 사진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어르신들이 깜짝 놀라며 즐거워하세요. 그럼, 현장에서 수정된 최종 사진을 뽑아서 액자에 넣어 드리죠. 


 

어르신들이 처음 보는 사진 기술에 재밌어하시겠어요.

 

그렇죠. 사진이 담긴 액자만 배달받는 게 아니라 사진이 인화되는 과정까지 함께하는 거예요. 

우리가 사진을 보면서 왜 즐거워할까요? 사진이 잘 나와서? 사진이 신기해서? 아니에요. 사진을 찍었을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에요. 그런 추억까지 선물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봉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혼자 하면 못 했을 거예요. 제가 IT 업계에서 20년 동안 일했잖아요. 처음에는 그 인맥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점점 봉사활동이 늘어나면서 비영리 업체들과 인연도 맺게 되었어요. '행복을 배달하는 사진 유랑단 프로젝트'는 한국문화예술 위원회에서 진행하는 기획 모금에서 도움받았어요.

또 '오로라 프로젝트'는 오테르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슬로비 카페에서 식사를 도와줍니다. 이렇게 주변 업체와 손을 잡고 진행하는 프로젝트지요. 

뜻만 좋으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도와줍니다. 그래서 이 일이 좋습니다.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라는 걸 늘 느끼거든요.

 

 

이미지 출처 : 나종민 대표 블로그, http://blog.naver.com/tour9600

 

국내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미얀마, 캄보디아 등 국외로도 사진 봉사활동을 다녔더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2014년에 지인이 소속되어 있는 의료팀이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가게 됐어요. 그때 지인이 의료 봉사하는 모습을 찍어 달라고 했죠. 아는 사람이 찍어 달라고 해서 따라갔는데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캄보디아에 가서 현지 사람은 촬영하지도 못하고 봉사단 모습만 찍고 온 거예요. 도울 수 있는 재능이 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그 다음에 캄보디아에 갈 때는 독단적으로 사진팀을 꾸렸어요.

사진을 프린트할 기계도 챙겨가고 액자도 가져갔죠. 짐이 엄청나서 이동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웃음)

 

 

국외에서 봉사활동은 어땠나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려움이 있었을 거 같은데요.

 

전혀 어려움이 없었어요. 캄보디아 분들도 사진 찍는 걸 참 좋아해요.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어서 잘 웃고, 덕분에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사진이라는 소재 하나면 웃고 떠들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답니다.

나중엔 의료봉사단에게 살짝 미안하더라고요. 우리가 메인 봉사단이 아닌데 인기가 더 많아서요.(웃음) 그 경험으로 미얀마나 중국 연변 등 다른 나라까지 사진 촬영 봉사활동을 떠나게 됐습니다.

 

 

이미지 출처 : 나종민 대표 블로그, http://blog.naver.com/tour9600

 

해외에서 펼치는 봉사활동이라 생각보다 어려운 점도 있을 거 같아요.


캄보디아에서 자신감을 얻고 미얀마 오지로 떠났는데요. 우리가 놓친 게 있었어요. 미얀마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거였죠. 그 지역에서 사진 촬영 허가를 받고 떠났는데, 도착해보니 갑자기 경찰에서 거부하는 거예요. 외국인이 자기 지역의 사진을 찍는 걸 부담스러워하더군요. 서울을 떠난 지 20시간 만에 어렵게 도착했는데… 아무런 성과도 없이 발을 돌려야 했죠. 

결국 차선책으로 미얀마의 고아원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날 아이들은 자신이 가진 옷 중에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어요. 기대감에 반짝반짝이던 눈들이 아직도 선명하네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그 모습이 앞서 겪었던 일을 싹 지워주더라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떤가요? 재밌나요?

 

(웃음) 물론, 재밌죠. 아내가 가끔 이런 말을 해요. '당신을 좋겠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라고요. 

많은 사람이 돈을 좇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다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100세 시대잖아요. 저도 40대 중반까진 IT 회사에서 일하며 그 일이 천직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 인생 2막을 보세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인생 2막을 이끌 수 있는 즐거운 일을 찾아보세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아는 일.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바라봄 사진관'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해지네요.


회사를 그만둔 뒤 취미로 사진을 찍으면서 여러 곳에 봉사활동을 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장애인 체육대회장에서 만난 뇌병변 장애인 어머니가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 한마디에 그들을 위한 전문 사진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라봄 사진관'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바라봄 사진관'을 위해서 조명을 배웠고,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우고 다시 공부했어요. 


 

사진관을 열기 위해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다시 공부했다는 나종민 대표.

그때 그의 나이가 47살이었다고 합니다. 

40대 중반을 훌쩍 넘겨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한다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런 그이기에 화제만발 가족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원하는 걸 찾았다면 지금 시작하세요.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추억을 나눠주는 '바라봄 사진관'. 

그 사진 한 장이 따뜻한 까닭은, 추억을 공유하는 나종민 대표가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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