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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오지라퍼입니다.

여행 좋아하세요? 일상탈출을 느끼는 여행...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에피소드.. 그리고 인연이 여행의 묘미를 더하죠. 하지만 이것도 아시죠? 여행에서 만나는 예상치 못한 사고를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악몽이 될 수도 낭만이 될 수도 있는데요. 여기 '나, 보험 든 여자!' 한 분.. 이야기 보시면 왜~ 여행할 때 꼭 보험이 필요한지 공감 가실 거에요.

 


 

 

첫째 날, “꾸스꼬”를 아시나요?
페루로 떠나기 전,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 했기 때문에 부랴부랴 공항 벤치에 짐을 쌓아두고 핸드폰을 다시 켰다. 엄마는 내가 계속해서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줄로 알고 있다. 만약 내가 치안 안 좋기로 유명한 남미에 혈혈단신 혼자 간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히 태평양을 넘어 달려오실 게 뻔하다.

나이 서른이 넘어 결혼도 안 하고, 말이 좋아 프리랜서 작가지 일 년에 두 번은 프로그램이 바뀌는 불안정한 생활로 걱정 끼쳐드린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무얼 먹고 다니는지, 무엇을 보고 다니는지, 어디에서 자는지 나의 상세한 고해성사를 받은 후에야 엄마는 마지못해 “딸, 안녕”하며 겨우 전화를 끊으신다. 이제 나는 해발 3,400미터 위에 존재하는 잉카 제국의 수도, 페루의 남부 꾸스꼬로 떠난다.

물론 마이애미에서 바로 꾸스꼬로 가는 비행기 편은 없다. 리마에서 꾸스꼬로 가는 비행기를 다시 타야 한다. 나에게 페루에서 시작하는 남미 여행을 추천해줬던 선배에게 꾸스꼬의 첫 인상은 고산병이었다고 한다. 과연 나에게 꾸스꼬는 어떤 모습으로 인사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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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일곱째, 그리고 대망의 여덟째 날,
“마라도나, 에비타, 까를로스 카르델...그리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 내려서 좀 애를 먹었다. 여행 중에서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꼬이는 경우는 자주 있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당황하지 않는데, 이번 아르헨티나에서 맞는 첫 날은 그 정도가 좀 심했다. 공항에서 픽업을 요청해 두었기 때문에 너무도 자신있게 다가와 짐을 들어주며 이리로 오라는 사람이 당연히 유스호스텔의 주인인 줄로 알았던 것이 오늘 고행의 시작이었다.

몇 몇 여행자들이 함께였기 때문에 망정이었지, 혼자 탔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앞이 깜깜하다. 미국에서 온 의대생 캐롤라인과 스웨덴에서 온 여행 작가 스테판과 나는 엉뚱한 길로 접어드는 차 속에서 영어와 스웨덴어 그리고 한국어로 고성을 지르며 싸웠고, 결국 정확하게 우리가 픽업비로 책정해
두었던 돈의 2 배를 내고서야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근처 가장 큰 건물이 보이자마자 우리는 내렸고, 캐롤라인과 스테판은 택시를 타고 갔고, 나는 다행히 다시 유스호스텔 주인과 통화가 되어 그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내가 내린 곳은 다름 아닌, 보카 주니어스 경기장 앞이었다.

어디냐는 유스호스텔 주인의 말에 떠듬떠듬 보카 주니어스 경기장이라고 읽었더니, 한달음에 거기 꼼짝 말고 있으란다. 기다리면서 여행 책자를 꺼내보니, 이곳은 다름 아닌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 유명한 마라도나를 배출한 구단이었다. 그러니 유스호스텔 주인이 모를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날 시련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신 나게 마라도나와 축구가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떠들다가 길을 잘못 들더니만, 급기야 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췄다. 집이 코 앞이니까 조금만 밀면 될 거라고 나보고 차를 밀라고 하더니 내 생각에 한 1,000미터는 민 것 같다.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겨우 유스호스텔에 도착했더니 이 유스호스텔은 더 가관이다.


황망한 내 표정을 보더니 미안했는지 주인이 나에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유명한 탱고를 보여주겠단다. 라 보까 항구에 있는 노천극장에서 추는 탱고를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나도 용기가 생겨, 표를 달라고 했다. 픽업 차량을 잘못 타서 이미 예상 외의 돈이 나간 터였고 천 미터는 족히 차를 민 일당이라도 받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내 용기가 무색하게 유스호스텔 주인은 너무도 흔쾌히 “그래, 좋아!”하는 것이다. 숙소 방 기둥에 배낭을 묶고 자물쇠를 세 개나 채운 후 주방에 내려가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주인과 함께 라 보까 항구로 나갔다. 언제 그렇게 치장을 했는지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은 어디가고 머리에 포마드 기름을 바르고 셔츠로 갈아입은 딴 사람이 서 있었다.

능청스럽게 팔짱을 끼라며 고개를 쳐들고 입구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웃음이 났다. 나도 능청스럽게 팔짱을 끼고 라 보까 항구, 노천 탱고 극장으로 갔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곳, 항구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이 즐기는 진짜 탱고를 볼 수 있는 숨겨진 이곳. 나는 이곳에서 남미 여행 일주일 만에 대성통곡을 했다.

