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꾸밈 요소

안녕하세요, 화제만발 가족 여러분 오지라퍼입니다.

가족이 갑자기 떠나 버리고 나 홀로 남았을 때...... 그때의 막막함과 밀려오는 두려움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죠. 하지만 이렇게 어두운 터널을 걸어가야 할 때, 누군가 내 곁에서 손을 잡아 준다면 아마 터널을 빠져 나오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겁니다. 물론 외로움도 덜 할 테고요, 오늘은 '손해보험'으로 긴 터널을 빠져 나오신 분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손해보험 감동스토리>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1월 23일
“어우, 추워. 대리님 날씨가 너무 추워요.”


신입사원이 손을 비비며 들어왔다. 정말 억세게 추웠던 날이었다. 연일 내리다 그치고 내리다 그친 눈이 또 다시 내려서 퇴근을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모진 한파를 뚫고 한 할머니께서 사무실에 찾아오셨다.


“여그가. OO화재 맞소?”
“네, 그런데요?”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할머니는 갑자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셨다.

 

“어떻게 이제 진정이 좀 되셨어요?”

“야, 고맙습니다.”

팽하니 코를 푸는 할머니에게 따뜻한 차를 건넸다. 이렇게 추운 날 얼마나 먼 길을 오셨는지 벌벌 떠는 할머니의 손이 빨갛게 얼어 있었다.


“할머니, 여긴 어떻게 찾아 오셨어요?”
“아니요, 그게요. 사실은요. 에휴. 우리 영감이 물에 빠져 죽었는데……, 자살이라고 하지 않겄소. 그기 아닌데 내가 너무 억울해서…….”


그냥 보험금 관련해서, 억울한 일이 있으셨나 했더니만……. 할머니께서는 생각보다 엄청난 사건을 들고 오셨다.


1월 18일
“이, 어디여?”
“와요? 일하는 데지 어디여.”
“뚜뚜뚜뚜”


김원대 씨는 그 나이 대 할아버지들이 다 그렇듯이 살뜰하게 할머니를 챙기는 분이 아니셨다. 그냥 용건만 물어보고 뚝 끊어버리는 전화에 내심 할머니는 부아가 났다.


“이놈의 영감탱이가 전화를 왜 이렇게 끊어.”

갑자기 웬일로 전화를 했나 싶었는데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일하는 데를 다 찾아왔다.


“에고, 여기까지 웬일이래?”
“저그, 돈 좀 있나?”
“뭐요?”

가자미 눈을 하고 쳐다보는 할머니의 시선을 피해 할아버지는 자꾸 땅만 봤다.


“아니, 오늘이 그 날이여…….”
“그 날?”

또 예전에 일하던 XX사 직원들 계모임인 것이다.

“아니, 거길 왜 또 가, 뭐 할 게 있다고!”

할아버지의 팔뚝을 콱 꼬집으면서 할머니가 소리쳤다.


“아니 뭐, 친구들인데……. 이번엔 내가 밥 사는 날이란 말이여.”
“이 인간이 진짜!”

할머니가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자. 할아버지께서는 지난 번 생일에 미역국을 태워먹은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 날 할머니는 시집 간 둘째하고 전화 통화하느라 미역국을 올려놓은 걸 깜박했던 것이다.

아주 그냥 두고두고 사골 곰국보다 질기게도 우려먹는 할아버지다.


“됐어! 그거 지난 번에 장갑인가 뭐신가 산다고 돈 가져갔잖아. 그럼 됐지.”


이번엔 할머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 그려 그럼 지붕 그거 샌다며 주말에 내가 고칠게.”


오래된 집에서 월세를 살다 보니, 요즘 지붕에서 물이 샜다. 그리 좀 고쳐보라고 말을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니만 할아버지는 정말 돈을 받아낼 작정인 것 같았다. 지붕 수리비라 생각하고 할머니는 결국 할아버지에게 18만원을 쥐어주었다.


