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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다 우연히 만난 '맛집'만큼 반가운 게 없죠.

제주도 여행에서 오지라퍼가 그런 '맛집'을 만나고 왔답니다. 

비 오는 어느 날, 배고프고 갈 곳 없어 방황하던 오지라퍼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었던 식당, '춘희'! 

[청년 사장 맛집을 봄]의 아홉 번째 식당, '춘희'를 만나보겠습니다.

 

 

 

  세화리 작은 동네, 작은 식당 '춘희'

 


'후두둑 후두둑'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제주도 날씨는 워낙 변덕이 심해 흔히 있는 일이라지만 점심이 훌쩍 지나서도 쫄쫄 굶고 있는 저에게 비는 그야말로 잔혹했는데요. 그렇다고 큰마음 먹고 온 제주 여행에서 아무 가게나 들어갈 수는 없었죠.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마음은 급해집니다.

어디든… 엉덩이 붙일 수 있는 곳, 빨리 나와라!

 



때! 눈에 띄는 작은 가게! 구세주가 따로 없습니다.

카페가 많은 제주에서 밥집을 찾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던데요..

겉모습은 카페같은데... 제발~ 고소한 냄새가 솔솔~나는 밥집이면 좋겠습니다.

 


이름이 참~ 정겹네요.

어디 1960, 1970년대 영화 속 어디선가 봤을 법한 여주인공의 이름 같습니다.

 



딸랑~ 조용한 제주 마을에 종소리가 은은하게 퍼집니다.

 

 


언뜻 봐도 앳된 아가씨가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밥 먹을 수 있냐는 질문에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요. 

이색적인 메뉴가 눈에 들어 옵니다. '타진돼지'?!

서울에서도 보지 못한 음식 앞에 궁금증이 확~ 밀려오네요. '타진돼지'로 주세요!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1476-5  

전화번호 : 010-9585-5343

 


몇 분전만 해도 흐린 날씨가 야속하더니, 비 피할 지붕을 만났다고 창밖의 빗줄기가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그제서야, 가게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네요. 깔끔하게 정리된 소품들이 아담합니다.

가게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이는데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 다짜고짜 밀고 들어 온 손님 대접하느라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춘희'양?!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보글보글, 타닥타닥… 정겨운 소리가 들립니다.

 



가게 안이 금세 밥 냄새로 가득 차고 훈훈해졌습니다.

비가 몰고 온 추위를 쫓아내네요. 나른한 몸을 의자에 기대고 있으니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데요. 타닥타닥… 타닥타닥… 그녀의 도마 소리가 자장가 같은 그때!

낭랑한 목소리가 잠을 깨우네요.

 

"타진돼지, 나왔습니다."

 


  제주에서 만난 이색 음식, '타진 돼지'… 그 정체는?

 


냄비 모양, 참 특이하죠? 이 냄비 이름이 바로, '타진'이랍니다. 아프리카식 요리법 중 하나인데요. 이 냄비 안에 오늘의 주인공들이 잔뜩 들어가 있는 거죠.

 

자~ 뚜껑 열어볼까요?

 



뽀얀 연기 사이로 자태를 드러내는 '타진돼지'!


 


수북한 숙주나물 위로 얇게 썰린 돼지고기들이 올라가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숙주나물 아래도 돼지고기입니다. ^^* 

파프리카와 파인애플의 달콤함~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습니다.


정갈한 밑반찬들과 허겁지겁 먹다 보니… 사진 촬영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음식 앞에 혼을 내려놓은 거죠.


 


송구스럽게 결과물만 이렇게~


정말 반찬 하나, 밥풀 하나 남기지 않고 잘 먹었습니다. 

비를 피해 급한 마음으로 후다닥 들어왔는데… 예상치 못한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랍니다.

 



'타진돼지'와 함께 먹은 '돼지고기 덮밥' 역시, 무척 맛있었습니다.

매콤하고 달콤한 소스가 입에 착착 감기는데요.

 

 


이쯤 되니… 그녀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춘희'?!

과연 '식당 주인'인 그녀는 제주도민일까요?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온 이방인일까요?

언뜻 봐도 앳돼 보이는 그녀가 어떻게 이곳에 식당을 꾸리게 된 것일까요? 지금 당장! 그녀를 만나봐야겠습니다.

 

  서울 처녀, 제주에 내려온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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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

제주에서 꽃 피운 꿈, '춘희'의 조성희 씨

 


가게 이름이 '춘희'인데 혹시 성함이 춘희인가요?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그건 아니에요. 제 이름은 조성희입니다. 올해 34살이 됐고요. 

이 식당은 제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남자친구와 동업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남자 친구 이름이 '춘수'입니다. 남자친구의 이름 '춘'! 제 이름 '희'! 이렇게 한 자씩 따서 '춘희'라고 식당 이름을 지었죠.

 

'춘희'라는 이름이 참, 정겹습니다.