두 곡 정도 넋을 잃고 보고 있는 나에게 장난기가 발동한 유스호스텔 주인이 갑자기 나를 무대 위로 올리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거의 기다시피 다시 무대 아래로 내려왔고, 다시 남자 댄서가 나를 데리고 올라가는 몇 번의 상황이 반복된 끝에 나는 결국 무대 위에서 탱고를 추게 되었다. 삼 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남자 파트너에게 몸을 맞긴 채 내 생애 첫 탱고를 췄던 것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떨리고,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꼈던 순간 나는 눈물이 터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울음이었다.

팔, 다리가 이상한 감정 같은 것들이 뒤섞여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내가 안쓰러웠던지 음악이 끝나고 함께 한 모든 사람이 박수를 쳐 주었지만 나는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유스호스텔 주인은 또 다른 손님의 픽업을 나가야 한다며 손님을 태우고 올 테니 삼십 분만 그대로 가게에 앉아 있으란다.


위험하니 절대로 부두 쪽으로 나가지 말라는 신신당부를 하는 주인장이 사라지고, 나는 맥없이 주저앉아 내가 울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많은 감정이 교차했겠지. 짧은 시간에 많은 감정들을 넣어야 하는 여행이 고되기도 했을 것이고, 다시 돌아가야 할 일상의 무게가 다시 떠올랐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잠깐 일어나 길 쪽을 봐야지 했던 것이 그만, 휘청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었다. 아까 춤을 추며 풀렸던 다리가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불운은 거기서 정점을 찍었다.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휘청하는 나를 보지 못한 채 돌진했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나는 나를 향해 다가오는 오토바이의 불빛을 본 것을 마지막으로 그날 밤 이후의 일을 아직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여덟째, 그리고 지금

‘예기치 않은 사고로 도착한 마지막 여행지, 나’

병원에서 눈을 뜨자마자, 나는 안도감부터 들었다. 사고가 났다는 건 인지했고 동굴이나 공장에서 깬 것이 아니라 온통 하얀 색으로 둘러싸인 병원에서 깼다는 건 순간적으로 느끼기에도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르헨티나는 국민의 80%가 의료보험이 가입된 곳이어서 사람들이 의료시설 이용에 거부감이 없었고, 오토바이에 치여 쓰러진 나를 병원으로 바로 이송했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소식을 들은 유스호스텔 주인이 픽업하고 온 사람이 한국대사관에 연락을 취하고, 세세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유스호스텔 주인이 픽업해 온 그 사람이 누구였을까?

대사관에 연락을 취해주고, 대사관에서 내가 여행자보험을 들었는지 확인하고, 유스호스텔 주인을 통해 병원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던 사람이 누구였을까? 바로 마추픽추에서 만났던 존 메이어였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앉으니 존이 다가와서 덥석 나를 안고는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눈자위가 그렁해지는 것이 아닌가? 먼 타국에 나와 사고를 당했다는 두려움보다, 온 몸이 욱신거리는 근육통보다 존의 기습 포옹이 낯설었지만 나는 이내 유머를 발휘했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나보다 그런 나를 병원으로 옮기고 전전긍긍했을 존과 대사관 직원, 그리고 유스호스텔 주인에게 미안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거 왜 이러세요, 저 보험 든 여자에요~!” 하며 영화 “타짜”의 김혜수 흉내를 내자, 존 빼고 나머지 한국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고, 존도 덩달아 자리에 주저앉으며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도 여행자 보험에서 병원비를 전액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해서 나는 상처가 아물 때까지 일주일 간 더 입원하게 되었다.

당장 달려오겠다는 엄마의 아우성을 말리느라 영상통화를 열 번도 넘게 하고 각종 개그와 유머로 건강함을 알려드린 후에야 나는 겨우 엄마의 남미행을 저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하룻밤은 몰래 항구의 노천 탱고를 보러 가기도 했다. 한 쪽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그래도 신이 나서 덩실덩실하는 나를 유스호스텔 사장이 기가 차다는 듯 바라 보았다. 얼마 전 탱고를 추고 나서 갑자기 울고불고했던 모습을 기억하니 사고 이후 내 천하 태평한 모습이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존은 내가 시내 병원으로 옮긴 다음날 벨기에로 돌아갔다. 여행을 다녀온 지 2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낯선 남미 한 병원에서의 일주일을 기억하고 있다. 시끄러운 거리 소음 속에서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에너지를 뿜어대는 사람들, 최첨단 의료서비스는 아닐지라도 다정하게 볼에 뽀뽀하며 안부를 묻던 병동 식구들, 그리고 나를 잉카의 인연이라며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았던 존까지. 어쩌면 내가 이 바쁜 서울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도 꾸스꼬에서 마추픽추로,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어졌던 그들의 눈빛 그리고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올 여름 휴가에 존은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한국의 IT와 K-POP 그리고 먼 남미 땅에서 몸소 체험한(?) 우수한 보험체계를 직접 느껴 보고 싶다나?! 여하튼 우리 엄마는 통화 몇 번 했다고 존을 아주 사위 삼을 태세다. 이 둘의 궁합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여름이 기다려지는 것은 뭐지? 존을 만나면 다시 한 번 그 해 그 잉카의 추억이 떠오르게 되겠지. 여행의 기억은 이렇게 삶의 매 순간마다 흐르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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