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유기견 시즌이에요. 시즌이라는 말이 참 웃기지만… 여름 휴가철이 되면 수원에서만 하루 20마리 넘는 유기견들이 거리로 내몰립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유기견 새 삶'의 염수진 대표는 '툭' 하고 저 말을 내놓습니다.

여름이면 더욱 가슴 아픈 인연이 많아진다는 수원 유기견 보호센터, '유기견 새 삶'의 대표 염수진 씨! 그녀가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반려견 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유기견 새 삶'이란?

 

수원에서 발견된 유기견과 새로운 반려인을 연결해주는 단체.

현재 '수원동물보호센터', '청소년동물사랑실천단', '진상이와 떨거지들 보호소' 3개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거노인, 양로원, 장애인 가정에 유기견을 입양시키며 사료, 미용, 진료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경제적 부분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염수진 대표의 자택을 찾았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녀석이 두 발로 껑충껑충 뛰어옵니다.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지, 처음 본 오지라퍼에게도 힘차게 꼬리를 흔드는데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녀석이 두 발로만 걸어 다닙니다. 어딘가 몸이 불편한 것일까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그때, 염수진 대표가 나지막하게 녀석의 이름을 부릅니다.

 

'뽕식아~ 뽕식아~ 그만 돌아와.'

 

뽕식이? 구수한 이름 앞에 다시금 개를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 개들은 모두 이름이 재밌어요. 개진상, 간난이, 언년이, 등… 이름을 부르면 많은 사람이 재밌다는 반응을 보여요. 바로 그걸 노린 거예요. 해피, 메리, 쫑보다 훨씬 정감 있지 않나요? 사람에게 버림받았던 이 녀석들에게는 관심받을 수 있도록 이름까지 필사적이어야 하죠"


조용조용하지만 힘을 담아 말하는 염수진 대표. 여러분도 그녀와 유기견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겠어요?

 

 

뽕식이가 몸이 불편한 것 같아요. 어떻게 만나게 된 반려견인가요?


견주가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저희 병원(염수진 대표는 동물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으로 이 녀석을 데리고 왔어요. 앞발이 완전히 부러져 있더라고요. 언뜻 봐선 학대를 당한 흔적인데… 견주는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안락사시키겠다고 병원에 두고 간 걸 제가 키워 보겠다고 데리고 왔어요. 

그때 뽕식이는 거의 누워만 있었어요. 대소변을 다 받아가면서 알뜰살뜰 보살폈더니… 지금은 이렇게 활발해졌답니다. 물론 네 발로 걸어 다닐 순 없어요. 그래서 저렇게 뒷발로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요. 

 

 

현재 염수진 대표는 집에서 20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동물들은 모두 염 대표가 길거리에서 혹은 안락사 직전에서 건져 낸 생명인데요. 유기동물과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특별한 동물을 만나서 그게 인연이 되었다.' 그런 극적인 사연이 있는 건 아니에요.

암 투병 중인 시아버님과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난 후 제가 공허하더라고요. 그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유기견 봉사활동을 다녔고 그 후, 반려동물이 필요한 가정을 찾으며 입양 보내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반려동물이 필요한 가정이라면 어떤 가정을 말하는 건가요?

 

'유기견 새 삶'은 유기견을 독거노인, 장애인 가정, 양로원 등에 입양을 보냅니다. 그런 가정은 경제력이 낮은 편이라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도 부담스러워해요. 그런 분들이 반려견의 진료, 미용, 사료 등을 무상으로 지원받도록 돕는 거예요. 정말 반려견에게 사랑만 주면 되도록 말이죠.

처음에는 이 모든 일을 제 사비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힘들어질 때마다 도움 주는 손길이 나타나더군요. 사료 걱정하면 사료를 기부하시는 분이, 진료비 걱정하면 수의사협회에서 돕겠다고 연락이 와요. 그러니 실제 저 혼자 하고 있는 일은 없답니다. ^^*

 

 

이미지 출처 : 유기견 새 삶

 

이렇게 많은 이들이 노력하는데도 유기견들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SBS <동물농장>에서 '강아지 공장'을 고발하는 방송, 혹시 보셨나요? 요즘 화제가 되었지요. 사실 10년 전부터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했어요.

종견으로 쓰는 개들은 일 년에 두 번 새끼를 낳는데요. 새끼를 낳으면 곧바로 다시 임신을 시키기 위해 발정유도제를 강제로 투여하죠. 게다가 좁은 곳에서 개들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서 살다 보니 평생 스트레스와 질병을 안고 살아가지요.

동물보호단체들이 몇 년 전부터 '강아지 공장' 철폐를 외쳤지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예요. 어린 강아지를 원하는 소비자가 있고,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죠.

