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多文化)는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니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캠페인과 활동을 통해 다문화에 대한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다문화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다문화를 알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주체로 활동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주여성자조단체 톡투미(Talk to Me)의 이레샤 대표입니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대한민국 다문화의 현주소는 어디일까요?


자조(自助) : 자기의 발전을 위하여 스스로 애씀

 

 

이미지 출처 : 톡투미

 

톡투미?

톡투미는 이주여성자조단체로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결성한 자조단체입니다.

이주여성들이 서로가 가진 문화적 재능을 통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가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주여성자조단체 톡투미
주소 :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333, 2층 (갈월동)
연락처 : 070-7784-7579

홈페이지 : www.talktome.or.kr

 

 

 

톡투미의 이레샤 대표는 2000년 한국에 들어온 뒤 2004년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현재는 이주여성자조단체인 톡투미의 대표를 맡으며 결혼이주여성들의 자립과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최근 KBS <러브 인 아시아>에 출연하며 바쁜 날은 보내고 있을 텐데요. 요즘 근황은 어떤가요?


방송 덕분에 고향에도 갔다오고 정신이 없네요. 게다가 최근 사무실을 이전했어요.

 


사무실 이전이요? 어머 축하해요.

 

처음 톡투미 사무실을 차렸을 때는 단 한 칸뿐이었지요. 바람만 살짝 불어와도 창이 흔들리고 무척 추웠죠. 그런데 지금은 요리 수업할 공간도 생기고, 사무실과 수업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서 좋아요.

 


어떻게 '톡투미'라는 단체를 만들게 됐나요?

 

톡투미는 2010년에 설립됐어요. 다문화 가족이 점점 늘어나면서 선배 이주여성으로 이주여성들의 자립을 도와주고 싶다는 게 처음 제 마음이었죠. 그런데 이주여성들 중 재능 넘치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 재능을 썩히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의 재능을 도움이 필요한 이주민 사회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소외계층에도 나눠주고 싶었어요. 다문화는 늘 도움을 받는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었죠.

2010년 결성 당시만 해도 10명 정도 모인 친목 모임이었는데… 지금은 온라인 회원 3,000명,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회원만 150명까지 늘었어요.

 

 

이레샤 대표는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한쪽에 주방을 만들었는데요.

바로 이곳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나라의 요리 수업을 할 예정이랍니다.

 

 

톡투미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말하는 레시피'라고 이주여성인 요리 강사로부터 음식에 얽힌 이야기도 듣고 다 같이 시식해보는 프로그램이 있고요. '사랑의 말하는 도시락'이라고 방과 후 보살핌이 필요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어요. 물론 추운 겨울 되면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 행사도 많이 하고요.

  

 

'모니카' 인형 만들기

 

모니카는 '머니까'라는 우리말에서 따온 인형 이름이에요. 이 인형은 재활용 헝겊 재료로 만들었어요. 회원들은 제공받은 헝겊과 솜으로 몸통을 만들고 그 위에 표정, 머리카락, 옷 등을 직접 꾸밉니다. 지금까지 5,000개 이상의 모니카 인형이 태어났지만 생김새는 모두 다릅니다.

 

살펴보니, 사무실에 인형들이 많아요. 톡투미에서 만드는 인형인가요?

 

아~ '모니카'요. 톡투미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요. 인형이라고 하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바비 인형? 


우리가 인형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건 대부분 금발 머리에 흰 피부인 서양인을 빼닮았죠. 거기서부터가 잘못된 것 같아요. 어린아이들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정해져 버리죠.

까만 피부의 인형도 있고 검은 머리의 인형도 있고…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인형으로 알리고 싶었어요.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모니카를 통해 서로의 다양성을 자연스레 인정하고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완성된 인형은 어떻게 하나요?

 

완성된 인형은 저희가 수거해서 판매하거나 필리핀이나 베트남, 그 외 나라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보내기도 해요. 최근엔 국내 어린이집에 '모니카' 인형으로 연극도 보여주면서 다양성에 대해서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미지 출처 : 톡투미

 

매년 어린이날에 지역아동센터와 다문화 가정 어린이에게 '모니카'를 선물해온 톡투미는 올해부터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신청을 받아 '모니카' 인형을 10개씩을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모니카 인형에 대한 아이들 반응은 어때요?

 

아이들은 편견이 없어요. 하지만 자라면서 편견이 생기는 거죠. 그런 편견이 생기기 전에 다양성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해요.