그렇죠. ^^* 저도 모르게 입에 착착 감기더라고요. 이름을 지을 때 거창하거나 화려하게 멋을 내고 싶지 않았어요. 저도 그렇고 남자친구도 그렇고 멋 부리는 사람이 아니고 소탈한 편이라서요. 

사실 가게를 하기 전에 우리가 몰던 차를 '춘희'라고 불렀거든요. 그 이름을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원래 제주도 분이세요?


아니요. 저는 인천에 가족들이 있고 '춘수' 씨는 서울 토박이에요. 

저는 5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전국 일주를 하고 있었고요. '춘수' 씨는 제주 여행 중이었죠. 그러다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둘이 만났어요.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오빠가 있는데 '춘수' 씨랑 그 오빠가 서울 일을 정리하고 아예 제주에 내려 올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는 제주에 내려올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두 사람이 사업 이야기하는 걸 보고 재밌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어차피 직장도 그만둔 백수라 '좀 더 놀지 뭐! 뭐가 두렵겠어!' 이런 생각에 얼떨결에 따라 내려왔어요. 남자친구는 전부터 제주에 내려와 살고 싶다고 노래를 했고요. 전 쫓아서 내려오게 된 거죠.

 


메뉴가 이색적이에요. 


처음부터 식당을 차리겠다고 내려온 건 아니에요. 

여기저기 살아 보고 마음에 드는데 정해서 정착해 보자고 남자친구랑 이야기를 했죠. 

제주에 내려온 초에는 둘이 텐트를 짊어지고 돌아다녔는데요. 세화리가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조용하고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할까요? 

때마침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제주에 같은 시기에 정착한 친한 오빠가 세화리에 땅을 사 놨다고 하더군요. 게스트하우스를 지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바로 지금의 '이디 게스트하우스'예요. 땅 한 쪽에 장사하라고 자리를 내어주었는데요. 그게 바로 지금 '춘희'가 있는 이 자리입니다. 

그렇게 장사를 시작했어요. 둘 다 요리를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 음식 하는 걸 좋아했고 맛있다는 평을 듣는 편이었어요. 

메뉴를 정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죠. 그 와중에 일본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먹은 일본 요리를 생각했어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타진돼지'로 메뉴를 정했고 돼지고기로 또 다른 요리를 생각해서 돼지고기 덮밥이라는 메뉴가 나왔어요. 아직 새로운 메뉴는 고민 중이랍니다.  

 

제주도에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사실 부모님 반대가 심하셨어요. 

살면서 제가 하는 일에 반대하신 적이 없으셔서 처음 마주한 강력한 반대에 많이 놀랐어요. 혼자 따로 나가 살아 본 적도 없고 제주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그렇다고 무조건 우기면 안될 것 같아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설득을 했어요. 한 두세 달만 살아 보고 안 맞으면 바로 올라오겠다고, 여행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지요. 지금도 여전히 장사 접고 올라오라고 하세요. 그런데 이제 가게에도 정이 붙고 또 손님들에게도 정이 붙어서 쉽게 접을 수가 없어요. 끝까지 해봐야죠.


 

당을 운영하면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나요? 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어떤 손님들인가요? 


여행차 들린 손님들이 많아요. 세화리에는 저희같은 젊은 이주민들이 많이 살아요. 그리고 시골이라 늦게까지 영업하는 곳이 많이 없는데요. 저희 가게가 늦게까지 하다 보니 손님들과 술자리를 열게 되거나 저희끼리 한잔 간단하게 하게 되더라고요. 지나가던 이 친구, 저 친구 삼삼오오 모여들어 새벽 늦게까지 파티가 아닌 파티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한번은 '이디 게스트' 손님들이 밤에 시끄럽다고 작은 항의가 들어 온 적도 있었어요. 그 후론 조심하려고 해요. 나만의 공간이지만 나만의 세화는 아니니까요.

 

알고 보니 입소문이 꽤 난 식당이더라고요. 앞으로 계획은요?


가게가 번창해도 육지에 이 가게를 차릴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제주에는 혼자 여행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혼자 여행하다 보면 식사하는 게 일이잖아요. 혼자서도 눈치 안 보고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 그런 식당으로 만들고 싶어요. '춘희' 이름도 어쩐지 제주랑 더 어울리지 않나요?


열정 하나로 시작한 식당 '춘희'! 가게 문을 연 지는 채 1년도 안됐다고 하는데요.

앞으로 어떤 모습을 이어갈 지 오지라퍼 쭉~ 지켜 보겠습니다.

 

 

[청년 사장 맛집을 봄] 시리즈 보러 가기

1편 : 열정으로 만들다, '열정도' 속으로!

2편 : 주택 골목을 장악(?)한 '돈부리 청년'

3편 : 실험하는 청년들 '언뜻, 가게'

7편 : 농산물을 직접 가져와서 건강식을 만들어요! 소녀방앗간

8편 : 공원 내 푸드트럭 1호 '스윗 츄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