“일찍 오소. 또 어디 길바닥에서 주무시지 말고.”


씨알도 안 먹힐 것을 알면서 할머니는 그래도 할아버지 뒷모습에 대고 한 마디를 하셨다. 그게 마지막 말이 될 줄은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모르셨겠지만…….

 

 

1월 23일
“우리 영감이 술을 워낙 좋아했소. 그래도 알콜중독 이런 건 아니여.”
“네. 할머니.”
“참말이여, 조금 있으면 우리 손자도 본다고 얼마나 좋아했는디……. 자살이라니 말도 안 되지.”


다시 또 한참을 우시는 할머니를 보니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경찰 조사는 마무리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할머니의 주름진 손가락이 아직도 검푸르게 얼어있는 게 보였다

.
“할머니 걱정 말고 집으로 가세요. 제가 알아보고 연락 드릴게요.”
“참말이오? 고맙소 고맙소.”

연신 구부정한 어깨를 굽혀 인사하는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쭈글쭈글 주름이 잡힌 손이 이제는 제법 따뜻해져 있었다.

 


1월 24일
어제 내린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었다. 이런 날은 어디든 다 비상이라서, 경찰서에서도 반기지 않을 텐데……. 혀를 내두르며 혹시라도 넘어질까 조심조심 경찰서로 찾아갔다. 역시나 다들 외근을 나가서 한참을 기다리고서야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담당자의 이야기로 객관적인 사건 설명을 들었다. 할아버지께서는 XX사에서 조금 일찍 퇴사를 하시고, 경비를 하고 계셨다고 한다. 어디에서 경비일을 하셨는지 이것저것 내용들을 쭉 메모하다 보니 어느 새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끼니를 제 때 챙기지 못해서 그런가 연신 뱃속에서 천둥이 울렸다.

 


1월 17일
사고발생 전날, 17일 할아버지는 그 날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경비업무를 서셨다고 한다.




이아지는 이야기 더보기



경찰관과 함께 두 분의 증언을 듣고 드디어 사건의 가닥이 잡혔다.


“이거 아무래도 술을 좀 드시고, 선착장 쪽으로 가신 이유가 결국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은데, 미끄러진 자국까지 보면, 추락사 하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떠세요?"


몇 날 며칠을 동동거리며 쏘다닌 보람이 있었다. 결국 사건은 추락사로 결론이 났다. 그 길로 할머니께 달려가 이런저런 결론을 말씀 드렸다. 할머니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손으로 내 손을 꼭 감싸 쥐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 할머니의 눈물이 한참을 뛰어다니느라 꽁꽁 얼어붙은 내 손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1월 31일
“아이고, 선상님. 고맙습니다.”


OO화재에서 보험금 8천만 원이 입금되었다면서 할머니께서 귤 한 봉지를 가져 오셨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닭똥 같은 눈물을 떨구시면서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하셨다.


“할머니께서 현명하게 보험을 들어서 받으신 거지 저에게 감사할 게 없습니다.”


손사래를 쳐도 할머니는 허리를 펴지 않으셨다.


“아니, 그거 얼마 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큰 돈을……. 정말 고맙습니다.”
“아무리 조금만 내셔도 보험료로 내신 거니까요, 할머니가 정당하게 받으신 거예요. 어디 다른 데 쓰지 마시고 잘 가지고 계세요.”
“야, 그래야지요. 인자 지붕 고쳐 줄 영감도 없으니까는 전셋집이라도 구해볼까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눈가에 자글자글 눈물을 달고는 환하게 웃으셨다.


“월세 낼 돈 아꼈으니 이제 손주 옷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하실 수 있겠어요.”
“그라믄요.”


끝까지 고맙다며 코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는 할머니를 배웅하면서 보니 날이 제법 풀어졌다.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보름이 넘도록 제대로 햇볕 한 번 쬘 수가 없더니만 이제야 날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고마운 햇볕보다도 좋은 일을 했다는 보람이 더 뜨겁게 마음을 달궜다