요즘은 인터넷으로 클릭만 하면 강아지가 집으로 배달을 와요. 어디 그뿐인가요, 일정 시간 어린 강아지만 대여해주는 서비스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너무 빠르게 애견문화가 성장하면서 반려동물을 상품화시켰어요. 그러다 보니 강아지를 물건처럼 내다 버리기도 쉬운 거예요. 특히, 지금이 딱 유기견 시즌이에요.

 

유기견 시즌이라니, 무슨 뜻인가요?

 

유기견 시즌이라는 말이 참 우스운데요. 지금처럼 여름 휴가철에 유기견이 늘어나요.

더운데 동물 털은 날리고 냄새는 나고… 거기에 여름휴가도 가야 하는데, 개는 골칫거리인 거죠. 그럼 어떻게 할까요? 버리고 가는 겁니다.

더 슬픈 건 유기견도 유행을 탑니다. tvN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에 장모 치와와인 '산체'가 나오니까 그해 장모 치와와의 가격이 껑충 뛰고 얼마 후 엄청난 수의 장모 치와와가 유기견이 됐습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유행은 없겠죠?

 

 

이미지 출처 : 유기견 새 삶


'유기견 새 삶'이 운영하는 '청소년동물사랑실천단'은 수원 지역 중·고생으로 구성된 단체로 한 달에 한 번씩 유기견의 산책, 미용 봉사, 유기견 무료분양 활동을 펼칩니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유기견이나 '강아지 공장' 문제는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어요.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에요. 저는 그 희망을 청소년 교육에서 찾고 있어요. 

아이들을 만나면 간혹 이렇게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어요.

"선생님, 그 개는 얼마면 살 수 있어요?'

청소년들에게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임을 알려주고 싶어요.

청소년들이 어른이 되어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 물건 고르듯 진열장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유기동물을 입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그런 사회가 되면 '강아지 공장'도 '유기견'도 해결될 것 같아요.  

 

 

활동을 펼치며 잠시라도 후회한 적은 없나요? 힘든 부분도 많을 텐데요.


물론 힘들어요. 가장 힘든 건 제가 하는 일이 올바른지, 스스로 자책감이 들 때예요.

하루에도 한 통 이상 제 휴대전화로 '더는 개를 못 키우겠다'라는 연락이 와요. '집에 애가 태어나서', '말썽을 부려서', '집 주인이 싫어해서' 등등 이유는 다양하죠.

물론 이해해요. 하지만 저를 도피처로 생각하고 반려동물을 쉽게 포기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방송국이나 신문에서 인터뷰 한 다음 날에는 꼭 저희 집 앞에 개들이 버려져 있어요. 그럴 때 좀 허무함이 든다고 할까? 하지만 그보다 보람된 일이 많으니까… 7년째 활동하고 있는 거겠죠?

 


 

반대로 보람찬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작년 5살 된 몰티즈 ' 댕희'가 '유기견 새 삶'으로 들어왔고, '청소년동물사랑실천단'에서 '댕희'를 장애인 친구에게 입양시켰어요. '댕희'를 입양한 친구는 지체 장애인이면서 습관적으로 자해하는 아이였어요. 잘 보살펴 줄 수 있을까 모두 걱정했는데… '댕희'가 그 집에 간 후, 아이의 자해 습관이 사라졌고 가족과 소통도 더 활발해졌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댕희'와 '지체 장애 친구'는 서로 필요한 존재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였던 거예요. 우리는 이런 '댕희'와 같은 반려견을 '사회적 역할견'이라고 해요.

 


앗, 삼성화재에도 그런 사회적 역할견이 있어요.


네, 잘 알고 있죠. 안내견 말씀하시는 거죠? 제가 그 안내견 퍼피워킹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서 알아봤는데요. 봉사자분들이 24시간 동안 강아지와 붙어 지내며 완전히 시간을 쏟아야 하더라고요. 저는 돌봐야 할 녀석들이 한두 마리가 아니라서 어렵겠구나 싶어 신청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언젠가는 해보고 싶어요. 안내견 퍼피워킹을 하면, 사회적 역할견에 관해 공부가 될 것 같거든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제 개인적인 유기동물 보호 활동 키워드는 '청소년'이에요.

방학 때 아이들을 조금 더 자주 만나고 반려동물에 대해 교육을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그 교육을 '초등학생'으로 낮춰가려고 해요.

'당장 반려동물 문화를 바꿔야 한다.' 그런 획기적인 계획은 없지만 아이들을 통해서 조금씩 세상을 바꿔갈 겁니다. 그럼 미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생명을 바라보는 곳이 되지 않을까요?

 

 

 

모든 생명에 마음 한켠을 내주고 있는 염수진 대표, 그녀의 따뜻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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