처음 '모니카' 사업을 시작할 때는 투박한 재활용 인형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참할까, 하고 걱정했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아셨는지, 홈페이지를 통해 모니카 만들기를 신청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그럼 자연스레 키트를 만들 일손이 필요하겠죠? 그런 일자리를 톡투미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연결해 줘요.


 

모니카가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군요.

 

하하하. 그럼요. 톡투미의 효자, 효녀죠. 솔직히 아직 외국인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차별적 시선을 부인하기란 어려워요.

하지만 '모니카'를 통해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걸 체감할 수 있어요. 

이주여성들에게 소소한 일거리를 주어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모니카'의 큰 역할 중 하나이고요. 


 

올해는 학생들 교육에 중점을 둔다고 들었어요.

 

솔직히 이주여성들은 어떤 문제점이 발생해도 다 해결할 수 있어요.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문제의 80%는 해결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2세대, 즉 아이들은 달라요. 상처를 받죠. 

보통 '엄마가 외국인이니까 언어가 부족할 것이다', '엄마가 외국인이니까 문화를 이해 못 할 것이다'라며 사회에서 아이들을 약자로 만들어요. 그럼 아이들도 스스로 나는 '약자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자라게 됩니다.

그게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엄마가 이 사회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2세대 아이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주변의 생각도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예전보다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또, 그런데도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요?

 

다문화 사회로 나가고 있는 중이라 생각해요. 정부의 지원 정책도 많이 나왔고요. 제가 처음에 이주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죠. 하지만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지원 정책이나 법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얼마나 많이 부딪히고 경험하는가에 따라서도 달라지죠. 

사실,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 자체를 없애고 싶어요. 다문화 가정이라고 특징지으면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도 이주민으로 취급받고 있거든요. 외국의 경우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외국인으로 취급하지만 그의 자녀들이 자국에서 태어날 경우 같은 국민으로 인정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아직 그런 인식이 부족하고 아쉽죠. 

 

예전에 지인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레샤 씨, 미국 소를 한국에 가져와서 6개월 이상 키우면 한우로 판매가 된대요.' 그땐 웃었는데, 그 말을 계속 생각하니 조금 슬펐어요.

 

전 죽으면 한국에 묻힙니다. 한국에 제 가족이 있고 제 국적은 대한민국이니까요. 물론 1세인 우리를 외국인으로 바라보는 편견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다 왔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2세의 경우 우리 이웃,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미지 출처 : 톡투미

 

여름에 또 하나의 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요?

 

1년에 한 번씩 '이모 나라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주여성들이 모국에서 도움이 필요한 지역을 지원하는 건데요. 2012년부터 스리랑카 위말라샤르 초등학교 건물과 놀이터를 손보고 고쳐왔어요. 지금은 IT 교육을 하고 있고요.

올해 7월 '이모 나라 여행 프로젝트'는 스리랑카로 떠날 건데요. 요즘 그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요.

사실 그 학교가 시설이 낡아서 폐교 직전이었어요. 하지만 톡투미가 매년 조금씩 조금씩 고쳐가면서 시설이 좋아지니 학생이 670명까지 늘었다고 해요.

처음 '이모 나라 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도 높이면서 스리랑카 교육 시스템도 높인 것 같아 무척 뿌듯하죠. 올해엔 다른 지역 학교 사업도 병행할 예정인데요. 어떤 학교와 아이들을 만날지 벌써 기대되죠.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한국에 와서 가정을 꾸린 지 15년이 됐어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저에게 '어디서 왔어요?' 하고 물어요. 또는 '외국인인데 한국말 잘하시네요. 한국말 어디서 배우셨어요?' 라고 물어요. 

전 스스로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럴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한국에서 산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외국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제 모습을 그대로 봐주길 바랍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려고 해요.

처음에 톡투미가 다문화 행사에만 참여해서 저의 단체를 외국인 단체로 보는 시선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일반 시민들을 자주 만나려고 해요. 작년부터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도 참석했고요. 지금도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모니카 인형을 판매하고 있어요. 

톡투미가 시민 분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겠어요. 그저 마음만 열어주세요.

 

 

이레샤 씨의 말을 들으며 오지라퍼부터 스스로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이레샤 대표를 스리랑카에서 온 외국인 며느리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 '이레샤'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언제나 열정 넘치는 그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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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개의길 2016.06.22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이 궁극적으로 없어지는 사회가 와야 한다는 취지의 말. 공감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외모,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사회가 좀더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멋진 인터뷰 잘 봤습니다~

  2. 그냥 2016.06.23 08: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분 러브인 아이사에서 봤는데 ㅋ 무착 활발하시고 대한민국을 사랑하더라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